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희를 오랫동안 읽지않았다고, 게으른 자신과 시대 상황 등을 핑계로 들어도 역시나 그에겐 여성 작가를 무시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런 그 조차도 인정을 하게 만드는 ‘빤히 쳐다보는 눈길’의 오정희 작가.
늙고 병든 아버지를 떠안고 사는 여자. 저녁상을 준비하고 차려내고 아버지와 마주 앉아 온갖 잔소리에 맞장구 치며 화투를 치고, 윗집젊은 엄마의 걸음소리와 집밖 공터 휘파람 소리에 반응하는 여자. 매일 매일 저녁이 이랬겠지, 조금씩 더 사그라들면서. 징글징글한 아버지의 행동거지 (코나 귀를 후비고 손가락으로 튕겨내고 이래저래 운수 타령, 뭘 다 해바쳐야 하는 늙고 냄새나는 존재) 그리고 뜨악하게 만드는 여자의 행동. 뚝 끊어지고 꺾여버리는 내 안의 예상과 잣대.
달디단 단팥빵은 반만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