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위한 4천만의 국어책
이재성 지음 / 들녘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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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내 책꽂이엔 문법에 관한 책이 너댓 권 있다.

그 문법책들을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지만^^ 대학 다닐 때 배운 것도 있고, 가끔 궁금한 것을 찾아볼 때 쓰곤 한다. 그렇지만, 나는 문법에 약하다고 늘 자신감이 없다. 중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국어를 가르칠 때, 문법 단원이 나오면 미리 예습을 열심히 하건만, 스스로 궁금한 것들이 많았다.

왜 해와 달은 고유명사가 아닐까?
왜 외,위는 단모음일까? 나는 거의 이중모음으로 발음하는데...

뭐, 이 외에도 숱하게 궁금한 문법 사항들은 끝도 없이 많았다.
결론적으로 제대로 된 문법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 대학 시절 어느 선생님이라도 제대로 된 문법책을 다섯 번 정도 읽으라고 가르쳐 주셨더라면... 하긴, 제대로 된 문법책이란 것이 있었다면 그런 숙제를 내 주기도 하셨겠지.

표준국어문법론이란 책을 사서는 그 머리말에 맞춤법에 어긋날 말들이 여럿 보이는 걸 보고는 책에 별로 애착이 가지 않았다. 그래도 내용을 그 넘이 개중 나은 기분이다.(전공이 아니라 잘은 모르지만.)

2년 전에 국어교사 임용시험을 채점하러 간 적이 있다. 합격하면 곧 국어 교사가 될 사람들이 문법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 그러고는 시험을 치는 배짱이라니...

문법 학자들이 낸 문법서들은 지나치게 어렵다. 다 읽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고등학교 문법 교과서는 정말 성의 없다.
임용 고사 준비하는 이에게 이 책 한 권 정도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야기를 쉽게 풀어가기도 하려니와, 아이들에게 수업할 때 어떻게 하면 쉽게 접근할까를 고민할 때 이 책이 많이 도움이 될 것 같다.

문법에 약하다고 생각하는 나같은 국어 교사들에게도 이 책은 읽힐 만하다.

아이들이 문법을 어려워한다면, 이 책의 부분 부분을 읽게 해 줘도 도움이 될 것 같다.(사실 중학교 책의 문법은 무지 어렵다.^^ 오히려 고딩들은 문법을 무시하고 말이지.)

다만, 도서관에서 빌린 책엔 책표지가 없어서 저자의 이력을 몰랐는데, 찾아보니 연세대에서 강의하고 있는 모양인데, 좀 어설픈 부분들이 눈에 띈다.

이중 모음에 대한 설명을 모음과 모음의 결합으로 이야기하는 태도는 좀 우습다.
이중 모음은 단모음으로 발음할 수 없는 모음인데, 반모음들과 결합하여 그런 결과가 나온 것이지, 모음과 모음을 결합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지...

특히 이 책의 제목에 <글쓰기를 위한>이라고 붙인 것은, 논술 시장을 겨냥한 명백한 판촉만을 위한 <사기>라고 생각한다. 문법 하나도 몰라도 글쓰기하는 데 지장없다. 맞춤법에 좀 틀리게 쓰거나 사투리를 소리나는 대로 쓰는 것이 오히려 구수한 문학적 장치가 되기도 하려니와, 맞춤법이 없던 시대에도 문학은 유구한 전통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글 잘 쓰는 아이가 맞춤법이 엉망진창인 아이를 나는 본 적도 없고, 문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문장들이라고 해도 의미가 전달되지 않는 것은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문법책임을 분명히 하지 않고, 국어책이라 이름붙인 것도 그렇고, 저자가 수시로 공부하지 않아도 따져보면 되는... 하는 기만적인 태도는 이 책의 가치를 반감시키는 큰 단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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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07-06-19 13: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실 문법은 좋은 문장 속에 다 들어 있는데 일부러 찾아 공부하려다 보니 어려운 건 아닐까요? 좋은 글을 찾아 읽고 좋은 글을 쓰다 보면 저절로 알게 되는 게 문법일 텐데...

글샘 2007-06-19 13: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말입니다. 문법에 맞는 올바른 문장과 독자에게 더 감동적인 문장은 같은 게 아닐텐데 말이죠. 암튼 이 책은 문법을 공부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책이지, 글쓰는 사람에게 필요한 책은 아니었답니다.
 
시사 SF - 조남준의 소셜 판타지
조남준 지음 / 청년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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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는 보통 과학 픽션을 일컫는 말인데, 작가는 그걸 비틀어서 소셜 판타지란 말을 쓴다.

사회를 비꼬는 그림과 이야기면서 판타지가 가득하기 때문에 꿈속같기도 하다.

주로 등장하는 인물들은 정치가, 기업가 이런 양심없는 넘들이다.

24나누기8 같은 만화도 재미있다. 하루를 셋으로 나눠서 하나는 일하고, 하난 쉬고, 하난 자는 데 써야 하는데, 현대 기업은 일하는 데 나머지 두 가지를 착취하는 구조라는 그림.

획일적인 한국 사회를 비판하는 시각이 신선하고 재미있다.

한겨레 21에 8년간 연재한 만화다. 기대되는 작가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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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메리카를 찾아서
홍은택 지음 / 창비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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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에서 소수자 의견을 마이너리티 리포트라고 한단다. 동명의 영화 제목에서 배웠다.

이 책을 도서관에 신청해 두고도, 또 빌리러 가서 책의 등짝을 몇 번 보면서도 <아메리카>란 말이 두려워서 선뜻 빌리지 못했더랬는데, 이번엔 베트남을 읽고, 캄보디아를 읽고 있고, 남미를 읽고 나서는 아메리카도 한번 읽어볼 생각을 냈다. 역시 돌아다녀봐야 발품 팔기도 쉽다.

미국이란 주제임에도 뜻밖에도 이 신선한 자전거 여행가는 그 잘나가는 사회의 메이저를 말하지 않고, 마이너를 바라보려고 했다.

레드와 블루는 대통령 개표 방송에서 공화당과 민주당을 상징하는 색이란다.
레드는 공화당인데 세계화의 흐름을 주도하는 성공한 계층의 지역이어야 함에도 선거판에서 붉은 지도의 지역들은 성공과 거리가 먼 <못사는 농촌이거나 쇠락한 공장지대>란다.
블루 아메리카가 선거철만 되면 레드가 되는 기현상.
나중에 이 기현상의 한 이유를 저조한 선거율(30%)과 흑인의 배제에 있음을 이야기한다.

대선때만 레드이고, 본질적으로 블루인 지역을 돌아다닌 기록이다.

미국을 '성공의 나라' '화려한 백인의 나라'로 그린 책들에만 익숙해있던 독자에게 신선할 수 있는 기획이란 생각이다. 그렇지만, 역시 이 책을 평균적인 한국 독자라면 싫어할 법도 하겠다. 아름다울 미자를 쓰는 美國을 폄훼하는 글이라고 볼 수도 있으니...

그렇지만, 이 책에서 유일하게 두 번이나 등장하는 마지막의 조싸이티스 이야기는 미국의 마이너 지역에 대한 리포트가 비극이지만은 않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역설의 역설이랄까?

포커스 써머 호프의 창립 사명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든 인간이 아름답고 존엄하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우리는 인종 주의와 빈곤, 불의를 넘어서기 위해, 그리고 모든 사람이 자유롭고 조화롭고 신뢰와 애정 속에 살 수 있는 메트로폴리탄 공동체를 건설하기 위해 영리하고도 실용적인 행동을 취할 것을 다짐한다. 검든 희든 노랗든 갈색이든 빨갛든 디트로이트와 그 교외에 사는 모든 사람들은 경제적 지위와 출신 국가, 그리고 종교적 신념을 떠나 이 다짐을 함께 한다.

이런 것이 미국의 희망이라면 희망이다.

그렇지만 그 블루 아메리카를 다니는 홍은택의 시선에 밟힌 것들은 주로 유색인종의 비애였다.
역사적으로 오래된 인디언들의 슬픔의 강을 아직도 눈물로 흐른다.(체로키국이란 것이 있음을 새로이 일았다.) 인디언은 말한다. "법이 있었지만, 우리에게 해로운 법 뿐이었고, 우리는 미국의 법정신에서는 보이지 않는 투명인간이었다."고.

체로키국 추장 콘터셀(옥수수 수염)의 연설 중 "체로키국의 목표는 100년 전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한다. 삶의 질은 <둑방에서 낚시하는 것. 호화보트를 타고 알래스카로 원정 낚시를 가는 것이 아니다. 삶의 질이란 우리의 아들딸과 손자들이 조그만 공을 갖고 마당에서 노는 것을 지켜보는 것. 메이저 리그 야구경기를 구단주 특성에서 보는 것이 아닌...>...<우리가 지구상에 있는 순간들을 사랑하고 즐기며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 삶의 질. 불평하고 남을 탓하는 불안정한 함정에 빠지는 것이 아닌... 삶의 질은 존재하는 것이며 행하는 것이지 소유하는 게 아닙니다.>

미국의 농촌 지역을 다니면서 <수요가 늘어날수록 그 물건이나 써비스를 생산하는 사람들의 생활이 궁핍해진다>는 자본주의의 역설을 그는 합성의 오류에 빗대 설명한다. 맥도날드의 황금 아치를 빛낼 닭고기 소비량이 늘면, 기업농이 들어서고 소농들은 폐가가 된다는 것. 개인적으로 타당한 행동을 모두 다 같이 할 경우 부정적인 결과가 초래되는 것이 합성의 오류란다. 적게 먹고 적게 싸는 것이 다 같이 잘 사는 길임을 이미 세계화가 이뤄진 농업 분야에선 모르쇠가 최강이다.

아직 노조가 하나도 없는 미국의 월마트. 노조에 대한 인식이 대한민국과 비슷한 수준의 후진국 어메리카. 미국에서 노조 탄압은 형사 처벌 대상이 아니니 돈만 있으면 무서울 게 없다. 왜 한국은 이런 지랄같은 나라에 의해서 해방을 맞은 것이란 말이냐! ㅠㅜ

비만의 피해자는 소수인종과 저소득층이란다. 값싼 칼로리의 최대 피해자가 저소득층, 흑인, 히스패닉.
연간 소득 5만 달러 이상은 흑인 27, 히스패닉 18, 백인 20%가 비만인 반면,
연간 소득 1만 달러 이하는 흑인 33, 히스패닉 26, 백인 19%가 비만이란다. 히스패닉들의 사회적 문제가 커질 만도 하다. 중노동에 의한 여가 부족이 그 원인이란다. 한국이나 별 다를 바 없다.
그리고 아이들도 위험해서 나가 놀 수 없단다. 그것도 한국이랑 비슷하다. 살찔 수밖에...

미국은 인구 10만명당 715명이 감옥에 있다는 세계기록을 갖고 있다. 한국이 133명이니 살기 좋은 나라인 셈. 일본은 48명. 그런데 법무장관이란 넘은 이런 말을 한다. "폭력범과 누범자들이 좀더 강도높은 형량을 선고받고 감옥에 있는 동안 법을 지키는 미국인들은 전례없는 안전을 누리고 있다."고... 그렇겠지, 전두환도 돈있으니 사형죄목 7개를 간단히 제치고 나오더만... 형님나라 미국이야 말할 것 없겠지. 유전(有錢)무죄이고 무전유죄인 것이 인생유전(流轉)의 유전(遺傳)법칙인 것을...

가난한 사람들의 돈을 <복권>과 <카지노>로 긁어 모아 세금을 만드는 나라. 가난한 사람들에게 오직 <사행>심의 드림만을 주는 나라.

요즘 도심에 있던 미군부대가 외곽으로 나간다. 그 터를 수십 년간 점유하면서 세금 한 푼 내지 않은 것은 그렇다 쳐도... 우리 동네에 '금융단지' 부지로 지정된 곳이 아무 공사도 하지 않고 풀만 자라고 있다. 파헤치면 거의 <유전> 수준이라고 한다. 도대체 미군 새끼들은 왜 군부대 땅에 기름을 퍼붓는 걸까? 정말 받는 것 없이 주기만 하였으니 미울 법도 하건만, 미운 짓은 골라가면서 하는 새끼들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돈이 될 때는 원주민들이 살던 땅을 <프런티어 정신>을 가지고 왕창 빼앗아 놓고는 거기다 공장이니 집이니 널찍널찍하게 지어들 놓고 살다가 단물 쏙 빠지면 인간만 쏙 빠져나가 폐가들로 즐비한 도시를 만들어 버리니, 너 아메리카여, 제발 그 따우로 살지마라! 이런 충고를 해 주고 싶다. (속마음 같애선 귀쌰대기라도 확 쥐어패고 싶다. 이빨이 와장창 빠지도록 빡세게!)

미국의 그늘을 읽어주는 책은 드물다. 그 드문 틈새를 잘 읽은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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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으로 하는 공부 - 강유원 잡문집
강유원 지음 / 여름언덕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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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원은 한 마디로 시니컬한 사람이다.

시니컬한 사람은 비주류에 속하고, 왕따가 되기 쉬우며, 왕따인 주제에 남들을 혼자서 다 따돌렸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강유원의 책은 딱, 보면 안 팔리게 생겨 먹었다. 홍보도 안 될 것이 '여름언덕'이란 출판사는 보다보다 처음 본 출판사다.

그런데 점쟁이보다 못한 '철학과'를 그것도 박사가 될 때까지 공부한 사람으로서 그의 글은 참으로 정직하다. 그의 이력이 궁금하여 책날개를 보니, '동국대학 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철학박사를 받았다. 몇 권의 책을 쓰거나 번역했다.'가 전부다. 이 사람 참 담백하고 깔끔하다. 딱 내 스탈이다. 여자들도 좋아할 스타일. 그런데, 돈이 없어서 속물들은 별로 안 따를 스탈이지만...

공부의 방식이 베끼기이고 한 50번쯤 좋은 책을 읽는 것이란 말에는 동감이면서도 50번에 질린다. 나는 좋은 책을 한 번도 제대로 못 읽은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몇 번 읽어도 몽땅 까먹어 버리기도 했을 뿐더러...

공부라면, 공자 맹자를 달달 외우고, 그것들을 적절히 베껴서 글을 만들어 내는 것이 문학이고, 학문이라고 생각했던 민족, 개화 이후로는 오로지 썩은 동앗줄이 아닌 줄을 잡기 위해서 택해야 했던 '공부' 제일주의가  만든 '서울대학교' 및 명문대의 전설은 그래서 '부실한 명문'의 결과를 낳고 말았겠다.

먹고 살기 위해서는 학문적 성과보다는 폭탄주가 더 유효했으며, 제대로 된 논문 한 편 보다는 일 년에 수십 편의 쓰레기 잡글들을 '베끼고, 재탕 삼탕 우려내고, 바치고, 훔치는' 교수들의 '학자연'하는 실상을 정말 시니컬하게 읽어내고 쓰는 글이다.

이 책은 실제로 '대학 입학 공부' 같은 것과는 거리가 멀다.
제대로 된 <학문>을 하자는 충언이다. 충언을 바친 충신을 죽여버린 임금의 말로는 어땠는지 다 알지 않는가. 이 땅의 학문이 밑도 끝도 없이 곤두박질치는 것에는 충신의 충언을 우습게 보는 권위자들이 있기 때문이란 것이 그의 판결이겠다. 이래갖고는 출세하기 힘들지^^ 그치만, 강유원씨 나같은 사람이 좋아하니깐 힘 내쇼~~

그의 시니컬한 말들에 속이 시원한 곳이 몇 부분 있다.

51. 그의 아들의 전락에 대해서는 애비가 나쁜 짓을 그만큼 했으니 마땅히 그런 벌을 받아야지라는 일종의 통쾌함을 느낀다. 뻔뻔스럽게 설치고 다니는 그의 큰딸에 대해서는 정말 때려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다.

누구게요? 그란... 이렇게 시원스럽게 그때 그 새끼를 깐 책은 잘 없지 싶다. 때려죽이고 싶다...라고라...

56. 꽤 많은 소설가들이 소설만 써서 먹고 살기를 꿈꿀 것이다. 그러나 그가 그런 단계에 들어섰을 때 그가 여전히 소설가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기업가로 변신할 것인지는 예측할 수 없다.... 그는 '소설가'로 부를 수 없고 '기업가'로 불러야 마땅할 것이다... 죄일선보같은 데서는 그를 선전해주고 그를 화제의 중심으로 끌어올리며, 그런 신세를 갚기 위해서 그는 그 매체를 위해 글을 쓰기도 한다. 공생관계에 들어 있는 것이다.

이런 자식들도 많지만, 그 대표자로 꼽은 사람이 정말 딱, 이다. 통쾌하다.

74. 000 같은 이가 텔레비전 제작자의 이쁨을 받는 이유,... 그는 사회과학적 인식이 결여되어있으므로 미디어에서 말썽을 일으킬만한 소지를 거의 가지고 있지 않다. 게다가 상당한 쑈맨쉽도 가지고 있다. 그가 다루는 주제는 언제 들어도 좋은 공자님 말씀이다. 방송의 입맛에 딱 맞아 떨어지는 안전빵이다. 그는 자신에 대한 진지한 학술적 비판에는 거의 응대를 하지 않는다.

카멜레온처럼 정권이 바뀔 때마다 텔레비전에 나와서 충성을 다짐하는 거 아닌가 싶은 이넘은 텔레비전에 나와서 지가 쓴 책 팔아먹는 데 도가 텄다.

75. 이들과 비슷한 부류들로 예전에 자유기업센터 소장을 하던 000처럼 기업의 연구소에서 일하는 박사들이나 국가기관에서 일하는 연구원들인데, 이들 모두를 우리는 유기적 지식인, 기능적 지식인이라 부를 수 있다. ... 그들은 월급 주는 회사를 위해서 일한다. 그들의 일은 이미 미디어에 길들어진 학자들을 관리하고 그런 재질이 있어 뵈는 똘마니들을 발굴해서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구사하는 것이다. 자신이 학위를 딴 학문 분야의 학회에 참석해서 학자인 척하며, 거기에 참석한 다른 학자들은 기자를 가까이 하고자 할근거린다. 어차피 미디어를 핥아먹고 살기는 매일반...

이 인간의 책들은 구역질 난다. 근데 죄일선보는 참 사랑하는 작자겠다.

리영희 선생님을 존경하는 이유도 솔직 담백하다. 선생님의 글을 읽고 나서, 결론을 보고 생각한 것도 재밌다.
결론 : 한반도에서는 전쟁이 안 일어난다.
반론 : 물론 예외는 있다. 미국이 전쟁을 일으켜야겠다고 맘먹으면 전쟁은 난다. 한국에서 전쟁을 일으킬 원인은 미국밖에 없는 것이다.

이렇게 쉬운 문제를 이렇게 쉽게 명백하게 이야기한 사람 어디 있던가? 쥐뿔도 잘난 체하면서 이리 저리 에두르고 다니기만 했지, 결론은 없지 않았던가 말이다.

인문학의 위기를 '학자들의 돈타령'이라고 하는 부분도 통쾌하다.
인문학자가 유사-공학적 태도로 문제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이미 인문학의 위기라고...

그의 충고. 리더십에 관한 고전을 쓰고 싶은가? 그러면 고전을 읽으라.
진정한 리더십을 가지고 싶은가? 그러면 고전을 읽으라...
부박한 세상에서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사회에서 믿을 건 고전뿐이다... 라고 하면서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을 쓰기 전에 이미 '티투스 리비우스의 첫 10권에 관하여'를 저술한 예를 든다. 징헌 넘들끼리 서로 알아보는군. ㅋㅋ

그의 <시니컬>한 방법론이 제시한 <지도교수론>은 그의 탁견이다.
이런 지도교수 만나면 나도 몸으로 한번 공부해 보고 싶다...

지도학생에게 잔심부름 시키지 않는 교수.
자기가 쓴 논문을 자기가 타이핑하고 편집까지 하는 교수.
출판사에서 넘어온 교정본을 자신이 교정보는 교수,
새로울 것도 없고 치열함은 더더욱없이 사교장으로 변해버린 학회 따위에는 관심도 두지않는 교수.
대학원 수업 시간을 꽉 채우고 끝내는 교수.
고전만 붙잡고, 세월가는 것도 모르고 그것만 읽히는 교수,
논문 주제를 상의하면 <알아서 써보라>고 하는 교수,
막상 논문을 써가면 주격 조사나 접속사부터 따지는 교수,
논문 인용문의 원전을 죄다 찾아보고 잘못된 번역과 적절치 않은 인용을 지적해주는 교수,
이렇게까지 해놓고도 <지금까지는 문장 연습과 논문쓰기 연습이었으니까 이제부터 주제를 잘 정하고, 본격적으로 써보라>고 한마디 툭 던지는 교수,
자신이 정한 기준에 합당치 않으면 아무리 여러 학기가 지나도 결코 논문을 통과시켜주지 않는 교수.
같은 주제에 대해서 자신이 가진 견해와 달라도 학생의 주장이 논리적이면 인정해주는 교수,
자신에게 박사 학위를 받은 학생에게 다른 학교 강의 하나 알선해주지 않는 교수,
아무리 오랜 세월을 공부해도 두 사람의 거리가 딱 그 만큼에 멈춰 있게 하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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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7-06-17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명성에 굶주린 거지들... 많죠. 서정주도 그렇고, 박목월도 그런데, 그 아들 박동규는 애비 뺨칩디다. ㅎㅎㅎ 박동규는 대학다닐 때 수업을 들었는데 거의 방송 출연한다고 결강이 많았어요. 3학점짜리를 30분 수업하는데, 지랄같이 들을 것도 없곤 했죠.
저같이 착한 사람에게 시니컬하고 욕도 잘 한다 하심은... ㅎㅎㅎ 제대로 보셨군요.

꼬마요정 2007-06-17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51의 그는 박정희인가요??^^ 56은.. 이문열? 74는 도올??
그 외에는 전혀 짐작이 안 가는데 왠지 이 책 꼭 읽어봐야 하겠어요~~ 궁금해서요^^

글샘 2007-06-18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퀴즈를 낸 것도 아닌데, 이렇게 정답을 다시다니... 이거 선거법 위반이라고 깝죽대는 미친개가 물까봐 못 쓴 거랍니다. ㅎㅎㅎ 공병호라고 한 사람은 못 맞추셨네요. 한번 읽어 보시죠^^

달팽이 2007-06-19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올 선생처럼 시니컬하고 과감한 언변은 사회의 가려운 것일수록 시원하겠죠.
하지만 그 이면에는 자신의 칼같은 말 언저리를 포용할 수 있는 마음까지 갖추고 있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으리라는 생각입니다.
간추려놓은 글들이 재미있습니다.
보관함으로 넘깁니다.

꼬마요정 2007-06-19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나머지 한 사람이 공병호였군요~ 그러고보니 딱이네요^^

글샘 2007-06-20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팽이님... 도올처럼 잘난 척 병에 걸린 사람들이 조금만 겸손하면 큰 사람이 될 수도 있을텐데요...
꼬마요정님... 저도 공병호는 아예 읽은 일이 없어서 그 인간이 욕먹을 인간인지는 분간이 안 되지만... 안 읽어도 뻔할 뻔자인 것 같습니다.^^
 
파페포포 안단테
심승현 지음 / 홍익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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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4년 쯤 전에, 인터넷에서 파페와 포포의 이야기를 읽고는 참 신선하단 생각을 했다.

그림의 톤은 부드럽고 강조되면서 사람의 감정을 섬세하게 살리는 이야기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 안단테라는 이야기로 다시 묶여 나온 책을 읽었다.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그림으로 엮은 것은 신선하기도 했지만...
그이 이야기가 아니라, 조각을 모은 이야기들이어서 좀 불편했다.

물론, 모든 이야기는 재탕이고 삼탕이고 혼혈이게 마련이지만, 좀 많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의 플라나리아가 좀 신선했다.

잃어버린 나의 반쪽. 영원히 만나지 못할가봐 언제나 안달이고, 그래서 늘 불안한 나의 반쪽.

인간의 삶의 원형이기도 하겠고, 분단 이야기이기도 하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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