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phet Song (Paperback, Export Edition) - 2023 부커상 수상작
Paul Lynch / Oneworld Publications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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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위기 상황에 임시법과 규율이 생활을 제한하고 있는 가상의 아일랜드. 네 아이의 아버지 래리는 교사 노조 간부다. 그는 집까지 찾아온 ‘안기부‘?직원에 불안함을 느끼지만 해야할 일은 하기로 하고 전체 시위에 참여한다. 그리고 연락두절.

남편의 소식을 백방으로 찾는 아일리시는 막 출산육아 휴직에서 복귀해서 직장에서도 힘든 상황. 더해서 고2 큰 아이는 엇나가는 느낌이고 중딩 딸과 아들도 사춘기에 접어들었다. 친정 아버지는 치매로 기억이 오락가락 한데 멀리 캐나다로 이민간 여동생은 아일랜드의 불안한 정치를 걱정하며 출국을 권한다. 하지만 남편의 부재는 길어가고 아일리시는 집을 나라를 떠날 엄두가 나지 않는다. 큰아이와 막둥이의 여권은 거절당한다. 게다가 이제 고작 고2인 큰아이가 징병대상이라는 고지를 받는다.

어어어? 하는 사이에 믿었던 정의나 원칙은 하나 둘씩 사라지고 오직 ‘국가를 위해서‘와 ‘임시 상황‘이라는 슬로건 아래 일상은 무너진다. 아무도 믿을 수 없고 오늘과 내일이 불안하다.

이렇게 무서운 소설을 이렇게 아름답고 힘찬, 그리고 절절한 문장으로 읽는 건 아름다운 5월에 가장 못할 짓이다.소설 끝까지 심장을 죄어오는 긴장과 희망에 이게 소설인지 실제인지 외국이야기가 아니고 현실인지 헷갈리기 시작하는데 악몽을 꾸는 건 주인공 아일리시 혼자가 아니다. 챕터8에서 울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아일리시 이건 당신 탓이 아니에요. 세상이 이런 걸 부모가 다 막아줄 수가 없어요.

너무 무섭고 강렬한 책이다. 마지막 장면이 이럴줄 알았다면 시작도 하지 않았… 하지만 읽은 나는 여기 있지. 여러분도 어서 이 고통을 맛봐바바요. 1984나 시녀 이야기보다 더 현실감 넘치고 더 무서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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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삭 작가의 <한성부 달 밝은 밤에> 스핀오프라 해서 읽었다.

이번엔 감찰 궁녀이던 무산이 주인공. 신병을 핑계로 궁을 나와 무녀촌에 거주한다. 이곳은 전작의 아란과 중인 출신 감찰관 김윤오의 장소이기도하다.

무산은 무녀인 척 굴지만 사람 사이의 관계를 읽으며 약자를 도우려 애쓴다. 무산과 현재 콤비를 이루는 돌멩, 과거 궁안에서 자매애를 나누던 의령과의 이야기가 좋았다. 주위의 인물들 모두 무산을 아낀다. 무산이 마음의 문을 열고 손을 내미는 과정이 정성스레 때론 아프게 그려진다.

하지만 무산이 추적하는 사건이 심각해지는 중반부, 활인원에서부터 흐름이 느려지는 기분이 들었다. 무녀가 테마라 그런가 사건의 추리와 해결 보다는 원한과 슬픔의 위로가 중심이라 전작의 박진감이 느껴지지 않아 조금 아숴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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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쿠사이 그림 표지 때문에 본 영화
웨이브에 있습니다.

https://naver.me/5R8Lhkf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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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또 내일 또 내일
개브리얼 제빈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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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향수와 천재들의 우정,
엇나가는 사랑과 오해,
들이닥치는 사건과 사고.

비바 제인보다 더 넓고 분주하게 ‘플레이되는’ 인생 이야기를 담고 있다. 표지의 파도가 치는 해변에 쓰러져있는 이치고를 생각한다. 저 파도는 내일도 치겠지. 개척자 게임의 에밀리의 선택들을 생각해본다.(비바 제인의 선택지들이 떠오르고)

게임 개발과 컴퓨터 이야기에 더불어 문학적 레퍼런스가 풍부해서 좋았다. 매운맛 인간 관계와 비극적 사건들. 이 모든것을 능숙하게 조종하는 작가 제빈의 다음 이야기가 기대된다.

덧: 마크스-샘 관계는 Stay True를 떠올리게 했다. (조금 울었지) 세이디의 자학적 연애사는 비바 제인과도 연결된다. 섬에 있는 서점의 마야, 비바 제인의 루비의 계보를 잇는 여자 아이 나오미의 출연도 흥미롭다.

"너랑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그치는 방법을 모르겠어. 앞으로 평생 너를 만날 때마다 나하고 같이 게임을 만들자고 조를 거야. 내 머릿속엔 그게 좋은 생각이 맞는다고 주장하는 레일이 깔려 있어."

"그게 정신이상의 정의 아냐? 같은 짓을 계속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것."

"그게 게임 캐릭터의 인생이기도 하지." 샘이 말했다.

"무한한 재시작의 세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이번엔깰 수 있어. 우리의 작업이 죄다 나빴던 것도 아니잖아.
난 우리가 만든 것들이 너무너무 좋아. 우린 엄청난 팀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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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4-05-07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바 제인>까지는 읽었는데...

그 다음에는 또 읽어야 하나 싶은
그런 작가가 되어 버렸네요.

유부만두 2024-05-07 19:16   좋아요 0 | URL
맘이 내키지 않을 때엔 다른 작가 다른 책들을 만나셔야죠! ^^

Jeremy 2024-05-17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도 이 책의 요지?
“What is a game?˝ Marx said.
˝It‘s tomorrow, and tomorrow, and tomorrow.
It‘s the possibility of infinite rebirth, infinite redemption.
The idea that if you keep playing, you could win.
No loss is permanent, because nothing is permanent, ever.”
― Gabrielle Zevin, Tomorrow, and Tomorrow, and Tomorrow

그리고 그들의 사랑에 관하여?
“The way to turn an ex-lover into a friend is
to never stop loving them,
to know that when one phase of a relationship ends
it can transform into something else.
It is to acknowledge that love is both a constant
and a variable at the same time.”
― Gabrielle Zevin, Tomorrow, and Tomorrow, and Tomorrow
 
비바, 제인
개브리얼 제빈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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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카 르윈스키 스캔들이 소재라 선뜻 읽기 싫었다. 어느쪽을 편들더라도 불편한 이야기일테고 끈적거리는 정치인-인턴 성애장면은 상상하기도 싫었다. 중년 남 정치인 으 싫어, 젊은 여 인턴도 ‘순수’하지만은 않고 그 오만방자함도 싫어.

그런데 소설의 흥미로운 구성(여러 여성 화자 중심의 전개와 후반부의 ‘선택‘ 표기하는 형식)과 축소된 남자 캐릭터들의 분량(어차피 기대해 봤자 잖아. 그들에게 마이크를 줄 필요가 굳이?)으로 속도 높여 이야기를 전개하는 자신감이 마음에 들었다. 페미니즘을 대놓고 직접 그리고 딱 맞게 이야기하는 것도 좋았다.

불편한 여러 소재들에 불편한 인물들이 여럿 나온다. 그리고 불편한 문제들을 외면하지도 정당화 하지도 않는다. 그래도 밝고 건설적으로 보이는 건 90년대 레트로풍이라서? 아니면 산뜻한 문장이라서? 루비가 등장하고부턴 심지어 청소년 성장소설로도 보였다. 마지막에 보이는 반전과 열린 결말도 희망차다. (점점 현실에서 멀어지지만)

재미있게 속도내서 읽었다. 원제 Young, Jane Young만큼이나 번역본 제목 “비바 제인”도 의미심장하게 소설을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왜 그 정치인 부인이 아파야만 하는거냐 … 난 좀 불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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