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연초.호조키
요시다 겐코.가모노 조메이 지음, 정장식 옮김 / 을유문화사 / 2004년 9월
평점 :
절판
요시다 겐코의 '도연초'와 가모노 조메이의 '호조키'는 일본에서 유명한 고전 수필들이다.
천년 전의 음성을 들을 수 있는데, 두 글의 어조는 사뭇 다르다.
도연초의 음성이 도덕 군자연 하는 설교투로 이뤄져 있고, 시시콜콜히 긴 반면,
호조키는 솔직 담배간 어투가 심금을 울린다.
<도연초>의 이야기들 중, 기억에 남은 구절들.
삶기는 콩 : (타고있는 콩깍지에게) 남도 아닌 너희들이 무슨 원한이 있어 나를 이렇게 삶아 고통을 주느냐?
타는 콩깍지 : 이게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짓이냐? 뜨거운 불에 타는 것도 얼마나 괴로운지 모르지만, 어쩔 수가 없구나. 그리 원망하지 말라...
이런 관조적인 이야기를 기록하기도 하고,
많아도 보기 흉하지 않은 것은 책장의 책과 쓰레기통의 쓰레기...란 말로 지나치게 많은 것에 욕심내는 일에 경계를 두기도 한다.
이, 쥐, 도적, 재물, 인의, 불법... 이것의 공통점은 모두 집착의 대상이어서 죽여야 한다는 것이다. 모두 다...
도연초에선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이 자주 나온다. 하기야 천년 전의 이야기니 그런 걸로 시비걸 순 없겠지만... 대체로 여자란 성질이 모두 삐뚤어져있다...는 표현까지 등장할 지경이니 좀 심하다. ㅎㅎ 결혼에 대한 관념도 부정적이다. 따로 살면서 가끔 만나 같이 지내며 세월이 흘러도 끊어지지 않는 관계를 바람직하다고 했다는... 그러고 보면, 조선 시대의 양반들도 아내와 같이 살지 않았다. 따로 살면서 가끔 만나 같이 지내던 부부가 조선 시대의 부부였지...
인간은 누구나 다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아직 각오도 되지 않았을 때 죽음은 갑자기 닥쳐온다. 개펄이 멀게 보여도 어느 사이에 밀물이 닥쳐와 물이 차듯... 이런 적실한 비유가 간혹 가슴을 적신다.
그의 수다떨지 말고, 과음도 말라...는 이야기는 언제 어디서 들어도 옳고 또 옳다.
<호조키>는 아주 짧은 글들인데, 특히 기근을 상세하게 묘사한 대목에서 저자의 섬세함이 잘 드러났다. 번뇌 많은 속세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고, 그리하여 쉰 살에 출가하는 이야기도 오히려 신선하다.
일본의 고전들을 접하다 보면... 한편 부럽다.
나는 국문학과는 아니지만, 암튼 비슷한 전공인데 한국 고전 문학은 툭하면 소실이다.
공부할 게 없어 편하기도 하지만, 자산이 없는 거대 기업은 늘 공허하다.
일본도 늘상 열도 내 전투로 얼룩진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원이나 청나라 같은 세계 국가의 지배를 받을 정도로 큰 전쟁을 겪지 않은 영향인 듯, 고전이 많이 남아있단 느낌이 들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