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미가제 독고다이>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가미가제 독고다이 김별아 근대 3부작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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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별아는 그리 내 취향이 아니었다. 전작 <미실>을 꾸역꾸역 읽으면서, 뭐, 이런 작가가 있을까, 왜 역사를 들먹이며 성애장면을 이리 멀미나게 썼을까, 왜 여자 작가가 여자 (위인이라고 하긴 뭣하지만, 어쨌거나 여주인공) 이야기를 사랑 빼면 시체요로 썼을까, 하면서 그녀의 이야기 푸는 솜씨를 제대로 못 보았다. 신문 칼럼에서 만나는 그녀는 그에 비해 너무나 생활 속의 '엄마' 를 강조해서 더 낯설었고 계속 <미실>의 망령이 그녀의 이름과 겹쳐 있었다. 이름은 왜 이리 이쁜건지. 김 별아. 혹시연예인들이 쓰는 예명이 아닐까.  

일제 강점기의 막바지,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일본의 광기에 희생된 조선의 청년들을 소재로 쓴 이야기이다. 첫 장부터 발랄하게 '유서 깊은 백정의 집안 ' 내력을 읊는다. 강한 생명력의 백정이었던 할아버지, 할머니에 이어 독불장군으로 성공 하나만 바라보고 뛰는 아버지, 우아한 하지만 허당의 신여성 어머니, 출생의 비밀에 무릎이 꺾이는 엄친아 형, 그리고 주인공 또라이 '나', 그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배경은 구한말 부터 1945년 까지 이어지지만 감각은 매우 현대적이다. 껄렁껄렁한 부잣집 스무살 청년에게 생은 심드렁하고 뭘 바라고 나서자니 모든게 우습다. 낯설지만 의미가 화악 와 닿는 의성어 의태어들이 <미실> 때와는 다르게 이야기에 맛과 향을 더한다. 속도를 내서 재미있게 읽었지만 내용이 내용인지라 '재미'라고 얘기하기가 죄스럽다.  

 백정이 싫어서 왜구를 따라가려고 했다는 임란 때 어찌 어찌해서 백정집 양아들로 들어간 이 집안의 시조, 그리고 어찌어찌하여 미친 왜구의 전쟁에 끌려가는 모던 백정집 아들까지, 참, 인생이 기구하고 운명이 복불복이구나 싶다. 얼마전 읽은 <강남몽>의 김진 회장도 떠오르고, 형대신 징용가는 소년의 이야기 <검은 바다>도 생각났다. 저자의 말처럼 비극적인 역사를 희화시켜서 풀어놓아서 더 서글프고 더 와닿는다. 발랄하고 귀여운 표지 덕에 제목이 뜻하는게 어쩌면 일제 강점기의 그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겠다. 광기에 서린 일제의 전쟁 속에 휘둘린건 이 땅의 모든 이들이었다. 저자가 생생하게 그려내는 그 시대의 모습에 나도 덩달아 휘둘리면서 읽어냈다. 모던걸이나 신여성, 그리고 독립 투사나 친일파까지, 어쩜 지금 이 시대에도 다 살아 숨쉬는 인간 유형들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이 책은 역사 소설이면서 현대 소설이고, 성장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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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이외에는>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죽음 이외에는 머독 미스터리 1
모린 제닝스 지음, 박현주 옮김 / 북피시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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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890년대 빅토리아 시대의 캐나다. 형사 머독은 가톨릭 교도의 아일랜드 출신이라 이래저래 서민층에 속한다. 그가 추운 겨울, 옷 하나 걸치지 않고 얼어 죽은 열 여섯 소녀의 시체를 만난다. 

작가는 곱고, 정숙하며, 우아하게 보이는 빅토리아 시대의 중산층 가정의 저편, 그늘과 이층 다락방과 마굿간과 부엌과 광에서 실제 있었던 서민들의 삶을 그려보고 싶었다고 했다. 이 불쌍한 소녀의 죽음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남겨진 사람들에게 알려준다. 그녀의 살인 사건을 파면 팔 수록, 알면 알수록, 깨끗한 사람은 없고 거짓 없는 사람도 없다.   

사립 탐정이던 홈즈와는 달리, 머독은 경찰 조직 안에서 묵묵하게 자기 일을 해야하는 공무원 신분인데다 의사 친구도  없다. 그에게 조언을 해주는 이들은 가난한 하숙집 주인 부부이고, 이미 저 세상으로 떠난 약혼자가 유일한 가족이었다. 머독은 혼자 뛰어 다니면서 수사를 벌이면서 열심히 일하지만, 그는 홈즈같이 혼자 사건을 풀고, 짠 하면서 자신의 영특함을 뽐내기 보다는 독자 옆에서 함께 뛰면서 독자와 더불어 비열한 범인을 벌한다. 그는 결코 천재형 수사관이 아니고, 때에 따라 울컥하기도 하는 (상처도 입고, 실수도 하면서) 따뜻한 가슴을 가진 인간이다. 어느정도 투박한 그의 수사 스타일이나 이 소설의 구성이 그래서 마음에 든다.   

시골서 상경해서 화려한 중산층 가정의 하녀로 일하던 불쌍한 소녀는 여러 인간들에게 이용만 당했다. 그녀가 목소리를 내어 자신의 부당한 처지를 말할 방법이 있었을까, 죽음 이외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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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3 - 10月-12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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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때문이에요. 

내가 3권 나오는 날을 알람까지 맞춰두고 기다린 것은.

인터넷 서점에서 예약주문을 하면 예쁜 달력도 준다고 했지만 (아, 책값도 10%나 깎아주고요) 예약했던 1,2 권 두번 다 늦게 받았기에 이번엔 동네 서점에서 현피떴습니다. (- -;;)  

앗, 표지의 보라색 글자 뒤에 고개 숙인 남자....가 설마 나이를 막 먹어버린 덴고는 아니길 바라면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벌써 바짝 마른 입안에 아사* 맥주를 넣은 다음에요. 헛, 그런데 덴고군이 바에 가서 마시는 생맥주는 칼스*그 군요.  

그런데 말예요. 이번 3권은 굉장히 문학적이군요. 생생하고 팔팔한 느낌의 2권과는 많이 달라요. 거의 일년 전에 읽은 2권은 손이 바르르 떨릴 만큼 그리고 한 장 한장 읽어가기가 아까워서 자꾸 덮었는데, 이번 책은 굉장히 차분하고 계산된 이야기에요. 1, 2권에서 작가가 하고자 했던 이야기들을 다시 한 번 되새기는 기분이었지요. 그래서 그 까칠하다는 하루키 아저씨가 내 옆에서 (물론, 한국어로) 이야기를 하는 기분마져 들었다구요. 

우시카와 상이 이렇게 큰 배역으로 돌아온 것에 놀라기도 했지만 편집자 아저씨보다 우시카와 상이 훨씬 펼쳐줄 이야기가 많더군요. 이의 없어요.  

그리고, 당신이 다시 이야기 속에서 말을 해서 정말 반가웠어요. 음, 더이상 쓸 수가 없군요. 3권을 사서 읽고 있는 내 친구들이 절대 스포일러성 리뷰는 쓰지말라고 당부를 해서요. 그런데, 이 말만은 해야겠어요. 난 당신이, 아오마메 파란 콩 아가씨가 좀 더 강하고 빠르게 움직이길 바랐어요. 사정이 사정인지라 그 아파트에 있어야 하는건 알았지만 적어도 맞장 한 번을 떠 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3권 전체가 문학 분위기인지라 아오마메도 차분하게 생각과 ....음, 철학을 해서 좀 당황했다구요.  

4권? 을 말하긴 뭣하구요, 우리 <스타워즈> 처럼, 1Q84년에서 남겨두었던 1月~3月을 얘기해 보면 어떨까요? 이야기 만드는 건 아오마메 당신과, 당신의 덴고, 그리고...후카에리랑 기타등등이 맡아주고요. 전 출간 발매 당일 서점에서 만나기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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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정육점>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이슬람 정육점 문지 푸른 문학
손홍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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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이 주는 신선함, 그 속에 깔려있는 인류애, 우정, 사랑, 희망, 역사 속의 아픔 등등을 표지가 보이는 귀여움 ( 잘 보면 엽기스런 얼굴들)으로 버무렸으리라는 기대는 처음 두 장을 읽으면서 사라진다. 화자는 중학생이었어야 하는 열댓살 먹은 남자아이고, 이미 고아원을 여러 군데 거쳤으며 몸에도 마음에도 깊은 상처를 품고 있다. 이 아이가 심드렁하게 그리고 날카롭게 던지는 말과 시선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나 했더니 어느새 성인 남자의 목소리가 계속 들린다. 작가가 자기 목소리로 떠드는데, 수다 스럽다. 거의 독백의 수준으로 속도를 내는지라 독자인 나는 그저 따라갈 수 밖에.

 문장은 평균 한 줄 길이로 짧고, 작가는 위트가 넘친다고 여겼겠지만 "~처럼", "~같이" 등의 직유법이 거푸 거푸 나오다 보니 신선함을 잃는다.  천명관 이나 이기호 작가의 발랄 속의 날카로운 진실이 여기엔 없다. 안타깝다. 더해서, 등장 인물들이 다 제각각이고, 행동들이 연결되지 않는다. 초반부의 안나 아줌마와 후반부의 그녀는 다른 사람같다. 그녀가 갑자기 목소리 톤을 바꿔서 교훈을 주는 장면은 생뚱맞기까지 하다. 각 인물들이 품고 있는 사연들은 툭툭 나와서 어느 하나 해결을 보지 못하고 단편 소설의 조연들처럼 한 가지 모습만 하고 서 있다. 또래로 보이는 세 소년 "유정", "나", "맹랑한 녀석"은 사춘기 소년이 아니라 성인 남자의 목소리로 말하고, 뜬금없는 사막타령이나 분홍 코끼리, 그리고 엉덩이의 하트 자국 이야기는 난감하다. 특히 말더듬으면서 동물의 언어를 이해하는 "유정"이야말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안나아줌마는 얼핏 <자기 앞의 생>에서 모모를 품어주었던 로자 아줌마도 떠오르게 했지만, 그 둘의 사랑이 하산아저씨와 "나" 사이에서는 느껴지지 않는다.  

온동네 사람들이 소풍겸 살생겸 나섰던 여행이 끝인가 싶었는데, 사족 처럼 이어지는 후반부 이야기들은 읽어내기가 힘들다. 어쩌면 처음 부터 이 소설이 언제, 어디에서 벌어지는지 종잡을 수 없어서 더 힘들었는지 모른다. 6.25 참전용사 터어키인 하산이 정육점을 하고 있으니 그의 나이 많아야 70, 그럼 이십대에 전쟁을 겪었어도 1990년대, 이슬람 전당이 있는 서울 이태원이 배경인가? 구체적이지 않은 개념적인 인물들이 개념적인 인류애를 떠벌이다, 스르륵 끝나버린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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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0-07-30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홍규라는 작가는 이 작품이 첫작품인가요? 요란한 선전과는 달리 실제는 별로군요^^

유부만두 2010-07-30 18:02   좋아요 0 | URL
첫작품은 아니야. 그런데, 아, 내 기대가 너무 컸나봐. 그러니 실망도 클 수 밖에.
 
<쓰리>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쓰리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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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인가 싶은 표지와 당돌한 제목이 인상깊었다. 지갑을 품속에 넣는 (혹은 꺼내는) 청년은 슬픈 눈동자로 빌딩숲을 등지고 서둘러 자리를 뜬다. 그가 주인공의 모습이겠지. 비싸 보이는 손목시계는 이미 늦은 오후를 가리키지만, 그를 진심으로 기다리는 사람은 없다. 

주인공은 우연히 만나는 어린 소년에게 "시시하게 살지마" 라고 얘기해 주지만, 실은 그건 자기 자신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이다. 꼬마의 엄마와 누울 때도, 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악몽만을 꿈꾸듯 노래한 애인이 떠올랐고, 유일한 벗이 사라진 후에, 그는 자신과 인연의 끈이 닿는 그 누군가를 꿈꾸었는지 모른다.  

 Go 의 가네시로 가즈키의 발랄함도 없고, 용의자 X 를 그린 히가시노 게이노의 치밀함도 없다. 주인공 "쓰리꾼"의 과거나 기억은 듬성듬성 독자에게 던져지고, 그의 외로움은 올이 성긴 낡은 천처럼 드리워져 있다. 공감은 어렵지만 그렇다고 주인공이 아주 밉지도 않다. 양윤옥 선생의 번역은 우리글을 읽어도 일본어를 읽는 것 처럼 (아, 이건 일본어를 모르는 사람의 개인적인 느낌일 뿐이지만) 낯선 문장이다. 그저 나락으로, 대책없이 떨어지는 현대 시대의 외톨이, 그를 거대한 정치적, 경제적 음모 안에서 이용하는 ( 거인의 하수인일 뿐인) "그" , 그리고 훤히 보이는 꼬마의 십 년 후 모습이 슬프다.

 빠르게 읽히기는 하지만, 곱씹어서 생각할 여지는 남기지 않는 짧은 소설이다. 그림이 없지만 만화를 읽은 후의 느낌과 크게 다르지 않고, 치밀한 "쓰리" 꾼의 세계에 대한 생생한 묘사도 없다. 심하게 야하지도 않고, 그저 예측 가능한 인물들이 그만큼의 역할을 해내고 사라진다. 그래서, 허전하고 아쉬운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우리의 미야베 미유키가 그리워졌다. 그리고 품 속의 내 지갑을 꼭 움켜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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