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는 칼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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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도 일단은 별을 많이 주고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요즘 일본소설 중에서 재미있게 읽기도 읽었지만 탄탄한 구성과 540여페이지의 일반소설책보다도 배에 가까운 분량이지만 읽히는 속도는 매우 빠르다. 그만큼 흡입력이 있다는 얘기. 히가시노 게이고의 '방화하는 칼날'을 읽다보니 그의 예전 수상작품 '용의자 X의 헌신'이 떠올랐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치밀한 구성과 촘촘한 인간 내면의 심리를 너무도 잘 표현해 함께 마음이 아플 정도라고나 할까...

문제청소년 3명에 의해 사랑하는 딸을 읽은 아빠의 절규과 절망의 모습. 도저히 남의 이야기로만 치부하기에는 마음이 아프다. 갑자기 최근 사회의 커다란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한 살인자의 초등학생 유괴사건이 떠올랐다. 아이를 읽은 부모의 마음. 이 책은 그러한 마음을 너무도 잘 보여주고 있다. 사이코패스기질의 범인과 이 책의 두 청소년과의 공통점. 즉, 다시말해 자신의 행동에 전혀 가책을 느끼지 못함에 화가 치밀어 올라 정말 옆에라도 있다면 어찌어찌 해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자신들의 치기어린 행동이 귀한 사람의 목숨은 물론 한가정의 행복을 송두리째 그것도 모자라 흔적자체도 없게 만드는 모습을 보면서 '법은 필요한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누구를 위한 법인지 다시한번 돌아보게 만들었다. 단지 미성년자라는 이유만으로 처벌을 면하거나 죄에비해 턱없이 부족한 처벌을 받을 수 밖에 없는 현 사회의 비현실성. 과연 이대로 방치되어야만 하는지 의문이 든다.

이 이야기는 비단 이웃 일본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우리의 문제이고 더 나아가 다른 나라의 문제일것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화가 치밀어 오르다가, 그럴 수 밖에 없는 아버지의 모습. 그리고 주변의 보이지 않는 응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많은 작품 중에서 이 방황하는 칼날과 용의자 X의 헌신은 꼭 추천해 주고 싶다. 마지막 결말에 가서 마음이 찡할 정도의 아픔과 함께 사회는 법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할지 문제를 던져준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왜 제목이 '방황하는 칼날'인지 잘 알게 될 것이다. 과연 방황하고 있는 칼날이 들어가야 할 곳은 어디인지 다시한번 생각나게 만드는 맘에 드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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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 오늘의 일본문학 6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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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작가를 좋아한다. 이사카 고타로도 좋고, 오쿠다 히데오도 좋고, 미야베 미유키도 좋고, 요코하마 히데오도 온다 리쿠도 좋다. 그 많은 일본 작가중에 요즘은 요시다 슈이치가 가장 좋다. 처음에는 그의 작품 한 두권 정도 읽고 그렇게 까지 좋지는 않았는데, 내사랑 온천과 나가사키 등을 읽고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세계가 좋아졌다. 지금까지 그의 작품 중 한국에 소개된 책중 약 10여편을 읽었으니 그리 적은 수는 아닐 것이다. 그 중에서도 바로 이 책 '악인'이 최고라고 말하고 싶다.

작가가 본인 스스로 '악인'을 대표작이라고 꼽았을때도 믿지 않았었다. 으례히 신작이 나오면 광고성 발언으로 그렇게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책을 다 읽고 그러한 나의 생각이 잘 못 되었음을, 다시 말해 요시다 슈이치라는 작가가 서슴치않고 대표작이라 표현한 것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한마디로 올해 - 물론 앞으로 내가 한해동안 얼마나 많은 책을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 내가 뽑을 일본소설 베스트의 반열에 일찌감치 0순위로 올려 놓으리 만치 재미까지 갖춘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탄탄한 요시다 슈이치씩 구성과 치밀한 스토리, 얄미울 정도로 섬세한 인간의 심리묘사 그리고 여느 작품처럼 결말과 과정에 대해 단정적으로 못박지 않은 작가의 의도는 오히려 읽고나서도 오랫동안 작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까지 갖추고 있다. 처음부터 읽어내려가다가 등장하는 캐릭터를 만나면서 '이 인간 나쁘다'라고 생각하다가 어느틈엔가 '이 인간 그리 나쁘지 많은 않네...', '그래, 나같아도 충분히 그럴 수 있겠는 걸...'등 한 캐릭터에 대해 객관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분명 표면적으로는 '이 사람은 나쁘고 저 사람은 좋다'라는 등식이 성립되는 듯 싶다가도 이내 그 등식은 산산히 부서지고 흑백의 판가름에서 벗어나 사고의 다양함까지 끌어내는 맛이 있는 작품이라 하겠다. '악인'을 읽다보면 '정말로 진정한 악인은 누구이며, 인간 누구에게나 선한 마음과 악한 마음이 함께 공존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하겠다. 앞서 얘기했듯이 작가가 각각 등장하는 인물의 심리와 내면속 감정을 -마치 자신을 들여다 보듯이- 너무도 잘 보여주고 있고, 작가의 악인에 대한 생각이 전혀 담겨있지 않아 읽는이로 하여금 다양한 결론을 도달할 수 있게 한 것은 역시 요시다 슈이치 이기에 가능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지금까지 읽은 요시다 슈이치의 10작품 중 나는 이 작품은 단연코 최고로 꼽고 싶다. 한 작가의 작품을 10여편이상 읽어오면서 이처럼 재미있는 책을 만날 수 있다면, 그동안 읽어온 작품이 조금은 부족하고, 때로는 실망을 했었다 한들 한번에 날려버릴 수 있을 것이다. 자, 요시다 슈이치를 좋아한다면 이 작품을, 요시다 슈이치에 실망했었다면 이 작품을 한번 읽어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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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방랑기
가쿠타 미쓰요 지음, 신유희 옮김 / 해냄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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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는 의미는 무엇일까? 동족, 친족, 생활공동체, 함께 살아가는 집단 등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우리는 가족의 중요성과 의미를 잊고 살아가고 있다. 왜냐하면 가족은 우리를 위해 언제나 그자리에 있을 것 같고, 내가 어찌하여도 다 이해하고 용서해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양면성을 보이곤 한다. 집안에서의 나와 집밖에서의 나. 집밖에서는 상냥하고 친절하고 누구에게나 잘 대하면서, 집에오면 말이 없어지고, 무뚝뚝해지고, 신경질적이며, 때로는 난폭해지는 사람을 볼 수가 있다. 아마도 밖에서 받은 이해 집단들로부터의 억압들을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보상받고 싶어서 인지도 모르겠다. 어쨋든 우리는 그렇게 가족의 소중함을 무시한책 살아가고 있다. 늘 그랬듯이...

여기 한 가족이 있다. 아빠, 엄마, 그리고 네딸. 큰딸은 고등학교때 사랑하는 사람과 가출한 경험이 있고-결국은 돌아와 평범한 가정을 꾸미지만-, 작가지망생 둘째딸, 모든면에서 톡톡튀는 세째와 이 책의 실제주인공인 막내딸 - 그녀는 명문학교를 자퇴하고 그저 그런 학교로 전학을 한다. 그리고 막내딸에게는 누구에게도 말 못할 자신만의 동생이 있다. 바로 자신때문에 태어나기도 전에 죽은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를 상상속의 동생.

이러한 6명의 가족들은 각자 자신의 생활을 해 나간다. 별로 이렇다할 특징도 없고, 확 튀는 문제도 없이 말이다. 이런 가족구성원들에게 나름대로 갖고 있는 고민이 있다. 가장인 아빠, 엄마는 영하고 있는 주류가게 옆에 커다란 슈퍼가 들어서게 되어 생계에 타격을 받을까 걱정이고, 막내는 대학을 진학 못하게 될 것 같은 고민에 빠지게 되는 등...그러던 이 가족에게 뜻하지 않은 위기가 닦쳐온다. 바로 둘째 언니의 소설이 신인상을 받게 된 것. 하지만 좋아하기는 아직 이르다. 바로 그 소설의 내용이 바로 가족들의 치부를 드러내는 내용. 이 소설로 인해 가족 구성원은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이야기는 급변환하게 되는데...

가족방랑기를 읽다보면 가족의 의미와 함께, 잃어버린 자아를 찾게 되는 모습을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다. 작가 가쿠다 미쓰요는 잔잔하게 가족상을 엮어내고 있다. 작가 특유의 잔잔함으로 말이다. 가쿠다 미쓰요는 '죽이러갑니다', '이 책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를 통해 되었는데 역시 작가만의 독특한 맛을 느낄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막내의 시각을 통해 느껴보는 가족들의 일상사를 따라가다 보면 어떻게 잃었던 자아를 찾아가는지, 가족들 개개인이 갖고 있는 모습은 무엇인지를 찾아내게 될 것이다. 결국 이러한 모습의 발견은  곧 우리네 가족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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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젤
이시다 이라 지음, 인단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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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나 일어나보니 내가 죽어있다. 그것도 타인에 의해...나는 유체이탈이 되어 허공에서 나의 모습을 바라본다. 누군가 나를 묻고있는 것이다. 나는 그들을 막을 힘이 없다. 단지 분을 삭히며 지켜만 보아야한다. 더욱이 나는 지난 얼마간의 기억이 없다. 왜 내가 이렇게 되었는지, 지금 정말 나는 죽은 것인지 조차도...과연 나의 죽음의 비밀은 무엇일까?

이시다 이라의 '엔젤'은 그만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늘 새롭고 강하고 별난 소설을 써온 그가 이번에도 예외없이 죽은자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여기서 '엔젤'은 두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는 듯 하다. 하나는 죽은자의 모습 - 그것이 천사일수도 있고 - 또 다른 하나는 벤처투자를 의미하는 '엔젤'.

나는 사후세계를 믿는 쪽이다. 우리는 때로 이해하기 힘들고 상상하기 힘든일을 겪은 사람을 만나거나 그들의 이야기를 책이나 기타 경로를 통해 듣곤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영화나 소설의 이야기처럼 외면해버리고만다. 죽음 이후의 세계가 있다 없다에 대해서는 명쾌하게 답을 내릴 수가 없다. 간혹 죽음의 문턱까지 아니 그 이후까지 갔다가 돌아온 이도 있다곤 하는데 이또한 반신반의 하다. 왜냐면 내가 경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은 자신이 경험한 일만 믿으려는 경향이 있다.

그런측면에서 보면 '엔젤'은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고, 아니 그래야만 할 것이라 믿고 싶어진다. 자신이 타인에 의해 살해를 되었는데, 원한을 갚지못한다면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책을 읽다보면 주인공의 심정이 이해가 가면서도 조금은 답답하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중간의 다른 영혼이 자신의 혼을 던져 또 다른 생명을 구하고 자기는 두번째 죽음을 향하는 대목은 가슴이 찡하다.

'엔젤'은 적당히 마음도 찡하고, 적당히 스릴도 있고, 적당히 통쾌함과, 적당히 흥미로운 소설이라 평할 수 있을 것이다. 이시다 이라의 작품을 많이 접한 독자라면 그의 매력에 또다시 빠질 것이요, 이시다 이라를 처음 만나는 독자라면 새로움에 그의 다른 작품을 찾게 될 것이다.

"우리모두 죄짓지 말고 착하게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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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은 아직 멀리
세오 마이코 지음, 박승애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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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면 가슴 따뜻한 책이다. 제목은 무거워 보이고 책 소개를 보면 무엇인가 벌어질 듯 한 분위기를 보이는데 뒤로 갈수록 포근해지는 그런 책이다. 23살의 주인공은 남자친구의 헤어짐과 직장내에서 특출나게 잘 하는 것도 없다. 이런저런 이유로 그동안 벌어놓은 돈과 주변을 깔끔히 정리하고 무작정 먼곳으로 떠난다. 어찌어찌 찾아간곳이 바다를 한참끼도 들어가다 떡하니 나오는 산골마을. 그래 그곳이 바로 그녀가 죽은 장소였다.

주인공은 허름한 민박집에 늦은밤 찾아든다. 30세의 남자 혼자서 사는 곳. 그날밤 그녀는 수면제 십여알을 먹고 잠에 빠져든다. 하지만 이틀후 그녀는 개운하게 잠에서 깨어난다. 죽기로 했는데 말이다. 그러면서 그렇게 그곳에서 그녀는 20여일을 생활한다. '천국은 아직 멀리'는 그러한 그녀의 일상을 따라가고 있다. 죽을 생각을 접은지는 이미 오래됐다.

주인공은 그곳에서 자신의 모습을 되찾는다. 우리 인생에 있어 21일이라는 시간이 어찌보면 하찮고 짧은 시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죽음을 생각한 후에 다시 태어난것 같은 21일의 의미는 다를 것이다. 게다가 모든것을 비운상태에서 새롭게 담아내는 날들로 가득한 21일은 새로울것이다. 산책과 새로운 경험과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과 그리고 서서히 서로를 알아가는 민박집 주인과의 관계. 그러나 그녀는 돌아가야 한다. 그녀가 돌아가야 할 곳이 어디인지 비로소 깨닫게 된것이다. 하지만 주인공은 알고 있다. 그녀가 결국 돌아와야 할 곳이 어디인지를...

지금 이순간 힘들고 지치고 누군가가 필요할때 배낭하나 짊어지고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자살여행'이 아닌 '비움의여행'을 말이다. 우리안에 있는 모든 고민과 고통은 결국 우리의 생각에서 나오는 것이기에 그 생각을 비워버리면 고민도 괴로움도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희망을 채워오면 그뿐일 것이다. 따뜻한 소설한편 읽고나니 내마음도 따라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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