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속의 등장인물들이 어떤 책을 읽는지 살펴본다. 왜 그 책이 이런 저런 상황에서 읽혔는지 생각해본다. 더 가까워 지는, 혹은 더 미워지는 인물들. 

릴라는 베케트의 희곡을 레누보다, 니노보다도 앞서 읽는다. 

 영어판에는 Another Happy Day로 단수로 표기되어있지만 인물 묘사가 복수형 해피 데이스가 맞는 듯하다. 


아이를 데리고 공원에서 산책하다가 옛 초등학교 선생님을 만난 릴라, 읽고 있던 책은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다. 세속적이고 지겨운 인생에 대한 이 책이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자 선생님은 어려운 책은 나쁘다고 잘라 말하고, 릴라는 선생님에게 자신의 '평범한 일상'을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레누는 고등학교에서 세계의 폭을 넓힌다. 정치와 역사를 더 배우면서 고향을 벗어나려 애쓴다. 

레누가 열심히 읽는 책은 Federico CHabod와 루소다. 

릴라가 계속 공부했더라면 어땠을까, 레누는 생각한다. 퀴리 부인이나 Grazia Deledda 같은 소설가가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넬라에게 말한다. 아니면  Nilde Iotti 처럼 정치인이 되었으리라고. 넬라는 웃으면서 릴라가 ugly beauty를 가졌다고 말한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발머리 2020-06-24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지금도 첨 페란테 읽으면서 저 장면.... 릴라가 아이 돌보면서 공원에서 <율리시스> 읽던 장면의 충격이 잊히지를 않아요. 그런 생각을 했어요. <율리시스>가... 내가 모르는 또 다른 <율리시스>가 있나?!? 그랬습니다.
읽기는 읽어야하겠어요, 율리시스... 끄응....

유부만두 2020-06-19 21:46   좋아요 0 | URL
아, 저는 기권이에요.
단발머리님의 율리시스 리뷰를 읽는 걸로 대신할게요.
그런데 제가 책은 샀답니다?? ㅎㅎㅎㅎ 예전에 도서정가제 실시 전에 오십프로 할인일 때 두꺼운 책들 엄청 샀어요. 아, 그 책 다 읽을 순 있을까요?

단발머리 2020-06-19 21:52   좋아요 0 | URL
그 때가 진짜 찬스 중의 찬스였는데... 전 그 때 많이 못 샀네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랑 <길가메쉬 서사시> 읽고 나서 읽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0-06-19 22:09   좋아요 0 | URL
아아아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저 그걸 큰 애 군복무 기간에 읽겠노라고 큰 소리 쳐놓고 아즉도 이러고 있습니다.
길가메쉬는 어린이판도 있으니까, 어찌어찌 해낼 순 있을거고요.

프루스트..하아...프루스트...
일단 전 1권에서 (2/3 읽었어요.) 스완씨가 그 문제 많은 여자를 사랑(일까요, 과연)하는 거 까지 읽었어요. 저도 언젠간 읽으려고 해요. 그런데 이젠 시간제한을 두지 않으려고요. ㅎㅎㅎㅎ 오래 살아야 해요. 다 읽으려면!
 

비슷한 표지의 책탑들.


책탑하면 링컨 책탑. 

https://www.fords.org/blog/post/a-34ft-tribute-the-lincoln-book-tower/


10미터가 넘는 높이로 링컨에 대한 책을 쌓아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리앤과 코넬은 책을 많이 읽는다. 고등학생 마리앤은 쉬는 시간에 프루스트를 읽는다. 그래서 더더욱 외톨이다. 코넬은 '공산당 선언'을 읽어보라고 권하는데 이미 읽었지만 마리앤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마리앤의 독서 목록에 도리스 레싱의 책이 있다.



























영문과로 진학하는 코넬은 도서관에서 '엠마'를 읽는다. 등장인물의 결혼에 신경을 쓰는 건 지적으로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해도, 엠마가 결혼 문제로 고민하는 장면에서 살짝 흥분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코넬의 수업 중 발표는 아서왕의 죽음이다. 


코넬과 마리앤은 편안하게 연인인듯 아닌듯 함께 영화를 보는데, 의미 심장하게도, 아니 클래식하게 쉘부르의 우산. 
















유럽 여행을 하다 마리앤을 만나는 코넬, 그녀에게 줄 시집을 챙겼고 자신의 백팩엔 낡은 제임스 설터 책이 있다. 

 
















따지고 들자면, 마리앤은 정말 싫은 캐릭터였다. 작가가 되는 코넬이 차라리 조금 더 나은 인물, 아니 조금 덜 갑갑이인 것 같지만 둘다 싫었다. 그런데 책은 재미있게, 젊은 감성으로 하지만 싼티 덜 맡으며 읽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난정은 마음 붙일 곳이 필요했다. 아픈 아이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비명을 지르고 싶어져서, 그러나 비명을 지를 수 있는 성격은 아니어서 머리를 통째로 다른 세계에 담가야만 했다. 끝없이 읽는 것은 난정이 찾은 자기보호법이었다. 
우윤이 낫고 나서도 읽는 일을 멈출 수 없었다. 우윤의 병이 재발할까봐, 혹은 다른 나쁜 일들이 딸을 덮칠까봐 긴장을 놓지 못했다. 언제나 뭔가를 쥐어뜯고, 따지고, 몰아붙이고, 먼저 공격하고 싶었다. 대신 책을 읽는 걸 택했다. 소파에 길게 누워 닥치는 대로 읽어가며, 아이를 먹이고 입히고 키웠다. 죽을 뻔했다 살아난 아이의 머리카락 아래부터 발갉 사이까지 매일 샅샅이 검사하고 싶은 걸 참기 위해 아이가 아닌 책에 시선을 고정했다. 낙관을 위해, 현재에 집중하기 위해,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기 위해 책만한 게 없었다. (23)


쓰는 게 뭐 대단한 것 같지? 그건 웬만큼 뻔뻔한 인간이면 다 할 수 있어. 뻔뻔한 것들이 세상에 잔뜩 내놓은 허섭쓰레기들 사이에서 길을 찾고 진짜 읽을 만한 걸 찾아내는 게 더 어려운 거야. (166)


온 가족이 모여 있을 때 입을 벌리고 있으면 공기 중에 가득한 단어들이 시리얼처럼 씹힐 것 같았다. 말들을 소화해 내려면 버거웠고, 긴 가족 여행은 확실히 지쳤다. 물속에 내내 잠겨 있는 쪽이 나았다.말을 하고 싶지 않은 것에서 더 나아가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았다.  (169)


어른들은 기대보다 현저히 모르고, 알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22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강하고 재능있고 따뜻, 아니 뜨겁고 복잡한 사람 심시선 여사와 남편들, 딸들에 아들, 그리고 손녀들 더하기 손자 이야기다. 매 챕터 시작에 심 여사의 글과 인터뷰 일부가 인용되는데 그 글들의 전체가 계속 궁금해진다. 특히 <어쩌다보니 마지막으로 남은 사람, 2002>의 재출간(?)을 기대한다. 


심 여사의 자녀들, 읽으면서 조금씩 알게 되는 그들의 '특이점' 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모래사장의 예쁜 조약돌이나 조개껍질 처럼 놓여 있어서 반갑게 주워 담으면서 읽었다. 이런 인생, 이런 역사, 이런 사랑과 사람들이 한 가족에 모여 있을 리 ... 없겠지. 어쩜 블랙쉽이 하나도 없어. 가족이 이렇게 (아무리 비용이 해결된다고 해도) 여유있는 일정으로 하와이 여행을 '추모'의 목적으로 과거를 까발리거나 원망하는 쌈박질 없이 해낸다니, 그것도 제삿상엔 각자 창의성에 기댄 선물을 올린다니. 너무나 예쁘고, 너무나 가짜 같잖아.  


그래도, 이런 소설이 있어야한다. 씩씩하고 착한 사람들의 이야기. 읽으면서 계속 '이게 진짜일리가 없어'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믿고 싶었다. 따뜻한 정세랑 작가의 글이 내 맘의 더러운 기름을 닦아줄 것만 같아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