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 비주얼 노블 1
NEW(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지음, 주)영화사 레드피터 제작, 연상호 감독, 박주석 각본 / artePOP(아르테팝)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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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감염됐어.

프롤로그. 당신은 문을 열을 것인가 닫을 것인가.
집에 들어가고 싶으니 문 좀 열어다오. (이상-가정)
집에 가고 싶은 초딩 달팽이 하치쿠치 마요이. (모노가타리 시리즈.)

1. 남자들이 너무 지켜준다 어쩌구 하기 전에 일단 6.25 전쟁 관련 서적부터 읽어보자. 그런 시기에 사실 의지할 건 힘 밖에 없음. 그치만 적으로 두지 말아야 할 인간은 아군으로도 두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이 노골적일 뿐이지. 사람은 줄을 잘 서야 합니다. 여기선 열차칸이 될 듯. 열차칸 잘 들어가세요.

2. 아무래도 외전 생각 안 하고 만든 영화인 듯. 처음에 감염시킨 애가 무슨 짓을 저지르고 왔다고 생각되긴 하는데 외전은 부산행 이전 시간에 전개될 듯.

3. 북한 엄청 욕했던 어떤 문인의 아버지가 북한으로 넘어가셨다고 함. 어머니가 "너네 아버지 오면 간첩이라 생각하고 북한으로 넘기겠다"라는 섬뜩한 소리를 항상 하셨다고 함. 지금도 그 말씀을 할 때의 어머니의 표정을 자기는 잊지 못하겠다고.

4. 다들 부산행에서 악역을 욕하는데 레알 다 큰 어른 중에서 누가 자기 어머니를 만나러 다른 인간들까지 희생시켜가면서 집으로 달려가는지 생각해본 적은 없는가. 사지 멀쩡하게 일하면서 부모님에게 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그 나름의 이유가 있는 것일까? 감염되었음에도 집에 보내달라며 비장하게 부산시에 있는 자기 집 주소를 천천히 읊는 아저씨에게도 우리는 삶에 대한 비장한 마음가짐을 볼 수 있다. 우리는 그런 그리움을 가지고 있는가? 자신의 주변에 실은 아무것도 없으면서 '지키기 위해선 문을 닫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페북 글들에서 나는 끝없는 허무를 보았다. 역시 현실은 몇 배로 더 처참하다.

5. 연상호는 좀비와 현실의 우리의 차이가 대체 뭐냐는 물음을 던지고 있으며 그 물음은 서울역에서 더욱 심화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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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 유 씨 미 2 : 초회한정 디지팩 (2disc) - 2DISC(본편, 부가영상)+아웃박스+3단디지팩+포토북 32P+캐릭터카드9종
존 추 감독, 우디 해럴슨 외 출연 / 아이브엔터테인먼트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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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에 집착하기에 30년은 너무 긴 시간이죠.

나우 유 씨 미가 다시 한 번 해냈다! 이전에는 부자들을 등쳐먹어서 엿을 날렸다면 이번에는 모두를 속여먹었다. 주인공들을 포함하여 이제는 1편을 봤던 관객들에게까지 몽땅 사기를 쳤다. 게다가 친절한 영화이지도 않다. 뭣도 모르고 2탄부터 본 사람들은 이 영화에 혹평을 날리겠지만 이 영화는 초반부터 경고한다. "보이는 것을 믿지 마라? 그것도 당신들의 생각이다." 원래 영화는 초반부터 순서대로 보는 게 제맛이다. 언제부턴가 자본주의에 물들어 물건의 노예가 되어버린 주제에 '서비스를 받는 고객' 행세를 하려는 호갱들에게 이 영화는 강펀치를 날리고 있다. 내가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의 감상은 솔직히 이랬다. "그렇게 홍길동 행세를 하고 싶으시다? 그럼 속임수를 위해 마술 장비를 구입하는 너희들의 돈은 어디의 누구에게서 나오지?" 하지만 이 영화는 관객들이 깔깔거리면서 단지 이 한 줄로 소리치게 만든다. "당신들은 우리를 화나게 했어요!" 그러나 모두가 알다시피 이 분노는 껄껄 너털웃음이 터져 나오게 만드는 유쾌한 분노다.

또한 이 영화는 관객들의 편견도 깨뜨린다. 누가 영화를 2탄 시리즈로 만들면 그 때부터 재미가 없어진다고 했나? 만약 3탄이 나온다면 나우 유 씨 미의 재미는 이제부터일 듯하다. 혹시 맨 처음 전개가 루즈하고 어울리지 않게 암울했던 것도 우리의 뒤통수를 거세게 치기 위해서였나?

 

반면 우리나라 기업들의 마술은 너무 재미가 없다. 포켓몬고 게임을 그대로 베껴서 뽀로로고를 만들겠다고 하질 않나, 또 넥슨 게임의 성우가 메갈 티를 입는다고 하니 하루 만에 성우의 목소리를 사라지게 하는 결정을 하질 않나. 요새 넥슨은 더러운 일로 법정 소송에도 말려있는데, 마술사기단이 이들을 상대로 돈 좀 털어줬음 좋겠다. 잔챙이들은 상대 안 하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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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식동물의 딜레마
마이클 폴란 지음, 조윤정 옮김 / 다른세상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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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돼지가 나 사랑한대.

우리가 먹는 모든 음식엔 고기가 들어가게 되어있다. 고기가 들어있지 않은 무언가를 먹었다고 생각해도 자세히 보면 동물성 지방 정도는 항상 들어간다. 사실 우리는 '좀 과도하게 기름진' 식생활을 하는 셈이다. 나도 당장 내일 삼겹살 회식이 있다.

1. 애한테 육식의 선택을 강조하려면 돼지를 키워서 도축하는 장면까지 보여줬어야 했다. 인간은 '나와 친한', '내가 관심이 있는' 무언가에게 특별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서 선택을 종용했어야 했다. 실제로 일본의 초등학교에서는 그런 사례가 있다고 한다. 애들도 알 건 다 안다. 그래도 고기를 먹으면 그건 어쩔 수 없지.

2. 채식이 개인의 선택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우리가 잡식인 게 완전히 우리의 개인적 선택은 아닌 이상(ex/ 이유식 안 소고기) 채식 또한 완전한 선택은 아니다. 예를 들어 가족 중 하나가 채식주의자라던가.

3. 사람이던 동물이던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 또한 모든 암컷은 불쌍하다...

4. 타협이란 무엇일까. 나는 이 모든 것을 알고 있음에도 고기를 먹으며 또한 맛있어서 좋아한다. 내가 기르는 개 앞에서 보신탕을 먹지 않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 우리 모두는 이 가축들의 아수라장 속에서 각자 어떻게 타협하면서 살아가는지 한 번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5. 유태인들이 독일군에 의해 학살당하는 것은 끔찍하다 여기면서 왜 동물들이 살처분 당하는 건 끔찍하다 여기지 않는지에 대해선, 그게 이데올로기와 정치의 무서움이라 말하고 싶다. 스트레스에 이어 트라우마까지 오는데도, 그것을 견뎌내는 건 무엇 때문인가. 군인에 대한 찬양은 어렸을 적 총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병역거부 또한 크리스천, 즉 공동체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다.

6. 동물을 살릴 것인가 사람을 살릴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해서 나는 역으로 물어보고 싶다. 그 질문한 사람이 사람을 살리고 싶다면 그건 동족이라서 동족 편을 들기 위해 살리고 싶은 것인가, 아님 사람에게 만물의 영장이라는 힘이 있으니 힘 있는 쪽을 살리고 싶은 것인가.

7. "돼지가 나 사랑한대." 라고 할 때 사실 우리는 정말로 돼지가 사랑한다 직접적으로 말하는 걸 듣진 못했다. 하지만 그들은 몸짓으로 자신의 마음을 전달할 수 있다. 동물에게 감정이 있는지에 대해 책 한권 쓰는 대신 직접 그들을 보고 만지고 말을 거는 게 훨씬 낫다. 그러면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동물을 일종의 기계라고 생각하는 어느 철학자가 있다면 그야말로 그에겐 비극적인 일이다. 동물이, 자연이 말을 거는데도 못 알아듣는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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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
조정래 감독, 강하나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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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짐승 너무 좋아하지 말라 켔다.

 

처음 검사를 받았을 때 '암 걸릴 수 있으니...' 몸 함부로 굴리지 말라는 듯한 의사의 꾸중에 울었고,
전 남자친구에게 전화해서 그 사실을 알리다가 그 녀석의 대답에 또 한번 더 울었다.
무슨 말을 들었는지는 상상에 맡긴다.

영화 리뷰를 쓰다가 뜬금없이 왠 자궁경부암 검진 이야기냐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매우 당연한 이야기지만) 여자가 살다가 제일 잘 걸릴 수 있는 위험이 있는 질환이 자궁경부암 검진이고, 부인과 검진으로서는 처음으로 값을 감해주는 제도이다보니 홍보를 안 할 수가 없었다. 영화에서 보면 위안부 할머니도 부인과 검진을 받는다. 대사에서는 '제가 얼마나 살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했지만, 나는 그 질문이 (부인과 안에서 하는 질문이기 때문에 더더욱) 얼마나 용기를 내야 하고 수치심을 감수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그 과정'을 겪어본 모든 여성들이 그 장면을 보고 같은 생각을 하리라 생각한다. 단순히 이 영화가 위안부 이야기를 했다고 생각하면서 엉엉 울었다면 크나큰 착각이다. 이것은 '모든' 여성들의 수치스러운 과거이다. 혹시 아직 겪어보지 않았다면 앞으로 좀 더 나이가 든 후에 여성들이 겪을 수 있는 미래의 일이다. 남자들에게는 미래의 여친과 부인과 딸들이 겪을 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제국의 위안부' 같은 웃기지도 않는 책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는 여성차별적 정부에서는 말이다.

일단 자궁경부암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일단 남자는 부인 혹은 여친 혹은 딸을 이끌고 같이 검사를 받으러 가보라. 아니, 여성 혼자 가보는 것도 좋겠다. 우리나라 여성들이 대접을 받고 있다고? 그 산부인과에서 어떤 '대접'을 받는지 몸으로 한 번 느껴봐라. 검진을 받은 후 검진을 받았다고 남자여자 가릴 것 없이 주변에 다 말하고 다니면, 친구 관리에 매우 효과적일 것이다.

의사들의 말은 절대로 믿지 마라. 이는 마치 정부의 '안전한' 방사능 피폭 수치와 같다. 이들은 아무리 봐도 심각하게 높은 방사능 피폭 수치는 안전하다 하면서, 살다가 생길 수도 있는 작은 혹덩어리 같은 것은 호들갑을 떨면서 당장 치료받아야 한다고 한다. 내가 보기에는 자궁경부암을 유발할 수 있는 바이러스가 딱히 성관계가 문란해서 생기는 것도 아닌 듯하다. 이유는 저 위 그림에 있는 설명을 참조하라.

영화를 보다가 중반에 어떤 여자가 울면서 달려나갔다. 그 뒤를 어떤 남자가 따라잡기 위해 열심히 뛰어가고 있었다. 난 그 사람들을 붙잡고 물어보고 싶었다. 어째서 그 여자는 이 영화를 조용히 보지 못하고 뛰쳐나갔는가? 그저 슬퍼서 그러했는가, 아니면 무슨 다른 사정이 있는가?

 

P.S 1 필자가 레즈비언이라는 데에 문제있는 분들에 대해서. 동성애자는 에이즈 문제가 없다. 짐승과 교미한 인간들이 문제라는 사실은 이미 옛날에 밝혀졌다. 이성과 교미하면 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사실이 최근에 밝혀졌다. 요새 세상은 그래도 어느 정도는 적당히 평등해졌나 보다.

P.S 2 주역 여자애가 일본인이라는 데 문제있는 분들에 대해서. 신민의식도 문제가 있지만 난 일단 우리나라의 그 과한 나라사랑에 구역질이 치민다. 어느 팟캐스트에서 우리나라 평론가가 우리나라 소설가에게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서 소설을 쓰지 않는다며 아주 고귀한 잔소리를 해대는데 기가 막혀서 말도 안 나온다. 어차피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 말해봤자 다들 강간당하거나 죽어나가는 얘기인데 뭐하러 애를 주역으로 내보내겠는가? 애가 정권에 찍힐까봐 두려우면 그 일본애는 극우한테 찍히는 게 안 두려울까? 뭐, 그런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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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 : 일반판 (2disc)
이준익 감독, 박정민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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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을 아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부끄러움을 모르는 게 부끄러운 거야.

 

맨 오른쪽에 있는 분이 통일이 없으면 민주주의도 없다고 하신 문익환 목사님이다,

 북한이 무려 우리나라도 못 만드는 인공위성을 쏘아올리고 우리나라가 멋대로 싸드를 설치하겠다고 해서 온 국가가 뒤집어지고 군대에 비상이 난 이 시점에서 동주란 이 영화는 참으로 정치적인 메시지를 많이도 숨겨놓고 있다. 예를 들어 동주가 '서구에게 열등감을 느끼고 있는 이따위 나라에 눌려 있는 이 시대의 이 나라에서 문학을 하겠다고 나서는 내가 참 부끄럽다'라고 마지막에 말하고 있는 대사는 운동권에서 글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는 고민일 것이라 생각한다.

 

 

여기서 정지용 역으로 나와서 저런 인상적인 대사를 날리시는 분이 문익환 목사의 아들 문성근이다. 이 분도 사연이 참 많은 전 정치인.

 한명숙 건에 대해선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만 정치를 그만두고 한 3년 지나고 영화 3편 출연하시니 연기가 더욱 사는 느낌이다. 정지용에 대해선 시로만 접해봤지만, 그분을 만난다면 정말 가난하고 시인으로서 데뷔할 운도 지지리 없는 동주를 안타까워하는 눈으로 들여다보시면서도 아무 말씀도 안 하시고 곡주를 권할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는데 너무 딱 들어맞았다 ㅋㅋㅋ 더불어민주당이 이런 인재를 놓쳤다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야 5당을 합친다는 방안이 어디 그렇게 쉬웠겠는가? 하지만 나로서는 좋은 노릇이다. 우리나라엔 이런 부드러운 남자 연기를 할 수 있는 인물이 많지 않다.

 

 왜 인간은 다른 인간을 못살게 굴까?
 왜 괴롭힘당하는 인간이 항상 부끄러워해야 하는 걸까?
 왜 우리는 모든 걸 희생하면서도 모든 걸 다 해보지 못했다고 후회해야 할까?
 부끄러워하지 않는 자가 진정 부끄러워해야 하거늘, 열등감을 느끼는 자가 열등감 느끼지 않은 척하며 떳떳하게 고개를 쳐들고 다니지 못해야 하거늘...
 엔딩 크레디트가 너무 교과서에 나오는 연표 정리 같아서 부담 간다는 사람들이 있던데, 해방되기 6개월 전 나와 같은 29살에 옥중에서 사망한 윤동주의 생애를 강조하고 싶어서 그랬다고 생각하라. 부담 가는 건 그냥 참아라. 시국이 그렇다 보니 어쩔 수 없는 게 아니겠는가. 사실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친일파들 다 국회의원이라는 벼슬자리에 앉혀놓고 뭘 잘했다고 그런 걸 가지고 멀쩡한 영화에 비평질이세요. (아주 약간 지루했던 건 사실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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