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달리는 소녀
츠츠이 야스타카 지음, 김영주 옮김 / 북스토리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올 여름에 이런 제목의 만화 영화가 있었다.
보러갈 기회가 되지 않았는데, 소설이 의외로 간단한 재미를 준다.

작가는 '시간'문제에 참 깊이 빠져든다.

시간은 상대적이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은 너무도 빨리 흐른다.
그렇지만 싫어하는 사람과 있는 시간은 얼마나 지루한가...

과거의 미래가 현재인 시간은 지금도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지만,
현재는 즉시즉시 과거가 되어버리고, 미래는 금세 현재를 지나 다시 과거로 향해버린다.

그래서 시간의 도약이나 장소의 이동 같은 판타지 소설들이 등장하는 것이렷다.

이 책엔 세 편의 중,단편이 실려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우연히 미래를 보게 된 소녀의 재미있는 이야기고,
'악몽'은 두려움의 근원이 되는 정신적 외상에 대한 심리적인 이야기고,
'The other world'는 우리가 그토록 바라는 '이상향'의 밋밋함에 대한 상상력이다.

한국인은 창의력이 없다고 하는 반성도 많고,
미래의 힘은 창의력이라는 잘난 체도 많다.
누구는 그래서 열린 수업을 주장했고, 누군가는 마인드 맵을 이야기한다.
창의력의 전제는 '억눌리지 않음'이 아닐까?

'공자'에게 너무도 억눌렸던 우리의 집단 무의식이 아직도 수직 질서에 대한 트라우마가 되어 이 민족의 무의식을 지배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더 잘 해야 하고, 바른 생활 교과서를 벗어나서는 안 될 것 같고,
이 땅에서 '이지(이탁오)'를 용서할 수 없는 집단 무의식이 지배 권력이 되어버렸는지도...

좀더 시간과 공간을 자유자재로 넘나들 수 있는,
그래서 소통이 자유로운 그런 시공간을 꿈꾸는 경쾌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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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산다는 건 좋은 거지, 한 치 앞도 모르잖소...

산다는 건 어떤 일이 일어날 지 전혀 모르는 하나의 미스터리다.
꼭 미스터리라고 해서 귀신이 나온다거나 영적인 존재를 등장시켜야 하는 것도 아니다.
곰곰 따져보면, 내가 그 때 왜 아내와 결혼했는지도 미스터리고, 왜 지금의 직업을 선택했는지도 미스터리다. 모든 선택은 미스터리의 연속이다.

보통 추리 소설이 사람을 죽이거나, 괴이한 인물상을 나타내서 인생에 대한 진한 감정을 쏟게 만드는 게 상례라면, 이 소설은 방향이 전혀 다르다.

사소한 사건들이 일어나지만, 그 사건들은 지나치게 괴이하지 않고, 그야말로 사소한 미스테리로 치부할 수 있을 정도의 사건들이다.

가장 재미있게 읽은 것은 나나미라는 편집자의 마지막 추리다. 전체 소설들을 한 눈에 꿰뚫어 보게 만드는 재미를 준다.

소년 탐정 김전일, 명탐정 코난, 탐정학원 큐 같은 일본의 미스터리물을 텔레비전에서 만나거나 만화로 읽을 때면, 새삼 일본 사람들이 존경스러워진다.
물론, 살기가 나아지면서 온갖 분야로 <오타쿠>같은 집중도를 높일 수 있기도 하겠지만, 그저 잘 사는 나라의 여기로 여기기엔 지나칠 정도의 추리물들이 쏟아져 나온다.

혹자의 의견처럼, 중심이 되는 문화의 신화들이 미화되는 동안 주변부 문화들이 기괴한 이미지를 띠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유럽의 그리스신화의 신들은 미화된 반면, 켈트 신화의 이미지들은 기괴하다. 해리포터와 반지의 제왕처럼...) 일본의 추리물 러시는 하나의 문화 코드가 되어버린 듯 하다.

일본의 새 학기 시작에 맞춰 4월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들을 읽어 나가면서, 콩트를 읽는 듯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추리물은 좋아하고, 무서운 거 읽고는 잠못드는 이들이라면 이 소설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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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10-01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번주에 읽으려고 골라놓은 책입니다. :)

글샘 2007-10-01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마음이 통~했군요. 소소한 재미가 있습니다.
 
우리 다시 꼬옥 만나요 - 비전향 장기수들의 남녘 생활, 신동필 사진집
신동필 사진, 민가협 양심수후원회 외 / 창 / 2001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책이되 책이 아니다.

사진집이되 작품 사진들을 실은 것이 아니다.

요즘 뉴스에 보니 배두나란 배우가 영국과 일본에서 직접 찍은 사진들로 책을 냈는데 뭐 그게 몇 만 부  팔렸다고 그러더라만...

이 책은 돈이 안 되는 곳에서 일가견이 있던 분들의 굳은 얼굴들을 찍어 두었을 뿐이다.
이 책은 그런 기록물이고, 각인된 역사다.

세계에서 가장 장기수들이 많은 나라...

만델라도 한국에 오면 장기수 축에 끼지도 못하는 무시무시한 나라...

내가 어렸을 때 듣던, 이마에 뿔났고, 부리부리한 눈매에 음침한 표정으로 접선을 시도하는 그런 간첩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고는 망연자실하던 기억이 난다.

분단의 역사는 이 땅을 뒤틀릴대로 뒤틀린 사고 구조와 사회 구조의 결과물로 규정지었다.

송환을 택하신 어르신들...
평생을 오로지 '인간의 신념' 하나로 삶을 포기하셨던 분들.

그 높은 정신에 인사를 드리게 되는 사진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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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9-29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삶을 포기할 수 있을 정도로 지킬 수 있는 신념이 있는 사람들..
그럴 수 있음이 존경스럽습니다. 한번 보고 싶은 사진집이네요.

글샘 2007-10-01 11:47   좋아요 0 | URL
삶을 포기한다는 것은 곧 모든 것을 건다는 건데...
인생의 모든 것을 짓밟으려는 국가 권력이란 것도 허망하기 짝이 없죠.
그래도 이 분들의 모습에선 삶의 그림자가 더 또렷하신 듯 해요.
정말 존경스러운 분들입니다.
 
도연초.호조키
요시다 겐코.가모노 조메이 지음, 정장식 옮김 / 을유문화사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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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시다 겐코의 '도연초'와 가모노 조메이의 '호조키'는 일본에서 유명한 고전 수필들이다.

천년 전의 음성을 들을 수 있는데, 두 글의 어조는 사뭇 다르다.
도연초의 음성이 도덕 군자연 하는 설교투로 이뤄져 있고, 시시콜콜히 긴 반면,
호조키는 솔직 담배간 어투가 심금을 울린다.

<도연초>의 이야기들 중, 기억에 남은 구절들.

삶기는 콩 : (타고있는 콩깍지에게) 남도 아닌 너희들이 무슨 원한이 있어 나를 이렇게 삶아 고통을 주느냐?
타는 콩깍지 : 이게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짓이냐? 뜨거운 불에 타는 것도 얼마나 괴로운지 모르지만, 어쩔 수가 없구나. 그리 원망하지 말라...

이런 관조적인 이야기를 기록하기도 하고,

많아도 보기 흉하지 않은 것은 책장의 책과 쓰레기통의 쓰레기...란 말로 지나치게 많은 것에 욕심내는 일에 경계를 두기도 한다.

이, 쥐, 도적, 재물, 인의, 불법... 이것의 공통점은 모두 집착의 대상이어서 죽여야 한다는 것이다. 모두 다...

도연초에선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이 자주 나온다. 하기야 천년 전의 이야기니 그런 걸로 시비걸 순 없겠지만... 대체로 여자란 성질이 모두 삐뚤어져있다...는 표현까지 등장할 지경이니 좀 심하다. ㅎㅎ 결혼에 대한 관념도 부정적이다. 따로 살면서 가끔 만나 같이 지내며 세월이 흘러도 끊어지지 않는 관계를 바람직하다고 했다는... 그러고 보면, 조선 시대의 양반들도 아내와 같이 살지 않았다. 따로 살면서 가끔 만나 같이 지내던 부부가 조선 시대의 부부였지...

인간은 누구나 다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아직 각오도 되지 않았을 때 죽음은 갑자기 닥쳐온다. 개펄이 멀게 보여도 어느 사이에 밀물이 닥쳐와 물이 차듯... 이런 적실한 비유가 간혹 가슴을 적신다.

그의 수다떨지 말고, 과음도 말라...는 이야기는 언제 어디서 들어도 옳고 또 옳다.

<호조키>는 아주 짧은 글들인데, 특히 기근을 상세하게 묘사한 대목에서 저자의 섬세함이 잘 드러났다. 번뇌 많은 속세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고, 그리하여 쉰 살에 출가하는 이야기도 오히려 신선하다.

일본의 고전들을 접하다 보면... 한편 부럽다.
나는 국문학과는 아니지만, 암튼 비슷한 전공인데 한국 고전 문학은 툭하면 소실이다.
공부할 게 없어 편하기도 하지만, 자산이 없는 거대 기업은 늘 공허하다.
일본도 늘상 열도 내 전투로 얼룩진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원이나 청나라 같은 세계 국가의 지배를 받을 정도로 큰 전쟁을 겪지 않은 영향인 듯, 고전이 많이 남아있단 느낌이 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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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임마꿀레
임마꿀레 일리바기자 외 지음, 김태훈 옮김 / 섬돌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르완다...
후투족과 투치족이 싸웠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어떤 일이 있었던지는 읽은 적이 없었다.
마치 보스니아에서 어떤 일이 있었던지 알지 못했던 것처럼...

임마꿀레는 한참 재밌던 대학생활을 접고, 단지 투치족이란 이유 하나로 좁은 화장실에서 숨어지내다 기적적으로 살아난 사람이다.

그 생환기록은 인디언 멸절사나 호주의 원주민 학살에 버금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처절하다.
보스니아의 종교 전쟁과도 또 다른 민족간의 참극...

민족이란 이름으로 악마에 물들어버리는 사람들...
이 책을 읽으면서 못내 미심쩍은 부분은 하느님에게 기대는 간증이 지나치게 강조된 것 아닌가 하는 부분이다. 끝부분의 용서를 운운하는 부분도 마찬가지다.

아무튼 르완다에서 일어난 소수민족 투치족의 학살극은
아름답던 그의 나라 르완다를 처첨한 피바다로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의 뜻에 따라 살아났고, 유엔에서 취직까지 하게 된 소설같은 이야기는 이 책의 증언과 사회성을 반감시키고 있어 아쉬운 점 크다.
그렇지만 르완다 참극의 증언 문학으로서의 가치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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