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란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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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가급적 스포일러는 하기 싫으나 한 마디만 해두겠다. 내용자체가 어두침침하다.
 문학토론을 하려고 펼쳐본 책에서 이렇게 진지한 이야기가 나올 줄은 상상도 못했달까. 솔직히 말하자면 내 취향이다(...)
 그냥 달달한 이야긴가보다, 하고 펼쳐본 책에서 뒤통수 한 대 맞은 격이랄까.
 그냥 흐지부지 끝나는 이야기려니 생각했는데 그냥 흐지부지하게 끝나는 책도 아니었다.
 그야말로 정신없이 이야기 속에 빠져버렸다.
 여자가 바보같다는 생각도 하고, 남자가 어쩜 저리 뻔뻔할 수가 있나 기가 막혀 혀를 차기도 하고.
 솔직히 이 책의 결말에서는 주인공이 과연 행복하게 극복했다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지만.
 복수도 아니고 화풀이도 아닌 애매한 결과?
 필자같으면 바람핀 여자가 아니라 남자의 간과 심장을 빼서 생으로 씹어도 모자라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뭐 그건 어디까지나 내가 미식가 타입이라 그렇겠지.
 칼을 잘 못 다루는 탓에 본인은 요리사의 심정은 모른다. 그저 맛있게 책을 음미할 뿐.
 주방에서 일하지는 않지만, 현재 서빙으로 일하고 있는지라 책에서 나오는 주방이야기에 많이 공감하는 바이다.
 요컨대 이 책은 요리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음식과 주방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충고할 말이 있다면, 최근에 실연한 사람은 보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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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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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 그대로,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라는 곡으로 인해 떠오르는 단편적인 기억에 대한 책이다.
 그러나, 죽은 사람도 아닌 주제에 그녀는 왜 이렇게 세상에 대한 원한이 많은 것일까... 생각한다.
 그러나.
 "웃지마, 웃으면 더 이상해."
 라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은 저 말의 참혹함을 이해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고.
 이름도 없이 여자로밖에 등장하지 않는 그 '여자'의 어둠, 요한의 어둠, 그리고 주인공의 어둠.
 그 모든 것이 심각하리만큼 어우러져서 코믹해야 할 이야기들마저 한없는 우울감과 무력감을 자아낸다.
 작가의 생각을 빌린다면 서민의 어둠이라고 표현해도 좋을지?
 사실 그와 그녀의 연애이야기마저도 상당히 분석적으로 나타나는 것 같기도 하고..
 처음 문체를 보았을 땐 엄청 여성적인 소설이라고 생각했으나, 반전을 보고서 생각이 바뀌었다.
 사실 '해피엔딩'읽고서 괜히 읽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후기는 때려칠려고 했었으나, 그런 결말이 있었을 줄은(...)
 멀쩡하게 잘 읽다가 허점을 맞은 느낌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오싹 소름이 돋기도 하고;
 무튼 사랑이 신께서 부여한 마지막 희망이자 환상이라는 사실은 인정하는 바이다.
 그것이 현실이던, 기억이던, 아니면 그저 자신의 이기심이 만들어낸 환상이던 간에.
 모두가 그 달콤한 잠에서 평생 깨어나지 않기를.
 "웃지마, 웃으면 더 이상해."라는 소리도 평생 들을 일 없기를.
 PS. 사실 요한과 여자의 어둠이 닮았다고 생각했을 때, 얼추 이 책의 결말을 알 것 같았다. 젠장.
 스포인가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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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아기 느림보 그림책 20
윤재인 지음, 하수정 그림 / 느림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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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는 할머니의 아기다.' 상당히 재미있는 주제를 모토로 취한 그림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번 책은 '유아용 에코페미니즘' 그림책이라는, 의심스러울 정도로 명확한 의도를 띄고 지어진 책이다.
덕분에 신문의 관심을 꽤 받은 기색이다만. 명성이 자자한 책은 거북스러웠지만 일단 에코페미니즘과 연관이 있으니 자료수집 겸 구입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어렴풋이 성교육용 그림책을 생각했으나 그것과는 관련이 없다.
 일단 정자난자 어쩌고 소리도 안 나오고 무엇보다 남자가 없다! 사실 그 점이 매력포인트였지만.
 사실 아버지와 아들의 진한 애정이니 어쩌고하는 스토리는 질렸다고나 할까()
 일단 내용은 할머니의 아기로부터 내가 태어났으며,
 한 때 태반으로 이어졌던 셋의 사이는 눈물로서 연결된다는 스토리.
 라지만 일단 그림과 같이 봐야 그 감동을 알 수 있다는 걸 명심하시길. 역시 설명은 무미건조해()
 문체도 유아용답게 간결명확한 시같이 지어졌으나 역시 그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태반과 자궁을 하나하나 연필로 터치한 섬세함이 느껴졌다.
 원색으로 아이들의 시각을 자극하는 그림책들과는 달리 차분한 느낌을 다분히 강조했다고나 할까.
 그리고 상상으로 부풀어오르게 만드는 여백들. 첫번째 창작그림책치고는 꽤나 수작이다.
 아르바이트 끝내고 녹초가 된 상태로 화장실에서 잠깐 읽은 책이었는데도 상당히 강렬한 느낌을 주었다.
 여담이지만 이 책으로 그림에 그려진 아기의 볼을 직접 만진다거나,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린 방식으로 선을 그려 자궁을 그린다던가, 아기의 배꼽과 엄마의 배꼽을 교구로 만들어 태반삼아 붉은 실로 이어보는 놀이도 꽤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다. 복수전공이 아동학과이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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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방 1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199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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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적 스타일을 띄고 있는 소설이라는 말은 들었지만 정말로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을 주었다.
 비유가 거의 없는 짧은 해설이라거나 옆에서 말하는 것처럼 쓰여진 생생한 말투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를 과거형으로 서술하고, 과거형을 현재형으로 서술해 소설 자체에 아이러니를 느끼게 했다. 정말로 시간을 한바퀴 돌리는 듯한 느낌이라고나 해야 할까.
 무엇보다도 현재 내가 살고 있는 곳이 독산 바로 옆이라서, 순간 움찔했다.
 그동안 출근하면서 무심코 스쳐지나갔던 여공들을 다시 눈여겨보게 되었다고나 할까.
 몸보다 몇 배로 부풀려진 블루칼라를 입고서 출근하는 그들.
 그래도 지금은 이 작가보다는 훨씬 나은 환경에서 살아가지 않을까.
 꽤나 진지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음에도, 한국의 서정성이 느껴지는 건 어째서였을까,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그녀가 심리적으로 엄청난 압박감과 혼란을 겪고 있을 때마다 옆에서 원래의 길로, 작가의 길로 가도록 계속 밀어준 가족들을 보게 되었다.
 '역시.'라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조금이나마 훈훈해진 건 정녕 나 혼자뿐이었을까.
 어쨌던 오랜만에 마음이 훈훈해지는 소설을 보게 되었다. 몇 시간 후에 가게 될 독서토론에서도 이런 책을 읽도록 계기를 만들어 준 점에 대해 감사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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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는 잘해요 죄 3부작
이기호 지음 / 현대문학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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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에서 연재하는 소설을 엮어서 책으로 출판한 것이라서, 군데군데 다듬고 삭제시키고 한 것들이 여러모로 눈에 띈다.
 세상에 대한 철저한 냉소가 담겨져 있는 블랙코미디이자 풍자우화이다.
 비록 웃기는 요소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되지만. 일명 읽는 사람들에게 썩소를 짓게하는 소설이랄까.
 작가가 유달리 시봉이의 인생을 꼬이게 설정하는 데에 집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에서도 두 번씩이나 등장하는 이름인데, 소설을 보면 알다시피 둘 다 끝이 그닥 좋지 않다.(이러면 스포일러가 되려나 ㄷㄷㄷ)
 언제나 약을 먹고 살기때문에 환자취급을 당하고, 사람들에게 맞으면서 살아가지만 사람들이 숨기고 있는 이면의 죄를 파악하 는 데에는 천부적인 소질이 있는 이들.
 사람들이 싫어하는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여러모로 비운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그러나 태어나자마자 죄를 짓고 살아가는 것이 바로, 인간인 것을.
 PS. 이 책의 겉표지를 읽으면 본좌는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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