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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자유
수재너 케이슨 지음, 서영조 옮김 / 궁리 / 2004년 11월
평점 :
품절

김광균의 '와사등'에 '차단한 등불이 허공에 걸려있다'는 대목이 있다.
'차단한'하는 단어는 우리말에 없는 말인데, 작가가 만들어 썼다고 한다. 이 단어는 그의 '설야'에도 '호올로 차단한 의상을 하고' 하는 구절에 나오는 말이다.
나는 '차단한'을 설명할 때 이렇게 한다.
우선 '차가운'의 의미도 담고 있고, '차단된' 인간 관계의 의미를 뜻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차단된' 삶에 대해 생각했다.
가까운 이 중에 정신 병동엘 십여 년 오갔던 이가 있다. 요즘은 상태가 좋아져서 집에 있지만 정상적인 사회 생활은 불가능하다.
이 책을 읽으면,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정신병'은 인간의 다양한 정신의 스펙트럼 중, 의사가 금을 그은 선 저쪽에 있는 사람들을 뭉뚱그려서 일컫는다는 것을.
그래서, 의사가 금을 그은 저쪽 너머로 아직 넘어가지 않은 인간들 중에서도 숱하게 많은 인간들은 '정신병'이 심각한 경우도 있고, 저쪽으로 의사가 분류했지만 인간이 하는 일이라 억울한 경우도 있다. 하긴 돈만 주면 거기서 수용해 주는 경우도 있다고는 하더라만...
'처음 만나는 자유'는 이 책을 영화화했을 때의 한국어 제목이라고 한다.
삶에 커다란 구멍이 일단 뚫리면 그 누구도 저항할 수 없다...
평행 우주의 특이한 점은 이 세상에서는 그 세계가 보이지 않지만, 그 세계에서는 이 세상을 쉬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다...
정상인이 '미친 놈/년'이라고 부르는 그들은 정상인과 세상을 조금 다르게 보기도 하지만, 정상인들이 그들의 세계를 결코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뚱뚱한 아이들에게 뚱보라고 놀릴 수 없듯이, 그들의 세계에서 'nuts' 땅콩이란 말이 미치광이를 뜻하기도 한다고 해서 그 말을 들으면 당황하기도 한다.
sos라는 프로그램을 보면, '사회성을 잃은' 아이들이 많이 보인다. 아마도 선진국에서 진단하면 '정신과적 증상'을 진단할 것이다. 그런데 그 아이들의 문제에는 반드시 문제 상황을 잠재하고 있는 부모가 있었다.
이 책의 중간에 부모님은 토리를 돌게 만들었고, 토리는 부모님을 돌게 만들었으며, 토리는 꾀병을 부렸고, 부모님은 그 꾀병을 감당하지 못했다...는 구절이 있다.
학교도 그런 것 아닐까? 아이들이 미친 듯이 행동하기도 하지만, 학교도 아이들을 미치게 만드는 구조의 하나가 아닐까? 그래서 아이들은 사고를 저지르고, 학교는 아이들을 감당하지 못하는 지도 모른다.
상점에서 눈빛을 마주치면 일반인들은 '난 네가 어떤 인간인지 알아.'하고 말하는 듯 하다.
우리가 어떤 사람들이기에 사람들이 그렇게 금방, 그렇게 잘, 우리에 대해 알 수 있었던 걸까?
이런 말을 읽으면 정신과 병동에 진료를 받으러 가면서 학교에 특별하게 어디가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는 많은 아이들이 가슴에 박힌다.
그가 진단 받은 '경계성 인격'은 '과잉 행동 장애'와도 비슷해 보인다.
노이로제와 정신병 사이의 간이역... 같다고 하는 그를 어느 정신분석 치료사는 <짜증나게 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가진 사람들을 부르는 말>이란다. 일리가 있다.
그 짜증을 받아줄 수 있는 가족이 아니라면, 그를 정신과에 끌고 갈 것이다.
1968년이란 사회적 상황에 그들은 통쾌해 하기도 한다.
리사라는 아이는 '제대로 미친' 취급을 받는데, 반항적 기질이 많은 아이로 보인다. 물론 사회 적응이 힘들겠지.
열 여덟이란 나이에 정신 병동에서 매일을 격리되어 살아야 한다는 일은 참으로 끔찍한 일일 것이다.
그의 글은 삶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다.
인간에 대해서도...
인간은 정말 미칠 수 있을까?
미친 인간이 문제일까? 그 인간을 미치게 만든 세상이 문제일까?
인류 역사 수십 만년 속에서 '정신 병동'을 만든 것은 수백 년 안쪽인 것이 아닌가?
물론 심한 경우 소외당하고 박대받다 죽어갔겠지만, 지금처럼 '의사의 종이 쪽 한 장'에 이쪽 세상에서 저쪽 세상으로 격리당하는 일은 수십 만년 동안 없지 않았을까?
역사는 진보하는 걸까?
정신 병동을 만들어, 우리와 다른 '그들'을 가두고
감옥을 만들어, 우리와 다른 '그들'을 가둬 두고는...
이쪽은 안전하다고 하는 것은 '제대로 미친' 세상이 아닐까?
정신병은 청소년기에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정신병의 징후는 대부분 우리가 도덕이나 가정 시간에 배우는 '청소년기의 특성'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심리적 불안정, 자신감의 결여, 자아 정체성의 혼란, 질풍 노도의 시기...
미친 세상이 미친 놈을 만드는 것은 아닌지, 뚱보와 정상인의 금긋기가 불가능하듯이(물론 뚱보는 있지만), 미친 놈과 정상인의 금긋기도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이 책은 잘 드러내고 있다.(미친 놈도 물론 존재함을 인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