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이 거세고 빗방울도 내렸다. 봄 아니네. 패딩을 입기는 싫은데 따뜻해...

 

매일 매일 교토의 기록이라는 제목에 사진이 많고 나른한 여행기라고 짐작했는데 '한달 살아보기'의 기록이란다. 저자는 (유명하다는데 몰랐어요. 인스타나 페북 안합니다) 처음 만나는 아주 젊은 작가로 중학생 시절부터 관심 가져온 일본 문화와 여행을 직접 경험해낸 야무진 사람.

 

한달 살아보기, 라며 저자는 여느 관광객의 짧은 3-4일 급하게 쫒기는 여정 대신 느긋하게 교토라는 작지만 역사 깊은 곳을 자세히, 하지만 관광지 너머를 걷고 호흡한다. 실려있는 예쁜 카페 사진과 정보들은 짧은 여행을 가더라도 유용할 듯 보인다. 몇몇 카페나 음식점들은 다른 교토 여행책에도 실려있어서 낯익다. 하지만 한 달.... 그동안 저자의 '살아보기'는 카페와 음식점, 그리고 개인적 감상과 다시 카페로 반복된다. 편의점과 마트 방문이 변화랄까. 기차도 전차도 타지만 한 달이 잔잔하다 못해 3박4일 여행을 늘여놓은 것과 다르지 않아서 심심하다. 언어의 벽이 있겠지만 교토에도 있는 박물관과 미술관도 가지 않았고, 전통 시장이나 공공장소도 언급이 없다. '살아보기'라면서.... 하지만 아주 젊은 작가니까. 대학4년생일 저자가 한 달, 한국의 어느 낯선 도시에서 혼자 산다면? 그 생활의 패턴은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문장도 젊은 사람 티가 났다. (아아 나는 이토록 늙었구나, 싶지만 어쩔 수 없이 늙은 눈에는 그 문장의 나이가 보.인.다.)

 

젊은 사람의 한 달과 아줌마의 한 달은 꽤 다르다는 게 생각났다. 나에게 한 달이 주어진다면...하고 상상하다가, 막내의 밀린 숙제와 마구 벗어놓은 (꼭 뒤집어서) 옷가지들이 눈에 밟힌다. 한 달이 너무하다면 하루라도 혼자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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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20 1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3-20 15: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8-03-20 1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사 바꾸셨네요.
이 분은 누구신가요? 이 쏀 언니~~~~^^

수이 2018-03-20 13:29   좋아요 1 | URL
내 사랑 줄리언 무어 언니~~~~~ 입니다. ㅋㅋ

수이 2018-03-20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_ 프사 짱입니다!!!!!!!!!!!!!! 하트 백만개!!!!!!!!!!!!!!!

유부만두 2018-03-20 15:24   좋아요 0 | URL
줄리언 무어가 저 영화 ‘매기스 플랜‘에서 정말 귀여웠지요. 쎄 보이지만요. ^^
‘책에는 경제이론‘ 정말 맞는 말 같아요. 주절주절 양만 불리는 책 싫어요.
 

참... 그렇다...

직접 본 적 없는 삼촌 이상, 집에 그의 책이 없으니 구해달라는 질부, 유물은 없지만 이상의 방,은 조카가 (자신의 음식점 한켠에서) 운영해야한다는 주장... 막무가내로 찾아가 이상 조카 맞냐고 들이대는 저자, 꼽추라고 써대는 그의 수준...

‘오빠 이상, 누이 옥희’ 에서 여성주의를 읽을줄 알았던 내가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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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상 보다 그를 기리는 시인, 소설가, 예술인들에 더 관심이 갔다. 이상의 집터에 기념관을 짓고 그를 기리는 사람들, 이상의 유작을 좇아 새로운 소설을 만든 작가들, 그리고 그의 시를 연극으로, 무용으로 새로이 풀어내는 사람들. 이상은 이국에서 외롭게 병사해 그의 묘소를 이제 찾기도 어려워져 해독하기 어려운 그의 시처럼 그의 인생 전체가 신기루, 혹은 신화가 되어 버렸다.

 

그래도, 아직은, 그의 혈육이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다고한다. 이 책의 저자는 이상의 조카, 이상이 아꼈던 여동생 김옥희의 아들을 만나 인터뷰 하고, 김옥희의 1962, 1964년의 엣세이, 그녀의 생애와 이상의 부인 및 지인, 무엇보다 외롭고 쓸쓸했던 이상의 생애를 함께 되짚어본다. 궁극적으로 아직도 남아있을지도 모르는 이상의 미발표 원고의 가능성을 생각한다. 그 모든 천재와 문학, 그리고 멀지만 아직은 닿을듯한 시대와 아픔의 흔적을 집요하게 찾아간다. 그런 '의도'는 보였다. 저자 자신이 이상 문학 속 주인공이 되어 하나씩 풀려고 한다. 다만, 그 추적의 결과가 다른 문학 평론과 (학술 발표들과 자신의 책을 별개로 다뤄주길 바라는 저자의 의도가 서문에 분명하게 표시되어있다) 인물 평전 보다 짜임새가 헐겁고 신변잡기에 치워쳐져 있어서 이상의 이름이 민망하다. 그는 기존의 이상 관련 자료나 논문을 충분히 공부하지 않고 열쩡으로 이상 추적을 시작한다. 그가 새롭게 찾아낸 문학적 역사에 과연 의미를 부여해야할까, 주저하게 된다. 무엇보다, 책의 시작이 설날 다음날 아무런 예고나 약속없이 음식점을 하는 (하지만 영업을 하지 않는 연휴에) 집에 찾아가 다짜고자 '이상이라는 시인의 조카분 되십니까'로 시작하니 독자인 나에게도 매우 무례하게 보인다. 이런 무례, 혹은 낭만, 아니라면 그냥 또하나의 이상 관련 팬북. 새로움은 글쎄. 김연수의 소설을 골라 마음을 추스리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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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18-03-20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꾿빠이, 이상 아직 못읽었다는...

유부만두 2018-03-20 07:31   좋아요 0 | URL
추천해요. 오마주 소설이라지만 전 이상을 넘어선 소설이라고 생각했어요.
저에게 이상은 (문학도, 그의 사생활도) 그리 매력적이 아니라서요.

라로 2018-03-21 14:14   좋아요 0 | URL
여기 <꾿빠이, 이상> 읽지 않은 일인 추가요~~.

psyche 2018-03-22 00:30   좋아요 0 | URL
언제던가 한국가면서 유부만두한테 책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그때 꾿빠이,이상 추천해줬었는데 사려고 했더니 품절이었어. 지금 보니 다시 나왔나봐. 다음번에 꼭 사와야지

유부만두 2018-03-22 06:38   좋아요 0 | URL
네 작년인가, 다시 개정판이 나왔어요. 한동안 절판이었구요.
여름에 오시나요? 그런데 한국은 다시 겨울이 되었어요.
이러다 봄 건너뛰고 여름으로 갈지도 몰라요. 언니가 온다면 여름도 기다려지구요. ^^
 

Wrinkle in Time 책이 분명히 우리 집에, 두 권이나 있는데! 어디쯤이 어떻게 접혔는지도 눈에 생생한데! 안 보인다. 다 뒤졌는데 안보임. 다행히 번역본 책은 있네. 생각난 김에 책 스무 권을 포장해서 중고서점 팔기 신청했다. 사서 안 읽고 묵혔더니 균일가 매입 1000원인 책이 많아서 빼놓은 것도 있다. 시간이 웬수. 내 노안이 죄.

 

 

오프라 윈프리가 영화판 Winkle in Time에 나왔다. '어느거야 아줌마' Mrs. Which 역할. 영화는 평점이 나쁘지만 궁금하다. 아직 이야기를 만나지 않은 막내와 (책도 잃어버리고 책 내용도 가물가물한 내가) 함께 읽어봐야겠다. 내가 좋아하는 위더스푼도 나온다니 영화는 꼭 보고말겠엉.

 

https://youtu.be/UhZ56rcWwR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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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8-03-18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별로에요~~~.비추

유부만두 2018-03-18 16:28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평점이 안좋더라구요 ...

psyche 2018-03-19 00:57   좋아요 0 | URL
아 영화는 별로군요. 어떻게 영화화했을지 궁금했는데...

희망찬샘 2018-03-18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간의 주름, 읽다말다 읽다말다... 분명 재밌는 책일텐데, 때를 못 마춘 거 같아요. 비쁜데 읽기 시작했다던가...

유부만두 2018-03-18 23:03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저도 그래서 아주 재미있었던 기억보다는 ‘읽었는데..‘ 여러 모험과 sf 상식들이 뒤섞인 느낌만 남아있어요. 막내와 함께 호킹 박사를 생각하면서 읽으면 어떨까 싶었어요.;;;;

psyche 2018-03-19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wrinkle in time 좋아했는데...이게 좀 오래된데다가 어린이용이라 약간 어정뜬 면이 있지만 내가 워낙 sf 를 좋아해서 그런지 재미있었어. 엔양은 좋아해서 시리즈 다 읽었는데 엠군은 어땠는지 기억이 안나네. when you reach me 란 책이 이 책이랑 연결되. 주인공이 이 책을 들고다니는데 이 책에서 나오는 원리? 아 뭐라고 하지? 한국말도 생각이 안나네 암튼 그게 적용되거든. 둘 다 재미있었어

유부만두 2018-03-19 07:42   좋아요 0 | URL
sf에 대한 애정이 기본이군요. ^^ 그래서 제가 이 책에 대한 기억이 흐릿한가봐요.

참 얼마전 로그원 영화 보면서 재미 없다고 했다가 남편에게 한소리 들었어요;;;; sf 어렵습니다...
 

아, 나의 왕자님, 보고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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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18-03-18 0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왕자파스!옆에 파일롯 잉크까지

유부만두 2018-03-18 09:04   좋아요 0 | URL
추억이 퐁퐁 샘솟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