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방학이라 막내랑 함께 해서 좋기는 하지만 급식이 아쉽다. 아점 챙겨 먹이고 귤이랑 불닭볶음면도 챙겨둬야 한다. 매일매일 돈 대신 쌓이는 빨래와 먼지. 돌아서면 일이고 헝클어진 물건들. 전문가의 손길을 빌려야 하나 갈등도 여러번이다가 이 책을 만나서 위안 받았다.

 

살림책들, 미니멀리스트 관련 책들은 신기하게 읽는 순간 '나도 이렇게 깔끔해 질 수 있다'고 최면을 건다. 책은 가격에 비해 너무 얇고 정보도 없는듯 실망스럽지만 책을 받아 들고 (아 얇어) 펼치고 (아 사진도 평범해) 읽고 (전에 그 책이랑 비슷해) 덮지만 (다시 팔까) 내가 잘못한 기분은 들지 않는다. (응 아니야)

 

목차에서 모든 걸 말해주는 책이다. 책 소개글이 전부인 책. 그중 가장 최고인 말은 "우선 간단하게, 마음이 내키면 조금 더 열심히 한다" "스스로를 격려하고 칭찬하는 장치를 만든다"

 

다이어리에 셀프 칭찬 세 문장씩 적고 있다. 그리고 작은 스티커도 붙여주고 있다. (예쁜 분홍색 피치 캐릭터 스티커를 좋아합니다) 설겆이와 청소의 비포/애프터 사진을 찍어보기도 한다. 그리고 가끔 이 책을 다시 펼쳐 본다. 청소는 조금씩 하고 대청소라는 환상은 잊기로 했다. 오늘은 금요일, 화장실 청소하는 날이다. 오늘은. 이 책의 팁 대로 타이머를 정하고 딱 그 시간 안에만 청소하겠다. 우선 간단하게. 어젯밤에 눈이 와서 그릉가, 마음은 안내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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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8-02-23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림 책들 읽으면서 할 수 있다,를 이젠 외치지도 않는 1인입니다.
막내랑 함께 해서 좋다고 하시는 거 완전 멋져요.
저는 며칠 전 혼자 친구 만나러 나가는데 아롱이가,
아들 두고 도망가는거냐, 묻더라구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돈 대신 쌓이는 빨래와 먼지~~~
이 표현, 나중에 저 써도 되나요?
너무너무 현실적이예요^^

유부만두 2018-02-23 11:50   좋아요 0 | URL
할 수 있다... 저도 생각으로만 말하구요;;;; 저희 막내도 혼자 두고 나가는거 싫어해요. 보통땐 다 큰 척 하더니..

조금만 더 버티면 개학입니다. ^^

책읽는나무 2018-02-23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일주일 남았습니다.
화이팅입니다.ㅋㅋ
근데 막내 아드님도 불닭볶음면을 좋아하는군요?
울집 큰 아들도 매운거 땡기는 날엔 맨날 불닭볶음면을 사다 먹더라구요.^^

유부만두 2018-02-24 08:26   좋아요 0 | URL
그래요, 이제 일주일입니다! 컬링의 마지막 두 세트쯤 남긴 기분이에요. 그래도 우리가 후공이니 잘만 계산해서 드로잉 하면 이길 (?) 수 있어요. 침착해야 해요.
그러니까 애들은 아침에 깨우지 않고 아점으로 주면 더블 테이크 아웃을 할 수 있어요. 하지만 금요일이 개학이자 새학년 첫날이니 너무 속도를 내서 애들을 대해서도 너무 천천히 가도 안되겠죠?... 게임을 너무 하려고 들테니까 중간에 막아주는 스톤을 세워야 될거구요. 내 이쁘고 반질반질한 돌덩이....

기운냅시다! ^^ 일요일엔 일찍 일어나야겠네요! 영미!

psyche 2018-02-27 0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청소라는 환상은 버린 지 이미 오래. 내가 얘들아 청소 좀 하자고 하면 아이들이 오늘 손님와요? 라고 물은지 오래되었다는...

유부만두 2018-02-27 08:12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저희집도 학습지 선생님 오시는 날이 제일 깨끗하고요.
 

‘간식을 먹으러 온 호랑이’가 영국 출판 50주년을 맞았단다. 우리글 번역은 2000년에 나왔지만 1968년에 이렇게 따뜻하고 활기차며 쿨한 그림책이 나왔다니!

https://www.theguardian.com/books/2018/feb/13/judith-kerr-94-worries-about-adults-using-gadgets-not-kids

컴버배치, 아니 주디스 커의 모습이 눈에 쏙 ! ^^ 어린시절 베드타임 스토리로 들은 책을 이젠 두 아이들에게 읽어준다는 컴버배치. 그 목소리로 말이죠?!!

요즘엔 스마트폰 보느라 호랑이가 와도 모를거라고 그런데 그건 어른들이 더 걱정이라고 호호 할머니 작가님이 말씀하심. 예전엔 아이들이 책 많이 보면 걱정거리였던 것처럼 세월 따라 바뀐다고 하시니 마음이 조금 놓인다.

이 그림책 이야기가 곧 영화로도 나온다니 패딩턴을 능가할, 어쩌면 ‘파이 이야기’의 리처드 파커를 능가할 호랑이를 만날지도 모르겠다. 따웅, 하고 온세상을 울리는 대신 덩치 큰 호랑이는 ... 모조리 다 먹어치운다. 뻔뻔한 표정은 당당하게 아름답다. 무서워하거나 싫어하는 대신 신기해하며 친근하게 구는 아이의 반응도, 이야기 결말도 신선하다.

(내일치 포스팅 미리 올림. 내일은 민족의 명절, 설날. 하나도 안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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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5 1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2-17 09: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18-02-15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책 이번에 빌려왔어요. 아직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죠~~그나저나 쥬디스 커나 베네딕트 컴버배치라니!! 멋지네요!! 영어는 영국 액센트가 듣기 좋아요. 넘 심하면 못 알아들어서 그렇지~~~ㅋㅎㅎㅎ

유부만두 2018-02-17 09:26   좋아요 0 | URL
이 책 좋아요. 사람들이 선하고 너그럽죠. 옷도 너무 예쁘게 그렸더라구요.
영국 엑센트가 멋지죠. 하우 스플렌디드! 그런데 미국 사람들이 흉내내면 티가 나서 웃김요. ㅋㅋ

라로 2018-02-15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그리고 내일 포스팅 미리 올리기 뭐 이런거 안 쳐줍니다!! 무효에요. 무효~~~!

유부만두 2018-02-17 09:26   좋아요 0 | URL
쳐줘요, 쫌. 저 팔아프게 며느리 임무 하느라 그랬다구요. 엉엉엉.
 

아, 좋다. 이런 책, 이런 만남, 바로 이 책.

책의 아이가 누구인지 어느 순간에 오는지

나와 만나면 어떤 놀이를 할지 알고 있었지.

 

나이가 들어서 나랑은 안 만나줄거라 생각했는데

책의 아이는 지치지도 않고 열심히 얘기를 나눠주고 또 때론 같이 울거나 화내기도 했다.

 

보물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로빈슨 크루소우, 이런 모험담 말고도 우리나라 이야기들도, 만화책들도, 그리고 단편 소설이나 또 설화나 장편 소설들도 (그런데 프루스트는 조금 고민해 본다음에) 책의 아이가 실어오고 책의 집을 짓고 펼친다. 여기, 내 앞에. 

 

여행 중에도 책의 아이를 만났지.

 

그 유명한 츠타야 서점 타이페이 직영점과 '성품서점' Eslite Spectrum. 카페와 휴식공간도 넉넉하고 백화점 같은 구성에 어린이책은 아동복과 장난감 파는 층에. 우리 작가 번역 그림책은 있었지만 '한국 작가 소설책은 없다'고 단호하게 말하는 점원. 서운하네, 그렇게 한국 관광객이 많이 온다는데 한국 작가들이 만드는 이야기는 안궁금한가봐. 국가도서관에는 수험생으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휴게실에서 컵라면 먹으면서도 열심히 공부한다. 어디나 책의 아이를 잠깐, 혹은 길게 잊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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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18-02-12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중에도 서점과 도서관을 찾았군! 역시!

유부만두 2018-02-12 08:34   좋아요 0 | URL
그럼 뭐해요...한자 까막눈 ...ㅎㅎㅎㅎ

단발머리 2018-02-14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유명한 츠바야 서점이 이런 모습이군요. 넘 멋져요.
여행 중에 서점을 찾는 이 아름다운 부지런함이란~~~~ ^^

유부만두 2018-02-15 08:19   좋아요 0 | URL
일본에서 직영하는 타이페이 지점이라더군요. 중간 사진 몇 개는 성품서점이고요.
서점을 따로 찾은건 아니고요, 지나가다 보였어요...
참새 눈엔 곡시만 보이는걸까요? ㅎㅎㅎ
 

어린이 삐삐는 커피를 (설탕과 우유 듬뿍) 마신다. 과자를 커피에 적신다. ... 저 먼곳의 기억이 떠오르니, 삐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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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집을 나눠서 읽고 천천히 느낌을 곱씹는다.

 

제일 뒤에 실려있던 '뼈도둑'과 '파씨의 입문'은 춥다. 꽁꽁 얼어서 깨질 것만 같다. 그런데 멈추지 않는다. 여기에서 어쩌면 '계속' 뭔가가 일어나는걸까. 장을 사랑하고 사랑받던 조는 장의 죽음 후, 그의 장례 후, 장의 가족에게서 내쳐진다. 숨어들듯 시골의 어느 농가에 세를 얻는 조. 배수구 없는 수돗가는 조의 심정이고 불에 타서 뼈만 남은 장 처럼 추위와 눈에 갇혀 굶어서 뼈만 남은 조는 장의 유골함을 향한 모험길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극한의 기온과 폭설은 디스토피아 소설 같은데, 조의 마음과 시골집의 상황이 밖으로 뻗어나가 온 세상을 삼켜버린 결과다. 같은 性이라고 눈총을 받던 시간들과 달리 극과 극으로 떨어져 헤매는 조. 만나세요, 가서 꼭 장을 만나세요.

 

'파씨의 입문'은 언뜻 '옹기전'의 아이가 생각도 나고, 어쩌면 '야행'의 그인지도 모르겠지만 가난과 추위에 덤덤하게 체온을 뺏기고 무심하게 배를 곯으며 하루 하루를 산다. 아빠가 저 위에 챙겨놓은 짐과 엄마가 입안에 넣고 자는 밥 한 숫갈은 뭔가. 이들은 이미 관 속에 누워있다가 커다란 전기 관, 냉장고를 이고 지고 웃으며 나르는건가. 앞 뒤가 맞지 않잖아, 이런건, 왜 이러고 사는 아니 헤매고 있는데? 그런데 읽히다니. 읽으면서 단어 하나하나, 인물 하나 하나가 죄다 내 머리와 몸에 들어와 박히는 기분이라니. 이렇게 축축하고 차가워서 닿으면 아픈데 속에선 뜨끈하다니. 황정은의 소설을 죄다 찾아서 읽어버리겠다. 소리내서 읽어서 다 먹어버리겠다. 그런데 파씨, 는 뭔지 모르겠다. 모르는 거라고, 그냥 파씨는 파씨라고 작가가 말했는데도 종일 파 생각이 났다. 그래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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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8-02-02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이래서 전 만두님의 일상 사진이 곁든 글들을 사랑합니다^^
기온은 좀 많이 올라갔나요?
따뜻하단 이곳도 수치는 영하3도라고 찍혀 있어요.
어제 한낮엔 이제 봄이 오는건가?착각될 정도로 햇살은 따뜻하더라구요.밤 되니까 다시 겨울답게 추워졌지만요ㅜ
저 파뿌리로 차를 달여 마시면 어떤 맛일까?문득 생각되어 집니다.
파뿌리 차의 입문일지도??^^

유부만두 2018-02-03 10:11   좋아요 0 | URL
파뿌리는 멸치 국물용으로 정리한거에요. ^^
보통 파뿌리 부분은 잘라 버렸는데 이번 건 깨끗한 편이라 넣어보려고요.

어제 낮까진 괜찮았는데 밤부턴 춥더라고요. 주말 내내 춥다는데.... 어서 봄이 왔으면 좋겠어요.

목나무 2018-02-02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찌찌뽕. . 2월부터 황정은 단편들 다시 읽으려구요. 저도~~~
파씨 대신 세신한 파뿌리라. . ㅎㅎ
저걸로 뭘 하시려나요. 언니님은. . . 궁금궁금. . @.@

유부만두 2018-02-03 10:12   좋아요 0 | URL
멸치국물! 멸치 똥이라 머리 따서 넣고 파뿌리랑 흰부분 넣고 건새우도 조금 넣고 다시마랑 끓이지롱. 국수도 삶아먹고 된장찌개에도 쓰고 계란찜에도 넣는다우.

라로 2018-02-02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림도 잘하시는 유부만두 님!!!👍
제가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고 자동 타입 옵션을 켜놨는데 제가 유부만두 님께 댓글을 많이 달았나봐요!! ㅎㅎㅎㅎ “유” 라는 글짜만 치면 자동으로 유부만두 가 나와서 그냥 입력합니다. ㅎㅎㅎㅎ
파뿌리가 기침에 좋았던가요?

유부만두 2018-02-03 10:12   좋아요 0 | URL
하하하 이 포스팅과 댓글을 남편에게 보여줬더니
저보고 ‘사기 잘 친다‘ 며 ....ㅎㅎㅎㅎ

뭐 저도 ‘라‘ 라면 라로님, 나옵니다.

psyche 2018-02-02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를 보니 우리집 냉장고에서 썩고 있을 파가 생각나네... 비닐장갑끼고라도 파김치를 담궈야할까.ㅜㅜ

유부만두 2018-02-03 10:13   좋아요 0 | URL
언니....실은요, 제가 인터넷 장보기를 하는데 클릭을 잘못해서
대파를 석 단을 주문한 거에요. 보이시죠? 양이 많잔아요.......

파김치는 칼국수랑 먹으면 좋은데...(쓰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