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도 상이 많아야 한다 - 임길택 선생님이 가르친 산골 마을 어린이 시 보리 어린이 22
임길택 엮음, 정지윤 그림 / 보리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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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주의자도 아니건만, 전에 드팀전님 이벤트에서 임길택 선생님 책을 얻어 읽은 후로 도서관에 임길택 선생님의 아이들 글과 시집을 신청해서 요즘 읽고 있다.

광산 아이들 글에선 돈 이야기가 직접적으로 많이 들린다. 광산에선 월급을 받으니 그런 모양이다.
농촌 아이들 글에서도 가난이 묻어나오긴 하지만, 여기선 돈 이야긴 적다.

대신, 힘든 노동을 온 가족이 공유해야 한다는 현실이 두드러진다.
광산에선 아버지만 뼈빠지게 일하다 병을 얻어오곤 했지만,
농촌 아이들도 모내기 철이 되면 못강아지(모 나르는 아이)가 된다.
그래서 어른들이 워리워리~ 하고 부르면 재빨리 모를 날라다 주기도 한다.
'모를 쥐고 갈 때도 개처럼 기어가서 모를 가지고 와 심었다.'는 대목에서 못강아지의 어감이 눈물나게 슬프다.

이렇다보니 공부할 틈이 더욱 없어서, '나는 시험지만 보면은, 여러 조각을 만들어서 태우고 싶다'고 하기도 하고, '시험지는 우리를 가슴 설레이게 한다. .. 그때 나는 막 죽고 싶은 마음이 몇 번이나 들었다...'고 하기도 한다. 이래 저래 시험은 아이들을 옭죈다. 우리 교육과정이 너무 엉망이고 어렵다는 증표다.

아무래도 농촌 아이들 곁에선 황소, 개구리, 토끼, 거미 같은 동물들이 함께 자란다.
오죽하면 쥐조차도 '꼴방쥐/ 보기 싫기 보다는 귀엽고 예쁘다, 나쁘다는 쥐는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훔쳐 먹는 것이라고 생각되었다.'고 쓴다.
꿩, 반딧불이, 참새... 이런 소재로 도시아이들은 쓸 말이 없다.
'참새처럼 날개를 달고 하늘을 마음껏 날고 싶다.'던 아이들, 지금은 무얼 하고 있을까?

그렇지만 이런 분교에는 아이들을 돌봐줄 선생님들이 드물다.
간혹 오더라도 어서 도회지로 나가려 한다.
아이들은 '선생님이 오래오래 있다 갔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고 쓰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낚시질을 하다가 천연기념물로 정해진 어름치가 걸리면 스스럼없이 '야, 니 뭐하러 나오나?'하면서 다시 물 속으로 던져 주는 아이들의 머릿속에는 '환경 보존'같은 거창한 말은 필요조차 없으리라. 귀하다니까 그저 살려줄 뿐...

아이들의 글은 다 귀하다.
나도 아이들의 귀한 글을 잘 모아두어야겠단 생각을 하지만... 게으름의 소치로 쉽진 않다.
학급 일기도 부지런히 쓰게 하고, 수시로 글쓰기를 시키곤 있지만, 여간해서 그럴싸한 작품 구하기가 쉽지 않다.

교사가 부지런한만큼 아이들은 더 자란다.
임길택 선생님에게서 크게 배운다.
편안히 쉬세요, 임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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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월급 콩알만 하네 - 임길택 선생님이 가르친 탄광 마을 어린이 시 보리 어린이 21
임길택 엮음, 김환영 그림 / 보리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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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길택 선생님이 사북 초등학교에서 가르친 64명 아이들의 시다.

탄광마을 이미지와 잘 어울리게 판화가 잘 그려져 있다.

우리 옆집 아주머니가/ 여가 아저씨 잠잔다고 / 딴 데 가서 놀라고 한다.

이렇게 탄광 마을 아이들은 골목길에서 놀기도 어렵다.

얼굴도 검은 얼굴/ 옷도 검은 옷/ 내가 인사를 하니 대답도 검은 대답 같았다.

이렇게 아이들이 보는 사람들의 모든 것이 검은 색으로 뒤덮인다.

처음 이사올 때는/ 삼 년만 하자고 해 놓고/ 벌써 팔 년이 지났다.

광부들의 삶은 다 그렇고 그렇다. 오죽하면 막장 인생이라고 할까.

이 짓을 집어 치워야지... 하지만, 그들이 갈 곳은 다시 갱도밖에 없다.

나는 어떤 아이가 상 받을 때/ 장난을 치다가/ 누가 상을 받는지도 모르고/ 아이들이 손뼉을 치면/ 나도 따라 친다...

이 장면은 전국 어느 학교에서나 벌어지는 장면들이다.
월요일, 아이들은 사열대 앞에 군인처럼 도열해 섰고, 가운데 한 점 학생 회장이 마이크 앞에 서고, 교사들은 마치 순시나온 순사인 양 거드름을 피우며 옆자리 동료와 이야기를 소근거리고, 근엄하신 학교장님은 무슨 교육적 소신을 그리도 펼치시는지... 동네를 쩌렁쩌렁 끝이 나지 않고... 한 달 모은 각종 상장은 무에 그리 많은지... 아이들 손이 빨개지도록 손뼉을 쳐도 쳐도 끝이 나지 않고...

아이들은 가난을 알고,
돈을 알고 세상을 본다.
그 아이들이 자라서 어른들이 되어 세상은 이렇게 돈타령이고, 검은색 일색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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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7-09-27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이 책 찾고 있었어요. 그 어린 시인들이 어떻게 자라서 지금은 뭐하고 있나하는 TV다큐멘터리를 봤었거든요. 감사합니다~
 
철들지 않는다는 것 - 하종강의 중년일기
하종강 지음 / 철수와영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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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좀 들어라.
남들처럼 네가 배워먹은 학벌을 이용해서 진급도 철꺽 철꺽 하고,
돈도 좀 수월수월 벌어서 주변 사람들에게 존경도 받고,
가족들 걱정하지 않게 보험도 여러 개 들어 두고,
틈틈이 주식 투자도 좀 하고, 펀드에도 돈 점 넣어 두고 해서 미래를 대비하고,
돼먹지 않은 신문 같은 건 보지도 말고,
공병호 선생님 책을 밑줄 쳐 가면서 읽으며,
세계의 석학이라는 '문명의 충돌' 같은 책들도 좀 즐기고,
막돼먹은 노동조합 같은 인종들 상종하지 말고,
이미 벌써 오래 전에 망해먹은 사회주의 같은 건 꿈도 꾸지 말고,
제발 철 좀 들어라...

이런 것이 철드는 것이라면 단호하게 'NO!!!'하겠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하종강은 얼굴도 잘 생겼지만, 글도 참 잘 쓴다.
쉽게 술술 쓰는 것 같으면서도 재미있는 글이 나온다. 물론 그 짱구 속에서 엄청난 투쟁이 단어들을 통해 벌어지고 있으리란 상상을 할 순 있지만...
그리고 취미 생활도 고상하다. 무선통신사이기도 하면서 클래식 음악에 대한 관심도 깊고, 자동차에 대한 흥미도 매니아 수준이랄까?

여느 사람이라면 불이라도 났을지도 모를 에너지로 충만한 50대다.
그렇지만... 그는 아직 철이 나지 않았다.
아직도 노동자들 곁에서 파업을 부추기는 불순 세력이며, 노동 강좌에 강연을 하러 연중 무휴 휴가도 반납하고 뛰어다니는 돈 안 되는 일만 골라서 하는 사람이다.
한겨레신문처럼 색깔이 맘에 안 드는 신문에 글을 기고하는 사람이고,(한겨레에서도 잘릴 뻔 했는데 그의 기지(?)로 모면한 이야기도 재미있다.)
오죽하면 이 책의 표지도 순 빨갱이다.

한 때의 운동을 '표피적'인 활동으로 생각하고 이미 기득권층보다 빨리 기득권층이 되어버린 철든 친구들을 바라보면서 하종강은 씁쓸하다.

탐욕스런 자본가에 의해 만들어진, 산타라는 족속 때문에,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선물을 받을 수가 없는 계급에 속한 얼마나 많은 아이가, 선물을 받을 수 있는 계급에 속하는 아이들을 부러워하며 슬퍼할 것인가... 착한 아이들에게만 선물을 준다는 설정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모든 아이들은 착하다, 착하지 않은 아이란 애초에 없다, 누구를 위한 착한 아이인가, 선물 따위 알량한 미끼로, 순수한 아이들의 자유와 개성을 억압하고 노예화하는 산타는, 용서할 수 없는 존재인 것이다... 착한 아이여, 총을 들어라. 그리고 너의 방 창문을 두드리는 산타를 향해 쏴라...

이 대사는 굴뚝으로 내려오는 산타를 레어저포로 쏴 죽이고, 아래위에서 프레스로 압착시켜 죽이고, 굴뚝 공기를 모두 빼 진공 상태로 만들어 아홉 구멍에서 피를 토하게 해 죽이고, 마지막에는 방어선을 돌파하고 집안으로 들어오는 데 성공한 산타 할아버지를 기어이 권총으로 쏴 죽이는 엽기 만화에 딸린 이야기를 그가 옮겨 적은 것이다.

그의 이야기는 코믹하고, 때론 센치하지만,
그의 눈은 항상 가장 낮은 곳에 있다.
크리스마스에 선물 하나 받지 못하는 가난한 아이들 옆에,
하얀 눈이 내려 쌓이는 바닥의 차가움을 견디며 농성하는 천막 안 사람들 옆에,

너무 빨리 어른이 돼버린 386 모두에게 하고 싶다.
제발 철들지 말라고...
아는 의사에게서 철들지 않은 걸로 치면 거의 정신병 수준이라는 말을
칭찬으로 알았다는 하종강 형님같은 분도 있지 않은가.
한국 사회처럼 점잔빼는 사회에서 나이 들어 철들지 않고 산다는 게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너무 빨리 어른이 돼버린 386 형님들도 이 나이가 돼 보신다면,
유시민처럼 철들지 않고 사는 사람들의 즐거움 또한 꽤나 쏠쏠하다는 것을 아실 날도 있을 것...

철드는 일이 성숙하는 일이 된다면 좋은 일이련만,
타협하고 추해지는 일이라면, 철들지 않는다는 것도 아름다운 일이리라.
그러나... 아름다운 일일지라도, 옳지 않음과 타협하는 일은 힘들고 고단한 일이다.

그래서, 혼자선 못할 일일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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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유한하다.

그래서 서글프기도 하다.

그 삶 속엔 남 몰래 흘리는 눈물도 숱하게 많을 거다.

남들이 '너 아직도 그러고 사냐?'는 일을 하는 사람들,

하종강이 쓴 글을 읽다가 눈물이 났고,

얼마 전 세상을 뜬 파바로티가 생각이 났다.

왜, 너 아직도 그러고 사냐고?  

그냥,

웃는다. 울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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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광마을 아이들
임길택 지음, 정문주 그림 / 실천문학사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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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10년도 더 전에, 탄광 마을에 간 적이 있다. 탄 캐는 광부들의 석상을 멋지게 만들어 뒀던 사북의 그 마을은 폐광이 된 지 오래 되었다는데도, 개울 안에는 까만 탄가루가 침착이 되어있었다.

강물을 그리면 검은 색으로 그린다던 탄광마을 아이들의 눈으로 임길택 선생이 글을 썼다.

을반(2교대로 갑반, 을반이 있었던 모양) 가신 아버지를 기다리는 아이들.

라면 두 개 가방에 넣고 저벅저벅 비오는 밤길, 열 한시에 근무를 나서는 아버지들...

광산촌이 말라갈 때, 방학이 끝나고 보면 비어있는, 인사도 하지 않고 어디론가 떠나버린 아이들 걸상을 올리며 내리며 청소를 할 때, 편지없는 그 친구가 낯선 마을 아이들과 어울려 노는 모습을 아른거려하는 늘 주눅든 아이들...

그렇지만... 거기도 사람 사는 곳임을 시인의 눈은 놓치지 않는다.

사람 사는 곳/ 임길택

오늘도
우리 마을 개울엔
까만 물이 흘러갑니다.
우리 마을 한가운데를
우리 마을 이야기처럼
흘러갑니다.

지나가는 사람들
사람 못 살 데라
함부로 말을 하지만
우리 이웃들
조그맣게 조그맣게
어깨 맞대며 살아갑니다

오늘도 검게 물 흐르는 것은
우리 아버지가 살아있다는 이야기
내가 살고 있다는 이야기
그런 노랫소리 들려주며
오늘도 우리 마을 개울엔
까만 물이 흘러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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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21 14: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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