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더·록! 5
하마지 아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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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원작 그림 맞습니다.

1. 난 MBTI같이 이거겠지 싶은 정신론이나 감정적인 표현을 퍽 싫어한다(라고 하면 '너 T지?'라고 물어보는 사람이 나올지도 모른다!). 내가 오디션 프로그램을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도 이거다. 거기 나오는 잘나가는 심사위원들, 혹은 코치들의 두루뭉술하고 감정적이고 노래에 "진심"을 담으라는 조언 같은 거, 뭐 어쩌란 말인가 싶고 정말정말 듣기 괴롭다. 괴롭힘 외 그 이상이 아닌 것 같은 분들도 꽤 봤다.

보컬 코치라면 난 반드시 해부학적 지식이 있어야 하고 목소리가 어떤 원리로 나오는지 실질적으로 알고 그것을 위주로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추상적인 심상을 통해 뭔가를 이끌어내는 건 가능은 하지만 간접적이고 비효율적인 방식이다. 난 철저히 이렇게 생각한다. 감정이 전혀 담겨 있지 않더라도 동일한 방식의 울림을 낸다면 동일한 소리가 난다. 이건 기타도 마찬가지고 작곡도 마찬가지다. 음악가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 충동적이고 감정적이고 말하는 게 두루뭉술하고 구름 속을 떠다니는 것 같고.... 난 이런 거 전부 싫어한다. 어떤 예술적 성취를 위해 필요한 것은 적확한 방법론 뿐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노래 잘하는 가수는 진심을 담아 부르는 가수가 아니라 기계적인 트레이닝을 충실히 해서 어떤 상황에서도 균일한 목소리가 나오는 가수다. 특히 유명 가수는 그 노래를 정말 수천 번은 부른다. 실전에서 말이다. 거기에 스스로 얼마나 서사를 부여하겠나. 어쩌다 여러분이 본 화려한 무대는 가수에게는 일이고 스쳐가는 무수한 업무 시간 중 하나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당연히 음악을 소재로 한 이야기는 안 그런다. 단 한 번의 무대. 그 자리에 오르기 위한 캐릭터 각각의 심리적인 벽, 인간관계의 벽 등등을 넘어서 그 무대 하나를 서사적인 절정으로 만든다. '단 한 번의 사건'을 설정하지 않으면 이야기가 아니다. ​

​2. 요즘 이걸로 생활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되게 멘탈이 약한 사람들이 많다. 그것만으로도 좀 위험한데 여성들의 경우 흔한 무언가가 섞이면.. 생존전략으로 동정 안 하는 척하지만 의식하게 된다. 예를들어 아이돌 음악을 듣는 게 너무 싫은데 자꾸만 보게 되는 그런 것. 그들의 외모와 나이가 소비되고 버려지는 사이클을 의식하게 되고 티비에 나와 수십 시간 동안 앞머리 각도를 유지하는 그들의 발버둥을 보게 되면 골아프다. 지속적으로 반복해서 이를 자신에게 대입해 비교하고 강박적으로 검열하게 되는 것이다. 봇치는 앞으로 그걸 이겨내고 음악을 할 수 있을까. 자신을 온전히 대중에게 보여줄 수 있을까. 공중에 내놓은 자기 얼굴과 이름, 결과물에 대한 얼토당토 않는 피드백을 감당할 수 있을까.

삶의 대부분의 궤적을 온갖 간섭과 참견 속에서 살아야 하는 여성은 타율적이고 수동적이고 방어적이고 또 매우매우 눈치에 예민한 성격으로 자랄 수밖에 없다. 이른바 여성적 성격인 것이다. 지금도 한국은 그 강박 속에 사로잡혀 있다. 예를 들어 여성은 죽을 때까지 다이어트와의 싸움을 벌여야 한다던가.

봇치는 야망이 높지 않은 게 단점이라 볼 수 있다. 자신의 한계 속에서 그녀는 과연 얼마나 튀어오를 수 있을까. 적어도 그에게 자기 극복의 서사가 더 필요한 것은 확실해 보였다. 그런데 그걸 어떻게 한단 말인가. 여기서부터는 나도 정말 모른다. 작가의 전개에 맡긴다.

내가 뭇 남성들의 무례함과 억울함을 하찮게 여기는 이유가 여기 있다. 그들은 한 번도 타인의 삶을 살아보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남의 말을 도통 귀담아 들어보려 하지 않는다. 상상해보지도 않는다. 이런 실질적인 문제들을 망상이나 피해의식 따위로 치부해 버린다. 한국에서 록이 성공하지 못하고 아이돌은 성공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본다. 적어도 일본은 봇치를 성장시킨다. 그걸 찌질함으로 해석한다면 뭐.. 니 똥 굵은 거 맞습니다.

애니메이션은 딱 인스타용 짤이 많았지만 그럭저럭 재미있었다. 나는 이렇게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드는 작품을 높게 산다. 원작은 안 이럴 것 같은데 들어있는 양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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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는 펭귄드럼 크리스탈의 공주 -10th Anniversary- - 1/7스케일 ABS&PVC 도색완료 완성품 피규어
フリュ-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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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주년 기념이라고 극장판을 냈다고 한다. 돌아가는 펭귄드럼 보고 혁명적인 애니메이션이라고 호들갑난지가 언제인데 10년이 지났단 말인가..

일단 TVA가 훨씬 좋았다는 말만 하겠다. 역시 그 반쯤 정신나간 삼남매가 사이좋게 지내는 훈훈한 장면이 오래 나오는 편이 좋더라. 근데 처음부터 히마리가 죽는 장면이 등장하니(애니메이션에서도 1화부터 히마리 사망 장면이 등장하는 건 맞는데, 어린 시절의 형제가 그 장면을 형제의 착란 없이 완전히 100% 사실대로 스포일러까지 다 포함해 관조하는 이야기로 흘러가니 기분이 굉장히 이상해짐;) 그 이상하면서 화목했던 집안의 이미지는 완전히 죽어 없어졌다. 결국 이 삼남매가 만들었던 일상이란 환상이 막나가는 돌아가는 펭귄드럼을 바로 세웠던 주축이었다는 소리다. 그러니 TVA를 안 봤으면 그냥 다 미친년놈들로 보인다(...) 반면 TVA는 정리가 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많기 때문에 정신이 혼란스러우면 극장판을 보면서 스토리를 정리하면 된다. 예를 들어 크리스탈의 여왕이 아닌 모모카 그대로의 인격(애니에서와 달리 도와달라는 호소성 의도가 좀 더 짙었다.)은 이 극장판에서 처음 등장한 게 아닌가 싶다. 스토리를 정리하기 위해 넣은 신(?) 캐릭터인 듯.

뭐 굳이 본다면 말리지 않겠는데 TVA 안 봤으면 꼭 보라는 말을 하고 싶다. 스토킹에 살인에 온갖 범죄가 등장하는데, 다들 찔리는 데가 있는 자신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에 현재처럼 서로서로 저 잘났다고 날뛰지 않고 어느 정도 남에 대해 봐주는 정신이 살아있다. 전편은 1쿨의 축약이고 후편은 2쿨의 축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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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팝스 2023.9
굿모닝팝스 편집부 지음 / 한국방송출판(월간지)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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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브리즈번에서 3개월 정도 지냈을 때의 일입니다. 하루는 갑자기 몸이 안 좋아져서 새벽 3시에 응급실에 갔죠. 의사선생님에게 영어로 증상을 설명해야 했는데요. 응급실에 오기 두 달 전에 갑상선 검사를 받았다는 사실을 의사 선생님에게 알려야 했습니다. (...) 'thyroid' 단어를 모르면 풀어 설명하기 어려우니까요.



그래서 영어 회화를 하려면 일단 자기소개부터 정리하라고 하고 싶음. 왜 그런 짓까지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요즘 대학에서는 미국 교수님을 데려와서 영어수업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난 기가 죽어서 필사적으로 미국 선생님을 피해다녔지만, 필수과목에 계신 미국 선생님은 다행히 좋은 분이셔서 점수를 잘 주신 건 물론이고 나에게 조언도 많이 해주셨다. 생각해보면 그 덕분에 간신히 졸업이라도 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누구나 그런 좋은 미국 선생님을 만나리라는 보장은 없다. 짖궂은 분을 만날 수 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런 경우 기죽지 않기 위해선 자기 소개부터 확실히 정리해야 한다. 나 자신을 알아야 그 다음부터 나아갈 수 있다고 하지 않은가.

또한 아무리 옛날 사람들이 일본식으로 영어 교육을 받았고 그걸 개혁해야 한다고 해도 그걸 개선해야 하는 건 선생님들이고, 영어를 공부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그냥 이것저것 해보고 쉬운 걸 선택하면 된다. 예를 들어 같은 시험이라고 해도 토익과 공무원 영어는 완전히 다르다. 점수를 따야하는 분야의 공부법이 자신에게 맞는다면 그 공부법을 따르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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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shimi Rollin' Cute Saying 120 Page Notebook Lined Journal For Lovers Of Sushi And Sashimi And Japanese Cuisine (Paperback)
Joel Kirei / Independently Published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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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여성일 경우, 보안과 안전을 위해 2층 이상인 집이 좋다. 실제 지인도 겪은 일인데 1층일 경우 베란다에 널어 둔 속옷을 훔쳐가기도 한다고. (...) 여성이 혼자 산다면 월세가 조금 비싸지더라도 현관의 오토록이나 화면이 달린 인터폰은 필수라고 생각한다. 일본은 영업 사원이나 종교 권유를 위해 집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는데 특히 거절을 잘 못 하는 성격이라 사전에 확인하고 차단할 수 있어 좋았다.



지금은 별로 등장하지 않는데 8090년대 개그 애니메이션에서 등장했던 게 꼭 밝히는 할아버지이다. 노출광(마법진 쿠루쿠루)이라거나 알게 모르게 성추행을 한다거나(묘가) 종류는 매우 다양한데 그 중 가장 질이 나쁜 건 란마에서 나오는 할아버지이다. 이 분은 기본적으로 속옷 도둑이고 성추행은 물론 성폭행까지 시도(캐릭터 대부분이 무술쪽 계열이라 진압당하긴 한다. 그러나 무술을 배우지 않은 작중 속의 엑스트라 여자들은 그 인간이 근처에 산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고난을 겼는다.)하는 악질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란마는 성소수자들에게는 매우 관대한 편이다(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모르는 게 우리나라에서도 젠더 운동가와 성소수자 운동가 간의 충돌이 의외로 잦은 편이다.). 그래서 란마는 참고 끝까지 읽어볼수가 있었지만 그 덕분에 죄가 없는(?) 마법진 쿠루쿠루와 이누야샤는 도중 하차하게 되었다.

여자가 좀 더 조심해야 한다, 피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안 먹히는 시대이다. 그러나 묻지마 살인이 벌어진 이후로도 사람들은 호신술 기기를 장만한다거나 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건 매우 위험한 일이다. 미국은 정당방위로 인정하는 행위의 범위가 좀 더 넓은 편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인정되지 않는 행위가 많다. 30대 후반 여성들이 대체로 남자가 게임하는 걸 인정하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남성들이 많은데, 솔직히 철이 없는 발언이라고 볼 수 있다. 대체로 결혼한 여성과 아이들은 보호받아야 할 존재인데, 남성이 게임하느라 다른 사람들의 관계에 마음을 쏟을 여력이 없을 경우 보통 가장 큰 피해를 받는 건 육아를 전담하게 되는 여성과 생존하기 위해선 어른의 도움이 필요한 아이이다(실제로 남녀가 둘 다 게임을 한 탓에 방치되어 결국 죽은 아이도 있다.). 이 책에서 그런 이야기까지 한 건 아니지만, 머물 집에 대해 남성들보다도 더욱 꼼꼼히 알아본 듯하여 안구에 습기가 찬다. 여성하고 결혼할 게 아니라고 해도 솔로로 군대에 있지 않는 이상 결국 여성과 일상생활을 같이 해야 할 존재가 남성 아닌가. 약자들을 보호할 방법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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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세트] 타마유라 ~잠시 머물다간 사랑이야기 (총9화/완결)
타☆마 / 메모리얼북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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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기는 주인공이 동아리를 만드는 내용이라 1기랑은 아무래도 다른 주제인 것 같아서 잘랐다. 타마유라 애니메이션을 본 사정을 설명하자면..

사실 회사의 모 동호회라는 곳에 가입하려고 했었다. 사진을 찍으나 딱히 카메라는 필요없고 카메라에 처음 입덕하기 시작한 신입도 받아준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우리 부서 일이 특히 바쁘기 때문에 그런지, 아님 내가 일하는 게 너무 힘들어 보여서 그러는지는 몰라도 여태 입부하라는 말이 없다 ㅋㅋ 아니 ㅋㅋㅋ 내가 학교에서 공개적으로 왕따일 때도 동아리 들어가서 상까지 타온 적도 있고 심지어 다른 회사에서도 산악동호회 잘만 갔다 왔는데 어째서 이 회사에서는 친구관계 좋지 않으면 동아리도 못 들어가는 것인가; 이것이 본래 회사의 무서움인가;;

아무튼 동아리는 파당했지만, 그렇다고 작품을 파하는 건 아닌 거 같아서 어거지로 봤다. 작품이 무슨 죄냐.. ​

근데 의외로 인간적인 내용이었다고 할까. 주인공이 아버지를 잃었을 때의 절제된 슬픔이 드러나 있으면서도 주인공의 마음을 치유해주려고 애쓰는 친구들의 이야기가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내가 빨간머리 앤 이야기에서 다이애나를 봤을 때의 감동과 질투심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복잡한 심경이었다. 그 때도 왕따당했던 시절이라 책을 읽고 뒷장에다 느낌을 쓴다는게 색연필로 까맣게 칠해버려서 어머니한테 토할 정도까지 맞았었지 ㅡㅡ 내 주변에도 이렇게 순하고 배려심만땅인 친구들이 많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은데 현실에는 그런 친구가 별로 없더라 ㅠㅠ 그것도 나이가 들수록 점점 사회에 찌든 친구들만.. 그렇지만 난 아직도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에 대해선 2기 리뷰에서 이야기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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