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늙은 인디언 추장이 자기 손자에게 말했습니다.

" 얘야,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서 두 늑대가 싸우고 있단다. 한 마리는 악한 늑대로 그 놈이 가진 것은
화, 질투, 슬픔, 후회, 탐욕, 거만, 자기 동정, 죄의식, 회한, 열등감, 거짓, 자만심, 우월감 그리고 이기심 이란다.
다른 한 마리는 좋은 늑대로, 그가 가진 것은
기쁨, 평안, 사랑, 소망, 인내심, 평온함, 겸손, 친절, 동정심, 아량, 진실 그리고 믿음이란다. "
"어떤 늑대가 이기나요?" 손자가 묻자, 추장은 간단하게 대답했습니다.
"내가 먹이를 주는 놈이 이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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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시간에 소설읽기 1 나라말 중학생 문고
김은형 엮음 / 나라말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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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는 동화를 위주로 짜여져 있어 아이들이 읽기에 어렵지 않다.

그러다 중학교에 오르면 성인용 소설과 고전 소설을 교과서에 실어서 그 압박이 만만치 않다.

중1때 이미 호부호형을 허하노라... 운운하는 홍길동전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교과서에 수록하는 작가들도 <중립적>인 사람들의 작품에 한정한다.

중립적이라 함은 순수 문학을 하는 사람들이란 말이다.

일본의 식민지에 저항했던 사람들이 한 명도 훈장을 타지 못하고, 오히려 억압받던 이승만, 박정희 시대에 남한에서는 계급 문학을 쓰레기 취급하면서 순수 문학을 주장하고 나섰다.

한홍구 선생이 그랬던가. 일본의 극우는 한국의 극우보다 훨씬 낫다고.
일본의 극우는 전쟁을 하든,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든 일관되게 일본의 이익을 외치는데,
한국의 극우는 카멜레온처럼 친일파, 친소파, 친미파로 변신을 일삼으니 말이다.

그래서 교과서에 수록되는 작가들 - 염상섭, 박완서, 이청준 같은 사람들의 글은 아이들이 읽기에 적당하지 않다.

고교 교과서에 실린 염상섭의 삼대는 부자 삼대가 돈과 여자에 얽힌 애증을 그리는 추잡한 일제시대 지주들의 이야기다. 이게 무슨 순수문학인가. 그리고 이청준의 눈길도 의문으로 보게 되는 소설이다. 어머니와 화해하지 못하는 아들의 이야기는 지루할 뿐, 감동적이지 못하다.

중학교 교과서의 옥상의 민들레꽃 같은 작품도, 어른들의 추악함을 도식적으로 드러낸 박완서의 작품인데, 비판적인 체 하면서 조선일보와 궁합이 잘 맞는 작가의 작품이다.

하긴, 친일파 서정주를 남한 최고의 시인으로 치는 눈알들로서는 제대로 된 소설을 아이들에게 권해줄 염이 나지 않겠지만...

이 책의 힘은, 좋은 글들은 전파력이 있다는 것이다. 2009년부터는 국어 교과서가 국정의 사슬에서 풀리게 된다. 그러면 또 여기서 많은 글들이 교과서에 수록될 것이다.

중요한 점은 아이들에게 순수한 마음의 소중함, 그 순수는 가치 중립적인 '증류수'의 시각이 아닌, 가난하고 뒤틀리고 모순으로 가득찬 세상을 순수한 눈과 마음으로 기록한 이런 작품들을 읽혀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이것이 아홉살 인생의 시점인 것이다.

박완서같은 할머니의 글은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바가 많다. 이청준의 먼산바라기는 아이들의 뜨거운 심장을 표현할 수가 도저히 없어 보인다.

아이들의 눈에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어울린다. 성장 소설들. 그 좋은 작품들을 외면하고 <보수>도 안 되는 수구 꼴통들의 극우의 시선이 사로잡고 있는 교과서 놀음에서 이젠 벗어나야 할 때다.

초등 고학년부터 중학생까지 이 책은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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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6-10-19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대...우리 학교 1학년 필독도서로, 읽고 나서 나중에 시험도 보는데요...하긴 애들은 무지 지루해하더라구요.

혜덕화 2006-10-19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 1인 우리 딸에게 읽혀야겠군요. 8살 남자 아이들이랑 축구하는 황당한 아이라 차분히 읽을지 모르겠지만^^

글샘 2006-10-20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RINY님... 삼대 안 읽어 보셨죠? 함 읽어 보세요. 얼마나 고통스런 소설이고 저속한 소설인지... 애들한테 읽힐 게 따로 있지.
혜덕화님... 이야기가 너무 짧을 정도로 간단간단해서 중1 정도면 충분히 읽을 겁니다. 축구하는 아이도 감성은 살아 있거든요. ㅎㅎㅎ

잘잘라 2008-02-02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 글을 읽으니까 저의 중학교 국어선생님이 생각납니다.
키가 큰 여자선생님이었는데 큰 키에 늘 치마를 입으셨던 기억이 나구요.
무슨 일때문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저는 늘 그분이 '공평한 선생님' 이라고 생각했어요. 당연히 국어시간을 아주 좋아했구요^^ 당시엔 20대 미혼이셨는데 지금쯤 자녀를 대학에 보내실 때쯤 되지 않으실까 싶어요. 뵙고싶네요.^^
 
주제와 변주 - 이 땅의 청소년들이 지금, 여기에서 건져올린 10개의 주제를 책에서 걸어나온 저자들과 경쾌하게 변주하다
인디고 서원 지음 / 궁리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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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만 있는 것이 딱 하나 있다. 태종대도 PIFF도 부산에만 있지만, 그 바다와 영화제는 어디에나 있다.

바로 허아람이란 대담한 여성이, 중소형 서점이 문닫는 이 괴물-자본주의 시대에 과감하게 <청소년 인문 서점>이란 구호를 내걸고 조그만 공간에서 <인디고서원>이란 서점을 열었다. 당연히 돈버는 일과는 거리가 먼 일이다. 선생님의 애정과 열정과 책에 대한 사랑 없이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이제 2년이 된 일인데... 나는 관심만 가졌을 뿐, 찾아갈 생각을 놓고 있었는데, 인디고 서원에서 작가들과 대화를 나눈 기록을 <주제와 변주>라는 이야기책으로 펴냈다.

이 책을 읽어보면, 딱 알 수 있다. 인디고 서원이 이 땅에 필요한 이유를... 촌구석에 쳐박혀 있는데도 빛이 나는 이유를... 인디고 블루의 생각대로 스승을 능가하는 청년들의 형형한 눈빛이 살아 있음을.

이런 자생적인 운동이 이 땅의 곳곳에서 물결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혁명은 언제나 위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님을 기억할 일이다. 혁명은 늘 아래서, 가장 약하고 가장 버림받은 곳에서 싹트고 있는 것이다.

자기는 말하고 싶은데 자기를 둘러싼 벽이 말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때 자기의 뺨을 내리치도록 하십시오. 그리고 서로에게 의사표시를 미루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의 뺨을 내리치도록 하십시오. 그러면 제가 말할 수 있도록 벽을 허물어 드리겠습니다...

아, 한국 사회가 얼마나 허울만의 민주주의를 외치고 있는가를 이 젊은이들은 온 몸으로 절규하고 있었다.
말만으로 토론 문화를 이야기하고, 학급 회의를 떠들어 댄 <질서와 권위>에 물든 우리들에게 그들의 뺨때리기는 신선할 수밖에 없다. 나부터 뺨을 때려야 한다. 내 뺨을 때리고, 네 뺨을 때리자.

기탄없는 토론과 대화를 통해서 청소년들의 도덕적 품성과 예술적 감성 그리고 비판적 지성을 키울 수 있는 행사. 아,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것이 혁명이 아니고 무엇일까.

나 하나 꽃 피어
꽃밭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산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말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조동화, 나 하나 꽃 피어>

이런 시를 뜨거운 마음으로 읽을 줄 아는, 아니 자발적으로 읽고 싶어하는 아이들을 잡아 두고, 맨날 한용운이나 이육사를 떠들어 대는 국어 교사는 반성해야 한다.

철학이란 것이 '황혼에야 날아오르기 시작하는 지혜의 여신 미네르바의 부엉이'처럼 뒷북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그 부엉이가 <여명에 귀소하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의 시선을 가질 수 있음을 배우는 청소년들은 얼마나 든든한가 말이다.

하루 하루 짜여진 생활과 쥐어짜는 성적의 무한 경쟁 속에서 삶을 <초월>하지 않고 니체처럼 비를 온몸으로 맞으며 두 다리를 질질 끌면서 <포월, 감싸안고 넘어가는 抱越>의 삶을 이야기할 줄 아는 청춘은 얼마나 부러운가. 날마다 술에 쩔어서 토악질이나 하던 최루탄 가스 풍기던 나는 부끄럽고, 사랑스러워 두 눈에 눈물이 그렁거리고, 심장이 불뚝거려서 한참을 진정하지 못한다. 아이들은 이렇게 아프고 고통스러운데... 나는 날마다 먼지 뒤집어쓴 책이나 뒤적거리고 있는 낙타같은 선생일 뿐이고...

강수돌 선생님이 <권위를 일부러 만들지 않는 선생님, 공부하는 선생님, 희망을 이야기하는 선생님>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냥 전교조에 조합비만 내는 교사는 낡은 교사다. 권위를 거부하고, 끝없이 공부하고, 무엇보다도 아이들에게서 학교에서 희망을 이야기하는 살아 움직이는 진짜 선생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 나는 가진 것이 얼마나 많은가. 아이들 수백 명을 만날 수 있는 내가 그들과 희망을 나누지 못한다면 그 일을 누가 할 수 있겠는가. 부끄러운 나를 손잡아 일으켜 주기까지 하는 책이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던 어느 철학자의 말과, 작은 것에서 힘이 나온다는 강수돌 교수의 말은 어떤 집단도 내게 주지 못하던 힘을 북돋워 준다.

교육 희망을 모토로 내건 전교조란 조직이 너무 낡아버려 나는 늘 불만이었다. 그 조직은 <나>로 인해 존재하는 것인데 말이다. 나는 늘 그들을 탓하며 희망을 접고 투덜대는 불평분자였다. 아이들이 후지다면서 늘 아이들을 탓했다. 내가 희망이 되고, 그들이 희망인데 그걸 잊고 살았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닌 줄 안다. 희망을 갖고 교실에 가도, 금세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데는, 분노의 화신으로 변신하는 데는 0.1초의 시간도 필요치 않다는 것을 나는 잘 안다.

그렇지만, 나도 나의 주제를 안고, 때론 시처럼 감미롭게, 때론 음악처럼 따사롭게, 때론 냇물처럼 찰랑거리며, 때로는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변주곡을 스스로 즐기는 길을 느긋하게 걸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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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비 2006-10-19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느긋하게, 느긋하게... 아 참 어려운 걸음...

글샘 2006-10-20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삶을 위한 주제와 변주, Theme and variations... 좋지 않나요?
느릿하고, 느긋하게...
 

[희망칼럼]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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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숙/ 민주노총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라는 영화를 본 김에 뜬금없는 용기를 내본다. 사형수, 그들이 다 강동원처럼 잘 생겼거나 한마디 말을 해도 심금을 울리는 말만 했다면 세계적으로도 희귀하다는 사형제도의 운명이 좀 달라졌을까.

내가 아는 사형수는 생긴 것부터가 엽기였고 한마디 말을 해도 꼭 정나미 떨어지게 했다. 저 사람이 유명한 노조위원장이었다면 생긴 거 가지고 환멸을 느꼈을까? 그의 말 한마디로 그 인간 전체를 싸잡아 부정했을까? 시시각각 내 쪼잔한 인류애를 모진 시험에 들락거리게 하던 사람이었다.

이름보다는 5010번이라는 수번으로 불리던 사람. 정부와 공모를 해서 남편을 독살한 사람. 그 천인공노할 범죄의 주인공이 내가 들어간 방에서 어서 오라고 반가이 맞아주며 자기 옆에 이불까지 손수 펴주며 친절을 베푸는 바람에 자세 한 번 못 바꾸고 고이 찌그러져 첫 징역의 첫 밤을 날로 깠다. 소내투쟁 때면 오랏줄로 똘똘 말아 징벌방에 쑤셔 박아 놓고 죽 한 그릇씩을 던져주고는 식구통으로 막대기를 넣어 내 몸을 이리저리 찔러보는 방법으로 생사를 확인하던 교도관들보다 이제야 말이지만 이 여자가 훨씬 더 무서웠다.

묶여 있으니 혓바닥으로 죽 그릇을 핥고, 입은 채로 싸는 주접스런 상황에서도 막대기로 찌르면 꿈틀거리며 생존을 확인해주던 징벌방에서 나는 참 많이 외로웠다. 이러다 죽으면 그걸 누가 알까. 그 징벌방에서 푸대자루처럼 끌려 나온 날, 내가 제일 먼저 들었던 말은 5010번이 내 이름을 부르며 며칠을 울었단 얘기였다. 아, 내가 그러고 있을 동안 나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었구나. 사지가 풀리긴 했으나 묶여 있는 거랑 진배없어 손가락하나 의지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똥과 오줌으로 벌창이 된 내 몸을 닦아주면서, ‘살아있어서 참 좋다. 참 고맙다’는 말을 계속 주절거리며, 눈물 콧물을 크리스마스트리처럼 주렁주렁 매달고 있던 걸로 보아 충분히 진심으로 사료되었다. 그 눈물이 한 방울씩 내 몸에 떨어질 때마다 촛농처럼 뜨거웠다.

부모 잃고 가난한 숙부의 집에서 어려서부터 갖은 노동을 하며 매질을 밥으로 욕을 반찬으로 자라온 사람. 숙부의 집을 나와 식모살이를 하던 집에서 열네 살부터 주인아저씨와 아들의 몸뚱아리 밑에 밤마다 번갈아 깔렸다던 사람. 온종일 이어지던 숙모의 부지깽이 매질보다는 차라리 그 짓이 나았다던 사람. 남이 해주는 밥은 징역 살면서 처음 먹어본다던 사람. 공범이 돼버린 정부에게서 받은 머리핀 하나가 세상에 태어나 받은 유일한 선물이었다던 사람. 그래서 그 사람이 그렇게 좋았다던 사람.

내게 집행유예가 선고되던 날. 두고 온 딸내미 이름을 수백 번도 더 명토 박으며 그 아이를 꼭 좀 찾아봐 달라고 신신당부를 하던 사람. 진숙 씨는 아는 사람 많으니까 탄원서를 꼭 좀 넣어달라던 사람. 천명쯤 서명을 받으면 나라에서 살려주지 않겠냐던 사람.

윤수가 죽던 날, 그도 죽었다. 짤막한 신문기사를 통해 그의 형집행 소식을 접하면서야 탄원서를 넣어주겠노라던 도무지 지킬 길이 없어져버린 그 약속이 생각났다. 세상 어느 누구도 그를 사랑한 적이 없는데 누구에게 그를 죽일 권리가 있는가라는 허탈한 질문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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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10-27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 우행시는 영화가 책보다 낫더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아, 이분의 이야기가 가슴 저리게 합니다. 가져갈게요...

글샘 2006-10-31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픈 나라죠.
노래방 도우미를 없앤다는 기사를 읽고, 아, 이 나라는 희망이 없구나 했습니다.
아직도 낮은 사람들의 의식은 까뭉개고,
높은 사람들은 최대한의 자유를 구가할 수 있는 나라...
고등학생들은 억압하면서, 성매매는 세계제일의 비참한 나라... 대,한,민,국
 
영혼의 순례자 - 신만이 사는 땅, 인도 오지에 가다
조연현 지음 / 한겨레출판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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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를 여행한 사람들 중, 가장 영향력을 많이 끼친 글을 쓴 사람이라면 단연 류시화를 꼽을 것이다.

류시화의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과 지구별 여행자를 읽노라면 인도 사람들의 낙관적인 생활 태도에 매료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인도를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로는 그곳은 천국, 아니면 지옥이라는 말과 글들을 듣게 된다.

젊은 나이에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케 하는 땅 인도 오지를 밟은 지은이의 발걸음도 가볍지만은 않았다.

어디 가나 득시글거리는 거지들, 넉살좋게 던지는 사기꾼들의 능글맞은 웃음.

아, 나라면 그런 상황에서 돌아버릴는지도 모르겠다.

뒷주머니에 지갑을 비죽이 튀어 나오게 꽂고 다닐 수 있는 나라, 대한민국의 치안은 엄청나게 뛰어난 것이라고 한다.

인도에 가게 되면, 이적지 갖고 있던 모든 기준을 내어 던지고 말 것 같다.

결국, 인도를 밟게 될 것 같지는 않다. 인도보다는 혼자서 고행을 짊어지는 산티아고가 내겐 훨씬 매력적이지만, 산티아고의 숱한 알베르게들과 순례란 이름으로 떠다니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 조차도 싫다면 혼자서 전국 일주를 하게 될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은 사람들은 두 분의 스님들이다. 애초에 상이 없으신 분들. 신경질 낼 일이 없으신 분들. 지은이가 실수로 불을 끄게 되는데, 다시 불을 켜자 환하게 웃고 계시던 분들.

그래, 화낼 일은 내가 화를 내기 때문인 것이다. 빈 배가 와서 부딪힌다면 화를 내겠는가? 그 배에 사람이 타고 있으니 화를 내는 것이지.

이 책에서 얻은 것은 인도의 종교 분쟁과 아리안의 드라비다족 차별의 역사성에 대한 이야기다. 여느 책에서는 인도의 역사에 대해서는 인식하지 못하고, 다만 영국의 식민지였던 이야기나 간디 이야기, 개인적인 경험담에 그치는 데 비하면 저자의 인도에 대한 공부는 상당히 깊어 보인다. 그렇지만 내가 그걸 이해하기엔 피상적인 이야기들...

이슬람과 힌두교의 화합을 이야기하는 시크교와 자이나교에 대해 더 알고 싶다.

진정한 종교는 신에게서가 아니라 자신에게서 일어나는 일임을 이야기하는 자이나교를 가르쳐 준 책이면서, 인도에는 신만 살고 사람은 살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풀어가는 다소 해골 복잡하게 하는 책.

인도를 읽는 일은 언제나 낯설고 당혹스럽다.
그렇지만 내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므로 다소 웃기고 재미있지만, 간혹 느끼한 인도인들의 대꾸에 정나미가 떨어진다. 인도... 그 화려하면서도 쓸쓸한, 그렇지만 화사한 웃음을 지닌 나라의 매력은 독서로나마 자꾸 내 발길을 이끈다.

책을 놓는데도, 간디의 '네티 네티...(이것도 아니다 이것도 아니다)' 소리가 귓전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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