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원주민
최규석 지음 / 창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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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석의 만화다.
자기 가족들을 인터뷰한 뒤, 이야깃거리가 될 만한 꼭지들을 그린 책이다.

대한민국에서 살고있다는 것은...
지독한 과거를 잊어버린 체 하고 살고 있다는 것이고,
그 과거보다 더 지독한 현실에서 고개를 돌리며 살고 있다는 것이고,
빛이 보이지 않는 미래에 애써 눈감으며 살고 있다는 것임을 그는 애써 보여주려 한다.

불과 30년 전, 한국의 초등학교 교실에선 '도시락 검사'가 행해졌다.
쌀밥만 싸온 아이는 선생님한테 혼나기 일쑤였는데, 보리밥을 싸올 수밖에 없는 아이들에게서 그 아이들은 보리쌀을 빌려다가 쌀밥 위에 박기도 했다. 선생님은 모른체 넘어갔다.
그리고 한 열댓 명의 아이들을 졸졸 꽁무니에 달고 선생님은 가정방문이란 걸 다녔다.
이층 양옥에 사는 아이의 집에 가면 제법 오래 머물었고,
우리가 마당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는 집에서는 금세 나오곤 했다.

이 당시의 아버지, 어머니, 이웃 사람들, 우리 형제들에 대한 기억은...
애써 잊으려 했던 것이 아닐까... 싶을 만큼, 내 기억에서도 까마득히 멀다.
가뭇없이 사라져가 버린,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

그 사람들을 최규석은 '원주민'이란 적실한 말로 표현한다.

어메리컨 원주민은 각기 다른 '언어'와 '풍습'을 가진 종족이었지만, '인디언'이란 한마디로 통폐합되면서 잊혀져갔다. 어디에나 있던 원주민은 어디에도 없는 존재, 아니 존재의 부정을 겪고 말았다.

한국의 전통, 도 그렇게 단절되어 갔다.
전통적인 농촌의 짚풀 문화를 이어오던 사람들은,
60년대 산업화 도시화의 바람 속에서, 짚검불 날리듯 허무하게 삶의 뿌리를 날려버리고,
가난한 사랑 노래 읊조리며 슬피 고개 숙이는 도시인이 되고 말았다.
대가족 제도는 세계 1위의 출산율 저하국으로 발전(?)하였다.
아직도 코리아하면 ????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 작은 나라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열 개 넘게 따는 겉보기 등급은 제법 높은 사회임을 자랑한다.
그렇지만, 한국 사회 안에는 세계 10위를 자랑하는 국력을 따라가지 못하는, 아니 영원히 따라갈 수 없는 '원주민들'이 가득하다.

그 원주민들은 어디나 가득한데도... 그들은 보이지 않는다.
주말 연속극에는 늘 전문직 여성이 나오고, 재벌들의 사랑 놀음이 등장한다.
밥은 먹고 살지만... 아직 세계 10위의 '풍요로움'은 당신들의 천국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

행복은...
가난하다고 적은 것은 아니었다.
가난한 이들에게는 행복이 저절로 키를 낮추어 찾아든다.
부유한 이들에게 행복은 키높이 구두를 신고 비죽이 고개를 들이밀어, 로또의 장대 높이뛰기를 기대하게 만드는 것.

최규석의 원주민 들여다보기는, 자기 가족의 미세사에서 출발한 것이기에 '리얼리즘'의 승리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이데올로기를 '거시적'으로 들여다보는,
그래서 전형적인 인물이 등장하는 만화에 비하여
'미시적인 삶'을 그대로 '리얼'하고 드러내 보여주는
이런 만화들이 심금을 징~~~~~~허게 울린다.

그의 만화를 보면서 금발의 미녀가 표지에 찍힌 레코드 판 표지도 떠올랐고,
가난하기 때문에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했던, 부모님과 누나, 나의 옛날도 떠올랐다.
책상도 하나 없이 재봉틀 위에서 공부하면서도 '밥상'에서 공부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좀더' 행복했던 나의 키낮았던 어린 시절이...

진달래 먹고, 물장구 치고, 다람쥐 쫓던... 전형적인 농촌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지닌 60대들에 비하자면,
도시의 골목길에서 전쟁 놀이를 하고, 술래잡기, 학교 놀이를 하며 딱지치기를 하고, 골목길을 돌아돌아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던 외등도 없던 컴컴한 소년기를 지닌 40대들은 추억의 노스탤지어가 더 적을지도 모르겠다.

아, 어쩌면, 방학인데도 학원에서 학원으로 뺑뺑이를 쳐야하는 요즘의 초등학생들은, 어른이 되고 노년을 맞아도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란 애초에 '노란 봉고차' 외엔 가지지 못하게 만드는 몹쓸 사회에 우리 원주민들이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원주민들의 언어도, 삶의 지혜도 모두 잊어버린 채...
노란 봉고차를 서너 번 갈아타며 하루를 잊어가는 어린 '센'들과,
마을버스와 지하철과 시내버스가 환승이 되어 다행이라며 쳇바퀴 도는 어른 '센'들과,
연금도 박탈당하고, 사회적 시스템도 불안하여 인간 장수 100세의 미래가 마냥 두려운 노인 '센'들로 가득한 무미건조하고 몰개성한 '가오나시(얼굴없음)'의 울렁증 가득한 세상에서 원주민들은 표류하고 있는 것일까?

원주민들이 논밭에서 보여주었던 푸근한 인정과 때되면 씨뿌리고 때되면 거두어들이던 공동체 사회의 미풍양속을 '치히로'에게 '절대 네 이름을 잊어서는 안 돼.'하고 속삭여주던 하쿠처럼, 우리에게 되돌려줄 동화 속 주인공은 없는 것일까?

세계화의 파도가 신자유주의의 해류를 타고 원주민들에게 밀어닥칠 때,
이미 잊어버린 것도 많은 원주민들은, 이제 잊어버릴 것도 없는 하루하루를 팍팍하게 살고 있을 뿐이란 생각으로 아득한데, 최규석의 만화는 그 잊혀진 '향수'에 '대한민국 원주민'이란 오마주를 되살려 내어 그린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 오마주 [hommage][명사]<연영> 영화에서, 다른 작가나 감독의 업적과 재능에 대한 경의를 담아서 특정 장면이나 대사를 모방하는 일. 표절 [剽竊][명사]시나 글, 노래 따위를 지을 때에 남의 작품의 일부를 몰래 따다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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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앓는 아이들
문경보 지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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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느 날, 문득 아내가 말했다.
"만약에 먹고 나서 곧 잠들고 한 30분 있다가 고요하게 심장이 멎는 약이 개발된다면 엄청 팔릴거야. 그치?"하고...
그때 나는 설거지를 하고 있었는데, 곰곰 생각해 보니 무서웠다.
세상의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걸 먹고 세상을 버릴까... 아니, 인류는 그 약으로 인해 멸망하는 것이 당연한 걸까?

2.
더운 여름날, 퇴근 후 끈적거리는 바람은 어둠이 내린 아스팔트 위에서도 미적지근하게 남아있다. 한 달 전, 도로를 가득 메우던 사람들은 어디로 가고... 기껏해야 이백 명 정도의 사람들이 피곤한 몸을 이끌고 도로 위에 앉아서 촛불을 켠다.
바로 옆에서는 촛불을 들고 함성을 지르는 사람들의 모습과 소리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는 즐거운 표정의 젊은이들이 싱싱하게 지나간다.
투명 인간이 되어버린 듯한 내 모습에 섬뜩하다.

3.
책 속에서 이런 생각을 하는 여자가 있었다. 고등학교때, 책이라곤 펼칠 줄도 모르고 맨날 화장과 앞머리 세우기에 전념하던 친구는 시집가서 애도 기르고 번쩍거리는 집에서 잘 살고 있는데, 학창시절 인생이란 무엇일까 하면서 정신적 성숙을 자랑하던 주인공은, 풀카운트로 가득찬 나이 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고 고민하고 있던 그 여자.

4.
문경보 선생의 글을 읽는 일은 나를 자괴감에 빠지게 만든다.
삶이란 과연 무엇일까? 답도 없고 알 수 없는 이야기를 곱씹는 것이 인생일진대, 교사가 학생과 교감할 수 있는 한계는 어디에서 어디까지일까?
바보같이 아이들 속에서 뒹굴고, 울고... 이러는 바보 문경보 선생의 글 속에는 따스한 인정이 살아 있다.
그 속에는 아직 살아야 할 이유라는 게, 같이 살아가야 할 힘이라는 게 느껴진다.

5.
여름방학식을 한 것이 7월 19일. 보충수업을 마치는 것이 8월 19일.
오늘부터 기나긴 4박 5일의 여름방학으로 들어간다. ㅠㅜ
방학...은 공부를 놓아버리는 기간인데... 스님들도 '안거'하는 기간인데...
아이들은 이미 공부를 놓아버린 표정들인데도 억지로 학교에 불려 나온다.
방학인데도 지각을 하고, 결석을 한다. 방학과 결석? 뭥미...
아이들도 지쳤고, 나도 지쳤다. 다음 주면 개학이다. 다람쥐가 쳇바퀴 돈다.
오늘 마지막 날인데 아직 여섯 명이 안 왔다. 이 괘씸한 놈들... 하는 생각을 하다가도,
그래, 이게 요놈들 나름의 저항이고 살 길 찾기다... 라는 생각도 든다.
오히려 하루도 결석 않은 넘이 징헌 넘들이다.

6.
삶은 고행이다.
그래서 삶에 대해 터득하신, 삶은 곧 없음이고 비움임을 깨우치신 부처님, 예수님을 높이 산다.
어린 아이들이라도 삶은 힘들다.
고등학생이면 이미 청춘이다. 사춘기는 훌쩍 넘긴 아이들이다.
나보다 키도 마음도 더 큰 아이들... 가끔 덩치만 웃자란 아이들로 속도 썩는다.
교사는 어차피 바보가 되어야 한다.
바보가 되어서, 성기고 낡은 체가 되어야 아이들 숨통이 열린다.

7.
성기고 낡은 사이로 공기도 통하고 인정도 통하는 것을 일컬어 '소통 疏通'이라 한다.
아이들이 내게 쉽게 흘러드는 좀더 성긴 교사가 될 필요가 있다.
작은 것에는 꼼꼼하고, 큰 데서는 성글고 드문드문한...
아이들의 찬란한 1%를 놓치지 않고 발견해 주는 데는 눈빛을 빛내는 교사가 되리라.

8.
곧 2학기 수시 모집이 시작된다.
아이들도 긴장하고 언제 면담을 시작하나... 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더 만족스러운 대학을 찾아보고 의논하는 일... 쉽지 않다.
아이들의 청춘을 빛낼 수 있는 곳을 찾음에 부지런해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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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de 2008-08-19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기고 낡은 사이로 공기도 통하고 인정도 통하는 것을 일컬어 '소통 疏通'이라 한다." 이 문장 참 좋아요! 그런 소통이라면 사람과의 관계가 얼마나 푸근하고 넉넉할까요 ^^

순오기 2008-08-19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의 눈부신 청춘이 책상머리에서 시들어 가고 있지요.ㅜㅜ
 

군인과 경찰은 폭력이란 점에서 다르지 않다.

이기면 혁명이고, 지면 폭도가 된다.

역사는 그렇게 냉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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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전경은 불쌍한가..
    from 읽고 쓰고 생각하기 2008-08-17 11:34 
    EBS의 지식채널 e에서 80년 광주에 대해 방영한 동영상을 보았다. 당시 공수부대/군인들의 만행이 있었고, 그들을 지휘하던 권력이 있었다. 어떤 군인은 후회했고, 어떤 군인은 후회하지 않고 있으나, 아무튼 그들은 사람들을 죽였다. 얼마 전, 촛불에 반대하는 주변 사람이 전경차를 보면서, '전경들 너무 불쌍해요'라고 했다. 그 순간, 그 사람이 평상시 가졌던 이명박과 나라당에 대한 애정이 생각나면서, 면박을 줬다. 그런 말 자체가 거슬린
 
 
바람돌이 2008-08-16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 이거 다운받을려고 갔더니 이전에 다운받던 사이트가 없어졌어요. 혹시 아시나요?

글샘 2008-08-17 00:17   좋아요 0 | URL
원래 불법이었죠. ^^ 저는 그런 날이 올 줄 알고... 미리 다 구워 놓았다는... 나중에 cd 구울 수 있으면 보내드릴게요.

마노아 2008-08-17 01:17   좋아요 0 | URL
http://www.2getflv.co.kr/
바람돌이님, 저기서 다운 받으세요. 유튜브에서 주소를 먼저 복사하신 다음 저 사이트에서 '통합검색' 아래 목록에서 유튜브로 맞춘 다음 클릭하면 아래 쪽으로 다운 받을 수 있게 영상이 떠요. 재생되는 주소를 알 수 있다면 거의 다운 가능해요.

바람돌이 2008-08-18 02:43   좋아요 0 | URL
글샘님도 마노아님도 감사해요. 글샘님 cd구워준다는 말씀은 저 안잊을거예요. ㅎㅎ

바람돌이 2008-08-18 03:04   좋아요 0 | URL
다운 성공했어요. 마노아님 감사해요. ^^

글샘 2008-08-18 11:35   좋아요 0 | URL
아, 마노아님, 감사합니다. 저도 해 봤더니 별로 안 어렵네요. ^^
그리고 바람돌이님... 제 cd를 다른 샘이 빌려 갔거든요. 개학하면 바로 중간고사니깐, 잘 구워서 보내드릴게요. 나중에 술이나 한잔 사셈. ㅋㅋ
 
악기들의 도서관
김중혁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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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엔 꼭 여자 주인공이 백혈병이 아니어도 괜찮다.
세상엔 어차피 1류만 살아가는 것은 아니니까...

이런 말을 들려주고 싶은 것만 같은 김중혁의 소설.

아니, 2류, 3류도 아닌 '미달이'들이라고 해도...
백수가 츄리닝 입고 동네를 어슬렁거린다고 해도... 그 또한 한 생애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니까.

그렇지만, 그들도 라디오 속에 나오는 소녀 시대의 태연이를 좋아할 수도 있고,
소희 사진을 붙여둘 수도 있으며, 노래방 가면 한 박자도 놓치지 않고 소,핫을 부를 수도 있을지 알 게 뭐냐.

키치(kitsch)란 말이 있다.
키치는 원래 긁어모으다, 아무렇게 주워 모으다.는 의미였다.
그러다가 은밀히 불량품을 속여 판다...는 의미로 파생되었고,
결국 이미 '윤리적으로 부정'하다거나, '진품이 아님'을 내포하고 있으며,
'일정한 양식에 구애받지 않는 양식, 편안함을 충족시키는 기능'을 포함한다.

'아비투스'를 이야기하는 사람이라면,
상류층의 아비투스를 가진 사람과 하류층의 아비투스를 가진 사람으로 나누어진다고 할 때,
그 하류층의 아비투스를 가지게 되는 사람들이 접하기 쉬운 문화를 키치 문화라 보면 되겠다.

김중혁의 소설은 키치이기도 하고, 무방향 소설이기도 하다.
그의 소설은 유리 방패를 가지고 장난치며 노는 실업자풍이기도 하고,
노래도 못하면서 부득부득 노래방으로 향하는 엇박자  팬이기도 하다.

마치 디제이가 돌아가라고 존재하는 음반을 벅벅 긁어대면서 리믹스 음악을 만들어 내듯이, 그의 소설들엔 음악과 키치 인생이 리믹스되면서 굴러간다.

이 인생들에 인상적으로 각인될 만한 순간이 오는 것도 아니고, 그저 매일 매일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다.

김중혁의 날카로움은, 그것들을... 그 조명받지 못하는 삶들의 지루하고 자칫 권태로운 삶을 자기의 창틀로 옮겼다는 데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꾸며 하지 않으면서, 그들의 이야기는 리믹스되고, 그 리믹스들이 모여서 도서관이 되었다.

그의 소설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방향 버스였다.

어머니는 아마도 도나스(도너츠는 상류다. 도나스가 키치다.)를 납품한 후 남겨진 도나스 하나를 들고 종점의 어느 정류장 의자에 앉았을 것이다.(버스 종점... 이곳은 주로 도시의 가장 외진 곳에 있다.) 거기 앉아서 버스를 바라보았을 것이다.(아, 바쁘게 뭘 해야한다는 강박관념도 없지만, 이 도시에서 그이는 자연의 순환에 맞춰 할 일이 없었다. 그저 가끔 도나스를 만들어 팔 뿐.) 도나스를 먹으면서 버스를 유심히 지켜보았을 것이다. 버스에 타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면서, 버스의 뒤꽁무니를 지켜보았을 것이다.(그들은 어디론가 바쁘게 길을 재촉하고 있으므로... 결석한 날, 아이들의 발걸음이 그토록 부럽듯이 말이다.)

키치라 해도 좋고, 리믹스라 해도 좋다.

그는 입사(initation)에 순응하기를 강요하는 폭력적 사회에 대하여,
저항하지 않는다. 단순하게... 놀 따름이다.
비장하게 맞서지 않으면서, '면접 시험관'들이 보자면 참으로 한심한 사람들이지만,
그들은 결국 그 한심함으로 '면접 시험관 전문가'들이 된다.

세상은 그런 곳이다. 반드시 골프와 승마를 즐기고 클래식에 몰입할 줄 아는, 와인 맛을 느끼는 삶이라야 그럴 듯하다고 '그들'은 가르치지만, 어떤 허섭함도 웃으며 즐길 수 있는 '피터팬'들이 세상에는 살아 있다.

김중혁 소설의 힘은, 그런 것들의 발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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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8-08-16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필이 팍팍 꽂히는 리뷰인데요. ^^
지난번에 소개해주셨던 위화의 형제 재밌게 읽었어요. 워낙 바쁠때 읽어서 리뷰는 못썼지만... ㅎㅎ 악기들의 도서관도 다음에 도서관 가면 찾아봐야겠네요.

글샘 2008-08-17 00:18   좋아요 0 | URL
재미있습니다. ^^ 한번 읽어 보세요.
 
지상의 아름다운 도서관 이상의 도서관 50
최정태 글.사진 / 한길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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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학교들을 둘러볼 기회가 몇 년 전 있었는데, 혜천 여학교의 도서관을 가보고는 나는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 없었다. 일본놈들을 미워만하고 있었던 나에게 일본은 '정신'을 가진 대국으로 비치고 있었다.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도서관에 대하여 학교는 엄청난 재력과 열정을 쏟아붓고 있었다. 정규 수업을 마치고 나온 여중고생들이 4층이 통으로 뚫린 도서관 공간에서 이런 저런 책들을 찾아보는(물론 그 수가 아주 많지는 않았지만) 모습을 얼마나 아름답던지...

가끔 우리학교 도서관을 가 본다. 아이들이 가끔 들어온다. 에어컨 앞에서 좀 떠들다가 내 눈치 슬슬 보고 나간다. 책을 빌리는 녀석은 별로 없다. 사서 선생님에게 여쭈어보니, 독서광이라 할 만한 아이는 별로 없단다. 하긴, 나도 귀찮아서 독서 동아리 활동 같은 거 꿈도 못 꾸고 있다.

부산의 초읍 도서관은 크다. 작년에 독후감 채점하러 한번 갔었는데, 건물이 크긴 하지만, 결코 아름답지 않았다. 책은 상당히 많이 갖추고 있다. 부전도서관도 마찬가지다. 건물이 오래되어 꾀죄죄하다. 전체적으로 어둠컴컴하고 특히 종합자료실의 대부분은 서가인데, 앉을 자리는 50석 남짓이다. 토욜이면 미어 터진다. 거기서 무슨 창의적 작업이 가능할 것인지... 비극적이다. 책을 빌려서 열람실에라도 올라갈라치면... 거긴 '독서실'이다. 고시생들 내지 중고생들이 시험 공부한다고 북적거린다.

도서관을 보면 그 나라의 미래가 보인다고 하는데, 한국의 도서관 열람실에는 중고생들이 '독서'하지 않고 '열공'하고 있다. 미래가 어둡다. 아니, 깜깜하다. 거기 책읽는 중고생은 거의 없다. 어린이 도서관에서는 제법 책보는 아이들이 있다. 아니, 어린이들도 거의 없다. 초딩들은 이미 피시방이나 학원으로 가고, 유아들이나 있다. 엄마들이 데려다 놓으면 떠들고 놀다 간다.

투모로우의 대피처로 나와서 유명해진 뉴욕 공공도서관은 웅장하고 아름답다. 장미 열람실... 독서를 상징하는 꽃, 장미. 장미 열람실은 지식의 길잡이를 자처하는 뜻이란다. 그래서 '장미의 이름'도 도서관에 관련된 이야기고, 스페인의 '책의 날'엔 장미와 책을 선물한단다. 우리도 좀 하자. 책의 날. 4월 23일. 장미열람실에 쓰인 경구 : 좋은 책은 우리 영혼의 귀중한 생혈이니, 인생을 살아가는 데 깊이 간직하고 영원히 잊혀지지 않게 할 지어다.

카네기가 자선 사업으로 도서관을 선택한 이유 : 나는 대중을 향상시키기 위한 가장 좋은 기관으로 도서관을 선택했다. 왜냐하면 도서관은 이유없이 아무것도 주지 않기 때문이다. 도서관은 오직 스스로 돕는 자만을 도우며, 사람을 결코 빈곤하게 만들지 않는다. 도서관은 큰 듯을 품은 자에게 책 안에 담겨 있는 귀중한 보물을 안겨주고, 책을 읽는 취미는 이보다 한 단계 더 낮은 수준의 취미를 멀리할 수 있게 한다. ... 멋진 말이다.

미국 전역에는 맥도날더 햄버거 점포수(12,000)를 상회하는 (15,000) 도서관이 있다. 이용자도 엄청 증가했단다. 아, 한국의 힘은... 올림픽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공부도 안 한 운동 선수들이 수업도 안 받는 운동 선수들이 금메달 따서 쇼비니즘의 희생양이 될 때, 국민을 위한 돈은 쇼~~~에 다 들어간다.

정조 임금의 규장각이 설치되었던 '주합루'에 대한 관찰은 오히려 현대의 도서관의 무식함에 비교되어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서울대에 설치된 규장각이 앞이 꽉 막힌 구조로 답답함에 갇힌 걸 보면, 정조 시대의 눈이 현대인에겐 없다.

훔볼트 대학 정문에, 아인슈타인의 어록이 새겨져 있다. : 나는 타고난 재능은 없지만 새로운 것에 대한 정열은 있다. 한국 대학 앞에는 온통 피시방과 전화통 가게로 드글거린다. 그들에게 정열이 있나?

알프스 산중 아드몬트 베네딕트 교단 수도원도서관 사진을 보면서, 아~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하얀 대리석들로 이루어진... 마치 미녀와 야수에 나오는 홀처럼 아름다운 도서관... 나는 미녀와 야수의 벨이 되고 싶은 꿈을 얼마나 꿨는지 모른다. 천장의 프레스코화들과 어울린 하얀색 장정의 도서들... 도서관이 없는 수도원은 무기고 없는 요새와 같다... 도서관에서 독서하지 않는 대학은 나라를 말아먹을 준비를 하는 자들로 넘쳐나는 것은 아닌지... 나는 몹시도 두렵고 두렵다.

이 책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미국의 조지 부시 도서관.

지금 부시의 아버지 부시의 부인, 바버라 부시가 독서 교육에 일가견이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초딩때 난독증이었던 지금 부시(역시 모자란이었군)를 위해 열공시킨 엄마.
그리고 지금도 부시 여사는 도서관을 통해 어린이를 위한 독서교육 운동을 하고 있다는 것.

아, 한국의 정치가들은 뭔가, 밀려나면 죄인이 되고, 득세하면 다시 적군을 유배시키는... 아직도 그런 반복에 머무른 건 아닌지...

The Home is the child's first school,
the parent is the child's first teacher,
and reading is the child's first subject. - Barbara Bush

앞선 인쇄 문화를 보여주었던 한국의 과거 문화의 우수성은 세계가 인정하는 바이다.
그러나... 이런 책에 보여줄 것이 기껏 팔만대장경판 보관소 정도인지...
세계 몇 위라는 경제적 대국이 가진 것이 그런 꾀죄죄한 도서관 뿐인지...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

교육청에서 각 학교마다 5천만원씩 줘서 '도서관' 환경 개선 사업을 하라고 했더니,
모든 학교들이 책상을 바꾸고, 인테리어를 했다.

도서관 환경 개선 사업이 인테리어라면... 이 나라의 미래는 삽질의 미래에 불과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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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8-11 0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번 일본여행에 동행하신 어린이도서연구회의 조월례선생님이 일본도서관을 가볼때마다 일본의 미래에 겁이나고 무섭다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현재의 교육을 보며 정말 우리의 미래가 걱정됩니다.ㅜㅜ

글샘 2008-08-31 01:39   좋아요 0 | URL
맞아요. 대한 민국...의 미래를 생각하면 정말 어둡습니다. 도서관에 책이나 아이들이 없는 게 문제가 아니죠. 아이들이 모두 쓸데없는 시험, 시험에 매달린다는 겁니다. 초딩들 한자 시험, 한국사 시험, 토익 시험, 컴터 시험... 내신 시험, 수능 시험... 삽질의 연속이죠.

산들바람 2008-08-31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 글이 너무 공감되어서 네이버 제 블로그에 출처 밝히고 가져 갑니다^^

글샘 2008-08-31 01:38   좋아요 0 | URL
하, 이 글이 뭐... 퍼갈 만한 건 아닌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