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100美 100選 -상
허균 글 사진 / 불교신문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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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일단 불교의 개념도 모르는 초짜가 간단한 이해의 수준으로 보는데엔 양호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하권을 보는건 별로 추천할 사항이 아님(...)<저걸 왜 읽었는지 후회가 생길 정도로
 불상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인 것은 물론이고 상권에서 했던 이야기가 또 반복하고 반복되어 나온다.
 이뭐 반복학습시키는 것도 아니고.
 무튼 장식이나 그림에 대한 세세한 사진이 많아서 묘사한 것과 비교하여서 볼 수 있다는 장점은 있다.
 이제 막 문화재에 관심이 생긴 사람들에게도 적격일 듯.
 기사문 칼럼이라면 모를까 지식을 쌓는 책에 있어서는 부족한 면이 있다. 그러나 묘사만큼은 단연 으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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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함정 - 돈에 속고 세금에 우는 사면초가 서민들의 적자인생 탈출 전략
김영기 지음 / 홍익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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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 이 말을 하기 위해 저자는 우리나라의 온갖 사회경제를 통틀어 정리한 다음 이 책을 편찬해냈다. 온갖 사회경제를 정리했다고 하지만, 이 책은 얼마 전까지 예금통장과 적금통장의 차이조차 몰랐던 본인마저 알기 쉽게 쓰여져 있다. 몇몇 전문용어와 숫자를 따라가는 데 혼돈이 생겨나곤 하지만, 대부분 김영기 님 특유의 필살유머가 깃든 예시들이 그 혼돈을 깔끔하게 정리해주기 때문에 문장을 잘 따라가기만 하면 별다른 문제는 없다. 대게 크게 내용을 나눈다면 3부분으로 갈라지는데, 1부에서는 금융관련기관에 대한 탐색, 2부에서는 마트와 백화점 등에 대한 비판적 탐색, 3부에서는 경제에 대한 국가의 기여도가 나온다. 점점 스케일이 커지지만, 워낙 책이 재밌어서 부담없이 쭉쭉 읽어나갔다. 

 한가지 신기한 건, 본인은 이 책의 예시들을 읽으면서 롤러코스터의 '남녀탐구생활'같은 말투라 느꼈는데 저자 본인조차 책 속에서 '은행탐구생활'이라는 단어를 썼다는 점이다. 저자도 노리고 쓴 것일까? 이 책은 정말 독자들의 양심을 가차없이 쿡쿡 찔러나간다. 사실 본인도 핸드폰요금이 밀려서 한동안 신용불량자가 되지 않을까 벌벌 떨었던 적도 있었고, 아무런 지식도 없이 어머니한테 주식과 보험을 맡겨버렸다. 그래서 한동안 신용업체에 대해 언급하는 1장을 넘기기가 힘들었다. 뭐 다 처리된 지금와서 금융회사를 탓하는 건 뒷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돈이 사람의 마음에 오랫동안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된 계기였다고 할까. 은행만 봐도 꾸준하고 성실히 한 지점에만 봉사해야 작은 떡밥이라도 얻을 수 있다는 글을 보면, 자본주의시대에서는 돈과 감정을 뗄 수 없는 관계로 이어주는가보다. 하긴 대출보증만으로 절친한 사이가 앙숙으로 돌변할 수도 있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인간관계에 초점을 둔 경제학 도서는 처음 접해봐서 흥미로웠다. 

 이 책 덕분에 몇 가지 결심한 일이 있다. 주식투자에 대해선 자세히 언급해줄 수는 없지만, 기본투자와 치고 빠지는 룰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점만 언급하겠다. 자동차는 절대 사지 않겠다고 확정했다. 본인은 숫자보는 법을 정말 모르지만 자동차 구입에 따르는 엄청난 숫자들을 보고나니 역시 엄두가 나지 않는다. 차라리 그 돈으로 밥을 먹으면 평생 하루 세끼 먹고 살 수 있겠다는 판단하에서였다. 집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데에 슈퍼마켓이 두 군데나 있어서 마트나 백화점의 유혹은 눈에 들어차지도 않지만 아무튼 지금까지 몇 번 들렀던 H대형마트는 아예 가지 않기로 했다. 본인은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쇼핑을 상당히 싫어하는 탓에, 사람들이 꽉꽉 들어찬 그 숨막히는 계산대에서 일일히 가격 계산하고 있을 자신이 없다. 무엇보다도 본인은 8월 31일부터 지하철 무료신문에서 사설과 비즈니스면을 스크랩해서 모으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오늘도 행하고 있다. 다른 경제학 도서를 읽고서도 다짐만 하다가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실행한 일들이다. 습관변화에 큰 기여를 해 준 이 책의 저자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이 변화가 생활에서도 이어졌으면 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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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부처님은 주지를 하셨을까? - 원철 스님의 주지학 개론
원철 지음 / 조계종출판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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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 그대로 주지가 되는 법에 관해 적힌 책이다. 그러나 주지가 되는 법에 대해 중국의 에피소드와 함께 우리나라 절 이야기를 살짝살짝 곁들여주는 센스를 갖추고 있다. 어쩐지 표지에서부터 남다른 포스가 있다고 생각했더니, 다 이유가 있었다. 심하게 짧은 책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이만큼 절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담겨있는 책이 드물 것이라 한다. 성철스님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촬영할 때도 몇 날 며칠을 졸라서 출입한 사찰들이 꽤 있다고 하니, 서양의 수도원 못지않게 뚫기 힘든 곳이라 짐작해본다. 불교에 관한 책이다보니 절에서 쓰는 용어도 알지 못하면 곤란하다. 책을 읽으면서 그때그때 용어들을 찾아야 한다는 불편함이 따랐지만, 지식의 부족함을 어디에 탓하겠는가. 

 여러 이야기들이 많지만 결국 이 책의 결론은 주지되기 어렵다는 한탄이다. 절에서 있다고 해서 아무나 주지될 수 없는가보다. 절에서 얼마간 생활해봤다는 분의 말에 의하면 절에서는 위계가 철저하며, 무엇보다 수행과 관직(?) 사이에 갈등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고 한다. 단순히 '절의 리더'인 줄 알았더니 그것도 부족했다. 복도 갖춰야 하고 절의 풍수와 맞아야 한다니, 그 까다로움을 어렴풋이나마 짐작해본다. 목숨을 걸어 절을 지키는 주지들도 있었다고 하는 걸 보면 우리나라 사찰과 주지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는지, 절에 대한 책들은 많지만 정작 주지에 대한 책들은 많지 않았다. 이 책으로나마 주지에 대해 알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러나 아무리 까놓고 털어놓는 절이야기라고 해도, 책에서 등장하는 스님들의 대화는 두 번 보고 세 번 봐도 외계어같을 뿐 정상인으로서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원철스님도 아직 내공이 그 곳까진 달하지 못했는지 도통 모르겠다 하시니, 그저 답답할 뿐이다. 그러나 스님들의 운치있는 대화와 그 속에 깃들어 있는 깊은 지혜는 읽는 사람들이 감탄하도록 만든다. 여태까지의 고고하고 조용한 이미지를 확 깨뜨리는 박력있는 스님들(?)의 이야기도 재미있게 읽었다. 스님들도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시려 하셨는지, 원철스님의 구수한 입담때문에 절이야기가 읽는 내내 지루하지 않았다. 특히 '스님이 나라를 걱정해야지 나라가 스님을 걱정하는 건 대체 무슨 상황이냐'라는 따끔한 비평은 읽는 사람마저 후련하게 만들었다. (본인이 생각하는 그 비평이 맞다면.) 

 본인은 최근에 절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경전도 좋았고 밀교도 좋았지만 우리나라에서 꽤 오랜 역사를 지낸 우리 선종불교의 모습도 소박하고 넉살스러우며 지혜가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그 유명한 사찰사건으로 인해 요즘 사람들은 사찰의 부패에 대해서 한탄하고 헐뜯고 있지만, 그렇다고 불교까지 싸잡아 욕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우리나라에서 성범죄가 많다고 해서 우리나라 사람들 전부가 성범죄자가 아니듯, 우리나라 불교의 대중들이 모두 다 썩지는 않았을 게 아닌가. 게다가 우리나라를 걱정하고 갖가지 시민운동을 일으킨 스님들도 많다. 본인은 단지 우리나라 덕성과 복과 법력과 시기를 잘 타고 난 주지가 우리나라에 한 번 더 와서 불교계를 한 번 벌떡 일으켜 세워주길 기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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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펜 이야기 - 운명을 디자인하는 여자 이희자
이희자 지음 / 살림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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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루펜은 음식물을 건조시켜 비료 혹은 연료로 만드는 우리나라의 음식물 처리기이다. 처음 루펜을 본 계기는 '신동엽의 러브하우스'라는 프로그램이 제공해주었다. 기계의 디자인과 성능에 놀랐고, 그리고 그런 기계를 가난한 사람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해주는 사장님에게 막연한 감동을 느꼈다. 이희자 씨가 책 속에서 솔직하게 반전(?)을 제시해주셨지만, 멋있는 방송 안에서 멋있게 자신의 발명품을 홍보한 그녀의 기백에 감탄했다. 홈쇼핑에서 무심코 보고 지나간 루펜에서도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이희자씨의 발명품 루펜에 대한 솔직담백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이다. 사진만 많이 붙여놓는다면 루펜 광고집이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루펜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처음 책을 접했을 땐 이 점이 마음에 안 들어 눈살을 찌푸렸었으나, 중간쯤 읽어가면서 그녀가 얼마나 이 발명품에 애착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녀의 인생에 대한 상징물이 저런 멋진 발명품이라면 부러워할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누구도 쓸모있다고 생각하지 않은 사막의 모래로 벽돌을 만들었다는 프롤로그를 보면 살짝 질투심이 들기까지 하다. 그러나 처음부터 끝까지 당당한 그녀의 독백은 무한한 자신감과 포부를 지니고 있었다. 고객에게 허리를 숙이지만 자존심과 의지만큼은 꺾이지 않는 그녀의 모습. 그런데 그 모습은 놀랍게도 재벌 집안 음식상을 1인용 식탁에서 다인용 식탁으로 바꾸어 설거지감을 대폭 줄여놓은 모습과 대등한 비중으로 나타난다. 게다가 그녀는 주부로 살면서 경영인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했다고 말한다. 그 뿐인가. 처음 부분부터 남편과 만난 이야기, 사주팔자이야기,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떡하니 등장한다. 물론 미국에서는 이런 구성의 책들이 이미 수차례 출판되었지만, 우리나라의 몇몇 고지식한 남성들 중에서는 이 책을 비웃는 사람들도 간혹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이 대목에서 그녀의 철저한 고집을 느꼈다. 그녀는 자신이 글에서 쓴 대로 자신의 여성성을 전혀 숨기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여성성이란 줄곧 단점과 수치의 개념이었다. 남성다운 패션이 여성정치계나 여성기업계에서 유행하기 시작했고, 아직도 여성성을 숨기려는 여성들이 있다. 그러나 요새는 남자도 모성기업을 만들어나가는 시대이다. 여기서 여성들이 제대로 된 여성성을 살리지 못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여성으로서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결국 이 책은 대한민국의 여성으로 태어난 이상 남성들이 갖지 못한 감각으로 일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교훈을 주는 것이다. 좀 과장스럽게 이야기하자면 이 책은 훗날 우리나라의 여성 성공담의 중심을 차지하고, 시대가 직장의 예술성과 양성성을 더욱 강조하면 할 수록 이 책은 기업가들의 베스트셀러이자 필독서로 자리잡을지도 모른다. 

 쓸데없는 여담을 약간 적어보겠다. 본인은 일하기를 좋아한다. 집보다는 밖으로 나다니길 좋아하고 돈쓰기보다는 돈벌기가 더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굳이 이 책의 흠집을 잡는다면 본인은 빛더미에 나앉은 어려운 시기에 호텔에서 오렌지주스를 사는 그녀의 모습에 공감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라면박스들을 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 돈으로 스트레스받는 아이들을 위한 건강식을 더 세심하게 챙겨줄 수는 없었을까? 그러나 그 대목에서 주부로서 배운 침착함과 여유가 느껴진 것은 사실이다. 문득 IMF때 술에 만취한 채 집에 들어오시는 아버지를 이부자리 펴고 조용히 맞아주시는 어머니가 떠올랐다. 자주 욱하는 성격을 지니신 어머니가 보여주시는 의외의 모습이었다. 시간이 좀 더 지난 후에 여쭈어보니 당신께서 쓰러지거나 미쳐버린다면 집안이 무너진다 생각하고 버티셨단다. 결국 우리 가족은 그 시기를 버텨내고 지금까지 화목하게 지내고 있다. 집안을 지켜낸 어머니의 그 단호한 눈빛을 글쓴이 또한 가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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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본색, 뿔 난 한국인 - 김열규 교수의 도깨비 읽기, 한국인 읽기
김열규 지음 / 사계절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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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인이 본 한국 애니메이션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물건은 '개구리소년 왕눈이'나 '두치와 뿌꾸', '은비까비' 따위가 아니었다. 나름대로의 변신물과 동네 뒷산의 판타지와 10명 이상의 다양한 등장인물을 갖추고 있는 '꼬비꼬비'였다. 둘리까지는 아니지만 스페셜 버전까지 방송되는 등 나름대로의 인기를 누렸으며 책까지 출판되고 있는 판이다. 주인공 소년(가운데)과 일명 도깨비왕자라 할 수 있는 검은 도깨비가 합체한 게 인간도깨비 '꼬비'이다. 그러니까 장르는 퓨전판타지인 셈이다. 그들 혹은 그가 합체해서 벌이는 영웅담이란 바로 개천에 폐수 쏟아붓는 공장 사장님 괴롭히기. 한마디로 인간의 파괴행위로부터 마을의 평화를 지킨다는 내용이다. 예전부터 이 만화를 줄곧 찾고 있었는데 설마 이 책을 읽다가 무심코 그 제목을 떠올리게 될 줄은 몰랐다. 그 다음으로 도깨비라는 테마에 생각나는 건 노래이다. 전체가사는 제대로 기억나지 않지만 "금 나와라와라 뚜욱딱, 금 나와라와라 뚜욱딱~"으로 끝나는 노래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왠지 돈냄새가 풀풀 풍기는 노래이다. 도깨비의 3대 욕망을 읽으면서, 혹은 '뚝딱'이라는 의성어를 읽으면서, 이 노래의 리듬을 떠올리곤 했다. 비록 8강 꿈은 좌절되었으나 우리나라 태극전사들이 원정가는 동안엔 꽤나 참여도 높았던 축구응원단도 머릿 속을 빙빙 맴돌았다. '붉은 악마' 마스코트의 모습은 변명할 구석이 없는 도깨비이다. 하필이면 좋은 일도 하는 도깨비를 두고 왜 서양분위기가 풍기는 '악마'라는 단어를 집어넣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만일 응원단의 이름이 '붉은 도깨비'였다면 이 정도로 인기를 누렸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은 참으로 구수한 이름이 아닌가. 촛불시위 또한 우리나라 도깨비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한다. 미국시위처럼 총이 나가는 살벌한 전쟁판이 아닌, 노래와 춤으로 한바탕 흥을 돋우며 시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문화인이었다. '몽둥이' 든 전경들이 가득 모이는 밤이면 물바다와 피바다가 섞이는 난장판으로 끝나게 되었지만 말이다. 시민들이 든 촛불은 도깨비불마냥 이리저리 흔들리며 어둠 속을 날아다닌다. 그리고 촛불 속에서 날밤새는 그들이 원하는 건 먹을 것에 대한 안전과 집시법에 저항할 자유이다. 그야말로 속박에서 벗어나고 싶어 몸부림치는 조선의 도깨비들이 아닌가. 

 이처럼 내가 알고 있던 도깨비의 모습도 여러가지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우리나라 속의 도깨비가 엄청난 존재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었다. 그리고 돈과 권력과 여자를 마음대로 지닐 수 있는 도깨비를 은근히 부러워하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책을 소개하자면, 이 책은 엄연히 한국학에 대한 저서이다. 포스트모더니즘과 위트와 무의식과 리비도와 일링크스 등 언뜻 보면 어려운 단어들이 나와있지만, 저자는 너무나도 간단하고 쉽게 그 단어들을 도깨비의 특성과 관련지어 설명하고 있다. 성에 관한 은유만 안다면 어린애도 이해할만큼 간단하다. 또한 오윤의 정겹고도 굵직굵직 힘차보이는 도깨비 그림들이 인상적이었다. '낮도깨비 신명마당'이라는 명제 그대로 열정적이고 신명나는 그림들이었다. 도깨비의 설화를 이리저리 뒤섞어 재미있게 표현했기 때문에 심심풀이로 주르륵 펼쳐보기에도 아주 적합하다. 도깨비와는 연관없어 보이나 우리나라 최고의 꾀보 김삿갓의 시도 간혹 등장하곤 한다. 아마 도깨비가 한국 사람의 표본이라고 주장하는 저자에게는 자연스러운 전개라고 생각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한국학에 관한 저서라기보다는 구수한 옛날이야기 해설집같은 묘한 느낌을 주는 책이다. 한국학에 대한 저서를 더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물론 이 책만큼이나 쉬운 책을 찾는다는 가정하에서.
 우리나라 사람들하면 보통 '한'의 정서를 떠올리는 외국인들이 많다. 그러나 고된 일과 속에서도 노동요를 부르며 낙으로 바꾸어버리는 우리나라 사람들을 볼 때는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화가 부글댈 때 한 발 슬쩍 물러나, 울화 속에서도 말장난을 하는 한국인의 재치를 이해한다면 쉽게 넘어갈 수 있는 구절이다. 한국에 관심있는 외국인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속에서 살면서도 우리나라에 대해 무감해지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널리 읽어야 할 책이라 생각한다. 특히 저 재치를 배우기를 바란다. 특히 '말로서 천냥 빛을 갚는' 저 말재치를. 장난을 장난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며 남에게 장난도 잘 못치는 나로서는 도깨비의 기지가 그저 부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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