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와 토종 씨의 행방불명 / 신통방통 곱셈구구>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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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와 토종 씨의 행방불명 - 우리가 알아야 할 생물 종 다양성 이야기
박경화 지음, 박순구 그림 / 양철북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릴 적 기억이 되살아나게 만드는 책이었다. 문명의 발달과 인간들의 이기심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구의 모든 것을 바꾸어 놓고 있다. 환경이 뒤집히고 있다. 소중한 생명이 사라지고 있다.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 잘사는 사람-국가-들은 더 잘 살고 못사는 사람-국가-들은 더 못사는 그런 불균형이 확대되어가고 있다. 이 책속에는 어떻게 하면 사라져가는 생명을 되살리지는 못해도 지킬 수 있을지 소상히 알려주고 있다. 고마운 책이다. 이 책은 아이들이 읽기보다는 자연을 자신의 것인양 마구 파헤치는 소위 말해 지식, 지성인이라고 하는 어른들에게 무더기로 선물해 주고 싶은 책이다. 그들이, 아니 우리 어른들이 이 책을 읽고 정신을 차려 지금부터라도 좁게는 우리나라의 넓게는 지구의 생명을 살리는데 동참한다면 굳이 우리의 아이들에게 이 책을 읽힐 필요가 없게 될 것이다. 만약 우리의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왜 그렇게 되었는지, 그러는 동안 엄마, 아빠는 무엇을 했는지 물어본다면 딱히 변명할 말도 없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의 지구는, 우리의 나라는 시들어가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릴 적에는 사는게 힘들어 풍족하게 먹고, 즐길 겨를이 없었다. 남아나는 쓰레기란 있을 수 없었다. 사람도 먹을게 없는데 먹고 남긴다는 것은 감히 상상도 할 수가 없었다. 설령 남는 음식쓰레기가 있다면 다음은 집에서 키우는 개나, 가축들의 소중한 양식이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넘치고 넘쳐 두세명의 한 가족이 먹을 양이 옛날 6-7명의 대가족이 먹을양과 맘먹는다. 남으면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리면 그뿐. 어떠한 죄책감도 없다. 그리고 말한다. 내가 먹고 남아 내가버리는데 왠 참견이냐고...
어릴 적에는 재활용은 기본이었다. 엿장수아저씨가 마음대로 가위를 짤랑짤랑 대며 동네를 찾아온다. 집에서 쓰지못하는 물건을 가져가야 엿을 바꿔주는데 마땅하게 바꿀 물건이 없다. 엿은 먹고 싶은데...어릴 적 간식거리라고 해봐야 거의 없었으니 간혹 나타나는 엿장수 아저씨는 마음을 설레이게 하기에 충분했다. 어린시절 엿이먹고 싶어 반이상이나 남아있는 참기름 병의 기름을 그것도 다른 그릇에 담아놓고 가져과 엿을 바꾸어 먹었으면 될텐데 그냥 하수구에 콸콸 쏟아 버리고 엿장수에게 갖다주었던 일이 생생하다. 물론 엿은 얻어 먹지도 못했다. 기름병은 씻기가 힘들다는 이유로 수거대상이 아니었다. 대신 집에서는 몽둥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한 추억이 나에게는 남아있다. 지금은 슈퍼에 가면 먹고 싶은 군것질 거리가 즐비한다. 하루 세끼를 군것질로 채워도 매일 새롭게 배를 채울 수가 있을 정도이다.
지금은 물론 예전이 아니다. 시대가 바뀌고 문화가 바뀌고 세계가 바뀌니 변화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기본이 흔들리면 안된다. 우리는 우리의 조상들에게 물려 받았고, 후손에게 물려주어야한 우리의 자연을 마치 내것인양 마구 파헤치고 망가뜨린다. 산은 마구 깍아 어디가 산등성이고 정상인지 알 수가 없게 되었고(고랭지밭의 습격(P.53)), 자연의 파괴와 오염으로 물은 사먹어야 하게 되었고(생수전성시대(P.59)), 편하게 다니고자 동물들의 이동경로를 차단시켜 지켜야할 동물들이 허무한 죽음을 맞고(로드킬,가장 비참하고 쓸쓸한 최후(P.117)), 자연경관이 좋았던 곳은 이제는 쓰레기더미에 파묻혀 냄새와 벌레들로 가득하고(태초에 쓰레기는 없었다(P.78)), 봄을 알리는 제비나 자연을 이롭게 해주는 동물들이 땅에서도 물에서도 하늘에서도 사라지고 있음을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니, 제일이니 하는 잘못된 생각이 결국 우리나 우리 자손이 대대손손 이어가야한 우리의 자연과 환경을 서서히 무너뜨리고 있다. 생명이 없다면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기본적인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는 우리는 정신차려야 할 것이다. 아직도 정신못차리고 강을 개발하겠다는 이들이 있는데 정말로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먼 훗날 후회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화도 나고 짜증도 나고 한심하기도 하다. 인간에 의해 모든것이 변화해가는 것이 답답하기만 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그리 많지 않지만 모라도 해야만 할 것같은 의무감이 생기게 된다. 음식쓰레기는 줄이고, 가전제품은 쓰고 쓰고 또 써야 할 것이고, 물은 생수가 아닌 수도물을 끓여 먹어야 하고, 우리땅 우리자연을 아끼고 살릴 수 있다면 작은 힘이나마 보탬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그것이 소중한 나의 땅을 사랑하는 나의 아이에게 물려줄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알기 때문이다. 이런 책은 정신나가 어른들에게 배포해 자연을 지키는 지침서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