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의 종말
제프리 삭스 지음, 김현구 옮김 / 21세기북스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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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를 읽었는지 모르겠다. 실증적인 이야기들이 많아서 이야기가 술술 읽히는 부분들도 있지만, 책이 너무 두꺼워 한번에 읽기엔 부담스런 책이었다.

인류의 일부는 풍요롭고 안락하게 사는 반면, 인류의 절반이 하루 2달러도 안 되는 돈으로 살아가는 세계는 결코 정의롭지도 안정적이지도 않다. 발전의 반경을 확대하며 이 속에 세계의 가난한 사람들을 포함시키는 것은 도덕적 명령일 뿐만 아니라 미국이 국제 정책을 세울 때 최우선으로 고려해야할 사항 가운데 하나다.(미국 국가 안보 전략 중)

제프리 삭스의 글은 명쾌하다.

가난한 나라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빈곤의 악순환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인종, 종교등으로 인한 전쟁, 인구의 증가, 사막지대 증가, 제국주의의 수탈 등... 게다가 질병까지 만연하고 있다.

이에 미국을 필두로한 유엔이 이 빈곤과 질병 퇴치에 앞장설 수 있다는 순진한 논리다.
순진한 건지 무지한 건지는 이 책을 읽고도 알 수 없다.

많은 미국인들은 미국이 필요한 실제 원조보다 더 많이 원조하고 있다고 착각한단다.
미국의 원조는 가난한 나라들의 경제 성장을 돕는 데 실패해왔다고 한다.
그러면서 위대하고 존경스런 세계의 대통령, 부시 놈의 TV 연설을 인용한다.

"우리나라는 자연의 재앙에서 무고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세계를 이끌 수 있습니다."

제프리 삭스는 유엔의 일원이 되어, 분배를 잘 하고, 경제 성장의 동인을 제공하기만 한다면 빈곤을 수십 년 안에 종식시킬 수 있다는 발언을 한다. 그게 이 두꺼운 책이다.

지나치게 커진 군비 예산의 일부를, 경제 개발을 통한 세계적 안보 확립이라는 의제로 이전시키고,
최고의 부국들에게 특별한 역할을 수행하라고 요구하라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이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한다.

이 책에서 제시한 지도들을 보면, 한국은 마치 섬처럼 등장한다. 북한의 자료들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아, 정말 제프리 삭스의 의견대로 될 수 있는, 세상이 그렇게 순진하고 아름다운 곳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는 진정, 그의 조국 미국은 원조가 아니라 <군산복합국가>로서의 돈벌이에 관심이 있고,
질병 퇴치가 아니라 <어떤 방법으로든 미국의 유일한 권력>을 유지하려는 나라라는 것을 모르는 것일까?

한국인이 유엔 사무총장이 되었다고 축제분위기가 되는 순진한 사람들과,
미국이 앞장서서 빈곤의 종말을 기대한다는 순진한 사람들을 딛고 우뚝 선 나라.
코카콜라와 맥도날드를 필두로, 미친 소와 카우보이를 앞세워 착취의 날을 번득이는 나라.
<米國> 이외에 핵무기를 개발하면 모두를 <공공의 적>으로 몰아붙이는 나라.
그 무서운 나라의 공포 속에서 이런 순진한 주장을 내세우는 책들은 과연 무지한 결과라고 해야할까?

2025년에는 극단적 빈곤을 끝내기로 약속하고, 가난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높이며, 미국의 역할을 회복하고(이것 보면 그 저의가 드러난다.) IMF와 세계은행이 결정적 역할을 하며, 유엔을 강화하고, 세계적 과학을 활용하고, 개발을 촉진시킨다.

이 책을 읽고 미국의 역할과 유엔의 역할에 희망을 거는 사람들이 생길까 두렵다.
북한의 핵 실험을 증오하며, 퍼주기를 중지하라고 외치는 사람들이 곧 미국에 의존하는 환자들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약이 아니라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건 지나친 난독증의 결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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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천자문 2006-12-05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리에, 오웬 같은 공상적 사회주의자들은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고 보고 자본가들의 선의에 기대어 세상을 바꿔보려다 참담한 실패로 끝나고 말았죠. 근본적으로 인간의 사악한 욕망을 부채질하고 증폭시키는 자본주의 체제를 끝장내지 않고 잘사는 나라들의 호의에 기대어 빈곤과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자는 발상은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봅니다.

글샘 2006-12-07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빈곤 타파 프로젝트가 베푸는 단비는 몇 사람은 살릴 수 있을는지 몰라도, 미국의 세력을 강화하는 데 더 큰 도움을 줄 듯 합니다. 호의가 아니라 악의를 감추기 위한 가면이라고 보여요.
 

안방을 장악한 나쁜 TV광고를 보면 대기업들의 광고가 대부분..
사치조장, 위화감 조성, 지역감정까지 부추기고 그것도 모자라서
과대,과장에 허위광고까지 서슴없이 하며 네티즌 사이에서
최악의 광고로 입에 오르내린 2006년도 최악의 TV속 광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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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험사광고
(예: 푸르댄셜광고 ━ 대저택에서 차 새차하며 남편죽어 10억 받았어요...)
(예: AIG생명보험,흥국생명,금호생명광고 ━ ‘다보장보험’ ‘누구나 무조건 ok’이라는둥 금지용어 남발...)

▶ 대부광고
(예: 사채광고 ━ 한채영,김하늘,이병진,심혜진,최민식.이영범,여운계,이용식등을 얼굴 마담으로 등장하여 현혹하는.. )

▶ 아파트광고
(예: 푸루지오 ━ 푸루지오는 푸루지오를 느낀다...
(예: 롯데아파트━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구인지를 말합니다...요즘 아파트 광고가 집값 상승에 최대 주범이라죠...)

▶ 자동차광고
(예: 쎄라토 ━ 아버지 2천만 가불해주세요 차사게...)
(예: 현대자동차 ━ 문정혁이 충고한다..차버려!...자동차 10년 차기가 무색해지게 신차나오면 가불을 내서라도 바꾸라는듯...)

▶ 잇몸약광고
(예: 인사돌/이가탄 ━ 흔들리는 치아는 약으로 절대 치료할수 없죠. 그런데도 약을 먹은 후 고기를 질근질근 씹는다든지, 피사의 사탑을 움직인다든지 하는 것은 과장,허위광고죠...이런 잇몸약 광고 믿고 치과안가고 약만 먹고있다 잇몸흔들려 최악의 경우 이가 빠지는 경우에 처하죠.)

▶ 정유사광고
(예: GS칼텍스 ━ 열심히 공부하고 일할 어린 나이에 부모 잘만나서 수입차 몰고 교통 흐름 방해하는...)

▶ 의류광고
(예: 스카이 ━ 그남자가 입으면 뉴욕이 되고 그 남자가 입으면 동남아가 된다...전형적인 인종 차별광고...)

▶ 주류광고
(예: 맥주광고 ━ 젊은 청춘 남여들을 내세워 마시고 죽자는 식의 술광고.. )

▶ 카드사광고
(예: 엘지카드 ━ 천만 넘었다고 금메달 어쩌고 저쩌고...신불자 400만명 만들어 논 카드사들이 아직도 부족해서.. )

▶ 학습지광고
(예: 씽크빅 ━ 당신은 상위권 엄마의 기쁨을 아는가...사교육 부추기는 전형적인 광고)

▶ 딤체광고
(예: 딤체 ━ 뉴오커가 부럽지않다...어쩌고 저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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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12-04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짜증나는 광고들입니다.

아영엄마 2006-12-04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광고를 보면 성질이 나요. 뭐 그래서 되도록이면 TV를 안 보고 삽니다. -.-

혜덕화 2006-12-05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합니다. 남편 죽고 10억 받았다는 광고는 볼 때마다 기분이 이상하더군요. 마치 남편 죽기를 기다린 여자같아서, 남편 죽고 받은 10억으로 무엇을 주장하고 싶은건지......반대로 "마누라 죽고 10억 받았아요" 하고 어느 남자가 나와서 다른 젊은 여자와 웃는 장면이 방송된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돈이 배우자의 상실보다 우세한다는 것을 각인시켜주는 것 같아 볼 때마다 저 광고 좀 안했으면 했었답니다.

꼬마요정 2006-12-05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편 죽어 10억 받았다는 광고 보고 그 여자 집 앞에 남자들이 줄을 쫘악 섰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이없게도 말이죠. 제 부모님께서 알고 지내는 분은 남편 잃고 받은 돈 쳐다보기도 싫다던데요... 그 광고 진짜 문제 있어요... 그쵸?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광고는 솔로몬 상호신용금고 광고... 칭기즈칸의 열정, 하고 참치가 되고 싶은 소...^^

글샘 2006-12-07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광고가 그 사회를 반영한다지만, 한국의 싸가지 없음이 광고에서 그대로 드러나죠.
물신 숭배의 사회.
남편쯤이야 돈 앞에선 '추억'도 아닌 '수단'인 사회.
5년이면 자동차를 바꿔야 한다는 센스를 가진 사회.
유색인종인 주제에 자기보다 돈없는 나라는 깔보는 웃긴 종자들의 사회.
퉷, 입니다.
 
말리와 나 - 세계 최악의 말썽꾸러기 개와 함께한 삶 그리고 사랑
존 그로건 지음, 이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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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그건 이놈의 어메리컨 도그들은 개팔자가 한국인의 사람 팔자보다 상팔자란 생각에서였다. 그건, 나만이 아니여서 반가웠다. 옮긴이가 개 이야기 이전에, 우리 사람 이야기를 먼저 꺼내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 부담스럽다는 사교육비보다도 말리에게 들어가는 돈은 훨씬 큰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 책의 작가 존 그로건은 신문에 칼럼을 쓰는 편집자이다. 칼럼이라고 하면 말 그대로 어떤 하나의 꼭지를 물고 늘어지는 글을 쓰는 사람이다. 칼럼이란 말이 세로로 긴 박스란 뜻밖에 없음을 생각하면, 별 것도 아닌 직업이지만.


그런데 이 똥개와 함께 지내는 모든 시간들을 웃음과 한숨으로 직조하는 기술은 오롯이 존 그로건이란 작가에게서 나온 것 같다.


말리의 기본 모드는 영원한 구제 불능 상태라고 하는데, 개를 길러본 사람이라면 똥개를 사오면서 ‘래시’로 길러볼 뚱뚱한 꿈을 꾸었던 기억을 가졌을 것이다. 그렇지만 하루하루가 지나면서 ‘래시’의 꿈은 멀어져만 가고, 똥개는 엄청난 양의 똥을 싸면서 무럭무럭 자라는 데 그만 기가 질리고 말기도 한다. 강아지때의 깨물어주고 싶은 귀여움은 한 달도 유지되기 어렵지 않던가.


그 멀고도 험한 ‘개주인’의 길을 존 그로넌과 아내 제니는 좌충우돌 겪어 가면서 ‘개인주의’적 삶을 포기하고 ‘개주인’적 삶을 살게 된다. 여기 적은 많은 사고 뭉치로서의 말리는 또한 많은 시간 식구로서의 안정감을 누리기도 했으리라.


내 삐딱한 시각으로는 <아메리칸 래브라도 계통은 눈에 띄게 덩치가 크고 힘도 세며 다부지기보다는 날씬한 쪽이다. 이들은 끝없는 에너지와 활발한 성격으로 유명하며, 따라서 사냥이나 스포츠에서 널리 쓰인다. 사냥터에서는 나무랄 데 없는 장점인 아메리칸 게통의 이러한 특징은 가정용 애완견이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하는 대목에서 그놈의 개들이 어쩜 그토록 주인 나라의 포악함과, 징그러운 리비도 에너지로 울컥거리는지, 그 주인에 그 개들이란 생각이 머리에 붙어 떠나지 않는다.


밥을 먹고, 쓰레기통에 밥그릇, 숟가락도 같이 버린다는 소비 과잉의 땅덩어리에서, 아시아의 몇백분의 일밖에 안 되는 인구 밀도를 가진 나라에서, 개도 누리는 땅에 대한 권리를 우리는 갖지 못하는 것 같아 씁쓸한 기분 달랠 길이 없다.


이 유쾌한 책을 읽고도, 전혀 유쾌하지 않은 글밖에 생산하지 못하는 내가 가끔은 나도 싫다. 월드컵 축구공을 보고, 파키스탄 어린이가 떠오르고, 전차에 깔린 두 아이의 끔찍한 살점들이 떠오르는 것을 보면, 인구밀도가 높은 데서 살다보니, 별 이상한 정신 상태인 놈도 다 있는 모양인데, 하필 내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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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림받은 성적표 - 고등 학생, 우리들이 쓴 시 보리 청소년 6
고등 학생 81명 시, 구자행 엮음 / 보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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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교지 담당이라 다른 학교의 교지들을 읽어볼 수 있는 특권을 누린다. 교지를 펼쳐서 휘리릭 넘기다 보면, 아이들이 쓴 글을 반가워라 하고 읽게 되는데, 그 교지를 만든 선생님의 취향을 잘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어떤 학교 교지에 실린 시들은 겉으로 번지르르 하지만 무슨 말인지 모를 글들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학교 교지는 가슴을 퉁~ 치고 가는 짧은 글들이 있기도 하다.(개인적으로 이 비싼 교지를 확 폐지하고 싶지만, 학교 전통을 이야기하는 관리자 앞에서 매번 만들고 만다.)

이 책은 부산에 사는 고등학교 아이들이 쓴 시다.
부산상고는 대통령의 모교지만 95% 이하의 아이들이 가는 학교고,
부산고등학교는 30년 전까지는 부산, 경남 최고 성적의 학교였지만 지금은 일반계 최하위 성적을 유지하는 못사는 동네, 도심 공동화 현상이 빚어낸 학교고,
강서고등학교는 부산시는 부산시지만, 김해공항보다 더 외진 데 있는 농어촌 학교다.

이런 데로 다니시는 선생님이 존경스럽다. 나는 실업계와서 숨이 턱턱 막히는데...

이 책에 담긴 아이들의 시를 보면 지도하고 엮으신 선생님의 철학이 잘 드러난다.
아이들의 삶이 그대로 표현되는 글이 좋은 글이고, 그 속에서 느낀 감정들이 오롯이 살아나야 한다는 것을.

중학교 1학년 입학하면 배우게 되는 김지하의 <새봄>이란 시가 있다.

벚꽃 지는 걸 보니/푸른 솔이 좋아./푸른 솔 좋아하다 보니/벚꽃마저 좋아.

이 시는 감옥에서 나온 시인이 <중심의 괴로움>을 토로하고, 사쿠라마저 좋아하는 오묘한 정신세계를 그린 것인데, 이걸 중학교 책에서 배워야 하는 내 아들이 가엾다. 이게 무슨 시냐.

우리 학교 벚꽃은/ 소나무 옆에 서있다./ 아이들은 벚꽃만 본다./ 그런 아이들을 보면서/ 소나무는 서운해진다.

이게 훨씬 생동감있고, 올곧은 정서의 시라고 생각한다.

핸드폰을 보니 20일 수요일이라고 되어있다. 좀전만 해도 25일 화요일이었는데, 하루를 마친 시각이 오늘이 아니고 내일이다. <학원 수업 마치고>

이런 글을 읽으면, 한국의 학생들을 정말 그대로 마주하게 된다.

가엾은 사람이나 동물을 보면, 가엾다고 느낄 줄 아는 아이들.
처음에는 거리감을 느끼게 되는 장애자, 독거 노인, 외국인 노동자들 처럼 낯선 이들에게서도 곧잘 동질감을 획득하는 순수한 젊은이들.

이 아이들은 파업을 하는 이들의 정당함에 쉽게 <연대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이 아이들의 학교 생활은 날마다 패배만을 가르치고 있는 거나 아닌지...

학교에서 나오면서 시계를 보니, 6시간 50분 후엔 다시 학교에 와야 하는 비극을... 어찌 보고만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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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즐거움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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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께서 판단할 일이긴 하지만, 나는 학생들의 글쓰기를 지도하면서 '중립'을 지키고자 무진 애를 썼다.

안쓰럽기 그지없는 표현이다.
한 시대를 풍미한 논객, 강준만이 이런 어쭙잖은 글을 서문이라고 붙이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그처럼 대학생들에게 전문적 글쓰기를 시키는 사람은 아니지만, 국어 교사로서 학생들의 글쓰기를 담당하는 나의 '판단'은 그가 무진 애를 쓰고 있다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애초에 글쓰기라는 것은 '중립'에 설 수 없다.
글을 쓸 때 이도저도 아닌 마음이어서는 좋은 글이 나오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가 글쓰기를 지도하면서 '중립'에 초점을 두었다는 것은, 내용에 앞서 <논리>나 <표현>의 정확성을 이야기하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바야흐로 <논술 시장의 시대>가 되었다. 어느 멍청이라면 <논술 공화국>이란 발언을 하겠지만, 홍세화 씨의 말마따나 공화국은 공공성의 개념이 만든 말이므로 <개인의 영달>을 위한 입시에 적당한 논술은 공화국과 어울리지 않겠다.

온갖 잡스런 신문들에서 <논술 바이블>을 만들고, 뉴스들에서는 마치 문제인 양 호들갑을 떨면서, 대치동 학원가를 광고해주고 있다. 미쳐도 한참 미쳤다. 그래가지고 대학들어가 봤댔자, 서울대에서 할 말은 뻔하다. <요즘 아이들 학력이 많이 떨어졌다고...>

알라딘에 글을 올리다 보니, 나도 글쓰는 사람이 되어버렸지만, 저자의 '글쓰기로 세상보기'라는 관점은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글쓰는 이는 결국 편집자이기도 하다는 말도 그렇다. 결국 글은 스타일 중심이 아니라 메시지 중심이라는 말에도 동의한다.

글을 쓰다보면, 세상에 대해 본의든 아니든 논평을 붙이게 되어있고, 자기 메시지가 들어가게 된다.
스타일은 비꼬기든, 추억 되새기기든... 때에 따라 다를 수도 있겠지만...

글쓰기는 <포지셔닝>이라는 말에 공감이 갔다.
나는 리뷰를 쓸 때, 어떤 위치에 내 글을 놓을 것인지를 생각한다.
별표는 거기 따라 다르다.
책의 메시지가 내 맘에 꼭 들었다면, 적극적인 예찬의 <포지션>에 리뷰가 놓일 것이고, 별은 꽉찬다.
그렇지만, 책의 메시지가 너무 허술하거나 상업적이라면 내 리뷰의 포지션은 찬바람이 휭~~ 도는 쪽에 가고, 별은 하얀 별이 더 많이 뜰 것이고...

아이들의 글에는 분명히 부족한 점이 많다. 이 책에서는 그 내용의 측면보다는 <전략의 부재에서 오는 허술한 글쓰기>, <극단적이거나 도식적인 글쓰기>, <감정에 치우친 글쓰기>, <어법에서 딸리는 글쓰기>에서 오는 논지 전달의 오류를 극복해 보자는 측면에서 많이 접근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이 왜 글쓰기 전략을 못 세우고, 극단적으로 치달으며, 어법에서 딸리는지를 생각해 본다면 이 문제는 간단치 않은 문제다.

작년에 내가 본 일본 연극 <청춘>에서도 '글쓰기 교육'을 적대시하는 교육부가 비판받고 있다.
독재 시대에는 '글짓기'라는 것이 있었다. 글을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지어내는 것이지, 표현하는 것이 아니란 뜻이 함축되어있다.

글을 쓰게 하는 교육은 사람을 살리는 교육이고, 표출하게 하는 교육이고, 할 말은 하게 하는 교육이다.
그 속에는 '토론'이 들어있고, '회의'가 필수 과목이다. 불행하게도 우리가 배우지 못했던 그런 것들이다.
토론하려 드는 자는 <빨갱이>이며, 회의란 회의적이게도 상명하달의 공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지루한 자리가 아니었던가. 학급회의 마무리는 장엄하게도 <선생님 말씀>으로 막을 내렸으니...

문제는 저자가 서문에서 밝힌대로 <메시지>의 부재, <컨텐츠의 부재>에서 오는 공허함이리라.
그가 글쓰기는 연애와 같다고 했듯이, 연애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느냐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아무 말 없으면 듬직해서 좋고, 재재거리고 이야기하면 풍부해서 좋은 것이 사랑의 말이다.
신영복 선생님처럼 종이는 없고 할 말이 많으면 명문이 나오게 마련인 법이다.

아이들에게 1500자 원고지를 턱 던져 주고, 써라! 하고 명령하는 것은 글쓰기에 대한 사망선고와도 같아 보인다. 아이들은 수능을 대비하여 암기하는 기능을 극대화하는 교육을 받아왔을 뿐이지, 이해한 것을 종합하여 분석하고 비판적 지능을 제시하는 데까지는 듣도 보도 못한 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그가 결국, 형식에 매달리지 못하고, 마지막 장을 <시사 논쟁의 이해>라는 컨텐츠의 장으로 엮은 것은 아이들 머릿속에 든 것이 없는, 아니 잘못된 지식만으로 가득한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는 것은 나뿐은 아니리라.

어려서부터, 글쓰기를 즐겁게 누리지 못하고, 국수주의적이고 극우적인 시각으로 가득한 <국정 교과서>로 획일적인 교육을 받으며, 연병장과 사열대가 갖춰진 군사교육시설에서 획일적인 군복을 입고, 색깔도 지정된 가방과 신발, 양말을 신으며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에게 <논술>로 대학을 가라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한 벌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간의 사정을 이해하는 강교수 같은 분이라면, 학생들에게 글쓰기의 기법을 강의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된 '의식화' 방법이나 커리큘럼을 짜 주는 것이 도와주는 길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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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06-12-04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리뷰에 공감합니다. 수능 끝나고부터는 연일 신문에서 논술 때문에 난리를 치고 있지요... 대중매체가 더 무섭습니다. 이어령 교수의 말 한마디에 또 부화뇌동 자기들끼리 난리치는 걸 보면, 분명 나보다 더 많이 배우고 통찰도 깊을텐데 왜 그럴까..하는 생각이 들지요. 우리나라 글쓰기는 단 하나의 결론만을 이끌어내는 틀에 짜인 또 하나의 암기과목인 셈이지요... 너무 슬픈네요.. 아.. 저도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네요. 뭐, 확실한 건 님의 리뷰가 가슴에 와 닿아다는 거...^^

글샘 2006-12-04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중매체를 가진 자들은 자본입니다. 돈이 되니깐 그런 거지, 통찰이 깊어서 그런 것들은 아니라고 봐야죠. 제 리뷰가 가슴에 와 닿으셨다니 다행입니다.^^

꼬마요정 2006-12-05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군요^^

향기로운 2007-01-19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쓰는게 즐거운 분들이 부러워요^^;; 글 읽는 것조차 힘겨울때도 있는데 즐겁게 쓰는 분들은 더더욱요..^^ 리뷰도 잘 보고 또 담아가요^^

글샘 2007-01-19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딘가에 자기 생각을 몰입하여 적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단 건, 참 든든한 일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맨날 읽은 책에 리뷰도 남기고 하는 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