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다큐멘터리를 검색하다가 얼핏 본 제목 '바클리 마라톤'은 실제 시행되는 대회라고 한다. 올 3월에도 열렸지만 완주자가 나오지 않은 악명 높은 마라톤. 에베레스트 등반 두 번에 해당한다고 일컬어지는 등산+달리기 트래킹. 영화를 보기도 전에 질려버림.



이 대회에 대한 기사가 '러너스 월드'에 실렸는데 하아, 읽으면서 이게 바로 호러 소설이 아닐까, 스티븐 킹 초기 소설이 생각났다. (스티븐 킹이 열아홉 시절에 썼다죠. 그러고 보니 황석영도 열아홉에 '입석 부근'이라는 산 타는 이야기를 썼고요) '롱 워크'에선 뛰지 않고 걷는데 시속 6.5km 이하로 떨어지면 경고를 받고 (아니 이건 거의 뛰는 거임) 경고 3번이면 총살 당하는 대회 (나는 예전에 죽었소). 잘 수도 용변 보러 쉴 수도 없다. 그런데 '현실의' 바클리 마라톤은 평지가 아닌 산에서 벼랑에서 비탈에서 벌어지고 gps도 못써서 참가자들이 길을 잃기 일쑤에 1코스 12시간 제한 총 5코스 60시간을 맞추지 못하며 환각증세를 보이기도 한다니. 아 이건 뭐야. 인간의 끝은 어디인가. 코스를 제대로 돌았다는 증명은 각 포스에 (13곳) 놓인 책에서 자신의 참가 번호 해당 쪽수를 찢어오는 것. 완주해도 상금은 없다.

'러너스 월드'는 의외로 재밌고 멋진 기사가 많았지만 오류도 있다. 파운드는 약 0.45킬로 그램으로 계산해야 한다. 그러니 120파운드는 48킬로그램이 아니라 54킬로그램이다.
마라톤을 인생에 비유하는데, 내가 왜 이렇게 달리기, 마라톤에 꽂혔나 했더니, 내 나이 만 50을 목전에 두고보니 헛, 하고 놀라 불안한 탓이다. 아직 늦둥이 키울 일이 한참 남아서 운동을 시작했는데 여지껏 이런 몸뚱이로 게으르게 막 먹고 막 산 벌을 받는 기분의 매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제대로 놀지도 즐기지도 못했는데? 아직 이뤄놓은 것도 없고. 결론은 건강하게 좀 더 살고 싶습니다만? 이왕이면 재미있게요? 그리하야, 그동안 생각만 하고 미뤄두었던 운동과 함께 일본어 공부도 시작했고 (이것도 속도는 너무나 슬로우 슬로우) 천성에 맞지않게 부지런을 떨며 애쓰고 있다. 쉬이 지치고 짜증 나는 여름, 누워 죽어있는 매미를 보며 나 자신을 다잡는다. (BGM 지금 이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