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지 않겠다 창비청소년문학 15
공선옥 지음 / 창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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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소설... 성장 소설이란 이름의 작품들이 갖는 형식 중 하나가 역경을 이겨내는 장한 청소년 이야기다. 그렇지만, 공선옥은... 그런 달콤한 거짓말쯤 하지 않는다. 용기있는 작가이고, 용감한 작가여서, 꼭 필요한 작가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같은 공 모 씨의 글처럼 이제 쓰라린 과거쯤 잊어 버리고... 달콤한 현실을 즐기라는 사탕발림에 공선옥은 넘어가지 않는다. 그래서 같은 공 모 씨의 작품은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를 때 공선옥은 가끔 울림을 주는 책 한 권씩 낼 뿐이다. 

청소년기의 소녀들은 요망스럽다.
얼핏 봐서는 어리삥삥한 중고등학생으로 보이지만, 그 속내를 조금만 들여다 보아도 그 아이들의 세계는 무궁무진하고 규정할 수 없는 다양성에 깜짝 놀라게 된다. 그 깜짝, 은 사람을 진저리치게 하기도 하고, 소스라치게 하기도 한다. 감동을 줄 때도 간, 혹, 은 있지만서도... 

공선옥의 시선은 늘 가난한 사람들에게 향해 있다.
1997년 겨울... 구제금융기 이후 가정은 파괴되어가고 있다.
인간들은 오로지 '돈'밖에 모르는, 돈 앞에서는 후안무치가 되는 인간들로 변해버렸고,
그래서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말해주고, 러시앤캐시에서 빌려서 꽃등심을 쏘아야 인간처럼 대접받는 세상이 되어버린 건지도 모를, 그런 세상 앞에서 돈이 없는 어른들은 부끄럽다. 

아, 세상이 그런데... 그 어른들과 함께, 또는 떨어져 사는 아이들의 삶은 얼마나 신산하랴.
98년 그 이후로 학교에는 등록금을 안 내는 아이들이 많아졌다.
물론 못 내는 아이들은 이리저리 해서 감면을 해 주지만, 졸업식날까지 기백만원의 식비, 수업료를 안낸 학생의 부모들이 졸업식날은 우아하게 차를 몰고 나타나기도 한다. 지겹다.  

여느 성장소설에선 여간해 보기 어려운 가난한 집 아이들의 고민을...
학원에 다니는 쳇바퀴 인생이 아닌, 가난해서 알바를 하고, 부모들이 헤어져 살고, 그래서 더 서러운 날이 많고 외로운 날이 많아 밤늦게 기댈 친구를 찾아 갔다가, ... 뜻밖의 임신을 해버리게 되는 승애처럼... '나는 죽지 않겠다'는 굳센 마음으로 살아가는 청소년들이 이 어둔 밤에 어느 창문 안에서 저 별들을 깜박거리는 눈으로 바라보며 서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해주는 고마운 소설집이다. 

많은 단편소설집들이 요즘 '소설'이란 제목으로 출판된다. 장편인줄 알았다가 단편집임을 알게 되면, 사기 당한 느낌이 든다. ㅠㅜ 공선옥은 그런 면에서도 정직하다. 

가난해서 삶의 희망이 없는 아이들, 그러다 보니 비행을 저지르게 되는 아이들...
이런 아이들을 학교에서도 괄호 밖으로 내치려고 한다. 그러고 나면 학교는 조용하니깐...
그런 아이들을 학교에 두면 속시끄러운 일이 자꾸 생기기만 하니깐...
1차 집단과 2차 집단 사이를 오가는 정체성이 불명확한 학교라는 집단은 아이들을 내치기도 끌어안기도 힘든 애매한 집단이다. 

봉숭아는 아름다운데, 아름답지 않은 떡볶이집 아줌마. 아줌마가 원래부터 아름답지 않은 사람이었을까? 원래부터 아름답지 않은 사람도 아름다운 꽃을 기를 수 있을까? 아줌마에게도 이 꽃처럼 아름다운 때가 있기나 했을까? <힘센 봉숭아>에서 민수가 뇌까리는 이 구절을 공선옥은 몇 번이나 고쳐썼을까? 

꽃같은 내가 풀이 되었다... 니 아버지가... 거친 파도와 같은 아이엠에프의 파고를 온몸으로 넘다 보니... 꼭같은 내가 풀이 되었지만서두... 나두 한때는...<울 엄마 딸>의 꽃같은 엄마가 풀이 되었다는 술주정이야말로, 이명박이라는 <괴물의 시대>를 잉태한 <계급을 배반한 의식>을 형성한 시대를 적실하게 형상화하고 있는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그날 밤, 슬픔의 바다란 말을 몇 번이나 읊조렸는지 모른다. 그 말을 자꾸 읊조리다 보면 정말로 이스트 넣은 빵처럼 슬픔의 감정이 부풀대로 부풀어 올라 그것이 명분이 되어 내가 집을 뛰쳐나가리라는 걸 몇 번의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는 대목을 읽노라면... 이스트 넣은 빵이 일어나는 모습과 슬픔의 감정을 부풀대로 부풀린 삶에서 우러난 소설임을 실감한다. 

미친 것들이 미친 법을 만든다고 온통 광풍이 몰아치게 만드는 나날이다.
미친 어른들의 세상에서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또다시 이스트 넣은 빵처럼 부풀어오르는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집밖으로 뛰쳐나가버릴 것인지... 그악스런 어른들만큼 딱딱해지는 아이들의 마음씀씀이에 공선옥 소설은 메마른 입술만 쓰디쓰게 만든다.  

힘든 삶을 앞에 두고 고민하던 경수에게 이런 소설 권해주지 못해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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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덕화 2009-02-27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이 주신 별 다섯개 책은 꼭 사봐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보관함에 옮깁니다.^^

글샘 2009-03-02 01:36   좋아요 0 | URL
꼭 사 보세요. 재밌습니다. ^^

순오기 2009-03-01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선옥은 한때 내 가슴 아프도록 보듬어 주고 싶은 작가였어요.
신산함은 작가의 삶에서 나온...공 모씨와 같으면서 다른 삶이라 작품도 확연히 다르죠.
이 책 나도 담아갑니다. 아드님 소감은 어땠는지요?

글샘 2009-03-02 01:37   좋아요 0 | URL
다른 공 모 씨는, 참 젠장이죠.
맨날 돈버는 데 재미가 쏠쏠한 모냥이에요.
이번에도 잡담으로 돈좀 벌더군요.
거기 비하면, 공선옥은 쑥구렁에 묻힌 옥돌같은 보배라고 생각해요.
순오기님과 제가 좋아하는, 그리고 알아 주는 보배요. ^^
 

 

벌써 공기가 따스하다.
햇살도 이미 봄이다. 

날은 차갑지만... 원래 겨울 속에 따사로운 봄이 들어있는 '법'이다.
어둠 속에 아침이 깃들어 있는 것처럼... 

김수환 추기경 가는 길을 배웅하는 사람들... 그걸 '현상'이라 불렀다.
'법'은 반드시 오는 걸 일컫는 말이다.
깜깜한 어둠 속에 반드시 아침이 잉태되어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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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들이 떴다!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30
양호문 지음 / 비룡소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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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시험 점수를 높게 받는 아이를 그토록 원하는가?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스스로를 무척이나 나무랐고, 돌아보곤 하였다.
나의 삶과 아이의 삶과는 전혀 별개일 수는 없다.
그러나, 아이의 삶에 어른이 배놔라 감놔라 하는 것만큼 부질없는 일이 또 있을까 한다. 

실업계 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의 나태한 모습에 실망만 거듭하다가 3년만에 도망치듯 옮겨온 지금 학교에도 거기나 별반 다름없는 아이들이 교실마다 가득하다.
별볼일 없는 산동네 주변의 고등학교는 아무리 일반계 고교라 하더라도 아이들의 성적이 형편없다. 서울에서 강남의 고교와 강북의 고교 사이에 보이는 격차가 이를 증명한다.
강남에서 선생하면 왠지 어깨가 으쓱하다가 강북으로 전근이라도 갈라치면... 죄인처럼 미안하다. 

실업계 아이들은 입학할 때부터 자신감이 없다.
그나마 입학할 땐 조금 반짝이던 아이들도, 한 학기가 채 지나가기 전에 '공고생'이 되어버린다.
이 책의 표지에 쓴 글씨와 꼭같은 글씨를 아이들이 쓰고 있으며,
생김새도 이 아이들처럼 생겼다.
게으르기는 세상에 짝이 없을 정도이며, 어른들 말을 들은 체도 않는 데는 도가 텄다. 

시험 공부를 시켜도 도통 관심이 없으며, 예상문제가 아닌 기출문제로 수업을 해도 아이들은 무심하다. 세상 많이 살아본 티를 낸다. 3학년 2학기가 되면... 빨리 어디로든 사라지려 온갖 수를 다 쓴다. 요즘엔 교육부에서 11월 중순까지 실습을 못나가게 만들었다. 참 무책임한 교육부다. 아이들은 그래서 학교에 와서 엎어져 잔다. 종일 교실엔 교사가 얼씬도 하지 않는데... 

이런 아이들이 변칙적인 현장에 파견된다. 거기서 생기는 소동 속에는 학교의 모순뿐만 아니라 청소년의 애정이 가지는 불편한 감정과, 어른들의 거짓된 면모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청소년이란 그야말로 세상의 블루오션이다.
인류의 미래는 청소년일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한국의 청소년은 가엾고 또 가엾다.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이유는... 교육 정책에 철저한 실패...에 있다. 

결국 한국의 미래는 없는 셈이다.
지금도 한국의 노동자는 이주노동자들이 채우고 있고, 대학 졸업자들은 해외의 노동현장에 관리자와 기술자로 나가 일하는 빈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청소년 이야기를 가지고 접근하고 있지만, 이 소설은 청소년 소설만은 아니다.
어른들에게, 과연 공부가 뭔데, 애들을 학원으로 뺑뺑이 돌리는지... 진지하게 묻는 이야기고,
공부 못한다고 자기 자식도 구박하는 나라가 과연 정상인지... 참담하게 되묻는 이야기다.
인문계 다닌다고 으스대고, 실업계(발음이 족같다고 전문계로 바꾼 넘들 대갈통도 참 전문적으로 돌대갈님이시다.) 다닌다고 고개 숙여야 하는 가엾은 아이들을 양산하여 결국 자본주의의 더러운 꼬락서니를 재생산하는 것이 학교가 아니라고 아니라고 부르짖지만... 정말 전문계에서 어떤 전문성을 기를 수 있는지... 반성하게 하는 이야기이다. 

참으로 재미있게 전개되는 이야기 뒤로... 경찰차가 들어오며 마무리짓는 대목은... 아무래도 석연치가 않다.
주인공이 상을 받든지... 어떤 오해가 있어 그 갈등이 풀리든지... 하지 않고 마무리 지은 데는 작가의 뜻이 있었으리라 생각되지만... 어떤 뜻인지... 좀 다소 쫌, 이해가 안 간다. 

소세지, 오이지, 단무지, 쓰리지란 농담이 있다.
A형은 소심하고 세심해서 지랄같고
B형은 오만하고 이기적이라 지랄같고
O형은 단순 무식해서 지랄같고
AB형은 지랄같고 지랄같고 또 지랄같은 성격이란 농담. ㅍ 

웃자고 만든 소리지만...
사람을 이렇게 하나의 범주 안에 넣으려 하면 꼭 튕겨져 나가는 부분이 있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처럼 범주 안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도끼로 쳐낼 수는 없는 것이 인간인데... 

인간을 기르는 일에 종사하면서, 꼴찌들도 살아가는 이 세상을 더 즐겁게 만드는 길은 없을는지를... 다시 생각한다. 

과연 머리를 기르는 일이 교칙을 위반하는 일이어야 하는지...
담배를 피우는 일이 다섯 번 거듭되면 퇴학처분 받아야 하는 일인지...
그런 것이 교육이란 이름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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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2-26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보고 싶은데 사서 봐도 괜찮을까요?

글샘 2009-02-26 21:21   좋아요 0 | URL
사서 보지 마세요. ^^ 제가 한 권 선물할게요.
아래 주소 남겨 주셈.

바다여신 2009-03-02 0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 리뷰 참 잘 읽었습니다. 님의 교육관에 저도 동감합니다. 이 <꼴지들이 떴다> 책 저도 구입해서 보았는데, 이 책이 단순한 청소년성장 소설이 아니라 어른세계 즉 현사회에 대한 신랄한 비판으로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이 깊이가 있고 스케일이 큰 작품이라고 한 것 같아요. 제가 보기에 이 책 끝부분은 열린 결말로 처리한 것이 아닐까 하네요. 일시적으로나마 화해가 이루어진 마을에 경찰이 더덕 도둑을 잡으러 들어오고 또 그 뒤로는 A급 태풍이 따라오고... 한 차례 더 큰 풍파가 닥친다는 의미가 아닐는지요. 인생이란 끝임없이 반복되는 역경과 고난과의 싸움이라는 메시지도 주면서, 독자 스스로 상상하라는 말이겠죠.

바다여신 2009-03-02 0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안해요! 주제넘게 아는 체를 해서.. 저는 국어교육과 학생인데요. 소설도 쓰고 있어요. 저는 이 책 모든분들께 강추하고 싶어요. 정말 괜찮았어요. 그리고 될 수 있으면 자기 돈을 주고 구입해서 보라고 하고 싶어요. 그래야지 책에 애착을 가지고 꼼꼼히 보게 되더라고요. ㅎㅎㅎ 또 미안해요. 까불거려서.. 아무튼 글샘님 반가웠고요, 즐거운 날 되세요. 또 뵈어요.

글샘 2009-03-02 19:47   좋아요 0 | URL
아, 학과로 보면 제 후배님이시군요. ㅎㅎ 소설도 쓰신다니... 훌륭합니다. ^^ 그리고, 이 책을 사서 보지 말라고 한 건요... 순오기 님께 제가 얼마전에 선물을 받아서, 저도 보답을 하겠단 거였습니다. 다른 님들께 사지 말란 말이 아녔어요. ㅋㅋ 까불거려도 됩니다. ^^ 저도 반갑습니다. 또 뵙시다.
 
검은 마법과 쿠페 빵
모리 에토 지음, 박미옥 옮김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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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국 여성들의 성장 소설의 이면에는... 슬픔과 소외감이 가득하다. 박완서의 소설이 그렇고 신경숙의 소설이 그렇고 은희경도 그렇다. 그런 소설들을 읽고 나면, 가슴이 먹먹해지고, 소설읽는 일에 염증을 느끼게 되기도 했다.  

원래 영원의 출구,란 제목의 이 소설은 일본 작가 모리 에토가 쓴 성장소설이다.
초등학교 어린 시절부터 고등학교 시절까지를 그린 여자 아이의 성장 소설인데, 밝지만은 않지만 요즘 아이들의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들에 한발짝 다가설 수 있는 소설이 아닌가 싶다. 

검은 마법과 쿠페 빵, 이란 제목이 영원의 출구보다는 친근해 보이지만,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중학생 정도에게 어울릴 이 소설이 그닥 유명하지 않은 것 같아 좀 아쉽다. 특히 여학생들의 이야기를 그려서 주목받은 <아즈망가 대왕>은 한국에서도 여학생들의 관심을 받았던 걸 보면, 아직 한국에선 여학생들의 삶에 주목하는 성장 소설이 부족하단 느낌을 많이 받는다. 

'소녀'란 이름의 여자 청소년들은, 한편 깜찍한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그 마음 속에는 구렁이 할머니 저리가라 할 정도의 정신 세계를 갖고 살아가게 마련인데, 일반적으로 '청순가련'으로 덮어버리는 경향이 많다. 겨울동환지 뭔지에서 최지우나 소나기의 여자아이나, 뭐 요즘 유행한다는 일본 만화 꽃남의 금잔디도 마찬가지다. 일단 서민이라도 얼굴이 청순가련이라야 한다.  

여자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해 주는 여자 아이들 성장 소설이 더 많이 나왔으면... 한다. 한국처럼 이성 교제가 어정쩡한 국가에선 '소녀' 이미지에 대한 동경이 더욱 심하다. 그래서 원조 교제가 인기인지도 모르겠다.
노래라고 만드는 것도, 지지지지지..베이베... 지지배가 상품화된 것들뿐이고...
남자 아이들에게건, 여자 아이들에게건 서로의 생각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게 해줄 수 있는 소설들이 앞으론 필요하다. 

청소년들을 마치 '성적 폭발 직전의 핵폭탄' 취급하는 몽정기 류의 영화들은 정말 짜증난다.
실제로 성적인 것에 관심이 많기도 하지만, 영화처럼 저질스런 표현들로 일관하는 것은 실제 청소년들의 삶은 아니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벗은 몸을 보기 쉬운 인터넷 환경에서는 아이들이 오히려 변태스런 '의도된 기획'을 정상이라고 착각하기 쉽기 때문에 더욱 많은 성교육과 매체들을 접하게 하는 일이 필요하단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노리코랑 키스하고 싶었어'
헤어진 남자친구가 이런 말을 한다.
'나는 키스보다 결혼하고 싶었어'
이게 노리코의 대답이다.
어린 아이들이라도 이렇게 남녀는 다르다.
남자 아이들은 손을 잡고 싶고, 키스하고 싶고... 진도가 나가고 싶은 '문제 해결형'인 반면, 여자 아이들은 안정적인 정서의 공감을 원하는 편인 것이다.
가르칠 일이 많은데 방기하고 있는 게 얼마나 많으냐... 

태양의 스무 배나 밝은 별, 시리우스는 너무 크고 너무 빛나기 때문에 수명은 5억년이다.
태양은 50억년 뒤에 백색 왜성으로 흩어질 거라는데...
산다는 것에 대해서 이렇게 거시적 입장으로 바라보는 일도 성장 소설에서 읽을 수 있는 아름다움이다. 성장한다는 것은 늘 자신의 좌표가 불안정한 것에 대한 불안감을 가진 개체의 이야기지만, 그 불안정한 개체가 점차 안정감을 찾아나가는 이야기이니깐... 그렇지만, 길게 본다면 안정된 삶이란 세상에 하나도 없다는 걸 읽게 되는 일은 소중한 것이란 생각이다. 

머리가 뭔가로 맞은 것처럼 흔들렸고, 손가락 끝이 싸늘해졌다. (303)
이런 묘사도 실감난다. 정말 충격받으면 손가락 끝이 싸늘해 질 때 있잖은가.
요즘 너무 적나라한 노래 가사처럼, '총 맞은 것처럼'이라든가, '내가 미쳤어, 정말 미쳤어'같은 용어들을 쓰지 않고도 아린 마음을 잘 드러낼 수 있을 듯 싶은데... 

우주는 매일 팽창하고 있어서, 지구와 달은 매년 3센티미터 쯤 멀어지고 있다는데...
우리들도 내년이면 분명히 어딘가에 있을 거야.
지금은 아무것도 안 정해도,
아무리 싫어도 어딘가 멀리 있게 될 테니까.(338) 

그래. 산다는 건 그런 거다.
어려선 왜 그리 하루 햇살이 지루한지, 나른한 오후를 보냈던 기억을 가지고 살다가,
나이 들면 하루하루가 뭣이 그리 허무한지,
나이 들어 보면, 어린 시절 꿈꾸던 것보다는 훨씬 다른 먼먼 곳에 둥지를 틀고 불안정하게 살고있는 아직도 '어리(석으)ㄴ' 나를 바라보게 된다는 것을... 

작가는 에필로그에서 담담하게 적어내고 있다. 

다음 주면, 새학기가 시작된다.
누구도 싫어한다는 이유로 새학기에는 학생부장을 맡게 되었다.
누군가는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하지만, 뭐, 학생부장이 별건가.
학생들과 함께 하면 되는 거라 생각하고 1년을 설계한다.
아이들과 머리 '털'이나 '담배' 연기로 실랑이하기보다는, 아이들의 진로에 관하여 도움을 줄 수 있는 학생부장 생활이 되길 나름 기대하고 있다. 동창회 활동과 선후배를 연계하는 상담 활동 같은 것도 '꿈이 없고 미래가 없는' 요즘 아이들에게 필요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도 하고, 마음은 바쁘고 몸은 더 바쁜 2월이다. 

아직은 냉랭한 봄빗속에 매화가 튼실하게 이미 피었다.
아이들은 같은 열일곱 나이래도 이미 스물 이상의 구렁이가 들어앉은 넘부터 아직 은초딩 부럽잖은 정신세계를 유지하는 아기도 있는 법이다.
한국에도 이런 기억에 오래 남을 '성장 소설'이 자꾸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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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9-02-23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다가 아직 못 읽은 책이네요
 
녹두 장군 1 만화로 보는 한국문학 대표작선 25
송기숙 지음, 백철 그림 / 이가서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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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두 장군이 처음 나올 때 재미있게 읽다가 오래 기다리지를 못하고 다 못읽고 말았다. 

이번에 전자책 도서관에서 세 권으로 그려진 만화를 읽었는데, 송기숙 선생의 찰진 전라도 말맛을 느끼지 못하는 건 아쉬움이 크다.
역시 문학 속에 살아 숨쉬는 민중의 숨결은 사투리에서 묻어나는 것인가보다. 

작금의 이 나라 현실을 보면, 사리사욕이 국익에 앞서는 꼬락서니를 보게 된다.
경찰은 정권의 시녀가 되어 국민을 향하여 색소를 쏘아 대고,
국회의원까지 국회에서 마구잡이로 연행을 하고,
검찰은 이미 단맛에 길들여진 모양이다. 

이런 시대의 흐름을 보노라면, 녹두 장군이 숨쉬던 조선 시대의 부패상과 많은 부분 오버랩된다.
다만, 지금의 민중들은 그 시대에 비하여 훨씬 깨인 반면,
민주주의와 자유, 평등이라는 허울 좋은 말의 잔치를 앞세운 '권력과 부'의 눈가림은 한층 교묘해 졌다는 점이 다른 면이랄 수도 있다. 

세상이 어지러울 때는 나라야 어찌되든 자기 이익만 챙기려는 무리들이 나타나게 마련...이라는 본문의 글귀가 눈을 시리게 한다.
국가의 재산을 제대로 운용할 줄도 모르는 경제팀의 잘못으로 국고를 엄청나게 낭비한 주제에,
국민의 입을 틀어막으려고, '공고 출신'의 미네르바를 잡아들이는 블랙 코메디...
코메디는 행복한 결말이어야 하니... 결국 사필귀정이 되겠지.
저질 코메디에는 항상 '슬랩스틱'같은 과장된 행동이 나온다.
'공고 출신'을 강조하는 미네르바 사태나, '선정적' 강호순 범죄의 '사이코패스'적 측면을 졸라 부풀려서 '용산'이란 말을 쏙, 들어가게 하려는 저질 정치는 <자기 이익>을 챙기려는 무리들의 꼼수다. 

이제 2월이다.
국회에선 <자기 이익>을 지키기 위한 법들이 차근차근 법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황사가 와도 <마스크>를 써서는 안 되는 날이 올 지도 모르고... 

<권력귀신 몰아내자>는 동학 농민군의 구호는 백여년이 지난 지금도 어쩜 그리도 유효한지...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앞세워, 끝간 데 모르고 달리던 박정희 독재의 말로가, 민중의 봉기에 편승한 '정체모를 의문사의 향연'으로 결말을 본 걸 생각하면,
이 정권의 말로는 자못 흥미진진한 면이 많다. 군대도 없는 주제에 천민자본의 힘과 무식한 돈귀신에 휩쓸린 구제금융기의 가난한 영혼들의 표를 얻어 겨우 정권을 잡은 자들의 뒷모습. 

김수환 추기경이란 한 종교귀족의 죽음 앞에 선종이니 하는 말과 마치 무슨 민주화 투쟁의 선봉장이라도 되었던 것처럼 그려내는 말의 잔치들도 좀 우스운 꼬락서닌데, 전두환같은 살인마가 '어려운 시대에 더 사셨어야...'하는 족같은 소리를 씨불러대는 걸 읽어야 하는 마음도 지랄같다. 

역사는 왜 추악한 면들이 자꾸 되풀이 되는 건지... 슬프고도 슬픈 나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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