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의 성공사례
한중렬 지음 / 해울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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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은 하루만에 일어난 일을 쓰는 소설이 유행인지, 이 소설도 요즘 읽고 있는 소설과 같은 구도로 나간다.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을 연상시키는 인물구도랄까.
 사실 내심으론 그 소설을 모티브로 했다는 생각이 든다. 본문에서 셰익스피어를 직접적으로 들먹이는 것도 그렇고.
 아무튼 게이소설 치고는 시와 학문적 지식이 풍부한 소설이다.
 특히 인영이라는 종잡을 수 없는 인물을 창조해낸 작가의 창조관을 칭찬해주고 싶다.
 사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현진X동식의 구도가 매우 좋지만. 무식한 바보 공과 그를 사육하는 수 ㅋㅋ
 솔직히 옥녀천침의 기세로 동식을 날려버리는 대목을 읽을 때는 너무 후련해서 박수치고 싶었음.
 정호라는 캐릭터도 상당히 재미있었다. 우리나라 소설에서는 어지간해선 찾아볼 수 없는 핵심등장인물.
 남자 중매쟁이치고는 상당히 고단수의 수법을 쓰는 인물이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정의감이 있는 인물이기도 하고.
 동성애자에게 유달리 호감이 있는 본인은 현실에서 이렇게 탁 까놓는 게이를 만나기 힘들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러기에 더욱 소설 속에서만 등장하는 게 아깝단 말이지.
 게이커플학교까지 차린 한중렬씨를 보면 그 자신에게서 따온 캐릭터같기도 하고.
 무튼 한중렬 씨가 설정한 사회처럼 우리나라에서도 동성커플 메이커 회사가 공식적으로 차려지길 기원해본다.
 수위: 소프트소설이지만 단편 '아르마니를 입은 남자'는 좀 쎄다. 적극적인 철부지 도련님 수가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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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 박태원 단편선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15
박태원 지음, 천정환 책임 편집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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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인이 자주 다니는 도서관에서 책을 검색하니 전자책도서관에 이 책만 덩그라니 꽂혀져(?) 있었다.
 다시 말해 종이에 쓰여져 있는 책은 전시해놓지 않았다는 소리이다.
 전자기기엔 관심이 없어 당연히 전자책과도 인연이 없던 나는 결국 이렇게 전자책을 새로 접하게 되었다.
 단편집이 아니라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이라는 단편 하나만 쓰여져 있었고,
 당연히 분량도 짧아서 딴 짓도 해가면서 뜨문뜨문 읽었다. 결국 한시간만에 완독했다.
 "그는 결코 고독을 사랑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이 구절이 가장 인상에 깊었다. 자세한 이유도 쓰여져 있지만 길기 때문에 생략.
 말 그대로 소설가가 직업인 구보씨의 하루를 그린 책이다.
 과거 애인에 대한 회상과 자신의 상상이 겹쳐져서 그려지긴 하지만 책은 그의 유년시절이나 대학시절 등을 꼬치꼬치 따지는 타입이 아니다.
 과거 약했던 자신과 성욕까지도 숨김없이 드러내는 그의 문체는 차라리 깔끔하기까지 했다.
 아무리 밖에서 자잘한 상처를 입더라도 하루를 마감하는 날이 되면 이상하게 내일을 꿈꾸게되는, 착하게 살겠다는 다짐마저도.
 비판적으로 사회를 바라보는 면도 있지만, 우리나라 소설답게 상당히 정답고 훈훈했다고나 할까.
 고등학교 시절 ebs에서 강의들으면서 보던 단편이었으나,
 역시 쓰잘데기없는 평론 안 듣고 직접 읽는 것하고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다.
 솔직히 나도 오늘은 할 일이 없는 날이라서, 구보씨의 말에(특히 고독!) 적극 공감하면서 책을 읽었다 ㅋ
 한편으로는 '독신남자들의 삶에 공감해서 어쩌겠다는 거냐' 싶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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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열린책들 세계문학 17
조지 오웰 지음, 박경서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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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사에 부정적인 생각과 의심과 시니컬로 가득 차 있다고 자부하던 내가,
 "뭐야 이거 왜 이리 스토리가 어두워"라고 생각할 만큼 엄청나게 암울했다.
 한나라당의 부정에 가득 찬 과거를 알면서도 투표하는 우리들만큼이나 모순에 가득 찬 소설이었다.
 빅브라더와 골드슈타인은 결국 당과 이데올로기 속에서 숨쉬고 있는 인물이라 생각한다.
 그러므로 이 책 속에서 그들도 불멸의 형태를 지니고 있을 것이다.
 카이사르와 부루투스건, 히틀러와 처칠이던, 아무튼 그 무엇이건 간에 흑과 백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그리고 책에서도 밝혀지듯이, 흑이라고 반드시 악한 건 아니다. 백이라고 해서 반드시 선한 것도 아니다!)
 오브라이언이라는 인물도 마찬가지였다. 철저히 솔직한 그는 한 대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얄밉지만 결국 미워할 수도 없는 인물이다. 아니, 오히려 본인도 윈스턴처럼 어렴풋한 존경심이 느껴지기까지 했다. 결국 윈스턴뿐만 아니라 나마저도 저런 사람이 회유하면 홀딱 빠지겠구나 싶을 정도로.
 결국 오브라이언도 윈스턴도, 세상을 비판하면서도 정치에서 빠져나가지 못한 저자의 자화상이라 생각하는 바이다. 오브라이언이 한 말은 구구절절 굉장한 명언(?)이었지만 그 중에서도 정곡을 찌르며 오싹함을 느끼게까지 하는 말은 "히브리인과 비슷한 사고"였다.
 바알로 불리건 오시리스로 불리건 전부 이단으로 몰리는 다른 조국의 신들처럼, 혁명도 결국 존재하지 않는 나라를 조지 오웰은 예언해버린 것이었다. 하긴 '자유'라는 단어도 없어졌다는데 무슨 혁명이 존재하겠는가.
 결국 이 책은 소름과 오싹함도 남겨줬지만, 내가 '회개'라는 단어를 무서워하는 이유를 분명하게 알게 되었다.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한 번 읽어보시길. 번역자 분 번역 한 번 잘 하셨다 굿잡!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에겐 유감스럽지만 역시 본인은 회개나 전도라는 말 듣기 싫어서 교회 안 다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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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2 - 두 번째 방문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10
이종호 외 8인 지음 / 황금가지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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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엔 소설들 전체에서 딱히 기막힌 반전은 없었다.
 나름 반전이 나온다고 쓴 것 같은 '벽'도 '모텔탈출기' 같은 상큼한 느낌은 없었다.
 어쩌면 장애우을 다룬 소설이라서 신경이 날카로워졌던지도 모르겠다.
 (몸도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사람 가지고 장난치지 말란 말야-_-)
 피와 살이 튀기는 칙칙한 분위기도 왠지 흐릿해진 기분이었다.
 말 그대로 사람들의 환상을 다룬 이야기.
 전반적인 분위기는 '드림머신'이라는 소설이 쥐고 있었다고 본인은 생각한다.
 분명히 벅스바니도 기억나고 그 갈색괴물 생김새도 기억나는데 이름이 생각 안 난다. 나이트메어던가?
 '벽 곰팡이'라는 소설과 '벽'이라는 소설은, 언뜻 제목만 봤을 때는 내용이 겹친 것 같은 느낌을 주나 전혀 그렇지 않다.
 본인은 이 책을 읽기 이전에 '워킹푸어'라는 책을 읽어버려서, 교포의 이야기가 몸서리쳐질 만큼 실감나는 스토리로 다가왔다.
 아무래도 너무 실감이 나는 게 저자가 직접 겪은 이야기같기도 하고...
 아무튼 피와 살이 튀기는 영화를 보며 태연히 감자칩 씹는 본인도 천장에서 떨어지는 곰팡이이갸기에서 잠시 입맛이 떨어지는 경험을 했더랜다.
 무튼 첫 번째 책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 책도 무려 하루만에 다 읽어버렸다.
 한국공포문학단편선 시리즈는 역시 몰입력이 상당히 뛰어난 소설들만 모여있는 게 아닌가, 생각해본다.
 P.S 도서관에 발도장 찍으며 막 책을 대출하려던 찰나, 사서가 물어봤다. 
 "자주 오시는 것 같은데, 일주일에 책 몇 권 보세요?" 
 난 중얼거리듯, 
 "글쎄요, 한 두세권?" 
 이란 말을 엄청 어물거리며 내뱉은 다음, 엄청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나와버렸다. 
 문득 가족들과 맥주한잔 걸친 날, 삼촌이 사촌에게 날 가리키며 이렇게 말한 게 생각난다. 
 "얜, 어렸을 때부터 책에 미쳐있었어."  
 변변치 않은 소설책을 빌리며 그런 말들을 듣는 것, 기분도 좋지만 부끄러운 일이다.
 이런 글을 다른 사람에게 공개하듯이 쓰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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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8
이종호 외 9인 지음 / 황금가지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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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뜻 우리나라에서는 이 소설이 19금이라는 게 수긍이 가는 단편들이 몇 개 있기는 했다.
 (본인의 삐딱한 생각으로는 독재자가 등장하는 '하등인간'이 큰 몫을 했다고 생각했다만.
 뭐 실질적으로는 18금 19금에 달려드는 독자들의 눈을 번쩍 뜨이게 했으므로 좋은 게 좋은 건가.)
 한 가지 알려드릴 게 있다면, 귀신이 나오는 소설보다는 철저히 집요하리만큼 인간만 등장하는 소설들이라는 것이다.
 피와 살이 튀기는 장면이 여럿 나오므로 비위 안 좋으신 분들은 시간과 장소를 가려 조심히 읽어야 한다.
 뭐, 낮짝 두꺼운 본인이야 출근하는 버스 안에서 베이글을 씹어가며 읽었다지만.
 전에 읽었던 '히토고토' 생각이 자꾸 났지만, 그래도 일본공포소설보다는 한국에서 통하는 이야기가 많았다. '일방통행'이라거나.
 '팔란티어' 소설을 쓴 사람의 단편 등, 인터넷에서 쓴 글을 추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법 짱짱한 배후가 많았다.
 개인적으로는 너무 못 써서 시선을 끄는 '감옥'과 어딘가 슬픈 느낌을 주는 '하등인간',
 읽은 후 반전때문에 내내 본인을 피식피식 웃게 해 정신이상자처럼 보이게 만들었던 '모텔탈출기'가 가장 마음에 든다.
 반면 이종호씨의 '아내의 남자'는 반전이 너무 뻔해서 약간 실망. 기대치가 너무 컸나?
 현재 4편까지 나왔다는데, 다른 책 읽기도 바쁘지만 가급적 연속으로 정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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