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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tory of a New Name: A Novel (Neapolitan Novels, 2) (Paperback) 나폴리 4부작 (영문판) 2
Elena Ferrante / Penguin Group USA / 2013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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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지금은 그냥 잘래요.
아무말도 안할래요.
꿈에서 다시 읽고 싶어요.
블루 페리, 레누의 첫 책, 그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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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8-02-03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닥 토닥~~ 행복한 꿈꾸세요~~^^

유부만두 2018-02-04 09:32   좋아요 0 | URL
네~ 굿나잇 하고 굿모닝입니다! ^^

psyche 2018-02-04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보다 예비수가 눈에 들어오네. 오랜만이야 예비수 ㅎㅎ

유부만두 2018-02-04 09:32   좋아요 0 | URL
요즘 여기서 많이 보여요.

라로 2018-02-04 0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비수 어떤 맛이에요?? 처음 봄.

유부만두 2018-02-04 09:32   좋아요 0 | URL
쓴맛이 더 많이 느껴져요.
 

따뜻한 말 한 마디, 다정하게 불러주는 이름이 그리운 아홉살 아이.

보, 라고 혹은 보쎄, 라고 불러주는 건 단 한명의 친구 벤카와 그애의 아빠, 그리고 과일 가게 룬딘 아줌마가 고작이었다. 친부모 대신 양부모집에서 구박 받으며 기죽어서 사는 아이는 학교에서도 동네서도 천덕구러기다. 그러는 아이가 일년 전 실종된다.

 

아니, 그랬다고, 본인 보쎄가 말했다. 낭기열라로 떠난 소년들 생각이 났지만 이건 다른 이야기. 그 실종의 상황과 그 이후 이야기가 이 책의 줄거리다. 건달이라고 막말을 들었던 친아버지가 실은 머나먼 나라의 임금님이었어! 내 진짜 이름은 미오! 내가 들고있던 황금사과가 내가 적통 왕자라는 증거가 된대! 칼과 샌들을 들고 아버지를 찾아가는 테세우스 같지!

 

하지만 미오는 어린이. 아름다운 걸 보면 '아, 내 친구 벤카에게 보여주면 뭐라고 할까' 라며 계속 옛생각을 한다. 아름다운 나라에도 그림자는 있는 법. 나쁜 기사 카토가 아이들을 망아지를 납치하고 계속 위협한다. 그를 해치우러 가야하는 건, 미오 왕자님이란다. 이미 몇 천년 전 부터 정해진 거라서 '넌 몰랐니?' 라며 다들 미오가 액션을 취해주길 바라본다. 미오는 그래도 어린이라네. 슬픈 노래를 들으면 마음이 아파지고, 흰말을 빼앗기고는 '기사는 울지않아' 라고 하지만 곧 엉엉 우는 자신을 고백한다. 계속 겁나고, 무섭고, 자신의 작고 외로운 상태를 알지만 용기를 낸다. 미오 (보쎄) 옆에는 벤카를 닮은 새친구 윰윰이 있으니까. 별과 나무, 땅을 위해서 피리를 불고, 다정하게 다른이와 음식을 나누고, 슬픈 이야기를 들어주고, 두려움에 떨지만 주문 같은 단 한마디 '미오, 나의 미오' 이름을 불러주면 씩씩해지는 어린이. 이 재미있고 아름다운 (해피 엔딩) 모험담이 그래도 참 쓸쓸한건 왜일까. (제발 뒷표지에 스포 좀 쓰지마세요! 출판사님들아!)

 

따져보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아빠, 손을 잡아주고 키 표시를 해주고 웃어주는 아빠 임금님은 미오 없이는 그 큰일을 해내지 못했지. 미오가 다 한거야. 그래도 미오에겐 아빠가 필요하고, 친구가 필요하고, 엄마도 필요하지 않겠니? 엄마 이야기를 더 들려줘봐, 미오.

 

 

.....

 

정의의 칼을 쓰는 미오 처럼, 나도 어젠 칼 좀 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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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8-02-03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지하게 읽고 내려오다 빵 터졌잖아요!! 유부만두 나의 유부만두 님! ㅎㅎㅎㅎ

유부만두 2018-02-04 09:32   좋아요 0 | URL
하하하 저는 칼잡이였습니다만

프레이야 2018-02-03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아까는 없던 사진이. 저건 아보카도에요?? 김밥이라면 완성된 사진 기대합니다요. 미오 미오는 아이들과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고 글을 쓰던 시절에 좋아하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작품 중에서도 아주 좋아헸던 거에요. 아련한 추억이. 토요일 좋은하루 보내시길.

유부만두 2018-02-04 09:34   좋아요 1 | URL
처음엔 글만 올리고 정리하면서 사진 합쳤는데 (넉 장 함께 붙이기 하느라) 시간이 걸렸어요. ;;;

이책 좋네요. 모험담을 펼치는 아이의 절실한 현실이 더 찡하고요.
오늘 일요일, 다시 추워서 어디 못나갈 것 같아요. 프레이야님 께도 따뜻한 일요일 되길 바랍니다.

잠자냥 2018-02-03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아침부터 아보카도 먹고 싶어집니다;;; @_@

유부만두 2018-02-04 09:34   좋아요 0 | URL
아보카도 고소하고 부드럽고 맛있습니다.
자꾸만 먹고 싶어집니다..... (다 먹었....)

단발머리 2018-02-03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 놀라운 칼솜씨, 아보카도~~~
오늘 아보카도 김밥인가요 아님 아보카도 샌드위치인가요~~

from 완성사진을 기다리는 단발머리

유부만두 2018-02-04 09:35   좋아요 0 | URL
작게 썰어서 1/4 크기 김에 각자 손김밥 말아 먹었어요.
완성사진은 없네요. 만들어 먹기 바빠서요.

psyche 2018-02-04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어제는 없었던 사진이. 각자 싸먹는 캘리포니아롤이었을까? 갑자기 나도 먹고싶다 아보카도.

유부만두 2018-02-04 09:36   좋아요 0 | URL
손김밥 (손마끼) 만들어 먹었어요. 썰기만 다 해놓으면 밥에 김에 각자 먹으니까 쉬워요.

북극곰 2018-02-06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오에서 깁밥 칼잡이로 이어지는 부분이 압권이네용~!! ㅎㅎㅎ

유부만두 2018-02-07 09:04   좋아요 0 | URL
ㅎㅎㅎ 김밥 칼잡이 하니까 유해진의 영화 ‘럭키‘ 생각이 나요.
킬러도 김밥집에서 칼을 현란하게 쓰죠! ㅎㅎ
 

단편집을 나눠서 읽고 천천히 느낌을 곱씹는다.

 

제일 뒤에 실려있던 '뼈도둑'과 '파씨의 입문'은 춥다. 꽁꽁 얼어서 깨질 것만 같다. 그런데 멈추지 않는다. 여기에서 어쩌면 '계속' 뭔가가 일어나는걸까. 장을 사랑하고 사랑받던 조는 장의 죽음 후, 그의 장례 후, 장의 가족에게서 내쳐진다. 숨어들듯 시골의 어느 농가에 세를 얻는 조. 배수구 없는 수돗가는 조의 심정이고 불에 타서 뼈만 남은 장 처럼 추위와 눈에 갇혀 굶어서 뼈만 남은 조는 장의 유골함을 향한 모험길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극한의 기온과 폭설은 디스토피아 소설 같은데, 조의 마음과 시골집의 상황이 밖으로 뻗어나가 온 세상을 삼켜버린 결과다. 같은 性이라고 눈총을 받던 시간들과 달리 극과 극으로 떨어져 헤매는 조. 만나세요, 가서 꼭 장을 만나세요.

 

'파씨의 입문'은 언뜻 '옹기전'의 아이가 생각도 나고, 어쩌면 '야행'의 그인지도 모르겠지만 가난과 추위에 덤덤하게 체온을 뺏기고 무심하게 배를 곯으며 하루 하루를 산다. 아빠가 저 위에 챙겨놓은 짐과 엄마가 입안에 넣고 자는 밥 한 숫갈은 뭔가. 이들은 이미 관 속에 누워있다가 커다란 전기 관, 냉장고를 이고 지고 웃으며 나르는건가. 앞 뒤가 맞지 않잖아, 이런건, 왜 이러고 사는 아니 헤매고 있는데? 그런데 읽히다니. 읽으면서 단어 하나하나, 인물 하나 하나가 죄다 내 머리와 몸에 들어와 박히는 기분이라니. 이렇게 축축하고 차가워서 닿으면 아픈데 속에선 뜨끈하다니. 황정은의 소설을 죄다 찾아서 읽어버리겠다. 소리내서 읽어서 다 먹어버리겠다. 그런데 파씨, 는 뭔지 모르겠다. 모르는 거라고, 그냥 파씨는 파씨라고 작가가 말했는데도 종일 파 생각이 났다. 그래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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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8-02-02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이래서 전 만두님의 일상 사진이 곁든 글들을 사랑합니다^^
기온은 좀 많이 올라갔나요?
따뜻하단 이곳도 수치는 영하3도라고 찍혀 있어요.
어제 한낮엔 이제 봄이 오는건가?착각될 정도로 햇살은 따뜻하더라구요.밤 되니까 다시 겨울답게 추워졌지만요ㅜ
저 파뿌리로 차를 달여 마시면 어떤 맛일까?문득 생각되어 집니다.
파뿌리 차의 입문일지도??^^

유부만두 2018-02-03 10:11   좋아요 0 | URL
파뿌리는 멸치 국물용으로 정리한거에요. ^^
보통 파뿌리 부분은 잘라 버렸는데 이번 건 깨끗한 편이라 넣어보려고요.

어제 낮까진 괜찮았는데 밤부턴 춥더라고요. 주말 내내 춥다는데.... 어서 봄이 왔으면 좋겠어요.

목나무 2018-02-02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찌찌뽕. . 2월부터 황정은 단편들 다시 읽으려구요. 저도~~~
파씨 대신 세신한 파뿌리라. . ㅎㅎ
저걸로 뭘 하시려나요. 언니님은. . . 궁금궁금. . @.@

유부만두 2018-02-03 10:12   좋아요 0 | URL
멸치국물! 멸치 똥이라 머리 따서 넣고 파뿌리랑 흰부분 넣고 건새우도 조금 넣고 다시마랑 끓이지롱. 국수도 삶아먹고 된장찌개에도 쓰고 계란찜에도 넣는다우.

라로 2018-02-02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림도 잘하시는 유부만두 님!!!👍
제가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고 자동 타입 옵션을 켜놨는데 제가 유부만두 님께 댓글을 많이 달았나봐요!! ㅎㅎㅎㅎ “유” 라는 글짜만 치면 자동으로 유부만두 가 나와서 그냥 입력합니다. ㅎㅎㅎㅎ
파뿌리가 기침에 좋았던가요?

유부만두 2018-02-03 10:12   좋아요 0 | URL
하하하 이 포스팅과 댓글을 남편에게 보여줬더니
저보고 ‘사기 잘 친다‘ 며 ....ㅎㅎㅎㅎ

뭐 저도 ‘라‘ 라면 라로님, 나옵니다.

psyche 2018-02-02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를 보니 우리집 냉장고에서 썩고 있을 파가 생각나네... 비닐장갑끼고라도 파김치를 담궈야할까.ㅜㅜ

유부만두 2018-02-03 10:13   좋아요 0 | URL
언니....실은요, 제가 인터넷 장보기를 하는데 클릭을 잘못해서
대파를 석 단을 주문한 거에요. 보이시죠? 양이 많잔아요.......

파김치는 칼국수랑 먹으면 좋은데...(쓰읍)
 

아들의 취향은 힙합과 걸그룹인데 훈련소를 향하면서는 걸그룹 노래들만 계속 듣고 싶어했다. 두어 곡 빼고는 내 귀에는 낯선 귀엽게 반복되는 리듬. 예전에 우리 부모님께서 '요즘 가수들은 다 비슷비슷하고 고만고만한 노래를 부른다' 하셔서 섭섭했는데, 어쩜 내가 그렇게 되었다. 어제 저녁에 발표되는 레드 벨벳과 수지의 신곡을 듣지 못하는 게 영 아쉬운지 여러번 내게 '대신 챙겨달라'고 당부했다. 그래, 그럴게. 나도 이번 기회에 귀를 열어 볼게. 아들은 내게 매일 두 곡의 걸그룹 노래를 들으라고 했다. 오케이.

 

레누와 동네 공식커플인 안토니오는 니노를 향한 레누의 눈빛에 불안하다. 정신이 온전치 못한 (아, 그 원인이 그 시인넘 아니겠니) 어머니와 동생들만 남겨두고 입대를 해야하는 상황. 자신의 처지를 아무리 관청에 호소해 봐도 변동은 없고, 애가 탄 레누는 친구 릴라의 도움으로 솔라라 망나니 부잣집 형제들에게 도움을 청한다. 유전무죄, 아니 유전무병이라니까. 안토니오는 자존심에 더할 수 없는 상처를 받고 만다. '레누, 넌 나를 고작 그렇게 여겼구나.' 안토니오는 레누와 헤어지고 군대에 간다.

 

상처 받은 레누는 계속 릴라와의 긴장되고, 또 풀어지고, 다시 팽팽해지는 관계를 유지한다. 읽는 동안 나는 레누 편에도 서서 릴라가 야속하다가 릴라가 측은하기도 할라치면 미친X, 하고 내뱉기를 반복했다. 열여섯 살, 고작 고등학생 나이에 가난한 집안 사정으로 진학도 못하고 결혼해 버린 릴라. 가장 친한 레누를 통해서 못이룬 꿈을 바라보는데, 그 아이 속은 얼마나 뒤틀리고 아플까. 남편이라고는... 하아... 이제 열여섯. 레누와 니노 이야기도 달콤하지만, 일단 군에 간 안토니오가 건강하길 바란다. 고생한다고, 힘들어 한다고 편지를 썼다는데 레누는 그 이야기도 전해들을 뿐.

 

매일 걸그룹 노래를 두 곡씩 듣는 것 말고 21개월 동안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해봤다.

그렇다. 그 책을 읽을 시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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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30 16: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1-30 18: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8-01-30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힙합과 걸그룹을 좋아하는 아드님이 건강하게 (나름) 즐겁게 군생활 잘 마치기를 바래봅니다.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읽으시다가 주요 인물들 욕하는 시간에 저 좀 꼭~~ 불러주시구요^^

유부만두 2018-01-30 18:01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전 여름 여행으로 릴라네 따라서 레누가 섬에 와있는 장면이에요. 니노는 속을 모르겠네요. 릴라 레누 둘다 정이 가다 말다 하는데... 왠지 짠하고 미친애들 같고 ... 이야기는 정신없이 재밌어요.

유부만두 2018-01-31 18:10   좋아요 0 | URL
니노 새키....하아..... 부전자전인건가요?!!

상처를 릴라에게 드러내지 않는 레누도 답답하지만 릴라도 짠하고 그래요.

단발머리님의 2권 리뷰는 애써 피하고 있어요.

단발머리 2018-01-31 19:25   좋아요 0 | URL
니노 새끼 정말 나쁜 새끼입니다. 곧 3권 리뷰 나갑니다.
그것도 피해주세요~~~~~*^^*

목나무 2018-01-30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 저 2권만 보면 출판사를 향한 욕이 불쑥!!!!!!!
매일 2곡의 아이돌 노래듣기. . . 아드님의 엄마를 향한 사랑이?! 느껴집니다. ㅋㅋ

유부만두 2018-01-30 19:17   좋아요 0 | URL
하아...나도 3권부턴 새표지 페이퍼백으로 읽으려니 김이 샌다고요....

유부만두 2018-01-30 19:18   좋아요 0 | URL
수지 노래 좋던데? ^^

2018-01-31 06: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1-31 09: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황정은 단편집을 이어서 읽었다. 옹기전묘씨생. 말하는 옹기와 고양이를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생각했다. 그 안에 담긴 다른 목소리, 어쩌면 작가의 목소리를 상상했다.

6, 7년 전에 발표된 단편들이라 요즘 읽은 황정은 작가의 사람들 이야기, 그래도 계속해 보는 이야기와는 다르다. 더 어둡고 무겁고 끈적거린다. 그런데 무슨 말인지 다 알아먹겠다. 설명이 많은 소설이다. 날씨가 돕는건지, 아니, 그건 아니지. 어젠 너무 추워서 집안에 있다가 잠깐만 나갔다 왔는데도 아주 지쳐서 책을 읽을 마음도 들지 않았다. 읽던 페란테 소설 속 나폴리의 아름다운 바다, 더운 여름밤의 모기 등은 다 거짓말만 같아서 짜증났다.

재개발지역에서 옹기를 주워와서 꾸중듣는 청소년. 그는 점점 어쩐지 사람 얼굴이 되어가는 옹기를 들고 길을 나선다. 서쪽에 여섯개가 더 있다는 주문, 혹은 저주를 듣고 모험을 떠나는 동화 속 주인공이 된다. 모험 아이템인 나침반도 구했고, 주머니엔 약간의 돈이 있다. 이 아이가 만약 곡씨를 만난다면? 자기 몸은 고양이처럼 깔끔하게 간수하지만 기분 나쁜 냄새와 흔적을 흘리는 곡씨 아저씨를. 아저씨는 그 상자 방을 나와서 이젠 아홉번째 생을 살아내는 중이다. 여섯 개의 옹이를 끌어안고서.

이렇게 추운데 은희경 작가의 ‘눈송이’ 속에 그 소녀는, 얼음이 생기는 타일벽 방, 난방이 전혀 되지 않는 그 하숙방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걱정된다. 얼어버린 내 세탁기와 아파트 화단의 얼룩이도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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