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방송을 듣고 읽기 시작했는데, 첫 챕터의 앞부분만 내가 기대했던 대로였다. 나머지는...많이 달랐다. 속표지의 사진은 그레타 가르보가 은퇴후 찍힌 파파라치 사진인데, 오버사이즈 코트와 구두가 특이하다. 사진가의 말로는 (그역시 어떤 사명감을 가졌다는데...개뿔) 그레타 가르보는 사진 찍히는 걸 의식하고 있었고 어느정도 용인한 것 같았다고 했다. 사진에서 그리고 표지의 작은 구멍과 처연한 무채색에서 외로움이 강하게 스며나온다.
그런데!
이 책은 외로움, 격리감, 그리고 그 해법으로의 소통을 현대 미술사 (의 야사)에서 찾고 있다. 강렬하고 (너무 폭력적이고 쎈) 일화와 그 고통이 빠르게 읽어내기에는 힘겨웠다. 동성애자, 이민자, 언어로는 완벽하게 자신을 표현하지 못하리라 두려워한 사람들, 어린시절 학대받은 기억들, 쌓여가는 울분, 혹은 정신적 비명을 담은 메아리들. 가학적인 그림과 파괴적인 행위들은 소통을 향해 내뻗었고 어느정도 해방과 자유를 가졌다지만 뉴욕시의 젠트리피케이션에 맞물려 다시 소외되고 격리되었다 (고 저자는 보았다). 몇몇 뉴욕과 시카고의 외롭게, 혹은 요란하게 살다 사후에 조명 받은 예술가들. 그들에게서 외로움, 고독, 그리고 어쩌면 정신적 불안까지 위로받고 답을 얻었다는 저자와는 달리, 나는 많이 힘들고 (왜냐? 책 내용이 쎄요. 막 쎅쓰! 총기 발사! 학대! 자살! 마약! 이러거든요) 그 소통의 의미를 제대로 알아 먹기가 힘들었다. 특히 발가벗어 (양말과 구두만 신겨서) 나무에 대롱대롱 매달린 소녀들을 묘사한 그림은 예술가의 학대받은 과거의 표현이라기보다는 그 가학성에 편승해서 학대자의 빠워를 즐기는 것 같이 보였다.
도시, 외로움, 고독, 그리고 기대와 좌절, 그래도 소통....
현대 예술사를 더듬으며 외부인, 타자, 소수인들의 몸부림을 읽었다. 어쩌면 나는 외롭지도 못하는 둔감한 인간인가, 잠깐 고민했다. 아, 그런데, 책은 알차고 멋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