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일의 독서.
오전에 투표하고 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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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0-04-15 14: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굿잡이요~~

유부만두 2020-04-16 07:25   좋아요 1 | URL
정말 오랫만에 외출이었어요.

단발머리 2020-04-15 15: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아~~ 저희집에도 삼국지 매니아 있는데 이 책에 눈이 가네요@@
투표하느라 수고많으셨어요!

유부만두 2020-04-16 07:26   좋아요 0 | URL
저 두 권은 4컷 만화로 삼국지를 재해석(????) 하고 내용 요약도 있어요.
단점은 글씨가 작고요...
덕분에 봄 바람 좀 쐬고 금방 집에 들어왔습니다.
 

시간이 앗아가 버리는 반짝이는 그대와 모든 것들...


작가 배삼식,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로 시작하는 이야기, 옛스런 이야기 한 번 읽어보자, 싶었어요. (민음사 유툽이 나를 홀렸음) 여성들의 하루 나들이 이야기라고 하니까요. 


화전은, 화전민의 화전이 아니라 찹쌀 잘 빻아서 물에 적당히 개어 위에 진달래를 얹어서 곱게 지져내는 화전이더라고요. 손이 많이 가는 화전은 젯상이나 차롓상 보다는 나들이 때 많이 만드나 본데, 먹어본 적도 만들어 본 적도 없어요. 꽃을 먹는 건 박완서 작가님 시절 까지나 하지 않았나? .... 가만, 나도 어릴 적 사루비아의 꿀물을 빨아먹어 본 적이 있어요. 그게 분꽃이었나, 까만콩 같은 것도 맺히는 꽃이었는데. 


예상을 다 빗나가서 배삼식 작가는 현재 활동하는 작가이고 이 이야기는 1950년 4월, 육이오 나기 두달 전 경북의 어느 시골 마을의 있는 집 이야기에요. 독립운동 열심히 한 가장은 소식이 끊겼고 큰 아들은 (사연 있게) 실성해서 죽어 청상 며느리만 남았고, 둘째는 (역시 사연을 안고) 감옥에 둘째 며느리는 산달이 가깝고, 첫 사위는 사상 운동 하느라 월북했고 둘째 사위는 잘나가는 사업가인데 (사연 넘치게) 여기 저기 쓴 술 먹어가며 접대하기 바쁜 집안입니다. 늦둥이 셋째 딸은 서울서 대학 다니는 봉아. 시집간 지 일주일 만에 청승되 친정으로 돌아와 식구들을 챙기는 고모, 집안 살림은 독골할매가 맡아서 해주고 그 수양딸로 홍다리댁이라고 (사연 많은) 여자가 나와요. 이 모든 '사연' 혹은 스토리가 사투리, 것도 억씨게 씬 갱상도 사투리로 적혀있어서 눈으로 읽어선 전혀 의미가 와 닿질 않아서 소리 내서 읽었더니 경북이 아니고 강원도도 아이고 저어 이북같다고.


집안 남자들이 다 자리를 비운 상태, 여자 여덟이서 각기 조금씩 사연들 (일제 강점기, 간도 독립운동기, 광복 그리고 혼란과 불안)을 풀어 놓으면서 밤이 깊도록 화전놀이 준비를 하고 또 다녀옵니다. 그런데 재미있고 (열심히 소리내 읽으면서 '해독'하는 재미) 가족들, 여자 인생 이야기에 맘이 따땃...해지면 뭐합니까. 두달 후 난리가 나는데. 어쩐지 읽으면서도 계속 불안 하드라고요. 그래, 낭중에 하지....라는 말 다 소용 없어요. 왜 나중이래? 지금. 카르페 디엠! 지금 열심히 사랑하고 말하고 챙기고, 또 화전도 지져 먹고 해야하는 걸. 


시작 부터 처연하게 셰익스피어의 노래로 시작하고 연극의 마무리도 그렇게 됩니다. 아주 새로울 건 없어요. 서로 살갑게 챙긴다 해도 엄연히 어른과 아이, 주인과 종, 부자와 가난뱅이가 구별이 되는 이야기에요. 기대만큼 '여자들만의 이야기'라고 하기에도 조금 아쉽습니다. 


가슴에 사연을 끌어안은 일곱 여자 앞에서 셰익스피어의 노래를 입으로 나불거리고 커피와 촥릿을 허세 부리고, 청보리죽 추억하며 어리광 피우는 봉아, 혼자서 반짝였던 봉아, 철부지 아가, 자기만 다르고 영원할 줄 알았지. 그 봉아가 의미도 모르면서 불렀던 노래가 연극 내내 천천히 여물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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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과 채팅을 조선 시대로 가져가 역사를 더 친근하고 재미있게 만들었던 무적핑크 작가가 이번엔 만화가와의 협업으로 (새로운 그림!) 삼국지를 불러왔다. 


삼국지..... 게임 말고, 정사 보다는 삼국지연의, 나에겐 황석영과 이문열, 그리고 고우영의 삼국지였던 그 삼국지. 아줌마라고 삼국지를 모르겠냐고. 중딩 아들 녀석은 날 자꾸 가르치려고 들어. 엄만 관우랑 조자룡 조아한다니까, 짜식이. 


웹툰 형식의 삼국지톡은 아주 새로웠....과하게 새로웠다. 고딩 장비와 조용하게 강한 관우, 그리고 찌질하지만 착한 유비 캐릭터가 유행어와 비속어를 남발하며 결국 쌈박질을, 아니 일단 직장을 잡고 밥벌이 하러 길떠나는 이야기. 1권은 십상시와 황건적의 난을 다룬다. 갈 길이 멀고도 길게 남아있다. (다행이야. 이것도 한 스무 권 나오나요) 아직 젊은 삼총사, 기대보다 관우 분량이 적어서 아쉽지만 (제일 꽃미남임. 시그니쳐 턱 수염이 좀 거슬릴 뿐) 무거운 난세의 이야기를 이렇게 가볍게도 푸는구나 재미있게 읽었다. (삼총사의 단톡방 이름이 '피치보이즈';;;;) 하지만 황건적이야기가 (연재는 2018년) 자꾸 코로나 시대, 지금에도 겹쳐지더라. 어려운 시대, 백성들은 밥과 평안을 좇아서 아무 끈이나 잡고 위정자들은 땅따먹기나 하는 건가 싶고 (수요일 선거!!!!). 젊은 치기의 아이들은 한끝 차이로 건달이거나 영웅이고. 00갓, 00님 등의 닉과 인터넷 용어들이 섬뜩하게 읽히기도 하고. 랜선 위의 동맹과 의리가 얼마나 추악할 수 있는지 알겠고. (하, 이것도 내 나이 탓이고나.) 


일리아드를 읽었기에 가볍게 시작했는데 역시 삼국지가 더 길고 등장인물 더 많다. 다시 한 번, 내가 유비는 좋아한 적이 없다는 걸 알았고, 자룡이 언제 나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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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20-04-13 20: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부만두님^^ 저도 관우님을 애정합니다♡ 도원결의가 피치보이즈가 되네요ㅎㅎ 채팅형식의 역사웹툰에 대한 기사 읽었었는데 삼국지까지 나오는군요. 초4, 중2 남자 조카아이들 사주면 좋아할까요?^^

유부만두 2020-04-13 21:07   좋아요 1 | URL
흠... 좋아는 할거에요. 그런데 막 권하고 싶지는 않아요. 인터넷 용어가 쎄게 나오고요. 책에서도 12세 이상가 라고 나오고요. 재미는 있는데 어쩐지...하고 꺼려지기는 하네요. (제가 늙어서 일까요)

저희 애는 삼성출판사 2권짜리 삼국지랑 10권 짜리 삼국지 만화를 먼저 본 다음에 이걸 봤는데 초반 이야기라 그런지 좀 시시하다(?)고 ... 참 애니북스에서 나온 두 권짜리 삼국지 (이건 고사성어/일화 중심)도 괜찮아요. 그런데 어쩔 수 없이 성인이 이해할 농담이 짜투리 처럼 끼어 있고요;;;;

네이버 웹툰에 올라있으니 한 번 보시고 판단하세요. (그러다 밤 새실지도 모름)

moonnight 2020-04-13 21:18   좋아요 1 | URL
앗 그렇군요@_@;;; 사려깊은 답글 감사드립니다^^ 저도 뭔가 좀꺼림칙해서요. 확인해보려다 밤샐 위험이 있군요ㅎㅎ 말씀해주신 책들도 한 번 둘러봐야겠어요. 다시 감사합니다^^
 

이현석의 <다른 세계에서도>의 문장은 초지일관 공손하게 '당신'만을 바라본다. 지극히 공손해서 진짜 같지 않다. 

 

너무 짧지 않은 이야기고 호흡도 급하지 않게 병원, 여성, 전문직, 갈등이 천천히 드러나는 편이다. 그래도 공손하고 예의 바른 문장이 이야기 속에서 영 아귀가 맞질 않는다. 작가 이름을 다시 살폈다. 어쩐지. 

 

왜 하필, 작가는 여성 화자에 '임신중지'라는 여성의 주제를 택했을까. 작가의 설명을 읽었지만... 흠... 소설 중간 중간에 들어간 설명 만큼이나 길고도 공허하다. 화자 지수의 행동은 힘이 없고 희진 언니도 뭔가 다 하지 않은 이야기가 남았을 것만 같다. 해수의 밝고 낭낭한 사투리 대사는 생활감 대신 전형적 가면으로 보인다. 그들의 전문직 '의사'는 이름 뿐, 설정으로 쓰인 응급실 말고는 대부분 이야기는 골목에, 거리에, 광장을 벗어나, 스터디 카페에, 업무 시간 외에, 전화로, 밥을 차리면서, 병원에서도 휴게실에, 아니 이 소설 안 말고 '다른 세계에' 있다. 취재와 조사, 그리고 여러 인터뷰와 논리로 조립해 놓은 '소설' 속에. 인권이나 법률 설명이 나오면 여성 목소리는 사라지고 자꾸 들먹이는 '당신'만 도드라지게 '서늘한 느낌'을 더한다. 그리고. 희진 언니는 한 모금 빨았던 담배를 지수에게 건넨다. 어쩐지.

 

여성 화자에 거의 모든 등장 인물들이 여성이다. 그런데 아무도 여성 같지가 않다. 주된 소재는 낙태죄의 위헌 판결인데 결말이 "다행이야...." 가 아니고 찜찜하다. 평론가의 해설은 "오래된 논란을 되풀이 하는 것 처럼 보여도 아니다!'"라고 착하게 변명해준다. 임신중지건 선택이건 그 결정은 여성, 여성의 몸을 가진 '나'가 해야한다. 그런데 왜 소설의 '여성' 목소리는 끝까지 경어로 '당신'만 부르고 애정과 행복 타령만 하며 감싸고 있는가.

아들인갑네. 


 

2020년에도 여성 흡연은 혐오와 공포, 그래서 임신중지와 연결되는 이미지인가, 생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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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12 1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4-12 13: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4-12 13: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초딩 2020-04-12 15: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수전 선택이네요~ :-)

유부만두 2020-04-13 07:43   좋아요 0 | URL
강렬하지요? ^^
 

금요일 새벽에 공개된 영국 National Theatre 의 제인 에어 공연 영상 (2015). 한국에서도 개봉 되었지만 못 봤기에 손 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단순한 무대 장치는 놀이터 정글짐을 닮았는데 이 무대로 제인 에어의 삼촌 네, 로우드 학교, 로체스터 저택, 샌존네 집 등을 모두 담아냈다. 열 명이 채 안되는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음악도 연주하면서 여러 배역을 소화해 낸다. 턱수염 풍성한 배우가 제인 에어 아빠 였다가, 로우드 여학생 이었다가, 역마차 승객이었다가, 로체스터 나으리로 나와서 (조금 웃었다) HD 클로즈 업 영상의 폐해를 깨달았다. 세 시간 공연 시간은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연극의 첫 대사와 마지막 대사가 의미 심장하다. It's a GIRL! 



왼쪽 두번째 사진 속 누워 있는 배우는 개 Pilot를 연기 중이다. 혼신의 힘을 다해 짖으며 뛰어 다니는데 그는 로우드 학교 교장 역할도 했다. 바뀌는 역할 마다 전혀 다른 발성과 몸짓으로 인물을, 동물을 전달한다. 


책을 3년 전에 읽었고 연극을 봤으니 영화를 빼놓지 말자. 주인공의 젊음은 더 강조되는 만큼 로체스터의 (적어도) 마흔 넘은 얼굴과 능글맞은 접근이 (여기서도 대사는 은근 시적인, 혹은 연극적인 느낌) 싫었다. 마흔 넘은 남자가 열 다섯 이상 나이 차이 나는 어린 여자에게 바라는 건 "다시 인생을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다. 자신이 젊을 적 '실수'한 것은 (잘못이 아니래, 실수래) 아버지 탓이었고 이제 자신이 선택하고 새롭게 순수하게 시작하고 싶다고. 배우 소ㅈ섭 말고 로체스터 이야기. 부인을 가둬두고도 로맨티스트를 자처하는 놈 역할은 배우 패스밴더, 전 여친을 폭행한 남자가 맡았고. (한숨) 제인 에어 역의 미야 와시코브스카가 낯 익어서 검색하니 보바리 부인 영화도 찍었구나. 어쩐지 19세기 유럽 여인의 인상일까. 





같은 배우 때문에 영화를 혼동했던 적이 예전에도 있다. 오프라 윈프리와 대니 글러버 출연의 두 영화가 그렇다. 둘 다 흑인 여성의 고난사를 다루는 데 인종차별 더하기 흑인 '가족' 남자의 폭력이다. 첩첩산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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