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노자 도덕경 서울대 선정 만화 인문고전 50선 3
최훈동 지음, 이남고 그림, 손영운 감수 / 주니어김영사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고전을 읽는 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한 가지는 <해제>를 읽는 것이고, 한 가지는 <원전>을 읽는 것이다.
해제는 이 책은 이런 책이고, 이런 가치가 있다...는 면에서 원전에 대한 맛뵈기 역할을 한다.
원전을 그냥 읽었을 때보다, 해제의 틀을 가지고 있으면 훨씬 도움이 된다.
그러나 역시 글맛은 <원전>에서 우러나온다.

만화로 읽는 고전 시리즈에서 벌써 몇 권을 읽었는데... 내 생각은 <해제> 측면에선 성공하고 있으나, <원전> 측면에선 실패에 가깝지 않은가... 싶다.

특히 노자의 도덕경은 한 구절 한 구절을 곱씹은 묘미가 있는데,
그런 것들을 만화로 풀어내는 일이 쉽지 않다.

노자의 도를 들으면 세 가지 반응이 있단다.
하주 훌륭한 사람이 도를 들으면 힘써 실천하고,
보통 사람이 도를 들으면 반신반의하고,
열등한 사람이 도를 들으면 크게 비웃는다고...

그래.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비웃고 욕하는 사람들이 많다. 열등한 사람들이다.
어제 부산 KBS 앞에서 촛불 집회를 열고 있는데, 육교 위에서 어떤 넘이 막 욕을 하고 갔다.
열등함으로 가득한 사람이리라.

가장 훌륭한 군왕은 백성들이 그의 존재를 느끼지 않고,
다음은 덕과 인의로 다스리는 군왕이고,
세 번째는 위압적으로 두렵게 하는 군왕(박통, 전통)
마지막은 권모술수로 백성을 속이는 군왕... 딱, 쥐박이네. 초딩도 욕한다는 그 쥐박이...

57장의 순풍...에서
내가 가만 있으면 백성들 스스로 궤도에 오른다.(제발 가만 있어줘~)
내가 혼란하지 않으면 백성이 풍족해지고,
내가 탐욕을 부리지 않으면 백성이 풍족해지고,
내가 탐욕을 부리지 않으면 백성들이 곧 순박해진다.(백성들 좀 성질부리게 하지 말아줘~)

이런 난세에, 다투지 않는 법, 다투지 않고, 섬기는 넓은 정치를 읽어주는 책은 드물다.
춘추 전국의 피비린내를 넘기며 남은 책이기에 상징적이면서도 역설적인 책이다.
지금, 한국 영토는 온 구석이 악취와 비린내로 진동한다. 다시 역설로 가득해야 할 모양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초등학생을 때린 동영상이 화제다.
5학년 아이 하나를 청소용 빗자루로 마구 때리는 모습은 분명 흥분한 모습이었고, 다른 아이들을 다섯 대씩 때리는 것도 퍽퍽 패는 느낌이었다. 아이가 동영상 촬영을 한 것은 이전에도 문제 상황이 많았을 것이란 추론까지 하게 한다. 비슷한 말도 함께 올렸다.

아고라 교육 칸에도 체벌 논란이 벌어졌다.

아이를 때리거나 벌세우는 일은 체벌이라 한다.
반성문 쓰거나 상담하는 일이 아닌, 몸으로 벌을 서는 일.
오리걸음(작년에 죽은 아이도 있다.), 토끼뜀, 귀잡고 일어섰다 앉기, 푸시업, 꼬라박기(원산폭격), 한강 철교, 코브라 트위스트, 명태말리기(엎드린 자세로 다리 높은 곳에 올리기, 군대에서도 못하게 하는 벌)... 이런 것들은 모두 군대 훈련소에서 배운 것이다. 옛날엔 서로 뺨때리기 등도 서슴지 않고 시키기도 했지만...

때리는 것도, 손바닥, 엉덩이, 허벅지, 종아리... 이정도는 괜찮지만, 발바닥, 대퇴부, 등짝, 뺨, 머리 등을 때리기도 한다. 몽둥이의 규격도 가느다란 회초리부터 빗자루 몽둥이처럼 묵직한 것, 각목의 수준까지 있고, 플라스틱이나 골프채 등도 동원된다.

나도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체벌의 효과를 절실히 깨닫는다.
아이들도 안 때리는 선생님보다, 엄격하게 수업을 이끄는 선생님을 선호한다. 그냥 안 때리면서 수업이 흐트러지면, 이건 수업이란 목적 자체를 달성하지 못한 것이므로 무효다. 그렇지만, 문제는 아이들이 수용하는 체벌과 저항하는 폭력 사이가 0.00000000000000001밀리의 차이도 없다는 것이다.

인문계 고3 아이가 수업 시간에 책도 없이 앉아있다. 회초리로 팔뚝이라도 한대 때려 줘야 속이 시원하다. 얄미운 넘. 어떻게 수업 시간에 그렇게 무관심하게 앉았을수가... 단속을 하고 야단을 쳐야 마지못해 준비한다. 이런 다큰(나보다 더 큰) 아이들도 그런데, 초딩들이야 오죽하랴.

특히 부모님이 챙겨주지 못하는 아이들, 거기다가 초등 남학생의 많은 수는 적응하지 못하고 ADHD 수준의 행동장애까지 보이는 판이니, 사랑의 회초리나 체벌이 아니라 매질하고 싶은 순간들도 많을 것이다.

나는 교육적 체벌과 폭력의 간극을 성폭행과 애정표현의 사이에 비유하고 싶다.
받아들이는 사람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면 성폭행이 되지만, 받아들이면 애정 표시가 되듯,
학생이 받아들이면 교육적 체벌이 되지만, 저항하면 폭력이 된다.

어른들의 잣대로, 인권을 운운하면서 체벌에 대해 쏟아놓는 발언들은 학교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

아이들이 부당한 체벌이라고 여겨지는 경우가 반복될 경우, <시정을 요구할 수 있는 통로>를 학교에 개설해 둬야 한다.
그 통로는 권위적이거나 소통이 막힌 '학교 관계자'여서는 안 된다.
객관적으로 사태를 파악하고, 교육적 해결을 도모할 수 있는 입장이어야 한다.

지금의 학교는 사건을 덮기에 급급하고, 교육청도 꼬리 잘라내기에 신경이 몰린다.
보신주의가 판친다. 지금의 교장, 교감, 장학사들의 권력 구조가 그렇게 되어있다.

학생을 아예 못 때리게 한다. 그리고 교칙대로 정말 처벌하나? 그럼 매일 징계위원회 열기에 학교는 정신없어질 것이다.

현실적으로 체벌을 제한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엉덩이에 멍들었다고 진단서 끊어서 고발하는 부모도 있는가 하면, 내 자식을 때려가면서라도 올바르게 가르쳐 주기를 바라는 부모도 많지 않은가.

인권의 기준도 사람에 따라 다르듯, 체벌도 아이들이 견디지 못하는 치욕스러운 경우에 <시정을 요구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 기구는 '교육청'이나 '학교'와도 관계없는 '독립된 기구'가 되어야 할 것이다. 시청이나 구청 단위에서 <감사>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기구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져 본다.

서울시에서 제대로 된 교육감이 당선된다면, 다양한 건의가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BRINY 2008-07-23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말고사가 끝나자마자 학교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기말고사 성적이 평균이하면 담임 선생님이 혼내겠다고 해서 우리 아이가 걱정하는데, 요즘도 때려서 억지로 공부시키려하는 무지한 교사가 있냐는 학부모의 항의 전화였습니다.
그 전화에 대해, 관리자들은 무조건 때리지 말라고 하고, 평교사들은 더 때려야겠다는 서로 다른 반응을 보였습니다. 저희 학교에서 그렇게 성적으로만 체벌주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몇몇 담임들 짐작이 가지만, 아마도 엉덩이 두세대 정도인데...(이번 설봉초 체벌장면은 애가 자지러지게 우는 데도 감정적으로 때렸더군요.) 왜 그런 전화를 거는 사람은 몇학년 몇반 누구 학부모라고 이름을 안 밝히는 걸까요?

푸하 2008-07-23 10:32   좋아요 0 | URL
집회에 나가는 사람이 얼굴을 가리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요? 스스로 생각하기에 공명정대한 주장이면 발언 또한 자신이 누구며 어떤 이유로 무엇을 주장하는지 명확하게 밝혀야 하지만 그러려면 '현실'을 감수해야 하는 것 같거든요.

별족 2008-07-23 10:42   좋아요 0 | URL
'위험한 마음'을 읽었더니, 저도 그런 전화할때 이름은 못 밝힐 거 같아요-_-;;;

BRINY 2008-07-23 17:53   좋아요 0 | URL
푸하님:하긴 그렇네요. 혹시나 우리애가 직접적인 불이익을 받을까 싶겠지요.
그런데, 더욱 궁금해지는 건, 그런 소수의 불만을 대변하는 전화는 와도, 다수의 아이들이 불만을 갖고 있는 급식이나 학교시설 개선 등에 대한 학부모 항의 전화는 안온다는 것이여요. 우리 아이 혼자 혼나는 건 부당해도, 다 같이 고생하는 건 어쩔 수 없다는 심리일까요?
별족님:저라면 이름을 밝히겠지만, 그러다 유별나다는 소리 많이 듣고 몸사리게 된 것도 사실이네요...[위험한 마음]이 뭔지 찾아봐야겠네요.

글샘 2008-07-24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 거시기한 것이 있죠. 아직 한국은 전학이 자유로운 나라가 아니니까요.
제가 아는 학교에선 시험 시간에 학생이 잘못을 했는데, 학부모가 변호산데, 법적으로 가겠다고 설쳤다더군요.
영어 시험 주관식 1번 답이 C인데 아이가 '선생님, 이거 C라고 써요?'하고 물었대요.
당연히 부정행위로 위원회를 열어서 처리를 했더니 부모가 난리였다네요. ㅎㅎ 가소로워서.
시험때는 글자가 안 보이는 것 외엔 감독관과 대화를 나누면 안 되는 건 기본 아닌가요?
학교를 우습게 보는 것도 있고, 뻑하면 학교에 돈내놔라! 이런 풍토도 있는 것 같애요.
체벌... 운운하는 사람들 중에 돈 요구한 경우도 많더라구요. ㅠㅜ

인터넷에 올리기보담은, 학부모들이 진정을 해서 해결하는 것이 좋을 듯 해요.
중고생은 학생회가 있지만, 학부모들도 함께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구요.
예를 들면, 두발 단속, 학생들 싫어하지만, 학부모들 의견 들을 창구가 없죠. 운영위원회? 거긴 친교장파이거나, 좀 보수적인 인물들... ㅎㅎ

순오기 2008-07-24 21:14   좋아요 0 | URL
학부모와 학생들의 요구는 차이가 있죠~ 운영위원회 친교장파로 구성되면 볼장 다 본거죠~~ 우리는 반반 구성인데 친교장파들이 발언이 전무하니 반친교장파의 의견이 거의 수용되죠. 재미있어요~ 개선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게!^^
 
하루를 살아도 행복하게 - 독일의 성자 안젤름 신부의
안젤름 그륀 지음, 이미옥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어제 방학식 전날, 3학년만 남아서 조용한 학교에서 자습을 했다.
학년실에서 조용한 가운데 독일의 성자, 안젤름 신부의 명상록을 읽었다.

마라톤을 하듯이,
정신없이 달려가며 사는 삶을,
그러다가 문득 사람들과 회식자리에서 마주친 모습은,
그들이 달려가는 그곳은 아무 것도 아닌 '승진'이란 자리.
승진 준비 안 하면, 나중에 후회한다는 말들을 듣다가,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 하는 순간을 맞게 된다면 얼마나 황당할까...
생각하기도 한다.

어디를 향해서 그렇게 달려가는지, 생각해 봐야하지 않을까?

칠십 일을 넘게 타오르는 촛불 집회를 주로 진보신당 칼라 TV를 통해 매일 보고 있다.
진중권과 정태인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한다.
왜 그렇게 피곤하게 살까?

여느 교수들처럼 방학인데, 느긋하게 연구실에서 책도 좀 읽다가,
안 그래도 두 분은 진보 인사기 때문에 간혹 강연회도 하면서 인기 관리도 하면서 지낼 수도 있을 터인데, 왜 그렇게 밤새 시위대를 따르는 것인지... 진중권 교수는 오늘 광주까지 가서 촛불과 함께하겠다고 한다.

촛불이 진리이고, 촛불이 승리할 것임을 믿기 때문이 아닐까?

깨어나는 아침... 행복이 시작된다... 편에서는,
삶이 희망이고, 삶 자체가 가치있는 것이라는 말들로 가득하다.
오후의 대화, 행복으로 가는 길목에서... 편에서는 틱낫한 스님의 말씀을 듣는 것처럼 매 순간을 강렬하게 살아라... 이런 내용들이다.

맨 앞의 구절들만 딴다면,
깨어나라,
목표를 가져라.
시간의 리듬을 느껴라,
기뻐하라.
내면을 들여다 보라.
사람들을 받아들여라.
지금을 살아라.
존재하라.
사랑하라
우정을 간직하라.
쉬어가라
인내하라.
용기를 내라
멈추어라.
기준을 가져라...

이런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조용한 숲속에서 햇살 아롱거리는 나무그늘 아래서 한 구절씩 읽는 평화를 누린다면 삶의 번뇌를 좀 잊을법 하기도 하지만...

마음을 조용하고 차분하게 갖추고 사는 삶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남들이 알아주는 교수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청와대도 버리고 민중 속에서 살아가는 진중권과 정태인을 바라보면서, 마음의 평화는 어디서 오는 것인지를 생각한다.

서울은, 지금 태풍 갈매기의 폭우 속에서 수만 명이 발랄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
경찰도 두려워하지 않는 어린 여고생들의 밝은 눈빛들이 마음의 평화를 들려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엘 카미노 별들의 들판까지 오늘도 걷는다 - 스페인 산티아고 가는 길, 길 위에서 만난 세계 4
신재원 지음 / 지성사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산티아고 가는 길을 걷고 글을 쓰신 분들의 책을 읽으면...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친구를 하나 만든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들과 독자인 나 사이에 무슨 공감대가 통하는 것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함께 길을 걷는 마음으로 나를 돌아본다.
왜 이렇게 산티아고 가는 길에 마음이 끌리는지...
몇 가지 생각한 것은 이렇다.
산티아고 가는 길...은 혼자서 가는 길이다.
혼자서 터벅터벅 걷는 그 길의 외로움에 내 감성의 주파수가 비슷한 대역을 찾은 모양이다.
그리고 그들은 사진찍는 걸 즐기지 않는다. 멋진 경치들을 사진에 담을 수도 있지만, 제 모습을 찍어서 기념하는 짓따위를 즐기지 않는 것도 내 맘에 든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사진으로 먼저 접하고 그 후 실물을 만나면 대개 자연은 사진보다 훨씬 광활하고 다채롭고 풍요로운 느낌을 주는 반면,
건축물들은 "애개, 겨우 요거였어?"하고 그 빈약함과 초라함에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197)

맞다. 딱,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적어둔 걸 보니, 그렇다.
자연의 광활함을 찍을 수 없다. 마음에 담아 오는 것이다.
그런데, 건축물들은 사진으로 보던 것들이 훨 멋지다.
실제로 보고 나면... 에이, 별 거 아니다.

그리고 202쪽엔, 보데가...창고 비슷한 곳을 '반공호'라고 표기한 것이 눈에 띈다. 실수인가 하고 봤더니 203쪽 사진에도 반공호라고 적어 두었다. 아, 이게 냉전 시대의 결과다.

공격에 방어하는 '방공호'를 공산주의에 반대하는 반공호처럼 위협적으로 들은 모양이다. 씁쓸하다.

지금도 종로에선 바퀴벌레처럼 다닥다닥붙은 전경들이 좌측 아래의 고무패킹을 잘라낸 날카로운 방패로 무장하고 시민들과 대치하고 있다. 공산주의의 위협이 지나갔는데도, 아직도 정부는 국민의 목소리가 두려운 모양이다. 두려워하는 자들은 무너지게 되어있다.

스페인어를 다시 공부하려고 뒤적거리다가 기초를 배우기에 딱, 좋은 곳을 찾았다. EBS 교육방송의 스페인 강좌 기초가 참 설명이 잘 되어있다. 스페인어는 학원도 별로 없고 해서 고민이었는데, 그 강좌를 부지런히 듣고싶다. 언젠간 꼭 갈 거니깐... 스페인어를 알아두면 도움이 될 테니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담임 통신 2008 - 4호                00고등학교 3학년 9반

‘ASP’와 ‘컨닝 페이퍼’로 10% 전투력 상승!

 

우리반 친구들, 안녕.힘겹던 1학기가 지났고, 오늘 방학식을 맞았구나.
짧은 기간이었지만, 함께 한 시간이 길었던 만큼 힘겨웠고 보람찬 추억들이 많구나.

우린 비록 방학이지만, 계속 학교를 나와야 한다.수능을 100일 남짓 남겼으니 당연한 노릇이지.그렇지만, 남은 100 여일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잔소리를 좀 하자.

수업은 아침 8시 10분에 시작이다. 매일 8시에 아침 조회를 할 테니까, 시간 잘 지키기 바란다. 지각생은 혼나는 일과 벌금내는 일을 반드시 하도록 하겠다.
방학 중 학습 내용은 개학 직후 중간고사 범위인 만큼 열심히 듣기 바란다. 

방학 동안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는 것은 다들 느끼고 있겠지만, 정말 대단한 각오가 아니라면 흐지부지 피곤해서 늘어진 방학을 보내고 마는 후회를 할 수도 있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 하는 잔소리.

  첫째, 능동적 학습 계획(Active Study Plan)을 실천하자.
내가 만들고도 훌륭한 말이라 생각한다.
책을 사서 1페이지부터 순차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은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학습이라 보기 어렵다. 능동적 학습이란 이런 것이다. 공부하다가 모르는 문제가 나오면, 그 문제와 유사한 문제들(유제)을 다섯 권 정도의 책에서 열 문제 이상 찾아서 풀어 보자.
예를 들면, 수학의 적분 문제에서 수돗물 채우는 응용 문제를 모른다고 치자. 그러면, 적분 문제가 실린 책(정석, 개념원리, 문제집 3~4권)을 옆에 쌓아 두고, 비슷한 문제를 찾아서 풀라는 것이다. 그러면 그 문제만큼은 확실히 알고 넘어가게 될 것이다.
너희는 상당히 많은 것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자꾸 틀리는 것이 나오기 때문에 공부는 힘든 것인데, 모르는 것을 아는 것으로 정확히 바꾸어 나가는 일이 이번 방학 중에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둘째, 컨닝페이퍼를 매일 작성하자.
자, 이제 수능은 117일 앞으로 다가왔다. 전에 이야기했듯, 결코 길지 않다. 그 안에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준비해야 하고, 2학기 수시원서를 쓰기 위해 상담하고, 들뜨고, 친구들과 떠들고, 면접 준비도 하고 하노라면 2학기는 쏜살같이 지나간다. 우리는 이제 산 중턱에 다다른 것이 아니라, 산 정상을 앞두고 마지막 힘든 고개를 오르고 있는 중인 것이다. 여름방학이 지나면 허탈한 내리막으로 내려서야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컨닝 페이퍼를 들고 수능 시험을 칠 수는 없다.

컨닝 페이퍼를 활용하면 지금보다 10%는 점수를 더 얻을 수 있다. 믿거나 말거나...가 아니다. 믿어라. 절대 손해보지 않을테니까.
아침에 공부 시작하기 전에 책상에 백지를 두 장 붙인다. 연습장도 좋고 공책도 좋다.
이 백지에 그날그날 공부한 것 중, 꼭 외워야 할 것을 메모한다.
언어는 새로 알게된 단어나 한자 성어, 시의 주제나 중심 표현 등을…
수리는 이해가 잘 안가는 풀이 과정을…외국어는 숙어, 단어, 비슷한 어구 등을…과탐은 중요 화학식, 물리 원리, 생물 계통도, 지학 용어 등을 그림과 글씨로, 자유롭고 독특하게, 그리고 재미있게, 여러 가지 색깔과 글씨체로 날마다 만든다.
5시에 하교할 때는 이 종이를 떼어서 파일에 넣는다. 이 파일은 수능 마칠 때까지 몸에 서 떨어지면 안 된다. 화장실 갈 때도 이 파일을 들고 가고, 잠잘 때도 옆에 두고 잔다. 수능 시험장에 갈 때, 이 파일 하나만 들고 가면 된다.독서실에서 공부할 때도 컨닝 페이퍼를 부지런히 만든다.

지금 점수 300점 나오는 사람, 컨닝 페이퍼 덕분에 30점 이상 오른다. 믿어라.

셋째, 방학 중에 정리할 것이 있다. 1,2학년때 봤던 교과서, 문제집을 한번 보는 것이다. 꼼꼼하게 보면, 내년까지 다 못본다. 내용을 보는 것이 아니라, 거기 메모된 것들을 주루룩 훑어 보는 것이다. 그야말로 훑어보는 ‘스캐닝’이다. 그러다가 정리가 잘된 메모를 만나면, 컨닝페이퍼에 옮겨 적어라. 틀린 수학 문제는 반드시 알고 넘어가라. 너희가 고교 입학 후 2년 반동안 풀었던 문제들과 훌륭한 메모들을 다시 못보고 시험장으로 가는 일은 안타깝기 그지없는 노릇이다. 하루 30분 정도 투자하더라도 한 권씩 계획을 세워 스캐닝하기 바란다. 거기 보면 보석들이 숨어있을 것이다.

마지막, 방학 중에 ‘과학 탐구’는 마무리를 한다는 생각을 가지기 바란다. 아직도 과학 탐구를 총정리하지 못한 친구들은 반드시 과탐 과목들에 집중해서 정리해야할 것이다.

2학기가 되면, 스스로 모의고사를 치르고 복습하는 프로그램을 돌려야 한다.

그러기 전에, 내가 부족한 것을 집중적으로 보충하고 정리하는 방학이 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 반 친구들의 수업 태도가 좋고, 자습도 잘 하고, 그 덕택에 성적까지 우수해서 3학년 선생님들과 교과 선생님들의 칭찬의 소리가 높다. 우연히 뽑기 잘한 덕에 내가 다 으쓱하다.

중요한 건, 결과도 마찬가지로 좋아야 한다는 것인데, 성적을 올리는 마지막 기회인 여름 방학을 정말 보람차게, 태어나서 가장 ‘보람찬’ 방학이었다고 기억되도록 최선을 다해보기 바란다. 그 이후의 일은 그 이후에 걱정하자.

여름 방학 중에는 아프다고 병원 보내달라는 소리 좀 그만하고, 스스로 건강 조심하자. 손도 부지런히 씻어서 배탈 안나게 조심하고, 이제 시험을 앞두고… 매일매일을 조심조심 살아가자꾸나.

2008년 뜨거운 여름 들머리에서

너희의 행복한 미래를 기원하는 담임이 쓴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순오기 2008-07-18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구절절 애정이 느껴지는 잔소리에요.^^ 계속 고생하시고 알찬 보람 거두시길!

글샘 2008-07-19 23:17   좋아요 0 | URL
맨날 공부하란 소리나 늘어놔야 되는 제 신세도... ^^
언제 한번 참선생 노릇해보나... 생각만 많습니다.

프레이야 2008-07-20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여름이 참 중요한 포인트가 되겠군요.
컨닝페이퍼로 전투력 상승! 이거 정말 귀에 쏙 박히는데요.^^
그러고보니 전 한번도 컨닝페이퍼를 만들어본 기억이 없어요.
그래서 전투력이 거기서 그쳤나 싶어요.ㅎㅎ
무더운 날씨 글샘님도 학생들도 잘 이겨내시기 바랍니다.~~~

글샘 2008-07-22 09:10   좋아요 0 | URL
오늘부터 바로 보충 시작입니다. ^^ 에어컨이 있어서 그나마 안 죽고 살아남아 있져. ㅎㅎ 혜경님도 무더위 잘 견디시길...

소나무집 2008-07-21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혈 선생님 앞에서 아이들이 공부를 안 할 수가 없겠어요.
정말 구구절절 와 닿는 말씀만 하셨네요.
우리 아이들도 이런 애정이 있는 선생님을 한 번쯤은 만나기를 기원..

글샘 2008-07-22 09:12   좋아요 0 | URL
전혀 열혈 아닙니다. ^^ 올해는 뽑기를 잘 해서 아이들이 순하네요. 도망도 안 가고... 알아서들 합니다. 덕분에 저는 가끔... 촛불도 들고 하죠. 애들이 맨날 도망치면... 언감생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