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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비포 선라이즈
리차드 링클레이터 감독, 에단 호크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17년 10월
평점 :
품절
제시: 나중에 너가 다른 남자와 결혼을 했다고 하자.사랑은 점점 식어갈테고...과거의 남자와 결혼했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들 거야. 근데 그게 바로 나야. 셀린느: 넌 모를거야, 왜 지금이 내 인생에 그토록 중요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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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채셨나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으슥한 데로 가는 이 두 남녀를 ㅋㅋㅋ
1. 만약 여행지(특히 독일 베를린)에서 여자를 꼬시고 싶은 남자라면 이 남주가 여자를 데려가는 장소들을 하나하나 눈여겨봐도 좋을 것이다. 참 많은 곳을 데려가지만 일단 내가 '오호 이 녀석 제법인데?'라고 생각했던 곳을 꼽자면, 열차 안 레스토랑과 노천 카페와 안락한 소파가 있는 24시간 레스토랑과 강이 흐르는 다리 위와 마지막으로 풀이 돗자리처럼 깔린 공원 위이다. 특히 이 자리에서 거사(!)를 치를 수 있기 때문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꼭 확인하고 나서 같이 누우시길! 물론 이 글을 읽는 남성분과 거기까지는 가지 않으려 하는 여성분도 있을테니 뺨 몇대맞을 각오 정도는 해야 한다.
아무튼 난 이 영화를 보면서 내내 껄껄 웃었다. 고수다 이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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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첫 내용은 전철 안 독일 부부의 싸움으로 시작된다. 뭐라고 하는지 제대로 알아듣지도 못하는데다 싸우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점점 커지자 여주 셀린느는 조용한 곳에서 책을 읽기 위해 자리를 옮기고, 맞은편 좌석에서 제시를 발견한다. 마침 그도 책을 읽고 있는 중이었고, 그 인연을 시작으로 여행과 관련한 대화를 나누다 그 둘은 자리를 옮겨서 아예 마주보고 이야기를 한다. 목적지는 제시 쪽이 더 가까운데, 그는 열차에서 내리다가 다시 올라타서 셀린느와 원나잇을 보내자고 꼬신다. 셀린느도 처음에는 망설이다가 나중에 그 자리에서 내려서 같이 여행을 떠나게 된다. 아무리 여행을 하느라 가벼운 기분이었다고는 하지만 제시는 유럽도 아니고 미국에서 살고있는데다가, 프랑스어도 독어도 아무것도 못하고 단지 영어만 하는 남자인데도 그녀가 선뜻 그를 따라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그녀로서도 사실 상당히 의외의 사건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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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킨스키의 자서전은 우리나라에선 번역이 되지 않은 것 같지만 죠르쥬 바떼이유는 상당히 명성있는 인물이므로, 셀린느가 들고 있는 저 책 강력하게 추천한다.
생각해보면 사랑은 일상에서 연기하느라 쓰고 있던 가면을 벗어던지고 자신의 평소 모습과는 매우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들은 서로에게 상당히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셀린느와 제시는 싸우기도 하고, 서로에게 원나잇을 하자고 주장하면서도 끝까지 미련을 버리지 못하기도 한다. 그래서 막차를 타게 되서야 서로 나중에 만나자는 약속을 한다. 은근히 서로에게 '원나잇으로 끝낼거지?'라고 물어보고 '그래 난 괜찮아'라고 혼잣말하며 기싸움하는 게 풋풋하고 귀여웠다 ㅋㅋㅋ
그러나 워낙 먼 거리에 떨어져 있는데다 핸드폰도 변변한 게 없는 80~90년대 시기이다보니 그들의 금방 끊어질 게 뻔한 약속은 처량맞기까지 하다. 이 영화 다음 작품인 '비포 선셋'을 보면 이들은 처음 약속했던 5년 후도 그 다음 약속했던 1년 후도 마지막에 약속했던 6개월도 아닌 9년 후에야 만나게 된다고 한다. 게다가 한 명은 결혼까지 한 상태로. 어쩌다 그렇게 되었는지는 아마 비포 선셋이란 작품 안에서 따지겠지만. 이 작품 안에서 힌트를 아예 찾아볼 수 없는 건 아니다. 셀린느는 '요즘 시대 젊은이들은 실체를 모르는 적과 싸우고 있어.' 최근 사회는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던 왼쪽으로 돌리던 우리가 감당하기 힘든 거대한 싸움이 일어나고 있다. 먹고 살기에 힘들 정도는 아닐 정도로 살고 있지만, 무력감과 상대적 빈곤감을 느끼는 사람이 너무나 즐비하다. 이 영화를 쓰레기 포르노물이라 비난하는 사람도 있지만, 단순히 남자와 여자가 하루 만나 ㅅㅅ를 하고 헤어지는 작품으로 취급하면 곤란하다. 그들의 만남 뒤엔 그들이 해야될 일들이 산더미처럼 남아있고, 무작정 사랑에 빠진 상대를 따라가기엔 이 세상이 너무나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무서우며, 너무나 빨리 변하는 시간 때문에 상대방의 마음도 빨리 변할 게 너무 빤히 보이기 때문에 그들은 작전상 후퇴를 취했던 게 아닐까?
그러게 왜 남자는 차에 굳이 다시 올라탔으며, 왜 여자는 굳이 열차에서 내려서 덧없는 인연을 만들었을까? 왜 그들은 모든 걸 복잡하게 만들었을까? 그렇게 질문한다면 다시 셀린느의 말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우리의 이 만남은 내 인생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해.' 말은 바람과 같다. 하지만 말은 사람의 마음에 주문을 걸어, 심장에 자물쇠를 채운다.
말하지 않아도 아는 건 초코파이 뿐입니다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