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코끼리
스에요시 아키코 지음, 양경미.이화순 옮김, 정효찬 그림 / 이가서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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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혼한 엄마가 용기를 내서 운전을 배우고, 노란 소형차를 산다.
주인공 아이는 노란 코끼리 닮은 차를 보며 엄마를 걱정한다.

이혼이란 파도를 타고 가는 아이들은 그 너울에 기가 질리고 의기소침해질 수도 있을 것이지만,
어쨌든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처럼 아이들은 쑤-욱 자란다.

덜렁대는 엄마와 속 깊은 아들, 아직 애기인 동생의 이야기는, 이혼한 모자 가정의 헛헛함과 나름대로 살림을 이끌어 보려는 의지를 잘 보여준다.

작은 문제들이 생길 때마다...
아빠가 있었다면 어땠을까를 생각하는 아이와,
용기를 내서 해결에 나서야 하는 어머니의 이야기가 무겁지만은 않게,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게 풀려 간다.

가정의 해체가 가속화되는 세상에서...
가정 폭력과 그 그늘을 느끼며 늘 울적한 마음 한 구석을 지니고 살아가는 어른들과 아이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죄책감과 열등감을 노란 코끼리와 함께 부드럽게 풀어줄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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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사용후기 - J. 스콧 버거슨의
스콧 버거슨 지음, 안종설 옮김 / 갤리온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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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J. 스콧 버거슨은 박노자처럼 한국통은 아니다.
그는 여러 나라들을 돌아다니며 이런저런 일들을 하는 '세계인'인데 한국에 상당한 애정을 가졌던 사람인 듯 하다.

'한국'에 대한 다른 '비판서' 내지 '찬양서'들이 제법 점잖은 '문어체'로 '자칭 전문가'들에 의해 서술된 반면, 이 책은 스스로 '미친놈'이 '미친 나라'를 줘 까는 '구어체' 글들을 긁어 모은 것들이다.

그래서 별로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스키너의 심리상자'에서 읽은 이야기 중 하나.
실험자가 정신병원에 갔다. '쿵'소리가 들린다고 했더니 8명인가가 모두 성공적으로(?) 맨정신으로 정신병원 입원에 성공했고, 입원한 후에는 정상적인 행동을 계속 했건만 그들은 대부분 '정신 분열증'으로 '판명'되었다. 그런데... 재밌는 사실은 정신병원 안의 '미친놈들'(환자들)은 '당신은 미치지 않았어. 당신은 이 병원에 뭘 조사하러 왔지?'하고 정상인을 알아보더란 거다.

태어나서 대통령이라곤 박정희밖에 없는 줄 알고 20년을 살았던 세대가 지금의 386세대다.
아직 자급자족이 되지 않던 가난한 나라에서 살았고, 오일 쇼크를 겪었으며,
빨갱이 혐오증과 도덕적 재무장으로 '컴플렉스' 덩어리가 된 세대가 그들이고,
복지라는 말은 들어본 적도 없고, 오로지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나, 조국과 민족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 하는 게 '삶'인 줄 알고 살아온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가장 무서운 건, '빨갱이', '전라도' 같이 '소수자'가 되는 것이었다.
사법 살인도 서슴지 않던 미친 나라. 이 미친 나라에 사는 이들은 스스로가 맨정신이라고... 이 나라는 아주 발전하고 있다고... 착각하며 살고 있었다.

그런데, 이 나라에 어떤 한 또라이가 들어와서 말한다. "니네, 다 미친 거 아냐?"하고...
그 방식은 박노자처럼 점잖지도 않고, 죽을 각오로 쓴 비판서처럼 전문가연하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그가 사랑하는 것은 '평화'와 '전통'과 '아름다움'인데,
이 미친 나라가 추구하는 것은 오로지 <돈>이다.
돈 앞에선 평화도 전통도 아름다움도 모두 '상품'으로서의 가치밖에 없으며,
인간도 '더 비싼 너로 만들어주겠어, 니 옆에 있는 그 애보다 더!'의 '인적 자원'의 가치밖에 없다.
인간 자체로 '가치'는 없고, 오로지 '자원으로서의 가치'밖에 없어진 나라...

그 불행한 역사 속에서 등장한 뒤틀어진 <기독교> 성전의 거대한 건물과,
사랑을 모르고 범어사를 멸망하게 해 주시옵소서!... 하는 걸 '종교'라고 일컫는 목사와,
오로지 돈 많은 남자에게 시집가는 게 목적인 여자들로 가득한 '드라마'라는 아편과,
마약과 환각제를 통제하는 바람에 '음주'를 통한 엑스터시를 겪는 음주 고통과,
그리고 '돈, 돈, 돈'만을 위하여 홀딱 벗고 설치는 밤거리의 젊은 여자들의 나라...
권위주의, 억압의 사회적 구조와 군대가 찰떡 궁합을 이룬 부자유의나라...

아이들은 사랑과, 자유와, 경험의 소중함을 배우지 못하고,
아파트라는 단절된 공간과 사이버 세계 내에서 끼리끼리 어울리는 삶에 매몰되고,
학원과 학원의 체인을 도는 다람쥐가 되어버린 희한한 나라...

그가 본 대한 민국은 부끄럽기 그지없다.
그는 미친놈이기때문에 '미친 나라'가 미친 걸 안다.

점잖은 한국인들은... 이 나라가 미쳤다는 걸, 모두 부인하고 싶겠지만...

비숍 여사가 쓴 글을 보면, 한국이 가진 부정적 면이 외국인에게 얼마나 충격적인 것인지를 읽게 해 준다.

"한국에 있을 때, 나는 한국인들을 세계에서 제일 열등한 민족이 아닌가 의심한 적이 있고 그들의 상황을 가망 없는 것으로 여겼다..."

한국에서 발행되는 한국 문학과 문화에 대한 번듯한 영어 잡지가 눈 씻고 찾아도 없다느 사실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145) 그건 그의 말이 맞다. 그가 그런 일을 해 주면 좋겠다.

한류 산업에 대한, 아니, 한국 문화의 지나친 '섹스 일변도 의존'에 치우친 그의 분석도 상당한 비중을 두고 살펴야 할 것 아닐까?

병든 곳에는 반드시 '약'이 필요하다.
플라시보 효과로 '그래, 좀 더 잘 하면 잘 될거야...' '아, 아, 대한민국, 아, 아, 우리 조국, 영원하리라~~' 해서는 암종을 더 키우는 수밖에 없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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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11-10 0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대한민국... 부끄러움을 알기만 해도 희망이 있을텐데요...ㅠㅠ

글샘 2007-11-12 08:54   좋아요 0 | URL
부끄러움...
근대와 함께 척박하기만 한 이 땅에서 잃어가는 말이 아닌가 싶어요.
아이들도... 부끄러워하던 모습이 전엔 있었는데... 당당한 건 좋은데, 내용없이 당당하면 싸가지 없죠.^^
 
괜찮아, 그곳에선 시간도 길을 잃어 - 황경신의 프로방스 한뼘 여행
황경신 지음 / 지안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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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으로 가는 가장 빠른길'은 '좋은 친구와 가는 길'이란 퀴즈가 있었단다.

무릇 여행이란, 좋은 친구와 가는 여행이 가장 좋은 여행이다.
그래서 패키지 여행을 가면 뭔가에 쫓기듯 다녀서 짜증이 묻어나게 마련인 것이지.

황경신은 아직도 소녀 취향의 여성인데, 보름간 프랑스의 남부 지방인 프로방스 지방을 여행하는 프로젝트를 따내고, 최병길이란 사람을 사진사 겸 통역 겸, 동료삼아 거기로 날아간다.

황경신이 여행 한참 후에 기억을 되살려 쓴 이 팍팍한 여행기를 쓰느라 얼마나 머리를 쥐어뜯었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면서, 과연 이 최병길이란 작자의 속내는 어땠을까를 생각해 보면 참 재밌었다. 최병길이 책 내면 더 재밌을 것 같지 않은가? ㅎㅎㅎ

프로방스 지방이란 곳이 풍기는 분위기는 '중세'같다. 프랑스의 남부. 알프스 남쪽이라 그토록 북구인들이 그리워하는 '남국'이 바로 거기고, 아를르의 여인, starry night, 고흐의 이글거리는 남쪽의 태양빛이 바로 이 프로방스의 그것이니... 니스의 해변도 여기 있고...

이곳을 시간에 쫓기지 않는 김남희같은 사람이 느긋하게 돌아다녔다면 어떤 기행문이 나왔을까?
김남희의 글발이 황경신에는 못미칠지 몰라도, 그의 발걸음이 찍는 발도장은 좀더 또렷한 인상을 남기지 않았을까? 적어도 그는 혼자서 돌아다니는 데는 도가 텄으니...

어울리지 않는 두 사람이 하는 여행만큼 재미없는 게 또 있을까?

나도 한 5년이나 10년쯤 뒤엔 아내랑 한 달 정도 드라이브 여행을 가 볼까 하는데, 이런 재미없는 기분으로 돌아다니면 별로일 듯 싶다. 이 책 읽고 프로방스를 가 보고 싶을 이는 드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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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나무가 나에게 팔을 벌렸다 실천문학 시집선(실천시선) 162
조향미 지음 / 실천문학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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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세 번째 시집. 오래 전에 도서관에 신청해 두었더랬는데 이제야 너를 만난다.

조향미의 시는 점점 시선이 낮아진다.

조향미의 시에서는 살풋 가을 냄새가 난다.
아릿한 서러움일랑은 이제 건너 버린 듯,
그러나 그의 눈은 낙엽따라 팔랑거리듯, 낮은 곳으로 내려 앉는다.

숲은 무슨 배짱인지 또 거뜬히 봄을 시작한다.
참, 환장하겠다... 엘리엇이 '황무지'를 쓸 때 이런 맘이었겠지.
그 '봄'이 침묵하는 걸 본 레이첼 카슨은 그래서 마음 아팠을 것이고...

잘 익은 호박을 추구하던 먼젓 번 시집보다, 털실처럼 폭신한 나잇살이 이 시집에서 읽힌 건,
그가 그만큼 성숙하고 푸근해졌단 뜻일지도 모르겠다.

새는 노래를 잊고, 꽃은 피기를 멈춘,
교육도 사랑도 어느 날, '불경'임을 깨닫는 건 교사의 운명이다.

그래서 선생 똥은 개도 안 먹는다고 했다. 불경스런 맘으로 애들 멋대로 가르치고, 결국 하느님의 아이들인 천사들을 사랑이란 이름으로 고문했으니 말이다... 그것도 모르고 혼자서 신나서 '천직'이라 착각하고 '교육'이란 오해를 저질렀으니... 속이 상할 밖에...

동병상련이랄까...
이런 마음을 그토록 잘 적어내는 이를 만나는 일은 행복하다.

그의 시를 곱씹어 읽고 또 한 편, 멋드러진 평론을 적어 준 상욱 형의 글도 아름답다.
상욱 형 본지도 20년이 다 되어가는 것 같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마주칠 지도 모를 인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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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즐거운 체질 학습법
송재희 지음 / 페퍼민트(숨비소리)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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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로서, 아버지로서 가장 괴로운 일은... 나의 교육 활동이 아이들을 괴롭힌다는 것이다.
나는 '필요성, 정당성, 보편성'으로 무장하고 아이들에게 들이대는 '약'을 아이들이 거부하고 도리질치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는 것.
이제 20년 가까이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니, 내가 들이댄 '약'을 '독'으로 받아들인 아이들도 많았을 것이라는 반성을 하게 된다.

학생부 선생 하면서 아이들을 두들겨 팬 일부터,
형사처럼 취조한 일...
상담이랍시고 아이들에게 훈육을 일삼은 일과,
아이들이 대답하지도 않는 수업을 혼자서 늘상 진행했던 일...

아이에게도 그렇다.
왜 넌 그거도 하나 딱딱 맞게 못하냐?
어제 공부한 걸 또 틀리고 앉았냐?
평소에 공부하지 않고 어떻게 시험을 잘 치겠냐?
너 나중에 도대체 뭐가 되려고 그러냐...고 했던 '약' 아닌 '독'들...

아이들도 '체질'이 있듯, 교사나 부모도 '체질'이 있다.
그 체질을 4상 체질로 나눌 수도 있고, 다른 방법으로 나눌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사람들은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 '교육 방법, 훈육 방법'은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먼저 읽은 송재희의 '소통'을 우선 읽고, 이 책은 '체질 학습법'을 더 정리해서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큰 도움이 되겠다.

아이들에게 일괄적으로 '작심 3일'처럼 매3일마다 다짐을 하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고,
고3 아이들에게 커닝페이퍼 만들듯이 정리하고 공부하라고 충고하기도 했는데,
모든 아이들에게 같은 공부 방법이 먹혀드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분명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마음이 아픈 것은,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공부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많은 아이들이 이 책을 읽은 교사와 부모들의 노력으로 변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점이 이 책의 가치라면 가치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아이들은 어떤 방법과 접근을 통해서도 성적을 올리기 어려운 아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교육이란 그렇게 어려운 일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접근하기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일반직 공무원처럼 '평가'를 해서 '성과급'을 지급하겠다는 '인적자원관리'차원에서의 교육부에 소속된 공무원이다 보니, 자주 성질이 더러워진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은 '성스러운 노동'이다.
아이들에게 평생의 아름다운 추억을 줄 수도 있지만, 쉽게 아이들을 망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말 잘 가르쳐야 한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은 '단순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 사소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란 '목적'을 향하여 교육 활동이 이뤄져야 하는 것인데, 갈수록 교사를 줄이고 경쟁이나 시키려는 방법으로는 교사도 학교도 모두 '수단'에 불과하게 될 것 같은 불안한 미래에 슬프고 두려운 마음 크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고, 송재희씨의 '소통'을 읽고 아이들에게 접근하는 방법을 바꾸고 바라보면서 수업 시간에 아이들에게 '화'는 낼지언정, '짜증'은 덜 내게 된 것 같다.

'마음 공부', '상담', '내려 놓기' 이런 공부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되지만,
아이들과의 '소통'의 다양성을 열어두는 공부를 교사들과 함께 하는 일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송재희의 글이 조금 아쉬운 일은 그이의 사업이 한국의 '특별시'의 '특별구'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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