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 몇 프로인지 쓰면 내가 많이 이상해 보일까봐 조심스럽다. 동화, 만화, 엽기 스릴러, 삼국지, 호메로스 등 이것 저것 다 읽는 내가 실은 많이 이상한 독자이긴 하지만, 뭐, 그래도 남한테 해는 끼치지 않고 조용히 살고 있습니다. 


만화에서 건질 짤들이 많아서 캡쳐를 했다. 책 말미의 대반전 장면은 피했다. 스포일러는 금지. 힌트라면 독서 중독자들이 절대로 전혀 네버 가능하지 않을 이야기의 마무리 혹은 새출발을 한다. 재미가 없진 않았는데 기대만큼 아주 재밌지도 않았고, 그래도 공감, 고개 끄덕임, ... 그리고 작은 위로를 책 구매 목록과 함께 얻었다. 


나는 유부만두, 책은 닥치는 대로, 재미를 찾으며 읽습니다.



미국 여행가서 스벅에 들렀을 때 이름을 묻기에 난 '리즈'라고 했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지만 나 혼자 흐뭇했었.... 또, 표지의 극한점은 문학사상사 아닐까 싶고. 난 책을 사기도 하고 도서관도 이용하는데 책엔 3M의 작은 플래그를 붙였다 떼거나 사진을 찍는 편이지 접지도 밑줄을 치지도 메모는 더더군다나 하지 않는다. 그냥 깨끗하게 본다. 따로 리뷰나 밑줄을 남겨두지 않으면 그래서 잘 잊는다. 반복. 역서의 목차 순서 및 조합을 싹 바꾼 최근 책은 <예술하는 습관>이다. 몇몇 인물은 빼기도 했다. 그리고 내게 독서란 주로 소설, 이야기 읽기다. 다른 역사책이나 인문 서적 혹은 이런 만화책을 읽을 땐 잠시 곁길로 새는 기분이 든다. 그림컷을 찍지는 않았지만 역자의 소개글이 오글거리게 길면 신뢰도 혹은 책 읽을 마음이 뚝 떨어진다. 그리고 인생과 스포츠, 야구, 그것도 엘지의 야구를 생각하면, 진짜...


적다보니 공감을 많이 했지만 그래도 내가 중독자 까지는 아닙니다요. 완독에 욕심을 부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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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20-07-19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엔 3M의 작은 플래그를 붙였다 떼거나 사진을 찍는 편이지 접지도 밑줄을 치지도 메모는 더더군다나 하지 않는다. 그냥 깨끗하게 본다. 따로 리뷰나 밑줄을 남겨두지 않으면 그래서 잘 잊는다.‘ 이 부분 나랑 똑같아! ㅎㅎ

유부만두 2020-07-19 16:14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 특히 ‘잘 잊는다‘에서 언니와 하이파이브 하겠습니다.
 


떡집 이야기 세 권을 다 읽었는데도 아쉽고 아깝다. 이야기와 떡이 조금만 더 있었으면. 입과 마음이 함께 궁금해서 쑥버무리나 콩떡, 절편 하나 두 개쯤 더 먹고 싶다. 한 입 거리 떡으로 마음의 짐이나 고민, 내 안의 '싫은 나'를 고칠 수 있는 마법의 떡이라면 더더욱. 


월요일부터 마음과 기분이 바닥을 치고 내내 힘들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고 아이들에게 이 엉망진창 세상을 '바르게 살아라' 말하는 것도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그저 더럽고 악한 것들은 피해라 정도가 최선이었다. 다 버리고 부숴버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이 나이에, 이제야 세상의 민낯을 마주한 기분이었다. 내가 너무 순진했던게지, 난 온실에서 살았구나, 반백년 동안. 아 징그러. (3권에서 늦둥이 둔 늙은 엄마 이야기에서 눈물 흘렸고요) 


어쩌면 온실과 꽃밭의 연속일까, 동화 읽기는? 그래도 내 눈을 계속 닦아주는 건 동화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용기, 집중력, 그리고 실수라면 되새기고 반성하는 것, 피하거나 거짓말 하지 않는 것이라고, 이런 가치들을 말해주는 다정하고 단단한 이야기들을 읽는다. 만만해보이지만 쫀쫀한 밀도.


계속 읽어야겠다. 나를 버티게 해주는 김리리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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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한여름 밤의 꿈'을 보고 너무 좋아서 셰익스피어 전집을 결재했다가 아침에 취소했다. 비극전집 두 권 사둔 것, 프루스트, 삼국지 등등의 거대하고 뜨거운 결심들이 나를 말렸다. 하지만 자꾸 올 여름엔 셰익스피어를 (다시) 읽고 싶다. 줄거리만 혹은 요약 발췌만 알던 작품들을 좋은 번역과 공연으로 만나니 생생하게 살아나는 이야기가 ... 


재미있습니다. 이렇게 좋은 걸 왜 예전엔 몰랐을까.


arte에서 시리즈로 나오는 클래식 클라우드 중 첫 권인 셰익스피어는 사진도 풍부하고 참고도서 목록도 좋다. 작가와 작품의 배경을 중심으로 여행하듯 따라가면서 흠뻑 그 분위기에 빠질 수 있다. 그러라고 만든 책 같다. 


그런데 저자의 감동이 과하게 앞서가서 독자인 나는 움츠리고 주위를 둘러보게 되었다. 지금, 여기에서 셰익스피어를 읽고 사랑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가뜩이나 속 뒤집어지는 법과 제도와 모든 것들이 있는데. 


아니, 그럴수록! 그럴수록 책과 이야기가 나를 붙들고 챙겨줄 수 있다. 나라도 흔들리지 말고 원칙과 사랑을 믿어봐야겠어! 그래야겠어! 


아, 그래도 저자의 감성은 과하게 넘쳐서 부담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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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과 책에 대한 따뜻한 책을 읽고 싶어서 골랐는데 ...


1959년 영국의 어촌 마을에서 중년의 여성이 낡은 창고 건물을 은행 융자로 구입해 혼자 서점을 연다. 젊은 시절 일한 경험도 있지만 서점을 열면서 큰 욕심이나 거창한 계획은 없었다. 그녀 프로렌스가 책을 즐겨 읽거나 문학에 조예가 깊지는 않다. 서점은 그저 책이라는 상품을 파는 장소, 그녀가 혼자 살아갈 장소가 된다. 눅눅한 바다 바람이 부는 곳, 전쟁 후 시간은 흘렀지만 을씨년스럽고 여기저기 장소와 사람이 조용하게 버려져 있는 소도시. 하지만 그곳에도 소위 전통, 역사, 아집, 혹은 지방 유지가 있고 알력과 텃세가 있다. 


플로렌스가 차분하게 서점을 열고 사람들의 도움을 받고 귀부인과 적이 되고 열살 소녀 크리스틴을 알바로 만나고, 지방 유지와의 우정이나 런던 독신남을 대하는 장면들은 평범한 책, 서점 소설 같이 전개된다. 책과 문학을 아끼는 사람들의 시골 서점 성공담. 


책 검색을 하다보니 몇년 전 영화로도 나왔다. 


벗뜨, 자상한 서점 주인의 문학사랑과 경제독립 이야기가 아니다. 


이 책은 동네 서점이, 타지인이, 돈 없는 싱글 중년 여성이 서점을 열고 흥하나 싶다가 접는 이야기다. 하지만 아주 단순하거나 마냥 어둡지만은 않다. 웃픈...아니 씁쓸한 유머를 계속 깔고 있다. 서점 알바 크리스틴의 반전 (어쩌면 매력) 그리고 지방 유지와의 우정의 갑작스러운 변화, 무엇보다도 서점을 잠깐 흥하게 하는 책, 롤리타의 등장. 나보코프의 롤리타를 서점 주인은 읽지 않고 그저 '좋은 책'인지 '팔릴 책'인지를 고민한다. 어촌 마을에서도 불티나게 팔리는 롤리타가 어떤 독서 감상을 불러오는지 이 책에는 실려있지 않다. 그것이 또 하나 이 책의 씁쓸한 유머인지도 모른다. 팔린다고? 이해한다고? 그래서요? 


마음 따뜻해지는 동네 서점 성공담 같은건 1959년 영국에도 없다. 게다가 21세기 역병의 시기에 동네 서점은 더한 위기에 처해있다. 다큐멘터리 The Booksellers 예고 영상도 봤는데 암담한 서점과 독서의 미래를 이야기한다해도 나는 어쩔 수 없이 가슴이 뛴다. 서점, 책, 소설, 종이..... (난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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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07-09 17: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동네서점은 정말 로망인것 같아요. 서점에 대한 책은 계속 나오는 것 같구요.
저 롤리타를 읽지 않아서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는데... 항상 좀 복잡합니다, 마음이... 롤리타에 대해서는요.

유부만두 2020-07-09 20:23   좋아요 0 | URL
롤리타는 소설 자체 보다도 문학사에서 더 큰 이슈인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전 읽으면서 꽤 실망했고요.
문장이 아름답거나 인물이 매력적이지 않았거든요.
영어본 소설이랑 우리말 번역본 (민음/문동) 을 읽었는데 ..... 유명한 소설도 정작 독자가 읽어야 각자의, 독자마다의 진짜를 만난다는 진실을 깨달았어요.

소설의 해설은 독자 마다 다르겠지만 전 글쎄요, 굳이 .... 찾아서 읽기까지 할 만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레베카 같은 재밌는 소설도 있는데요. 저 곧 읽겠습니다!
참, 나보코프의 문학강의 책은 강추에요. (전 읽는중) 그리고 이 소설에서 롤리타는 어떤 상징이에요. 논란의 롤리타를 그렇게 많이 사는 사람들의 동네에서 작은 서점이란 ... 저자 페넬로페 피츠제랄드의 문장은 날카롭게 찌르죠.
 

"이 문제가 해결되면 어떻게 되죠?"

"조금 더 어려운 문제를 파악할 수 있지."

그 정도는 나도 상상할 수 있다. 어떤 문제는 똑같을 것이다. 최종 목적지가 있고 거기에 낙원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117)


좋은 경험이 되었다는 말로 사람은 뭐든지 긍정해버리는데, 인간은 경험하기 위해서 태어났을까? 지금 내가 하는 일은 단지 경험하면 되는 걸까?

경험을 쌓는 것으로 인간은 차츰 훌륭한 존재가 된다. 하지만 죽으면 그것으로 끝이다. 출발점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 (173)


이 왕도가 의미하는 것은, 걷기 쉬운 지름길이 아니라 용자가 걸어야 할 깨끗하고 옳은 정도를 말한다. 학문에는 왕도밖에 없다. 생각할수록 인간의 아름다운 삶의 방식을 나타내는 말이다. 아름답다는 것은 그런 자세를 표현하는 말이다. (238-9)


산을 넘을 때마다 만족하지만 냉정히 관찰하면 열심히 산을 만드는 자신이 보인다. 어릴 때 공원 모래밭에서 놀았던, 그것과 같다. 터널을 파고 싶어서 산을 먼저 만든다. 하지만 그 산을 자신이 만들었다는 의식은 없다. 산이 있네, 어쩌지? 터널을 팔 수 있을까, 내가 할 수 있을까? 마치 신이 자신에게 준 시련 처럼 먼저 산을 만드는 것이다.

도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부 자신이 만든 산이 아닐까, 연구자는 매일 무엇을 생각할까? 어려운 것,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에 도전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그런 것은 연구의 후반, 즉 산을 내려올 때 하는 일이다. 

연구자가 가장 머리를 써서 생각하는 것은 자신에게 어울리는 문제다. 자신만이 풀 수 있는, 멋진 문제를 늘 찾고 있다. 불가사의한 것은 없을까, 해결해야 할 문제는 없을까, 하는 연구주제를 정하기 까지가 가장 어려운 작업으로, 산에 비유하자면 여기까지가 오르막이 된다. 결국 산을 오르면서 산을 만드는 것이다. 미끄럼틀의 계단을 뛰어 오르듯이 그 후에 기다리는 상쾌함을 위해서 일단 높이 오르고 싶다, 길고 빠르게 미끄러지고 싶다, 그런 꿈을 안고 점점 산을 높이 만들어 그곳에 오른다. (3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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