킨케이드의 <루시>가 <빌레트>의 변주곡이라는 설명을 읽었다. 열아홉에 서인도제도의 고향을 떠나 1960년대 미국 대도시 백인 가정의 보모로 들어가는 여자 아이 루시 이야기. 


Critics have also focused on the many intertexts on which the novel draws. Diane Simmons details the way in which the novel draws on John Milton's Paradise Lost and Charlotte Brontë's Jane Eyre, noting that Brontë was Kincaid's favorite author. David Yost observes that Lucy contains many correspondences to another Brontë novel, Villette—including the names of its primary couple (Lucy and Paul), its plot (an au pair adjusting to a foreign culture), its themes (sexual repression of women and self-recreation through art), and its setting (Villette's Paul dies returning from his Caribbean slave plantation)--arguing that Lucy acts a postcolonial reworking of this earlier text.  <위키피디아> 


소설은 신랄한 유머로 지독한 현실을 짚어내며 시작한다. 다크 유머를 입은 시트콤같은 에피소드들이 이어지고 플래시백처럼 하나씩 드러나는 루시와 가족, 특히 엄마와의 이야기, 더해서 겹쳐지는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는 초반부의 어조를 점차 바꾸면서 끈적거리는 커다란 덩어리를 가슴 위에 쌓아간다. 하지만 계속 부딪히려는 루시, 이 아이가 이름 말고, 출신지 말고(빌레트의 폴 선생이 서인도 제도 농장주가 되어 몇 년 돈벌러 떠난다), 자기 정체성과 욕망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것 말고, 날라리 여친말고, 애인의 이름(또 폴. 하지만 이건 소설 중간에 나오는 폴 고갱과 더 연결되는 것 같다. '자연'의 여성들을 만나 해방감을 맛본 백인 예술가- 하지만 우리의 루시는 고갱의 그림을 보면서 가슴을 드러낸 자연의 여인들이 아니라 작가/예술가/남성에게 감정이입하며 깝깝한 고향을 떠나는 것을 이해한다. 정말 대단한 아이, 루시) 말고, 어떻게 빌레트의 백인 영국인 여성 루시와 연결된다는 말인가. 


David Yost의 글을 찾아 읽었다. (복학생 아들의 대학교 도서관 사이트에서 논문을 찾아 프린트 할 수 있다) Yost는 <루시>와 <빌레트> 두 작품의 플롯이나 인물 하나씩 대응시키기 보다 킨케이드가 브론테의 주제 의식과 모티브를 어떻게 소화해냈는지 살펴보기를 권한다. 그리고 그 논문에는 우리의 <다락방의 미친 여자>도 많이 인용한다. (만세!!)


Yost의 비평 제목에는 '세 명의 루시'가 등장한다. A Tale of Three Lucys: Worthworth and Bronte in Kincaid's Antiguan Villette.  <다락방의 미친 여자>에서 워즈워스의 루시가 어떻게 루시 스노우와 주변인물 (특히 마치몬트 여사님)로 반박되는지 읽었다.  자연이 곱게 키우는 여자 아이, 그러나 이름 없이 죽어 무덤에 누운 (그리고 남자 시인만 알아보고 노래 불러주는) 루시가 아니라 자기 두 발로 여행을 떠나고 사람들과 맞서고 과거를 돌아보고 자기 방식대로 해결, 해석하고 자기 이름과 이야기를 자신의 손으로 쓰는 루시. 이런 의미라면 킨케이드의 루시는 빌레트의 루시와 닮았다.  킨케이드의 루시는 한 발 더 나아가 워즈워스의 시가 얼마나 구린지 까발린다. (잠깐 여기에서 식민시대를 경험한 또다른 여성 <파친코>의 선자가 70대에 이르기까지 글을 깨치지 못했다는 것이 원통하다.) 


"나는 루시라는 이름이 싫었다. 전혀 대단해 보이지 않는 시시한 이름이고 당시에 내가 되고 싶던 그런 인물과는 한참 멀어보였기 때문이다. 난 혼자서 에밀리나 샬럿이나 제인 같은 다른 이름을 지었다." 


루시는 자신의 이름이 싫어서, 브론테가 되고 싶어서 (엄마는 루시더러 '응 니 이름 뜻 악마임'이라고 말해버린다) 동화작가 이니드 블라이턴의 이름을 따라 이니드가 되려 한다. 하지만 이니드는 아빠의 정부로 루시와 엄마를 죽이려했던 인물의 이름이어서 엄마는 불같이 화를 낸다. 그런데 Enid Blyton은 인종차별적 내용을 담은 어린이 책 작가였으니 이니드는 정말로 루시와 그 어머니를 '죽이는' 인물이었다고 Yost는 설명한다. (논문 찾아 읽기는 잘한 일입니다.) 어린 시절 이런 백인 작가의 책 말고도 루시가 가진 책은 성경과 <실낙원>이었다. (다미여를 읽는 자매님들 박수!!!) 백인 남성 '제국주의'의 책들에 눌려있는 킨케이드의 루시는 그래도 똑똑해서 그 지겨운 위선과 악의를 간파한다. 그런데 우리의 선한 이웃 머라이어, 백인 고용주이자 '친구'는 커다란 책을 루시 앞에 가져와 읽어주신다. (그 책이 보부아르의 '제2의 성'이에요!)


"머라이어는 방을 나갔다가 커다란 책 한 권을 들고 다시 들어왔다. 첫 장을 펼쳐 내 앞에 놓았다. 내가 첫 문장을 읽었다. "여자? 아주 간단하다. 단순한 공식 가운데 가장 멋진 것 하나를 들어보자. 여자는 자궁이다. 여자는 암컷이다. 이 한 마디면 여자를 정의하기에 충분하다." 난 거기서 멈췄다. 머라이어는 내 상황을 완전히 잘못 해석했다. 펼쳐 읽으려면 계속 누르고 있어야 해서 손이 아플 지경인 이 두꺼운 책으로는 내 삶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 내 삶은 그보다 더 간단하면서도 동시에 더 복잡했다." 


 누르고 있어야 해서 손 아픈 책, 우리 알지요. 제2의 성 말고도 다락방의 미친 여자도 있고. 그래서 우리 요새 문진 검색하고 있잖아요. 빌레트의 루시 만큼이나 킨케이드의 루시도 주변인들에게, 독자에게 말을 아끼면서 훗, 하고 혼자 씁쓸한 웃음을 짓는다. 그래서 마지막 챕터가 진짜 '루시'라는 인상을 준다. (이쯤되면 스트라우트의 '루시 바턴'이 바턴을 받아서 달려주기를 .... 바라는 마음이 듭니다) 루시의 배부른 애인 폴이 바람을 피던 말던 뭔 대수인가. '혀를 빠는' 경험에서 맛없다고, 하지만 "finds her tongue"을 하는 (논문에 이 부분을 읽으면서, 아! 원서 읽고 싶다, 생각이 들었다. 혀가 그 혀 말고 다른 의미가 있었어!) 루시. 남자 이야기들을 나열하면서 끝까지 '나 사랑에 빠진거 아닌데'라고 쓰는 루시. 고향의 성착취범 이야기를 비틀어 쓰는 루시. 할 말이 넘치고 넘치는데 고르고 골라 뭉쳐서 하나씩 놓는 루시. 생각보다 더 빌레트고, 더 다미여고, 더 찐했다. 


'애니 존'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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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2-12-05 09: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헉 루시란 이름이 거기서 온 건가요...? 기원이 꼭 그런 건 아니라도 누구나 한 번쯤 그런 생각을 해볼 수 있겠네요.

빌레트 안 읽었는데 계속 루시 얘기가 나와서 궁금해지는 중입니다. (저는 지금 <제인 에어> 읽는 중)

루시에,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다미여 다 읽고도 읽을 게 한참 많겠어요.

유부만두 2022-12-06 07:20   좋아요 1 | URL
킨케이드가 브론테를 아주 좋아한대요.
루시를 빌레트와 연결시킨 건 한 비평가의 의견이지만 수긍되는 점이 많기도 했어요. 어찌보면 킨케이드에겐 브론테는 영국/식민주의/여성주의 전통이라는 애증의 틀인가 싶기도 하고요.

읽을 책이 많지요. 한참이에요. (즐거운데 무섭고 막 그래요) ^^

- 2022-12-05 10: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헐 실화입니까? ㅜㅜ 와 진짜 진짜 미쳤다. 어떡해 ㅜㅜㅜ 와.. 책 욕심나 미쳐요 ㅋㅋㅋㅋㅋㅋ 저도 문진 열라 검색하다가 참아 좀.. 이랬어요 ㅋㅋㅋㅋ 저 책에 돈을 너무 많이 썼더라고요? 루시 꼭 읽어봐야겠어요.
그리고 빌레트는 읽는 중이다. 우하하하.

유부만두 2022-12-06 07:23   좋아요 1 | URL
논문 실화!!! 루시 저 인용문 실화!!!

빌레트 재밌죠??!!! 루시 스노우 은근 퉁명스러우면서 강단있지만... 약간 맹하기도 하고 여하튼 흥미로운 캐릭터에요. 킨케이드 루시도 꽤 재밌어요. 그런데 빌레트의 틀 안에만 놓고 읽진 마세요. ^^

- 2022-12-06 07:53   좋아요 0 | URL
네네, 루시 스노우의 이야기는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는 않았지만.... 역시 샬롯 브론테 필력! 이러면서 읽고 있어요, 그냥 역시 바로 좋아하게 될 것 같은 느낌. ㅋㅋㅋㅋ 다 읽고 나면 킨케이드 꼭 읽겠어요. 아 정말 이런 꿀팁 너무 감사해요. 진짜. 알라딘은 너무.... 황송하게 멋진 곳이다 ㅋㅋㅋ

라로 2022-12-05 18: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예전에 만두님이 빌레트 좋다고 하셔서 사놓고 아직도 안 읽고 있는데 이 글을 읽으니 저는 <빌레트> 읽어야겠습니다. <파친코>도 읽어야 할 것 같고요,, 킨케이드는...

유부만두 2022-12-06 07:30   좋아요 0 | URL
라로님, 빌레트!!! 꼭 읽으세요!!!
읽는 재미, 여주인공을 응원하는 재미 다 들어있어요.

그런데 파친코는.... 뭐 .... 전 그냥 그랬습니다. 미국에서 우리 역사를 영어 소설로 알리는 데 큰 일을 했다고는 하지만, 소설로는 영 만족할 수 없었어요. 캐릭터도 문장도요. 그 오랜 시간 고민하고 다듬었다는 소설이 이 정도 밖에 안되는건지, 역시 문학 전공이 아닌 역사 전공 작가의 한계인가 생각도 들고요. 책의 소재나 작가 이력이 워낙 강렬해서 뭐라 평 달기도 그래요. 하지만 ... 그 소설 읽은 제 시간이 아까웠어요.

단발머리 2022-12-05 19: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루시> 예전에 대출해왔다가 집에 고이 모셔만 놓고 반납한 저 자신을 마구 혼내며 읽는 페이퍼입니다.
문진 검색 저만 하는 거 아니었군요. 왜 이렇게 저를 안심시키시는지요. 좋은 거 발견하면 알려주기입니다.
논문 찾아 읽으시는 거 너무 멋져요!! 읽는 것도 잘 못하는데 저는 왜 이렇게 논문을 ‘찾고‘ 싶을까요? ㅎㅎㅎ

유부만두 2022-12-06 07:37   좋아요 0 | URL
루시... 소설 안에 이런 이야기가 나와요. 도서관 책을 ‘읽고‘ 반납하다가 너무 좋아서 훔쳐서 집에 감춰두지요. 얼마나 책을 갖고 싶었으면 나중에 책을 사서 모으면서는 ‘읽고 반납하지 않아도 된다‘에 행복해 합니다. ㅎㅎㅎ 갠찮아요. 루시 어려서 그래요. 우리처럼 노안에 힘들지 않으니까요.

빌레트와 루시의 연결 고리!!! 라니 눈이 번쩍 뜨여서 논문 찾아 읽었어요.
https://www.jstor.org/stable/30029666
링크 입니다. 초록 첫 페이지는 그냥 읽으실 수 있어요. 나머진 대학이나 공공기관 사이트 로긴이 필요할거고요. 구글에 lucy kincaid villette 검색어 넣으시면 다른 짧은 블로그들도 떠요.
 

깨물고 싶은 말랑말랑 쌀떡 같은 아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중매장이는 선자의 부모를 맺어주고

딸뻘 여자 아이에게 오빠라고 부르라는 삼십대 남자의 스킬로 후에 노아가 태어난다.

스포를 뒤집어 쓴 후에 시작하지만 <파친코>는 흡인력이 대단하다. 정작 내 빨래는 제쳐두고 선자의 빨래터 이야기를 읽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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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2-10-17 12: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내 빨래는 제쳐두고 ㅋㅋㅋㅋㅋ 제가 몰라서 여쭈어봅니다, 유부만두님! 저자는 한국인이지만 영어를 모국어로 쓰고요. 그래서 소설도 영어로 썼는데 왜 이 책은 쉽게 읽힌다고 느껴질까요? 문체의 문제일까요? 아님 기분의 문제일까요?

유부만두 2022-10-17 16:27   좋아요 0 | URL
애들 영어/국어 학원에서 항상 얘기하는 ‘배경 지식‘ 문제 아닐까 싶어요. 우린 이 소설의 시대 배경과 기본 ‘정서‘를 이미 알잖아요. 더해서 이 소설 문장은 매우 평이해요. 그래서 읽기가 덜 부담스럽네요. 그냥 드라마 보는 기분도 들고요. (이미 드라마 쪽 영상을 여럿 봐놓아서 머리 속에선 고한수는 이민호가 연기하고 있어요.

단발머리 2022-10-17 16:31   좋아요 1 | URL
저… 이민호 그냥 그랬는데 이 작품 하려고 오디션 봤다고 하대요. 나름 한국에서는 탑으로 분류되는데요 ㅋㅋㅋㅋㅋ 어두침침한 동네에 하얀 양복 입고 나타나면… 아, 그래 너가 배우였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되더라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10-17 12: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근데 왜 한국남자들은 오빠란 호칭에 집착할까요?

바람돌이 2022-10-17 15:04   좋아요 2 | URL
저기 영단어 oppa 보는데 갑자기 푸하 터진다는.... 아 진짜 왠지 한국어 오빠보다 저 영단어 옵빠가 더 웃겨요. ^^ 예전에 제가 40대 중반이 되어서도 남편을 오빠로 부르는 부부를 만난적이 있는데 이게 참 뭐랄까? 아내가 남편한테 정신적으로 확 묶여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달까? 하여튼 좀 기괴했습니다.
그 부부를 보면서 저 오빠라는 호칭 더 하면 안되겠구나 싶던데요. ^^
왜 집착하는지는 별로 안궁금해서 패스.... ^^

다락방 2022-10-17 15:06   좋아요 3 | URL
저 예전에 비행기 탔는데 옆자리에 커플이 있었거든요. 말끝마다 남자가 ‘오빠가 해줄게‘, ‘오빠 봐봐‘, ‘오빠가~‘ 이러면서 자기가 자기를 오빠라고 끊임없이 칭하더라고요. 으....징그럽...........

바람돌이 2022-10-17 15:07   좋아요 1 | URL
아 진짜 짜증만땅!!! 울 딸들이 그런 남자 만날까봐 싫어요. 오늘 또 딸 들어오면 자기한테 자꾸 오빠가 해줄게 이러는 남자 패스하라고 말해줘야지.... ^^

다락방 2022-10-17 15:08   좋아요 0 | URL
오빠라고 불리는 자기 자신에게 취하는 것 같아요, 그들은.. ㅎㅎㅎㅎㅎ

유부만두 2022-10-17 16:33   좋아요 1 | URL
이 소설에서 고한수가 바로 그런 화법을 써요. ‘한수 오빠가 어쩌고 저쩌고‘
그런데 1930년대에 부산에서 ‘오빠‘란 호칭을 이런 의미로 썼을까 궁금해지네요.
부산인데도 (영어책이라 그런가) Oppa 라고 하지 Oppa-ya는 안 하네요.

얼결에 선자는 끌려다니고 당하고 ... 늦었지만 분노해요.
선자는 늘 아버지를 생각하는데 한수가 그런 보호자/연인이 되는 셈이에요.
선자는 단단하고 곧은 아이라는 설정인데 글을 모르고 너무 쉽게 한수랑 가까워져서, 그 중간에 어머니는 거의 언급도 없어서, 이 소설이 생각보단 남성 캐릭터 중심이란 기분이 들어요. 계속 아들 타령;;;; 80-90년대 드라마 보는 기분이 들어요. 초반 묘사는 재치있는데 한수 나오는 부분은 많이 뻔해요.


다락방 2022-10-17 16:38   좋아요 0 | URL
이게 번역서로는 1,2권으로 나왔잖아요. 저는 1권 읽으면서 너무 뻔해서 별 셋 줬었어요. 그리고 2권 읽고 다섯 줬죠. 저는 2권에서 비로소 아 이 이야기를 하려고 했구나 싶으면서 좋더라고요.
그나마 한수가 돈이 많은 남자여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돈이 많은데 선자를 신경쓰는 남자라서요. 너무 전형적인 그 시대의 남자지만, 그래도 돈이 많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어휴.. 세상에는 유부남인거 속이고 처녀에게 접근해서 애낳게 한 다음에 도망가는 돈없는 남자들도 수두룩하니까요.. ㅠㅠ

유부만두 2022-10-17 16:44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후반부에 2세대 이야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실은 저도 노아 이야기 포스팅에 마음이 움직여서 이 책을 읽기로 한거니까요.

잠자냥 2022-11-11 12:18   좋아요 0 | URL
이 댓글들 지금에야 읽는데 빵터지네요.
전 오빠라는 말 써본 적 없다가 요즘에 괭이들 때문에 처음 써보는데 정말 오그라들더라고요.ㅋㅋㅋㅋ

저희 집 6묘 중에 원래 있던 녀석들은 다 수컷이고 나중에 들어온 녀석들이 공교롭게도 다 암컷이라.... 뭐 할 때 예를 들면
˝오빠 밥 뺏어먹지 마!˝
˝오빠한테 덤비지 마!˝
이러는데 아, 이건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흠칫흠칫 놀라다가
원래하던 대로 ˝형아 밥 뺏어먹지 마...˝로 통일........ 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우리집 다섯째가 위에 수컷들 다 쥐어패고 다녀서 그 녀석은 별명이 래디컬입니다.....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11-11 12:36   좋아요 1 | URL
냥이 별명이 래디컬이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좋은데요? 🤭🤭

바람돌이 2022-10-17 15: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처럼 내 빨래는 제쳐두고에서 빵 터집니다. 저는 지금 내 빨래 안 제쳐두고 세탁기 열심히 돌리고 있습니다. ㅎㅎ
그리고 역시 또 원서를 보고 계시는거에 감격!
저는 한글판 주섬주섬.... ^^ 언젠가는 읽을겁니다. ^^

유부만두 2022-10-17 16:35   좋아요 1 | URL
도서관 책이에요. 우리 번역본은 예약 차례가 기약이 없더라고요. 영어책을 대신 집어왔어요.

빨래 돌렸습니다. 그런데 꺼내서 널어야 하는데, 그전에 다 마른 빨래들 걷어서 개야 하는데 .... 아우 싫어. 전 차라리 설거지가 나아요.

페넬로페 2022-10-17 21: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원서가 쉽게 읽힌다는 유부만두님!
부럽습니다^^

유부만두 2022-11-26 13:50   좋아요 1 | URL
파친코의 문장이 수월한 편이서요. ^^

책읽는나무 2022-10-17 19: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오빠야~에 빵 터졌네요.ㅋㅋㅋ
맞아요!!!
부산이 배경이면 오빠얀데...
아!! 정작 저는 사촌오빠들한테 오빠야라고 안 불렀던 것도 같고...ㅋㅋㅋ

유부만두 2022-11-26 13:51   좋아요 1 | URL
부산 사는 제 사촌들은 오빠들을 야! 라고 부르던데요. ㅎㅎㅎㅎ

파이버 2022-10-17 2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선자와 한수 나이차가 꽤 났던걸로 기억하는데 오빠라니ㅜㅜ 영어로도 정직하게 Oppa네요ㅎㅎㅎ 그 늬앙스?를 번역할 단어가 없나봐요ㅎㅎ

유부만두 2022-11-26 13:52   좋아요 1 | URL
17에 34. 더블 스코어 입니다.
이 책엔 의도했는지 우리 단어가 많이 쓰여요. 치마, 제사 ...

얄라알라 2022-10-23 16: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유부만두님 파친코 시작하셨어요^^
저도 올 여름 진짜 행복하게, 느린 읽기 했어요.
다시 유부만두님 따라 읽을까도 싶네요^^

유부만두 2022-11-26 13:53   좋아요 0 | URL
저 아직도 파친코 붙들고 있어요. 노아 대학생이고요.
근데 점점 재미가 덜하고 지겨워져서 큰일이에요. ㅜ ㅜ

잠자냥 2022-11-11 12: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파친코에서 멈췄어요? 요즘 만두님 독서 파친코에서 멈춤?

유부만두 2022-11-26 13:54   좋아요 1 | URL
파친코에서 아직 동전 넣고 돈/시간 뜯기는 중이에요.
뭐 일하는 거 하나 있어서 바쁘기도 하지만요,
파친코 재미가 점점 없어져서 ....

2022-11-25 2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26 1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26 11: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26 17: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26 18: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27 2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28 06: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28 15: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29 0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29 08: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 

이틀만에 완독하고 몇 줄 더한다. 


그제 이 책과 영화 소개 포스팅을 올릴 때 까지 소설은 재미있었는데, 곧 여러 문학적 (하지만 난이도 중하) 연상작용에 상세하고 자상하고 조금 지리한 작가의 설명이 이어진다. 이건 무슨 포스팅 징크스인가. 초반에 '재밌다'고 설레발을 치면 바로 소설은 산으로 향한다. 니 이런거 한두번 이가? 소설 한 남자의 전개나 결말은 치밀하지 않고 어정쩡하다. 그저 따땃한 10월 새벽의 보일러 온기 정도이다. 겨울이 다가온다. 하지만 얼어죽지는 않겠지. 


살인자의 아이라는 비난을 피해 거액의 빚과 폭력단의 추적을 피해, 개명을 하고 이사가며 신분을 바꾸는 이야기는 여러 소설에서 이미 읽었다. 제3자를 끼워 넣어 더 복잡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니 한 남자 '다이스케'의 비극과 고민은 새롭지 않다. 사이사이 나오는 오비디우스의 '변신'은 이 책의 주제를 더 우아해 보이도록 애쓴다. 하지만 재일 3세라는 것이 일본에서 이토록 족쇄 혹은 낙인이 되어 '한 남자'의 인생과 자의식에 남는다는 것이, 그것도 일본인 히라노 게이치로가 이렇게 그려낼 정도라는 것은 새삼 무겁다. 


그래도 이 '한 남자' 들의 고민은 철저하게 그들만의 것이다. 그들과 아이를 낳고 생활을 나누었던 부인들 레아와 가오리는 (어쩌면 미스즈도) 접근할 수 없다. 그들은 그 정체성의 고민을 사후에야 알게 되어 고통을 받고 어정쩡한 선에서 타협과 용서를 하거나, 완전하게 외부인으로만 남는다. 어정쩡한 온기와 강요되는 용서. 하지만 애잔한 음악을 더한 영상과 가을 날 공기에 낚였으니 영화도 찾아 볼라구요. 


참 이상도 하지. 마티네의 끝에서, 도 이런 느낌이었는데. 엄청 좋지는 않았는데 그렇다고 아주 싫지도 않은 소설. 굳이 읽으라고 추천은 안하지만 지난 이틀, 책을 손에 쥐고 읽으면서 난 좀 따땃했다? 그런데 이 정도로는 안돼. 히라노 게이치로 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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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10-14 10: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첫번째 페이퍼 읽고 한남자 샀는데요, 유부만두 님... ㅎㅎ

유부만두 2022-10-14 10:16   좋아요 1 | URL
아... 그게요.... 근데 나쁘지 않았다니까요. 결국 사랑이 중요하다, 어떤 정체성의 굴레는 벗어나기 매우 어렵지만, 그래도 사랑이 이긴다? 같은 뻔한 이야기인데 히라노 게이치로가 쉽고 우아하게 ‘남자의 눈과 손으로‘ 썼어요.


라로 2022-10-17 09:54   좋아요 1 | URL
아 저는 페이퍼 읽고 아니구나 생각했는데 댓글 읽으니까 사고(네 잘 안 읽으니 ‘사고‘가 맞죠! ㅠㅠ) 싶어졌어요!! ^^;;;
 




3년 넘게 함께 산 남편이 사고로 사망했다. 그런데 그는 “다이스케”가 아니었다. 그는 누구인가. 십대 때 귀화한 재일3세 출신 변호사가 의뢰를 받고 이 한 남자 X의 정체를 찾아 나선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정체에 대한 고민도 더해진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의 원작 소설.

지금 딱 절반 읽었는데, 히가시노 게이고 아니고 (서점에서 이렇게 말해버림;;) 히라노 게이치로 소설 치고는 꽤 재미있다. 물론 작가의 존재가 드러나는 부분이 있는데 그때 아, 맞다. 이 작가는 재미있다고 얘기하면 안돼는데,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작가의 소설이 갖는 정체성은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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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2-10-13 08: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파친코의 노아, 정확히는 노아의 아내가 생각나네요. 남편이 죽었는데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니었던.... 히라노 게이치로가 히가시노 게이고 싫어할 거 같아요. 그냥 제 생각입니다 ㅎㅎㅎ

유부만두 2022-10-17 16:38   좋아요 0 | URL
제가 파친코는 패스 하려다가 단발님의 노아 포스팅에 무너졌어요. 근데 부산국제영화제와 그 정체성…에서, 히라노 게이치로 (히가시노 게이고 아니고)의 소설로 넘어갔습니다;;;

기둘리세요, 제가 파친코 읽을겁니다.
 

이 책을 읽게 만든 사람은 알라딘 서재의 골드문트님이다. 그의 리뷰 (무려 두 편)에서 시대 배경과 맛깔나는 인물 묘사를 읽고 나면, 아, 이건 이 가을의 책이다! 라는 생각이 들어버린다. 그런데. 그런데. 


'어둠 속의 사건'은 내겐 아주 지루한 소설이었다. 첫 장에서 능숙하게 풀어놓는 묘사와 시대배경, 그 11월의 공기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러니까 농장 관리인 미쉬가 백작 아가씨네 성으로 달려간 그 첫번 째 어두움이 가시기 전에 매력을 잃는다. 미쉬라는 이 인물은 졸라가 그려내는 악착맞은 혁명파 출신 농꾼이나 이기심의 양다리 악당 이상의 정체를 품고 있었는데, 이 점이 내내 억지스럽게 느껴졌다. 왜?? 미쉬가 그래야하지? 더해서 첫 어둠의 사건에서 그렇게 용감했던 여백작 로랑스가 사랑이라는 챕터에 와서는 맥빠진 소녀로 변한다. 발자크는 젊은 여성의 사랑은 잘 그릴 수가 없나? (그의 다른 단편들에서 얼마나 생생하게 젊은 여성들을 죽였는지 떠올려본다. 아니 그러지 말자) 생뚱맞은 미쉬 만큼이나 로랑스 주변의 네 귀족 청년의 묘사 역시 작위적이다. 그래도 다행스럽게 젊은 경찰과 말랭은 끝까지 제 할 일을 해낸다.  


두번째 어둠 속 사건이 이 소설의 소재일 '납치사건'인데 그때 함께 '금보따리' 이동이 벌어지며 긴장감을 높인다. 더해서 마지막 어둠 사건일 재판과 그 배후의 여러 정치적 약속들을 읽다보면 이미 작위적 주인공 미쉬나 로랑스 보다는 더 중요한 진짜 주인공, 역사를 생각할 수 밖에 없다. 30년 후, 이 사건들의 마무리 모습을 읽으면 발자크에게는 개개의 인물들 보다는 계급과 사회의 비중이 더 크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발자크의 작품으로는 '고리오 영감'을 매우 오래전에 아주 힘겹게 숙제 하면서 읽었고, '13인당 이야기'는 그 살벌한 저속함에 치를 떨었는데, 이번 소설은 그 중간 즈음에 있는 것 같다. 생생한 사건 진행과는 대조적으로 인간들 관계 묘사는 투박하고 구식이라 자꾸 위고와 졸라의 소설 생각이 났다. 하지만 역자의 작품 해설을 읽으면 이 모든 걸 이해하고 싶어진다. 본 식사나 와인은 뒤죽박죽 조화롭지 않지만 상냥한 갸르송의 안내와 훌륭한 디저트로 기꺼이 식사 비용에 팁도 얹어 계산했다. 표지의 저 인물이 미쉬라고 보기는 어렵고, 누굴까, 누굴까, 계속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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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10-11 13: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음 그러면 저는 결국 제가 읽어봐야 알겠군요. 믿어마지 않는 두분의 의견이 다르니 말입니다. 역시 책세계의 취향은 넓고도 깊습니다. ^^

유부만두 2022-10-11 16:19   좋아요 0 | URL
흥미로운 역사소설이에요. 그런데 전 로랑스라는 강인한 여성 캐릭터가 용두사미로 그려져서 실망했어요. 그리고 액션, 스릴러 부분도 있지만 배경 역사 설명이 많거든요. 그래서 지루하게 느꼈어요. 취향을 타는 소설이에요.

잠자냥 2022-10-11 15: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 아 참 이러면 정말 당장 읽어봐야 할 거 같은 ㅋㅋㅋㅋㅋㅋ
문트냐 만두냐 그것이 문제로다! ㅋㅋㅋㅋ

얄라알라 2022-10-11 15:27   좋아요 2 | URL
ㅋㅋㅋ이런.....냥님, 이건 ㅎㅎ이런 택일이라니, 심지어 라임도 촥촥 맞는 듯해요...
절 웃게 해주시는 잠자냥님^^

알라딘 서재 리뷰 thanks to 선 그어보면, 발원지(?)로 골드문트님 유부만두님 자주 출현 하실듯.

유부만두 2022-10-11 16:20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제가 감히 골드문트님과 겨루는 입장이 되었나요? (신난다)

페넬로페 2022-10-11 16: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문트냐, 만두냐!
이것이 문제로다^^

유부만두 2022-10-11 16:20   좋아요 1 | URL
문제라니요??? 그냥 만두를 고르십....

레삭매냐 2022-10-11 17: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놔, 이 책도 사서 닐다가
말았는데 - 마저 읽을 책들이
넘넘 많습니다.

유부만두 2022-10-13 08:01   좋아요 0 | URL
첫 장면의 가을날 묘사가 기막히죠. 더 추워지기 전에 시도해 보세요.
(그런데 무리는 마시고요)

Falstaff 2022-10-11 18: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이 책이 글쎄 재미나다니까요! ㅋㅋㅋㅋ
뭘 망설이세요! 다만 발자크가 19세기도 아니고 18세기 태생이란 것만 염두에 두시면 충분히 즐기실 수 있습니닷! 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2-10-13 08:00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 재미있어요. 한 밤중에 말 달리고 경찰 따돌리고 비밀의 장소 나오고요. 그런데 발자크는 제게 워낙 미운 작가 전력이 있어서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