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 년 외교관 경력을 뒤로하고 지금은 다른 일을 하는 저자는 현 일본의 차분하고 안정된 분위기가 부럽다고 2017년 한 책소개 방송에서 말했다. 하지만 이 책은 17-19세기 중반의 다이내믹한 에도 시대의 경제적 변화와 개혁이야말로 일본이 근대 역사의 “우등생”이 된 배경임을 보여준다.
에도 막부 260년 정치적 평화 시기(.. 다른 일본사 책 보니까 아니네.. 하긴 어느 나라가 260년 동안 내란 등의 갈등이 없겠나)의 일본 경제 사회 문화사를 풍부한 사진 그림과 함께 재미있게 만날 수 있다. 미야베 미유키 에도 시리즈를 떠올리면서 조닌과 상인, 화폐와 참근교대제 부분을 읽었다. 바로 이 시기가 메이지 유신을 위한 오랜 빌드업이었던 것이다. 이토록 중요한 부분을 제목이 말하는 것처럼 학교에서 잘 배울 수 없었던 건 세계사 수업의 동양사 17세기 이후는 기말고사 전에 급하게 정리하기 때문이리라. 일부러 무시하거나 외면한 게 아니라.
맺음말에서 역사 의식과 ‘억울’에 관련된 국민(성) 차이, 제국주의 열강의 외교 체결 ‘사정’, 일본의 역사교육에 대한 저자의 너그러운 의견 등은 정리되지 않은 저자의 갑갑한 마음의 반영으로 보인다. 일본은 남탓 안하고 자신을 바꾸어서 해냈다, 로 읽혀서 과연?하는 기분이 들었다. 아니면 나의 오독인가. 게다가 저자의 이력 만큼이나 색다른 일본식 한자어 표현이 많아 읽으면서 여러번 고개를 갸웃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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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헤테로 백남의 뜨겁고 긴 (하지만 애석하게도 새드 엔딩인) 브로맨스 이야기. 터프 으리남 탐정 말로가 그의 찐사랑, 영국 출신 우아 매력남(기혼) 레녹스와 다른 세 명의 죽음과 그 진실을 파헤친다. 과연 레녹스는 누구였던가? 아아, 그는 갔지만 키다리 말로는 그를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네버 세이 굿바이! 처절하게 고뇌하는 말로. 이 마흔 후반의 뜨거운 나성 탐정의 품을 향해 800만불 자산의 미녀, 초인기 베셀 작가 부부(둘다)는 달려든다. (거의) 모든 중년 남자들의 변치않는 꿈과 망상을 담은 일천구백오십삼년작 판타지 로맨스, 하루키 상의 영원한 롤모델을 직접 만나보세욥. 손에는 김릿 한 잔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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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3-04-14 20: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모르긴 해도 작품보다 유부만두 님 페이퍼가 더 재미날 듯합니다. ^^
마지막에 한 마디 보태셨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합니다. ˝개봉박두!˝ ㅋㅋㅋ

유부만두 2023-04-14 23:58   좋아요 1 | URL
ㅎㅎ 이미 1973년에 영화 나왔어요. 엘리엇 굴드(바바라 스트라이젠드 전남편)이 약간 까불대는 말로를 연기했지요. 심지어 이 말로는 고양이도 키우고 옆집엔 요가하는 히피 여인들이 사는 설정이 추가됐어요. 깡패 부하3 쯤으로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대사 없이 덩치로 어색하게 나오고요. 결말을 꽤 많이 바꿨는데 그건 그대로 재밌더군요. 하지만 소설의 애틋한 브로맨스는 덜 두드러지지만요. 뭣보다 소설은 하루키의 원본을 만난 기분이고요. 어느 나른한 여름날 저녁에 술한잔 하시면서 읽으시면 멋진 판타지를 경험하실듯 합니다.
 

1983년, 소도시의 현숙이 신입생으로 몇달간 겪은 대학 내 혼란과 불신, 긴장, 우정, 그리고 진실과 거짓의 조각들이 아쉽지만 투박하게 묶여있다. 역사의 흐름과 사건을 중심에 놓느라 인물들의 관계나 고민이 급하게 단정되는 느낌이다. 그때 중학생이었던 내게도 간접 경험으로 익숙한 이야기라 (엉뚱하고 미안하게) 반가운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책말미의 2016년 겨울과 그 이듬해 봄 이야기를 2023년 봄 지금 읽자니 씁쓸하고 힘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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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3-04-14 08: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만화였군요? ^^ 소설인 줄 알았는데… 83년의 대학은 그럴만 하네요.. :)

유부만두 2023-04-15 18:11   좋아요 0 | URL
네, 그림은 고형주 작가입니다. ^^
83년의 인물들이 책 말미 2016년에 재회하는데 맘이 짠하고 또 답답하고 그랬어요.

페넬로페 2023-04-15 00: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추억 샘솟네요, 뿜뿜!

유부만두 2023-04-15 18:12   좋아요 1 | URL
저도 그랬어요. 뿜뿜!
 

초등학교 도서관의 '부적절한' 도서에 대한 학부모 의견에 학교 이사회는 해당 도서 (처음엔 시리즈 제외 10권)의 대출 및 교내 이용을 금지한다. 이 결정은 정식 회의와 검토라는 절차마저 무시하고 '학생들의 올바른 정서 함양과 성장을 위해서' 급하게 이루어졌다. 그 금서 목록 중 하나는 바로 <클로디아의 비밀>이다. 어린이가 가출을 하고, 거짓말을 하고, 남의 물건을 훔치기 까지 하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그렇게 보자면 세상의 모든 어린이 책은 나쁜 행동의 씨앗을 품고 있는 셈이다. 바로 이 점이 이 책의 뽀인트이기도 하고. 


<클로디아의 비밀>을 너무나 좋아해서 여러번 대출해서 읽는 초등 4학년 에이미 앤은 학교의 이런 도서 금지 결정에 반발한다. 하지만 워낙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아이라 처음엔 조심스럽게, 그리고 차츰 용감하게 자신만의 그리고 친구들과 힘을 합쳐 학교 결정에 맞선다. 그 과정 중에 오해와 갈등 그리고 납득이 가능한 타협을 이룬다. 어린이 책의 판타지 같이 과한 일탈과 어른/어린이 적대감만 그려대다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해피엔딩이 아니라서 마음에 들었다. (따지고 보면 가출해서 박물관에서 숨어 지내는 클로디아의 이야기야말로 위험천만하다) 사실 주인공 에이미 앤은 집에서 자신의 공간을 찾으려 애쓰는 중이라 클로디아 이야기에 더 몰입하고 있었다. 


어린이책을 읽으면서 보통은 엄마 입장에서 이야기를 따라가는데, 이번 책은 나도 모르게 어린이 주인공과 그 친구들에게 (어쩌면 과하게) 감정이입을 하고 말았다. 그런 '위험한 책'을 읽고 성장한 어른들이 허술하긴해도 얼마나 다정한지 보여주는 이야기라 좋았다. 조금 용기를 내서 나도 이 책에서 소개된 위험한 책들을 좀 읽으려고 한다. (그중 다수가 번역되었는데 이 책 안의 제목이 번역서의 제목과 다른 경우가 많다. 정확한 출판사/역자 이름과 함께 따로 목록을 만들어 주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선 미국 플로리다 주에서 금서로 지정되었다"가 바로 어제 그 결정이 번복되었다"(하지만 아직 수십 권의 책은 금서 목록에 올라있다)는 우리나라 80년대 민주항쟁 이야기부터. 김현숙 작가의 이 책은 폭력과 선정성 (특히 공권력인 경찰을 때리는 장면, 고문 취조하는 장면, 한컷 지나가는 에로 영화 장면 등)의 묘사 때문에 청소년 대상 금서 목록에 올랐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금서 지정에 목소리를 높인 주지사는 책을 읽지 않고 리뷰만을 근거로 결정한 것 같다고.


Florida Ben & Jerry's digs DeSantis with 'Free Scoop and Banned Book Day' | Fox Business 


위 링크의 뉴스를 읽으면 '위험한 도서관'의 에이미 앤과 그 친구들을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사진에 보이는 '위험한 책'들이 얼마나 익숙한 표지들인지 놀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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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3-04-13 22: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클로디아의 비밀 ㅎㅎ 전 그렇게 재미있진 않았는데 아이는 좋아했었어요 :) 우리나라 80년대 민주항쟁 이야기는 뭘지 궁금하네요.

단발머리 2023-04-13 22:10   좋아요 2 | URL
클로디아의 비밀 아시는 분 ㅋㅋㅋㅋㅋ 전 오늘 처음 만났어요.

잠자냥 2023-04-13 22:43   좋아요 2 | URL
단발 님 저도 있어요. 전 좋아하는 책이라는 ㅋㅋㅋㅋㅋ (지금 보니 제가 클로디아의 비밀 첫번째 마니아네요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04-13 22:46   좋아요 3 | URL
마니아 1위시라고요? 아, 유부만두님 & 잠자냥님 픽이라니… 오늘밤에 신세계 열리는 건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3-04-14 06:40   좋아요 2 | URL
클로디아의 비밀, 저도 아이 때문에 알게 되서 읽었어요. 전반부 보다는 후반에 클로디아가 박물관의 문제를 해결하는 부분이 재미있었어요.

단발님/ 어린이 책의 클래식 오브 클래식입니다. 추천. ^^

건수하 2023-04-14 08:34   좋아요 1 | URL
언젠가 박물관에 이 책 들고 가고 싶어요 ^^

단발머리 2023-04-13 22: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지금 바로 찾아봤더니 <비밀 독서 동아리> 근처 도서관에 있는데 대출중이네요. 일단 예약을 걸어두었습니다.
위험한 책들 읽기 프로젝트, 너무 멋있어요!!

유부만두 2023-04-14 06:42   좋아요 1 | URL
어제 읽었어요. 작화나 이야기 전개가 좀 투박하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네요. 단발님 읽으신 담에 어땠는지 알려주세요.

잠자냥 2023-04-13 22: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클로디아의 비밀 저 엄청 좋아해요! ㅋㅋㅋㅋ 우리 집에 있습니다! 조카에게도 안 주는 내 책 ㅋㅋㅋㅋ

건수하 2023-04-13 22:49   좋아요 2 | URL
오 잠자냥님 좋아하시는군요! 저도 어릴 때 봤으면 더 좋아했을 것 같아요 ㅋㅋ 저는 그… 목욕하는 장면이 좀 싫었어요 ㅋㅋㅋ

유부만두 2023-04-14 06:44   좋아요 2 | URL
잠자냥님의 리뷰 읽은 기억나요. 책이 위험해서가 아니라 너무 좋아해서 조카에게 안 주는 책! ㅎㅎㅎ

수하님/ 저도 그 목욕 장면 싫었어요. 아무리 옛날 배경인 이야기지만 애들이 그렇게 지내는게 ...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 시리즈. 이제 기묘한 이야기를 듣는 청자는 오치카의 사촌 동생 도미지로다. 세 가지 이야기가 실린 이번 책을 읽으면서 자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떠올랐다. 화재를 막는 북과 수호신 이야기에는 일본 특유의 정서가 보였다. 당고 노점상의 비참한 어머니와 네 남매 이야기는 어떤가. 더해서 아랑의 전설과 비슷한 이야기도 있다. 간절한 염원은 현실을 바꿀 수 있지만 진실을 덮거나 뒤집는 건 말 몇 마디이다. 


어둡고 비밀스러운 이야기, 마음 속에 무겁게 담아두었던 여러 이야기를 심리 상담사 처럼 들어주면 그 청자에게 '업'이 쌓인다는 악몽 혹은 경고로 이번 책은 마무리된다. 듣고 '버린다'는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그러니 함부로 타인의 경험과 고뇌를 가볍게 여기지 말아라. 이 책도 마찬가지니 쉽게 훌렁 읽고 박한 별점을 주지 말아라, 일까?


표지의 긴 목의 귀신은 분하고 원통한 혼령이다. 귀신은 눈에 흰자가 많고 검은자는 작게 금처럼 나있다고 한다. 더불어 냉기를 뿜으며 천장에 매달려 긴 머리카락 사이로 당신을 내려다 볼 것이다. (안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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