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킹 걸즈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26
김혜정 지음 / 비룡소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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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블루픽션상 수상작이다.
하이킹하는 소녀들...
은성이와 보라는 미주언니를 따라 우루무치에서 둔황까지 걷게 된다.
그 걸음은 운동도 아니고, 답사도 아닌, 소년원 생활 대체 프로그램이기때문에, 이탈해서도 안 되고 보람을 느끼는 것도 아닌 하이킹이다. 

그러나 그 아이들은 그 머나먼 길을 80일간 걸으면서 자기 속에 마주선 칼날같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만나게 되고, 치열하게 싸움을 거치며, 결국 자기와의 화해에 도달하게 된다. 

모래가 우는 소리를 낸다는 명사산에서 낙타를 타면서,
우리가 낙타의 등에 붙어있는 혹이라 불리는 부분은 사실은 '봉'이라 불러야 함을 배운다.
우리 삶은 아무리 껄끄럽고 지긋지긋해도,
그 안에 담긴 지혜의 샘물을 소모해가며 사는 '봉우리'임을...
그 샘물은 살아가면서 조금씩 줄어들지만,
그 봉 안에 들어있는 것들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살다 보면, 혹처럼 느껴지는 삶의 조각들도 감싸안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미혼모 자녀이면서 주먹쟁이가 된 불만투성이 은성이와 도벽을 통해 세상을 파괴하고 자신을 난자하던 보라는 비로소 자신의 인생도 결코 혹덩어리가 아님을 만나게 된다는 이야기다. 

정말 은성이와 보라가 이 책을 읽는다면, 쳇, 하고 집어던질지 모르지만,
은성이와 보라들을 데리고 먼먼 비단길을 걷다보면은... 은성이와 보라들의 마음 속에도 하이킹을 통해 먼지처럼 부드러운 울림을 연주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이들을 포기하지 않아야 하는 눈과 마음을 갖추려고 노력중이지만, 돌아서면 거짓말을 입에 붙이고 사는 아이들과 얼굴을 맞대는 직업은 결코 호사스럽지만은 않다. 

그래도 해피엔딩으로 마치는 책이라도 이렇게 자꾸 읽어야...
뺀들거리는 아이들 덥수룩한 머리 너머로,
니코틴 냄새가 배어버린 교복 주머니 담뱃가루 사이로,
여드름투성이 불평이들 불만들 밑으로,
귀를 크게 넓혀서 들으려는 마음을 늘릴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필요할 때, 마음을 지긋이 눌러주는 맷돌같은 책들을 만날 수 있는 건 책읽는 지극한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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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놀 청소년문학 28
바바라 오코너 지음, 신선해 옮김 / 다산책방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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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나는 극빈 가정의 아이다.
어느 날, 아버지는 사라지고, 집주인은 엄마와 동생과 조지나를 쫓아내고,
덜컹거리는 고물차에서 세 식구는 새 생활을 시작한다.
먹고, 자는 모든 생활이 이뤄지는 좁은 자동차 안.
맥도날드나 주유소 화장실에서 씼는 아이들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슬펐는데,
가엾은 조지나의 어머니는 집을 얻을 돈 500 달러를 상상하는데...
조지나는 잃어버린 개를 찾는 광고문을 보고... 어느 집의 개를 훔쳐 오는데...
윌리라는 사랑스런 개를 훔치고, 보관하고, 돌려주는 이야기까지...
깜짝 놀랄 구석도 두어 군데 만들어 둔 훌륭한 이야기다. 

책을 펼쳐 들면, 조지나의 천진난만한 사고 속으로 빨려 들지만,
그 세계는 어린아이의 그것이지만...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다. 

조지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좁지만 생활할 집이고, 그 집을 얻을 최소한의 돈이다.
자동차에서 나날을 보내고, 특히 사춘기 소녀가 친구들이 보는 가운데 자동차를 집삼아 살아가는 모습을 드러내야 하는 세상은 결코 아름다운 세상이 아니다. 

이렇게 가진자들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을 비꼬는 시선으로 쓰고 있는 소설인데도...
빈부의 격차가 극심한 미국의 모습을 드러내 주는 한편,
겉은 노랗고 속 하얀 바나나 민족이 삽질 정부의 주도하에 추구하는 미래가 이런 꼬락서니 아닌가 생각하면 속이 타기도 한다. 

어쨌든... 절대 빈곤을 날마다 실감하면서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국가는 공평한 교육의 기회와 공교육을 제공하여야 할 터인데... 가면 갈수록 사교육 시장과 공교육 시장이 가진자들을 중심으로 재편되어가는 꼴을 보면... 이 땅에서 살아갈 수많은 조지나들에게... 미안하고 미안하다.
아이들이 겉으로 심통을 부리는 것 같은 모습을 보고... 속단하지 말자고 또 생각하게 해준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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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된다는 것 미래의 고전 4
최은영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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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된다는 것...이란 책을 상품 검색해서 입력하려고 검색창을 두드렸더니...
같은 제목의 다른 책도 한 권 검색이 되었다.
아마도, 출산 관련 힐링 서적이라 생각해서 눌러 보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두려움을 제공하는 출산의 경험담을 쓴 책이다. 

그래, 엄마가 된다는 것은, 두려웁지만, 엄마가 되고 나서 아가를 기르는 행복감은, 호르몬의 작용이든 모성 본능이든 간에 가장 행복한 일이어야 한다. 

그러나...
김시습의 금오신화에 나오는 이생규장전이란 단편소설의 한 대목처럼,
개성 낙타교 인근에 사는 이모군(고교 2학년)이 보충수업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담 너머 최모양(중학 3학년)과 눈이 맞았다고 치자.
그래서 이모군은 담을 넘어(아, 너머와 넘어의 실제적 차이란...) 최 모양의 방으로 틈입하여, 2박 3일을 지냈다고 치자.
그래서, 생물학적 원리에 따라 이모군의 건강한 수억 개의 정자 중 한 녀석이 최모양의 성숙한 난자에 입성을 하여 생물학적으로 튼튼하게 최모양 자궁에 착상을 하였다고 치자. 

최모양과 이모군이 50:50으로 책임의식을 느껴야 할 이 생산적이고도 건설적인 활동에서...
이제 궁극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최모양이다.
금오신화가 新話(뉴 스토리)인 이유는... 이런 최모양을 두고, 최모양의 아버지는 여느 애비처럼 "야, 이 년아, 가문의 명예를 더럽혔으니 당장 자결하여라!"하는 근본을 갖춘 가문의 영광을 내세우지 않고, 보잘것없는 이모군의 집에 매파를 보내는 것인데,
아직도 이 나라에선, 남녀가 대등한 역할, 내지는 남자의 성적 쾌락을 만족시킬 몇 분간의 대가로 여자 아이가 임신을 했을 때... 여자 아이는 마치 돌로 쳐야 할 것처럼 바라보면서, 대등한 역할을 수행한 남자 아이에 대한 비난을 구경하는 일은 좀처럼 쉬운 노릇이 아니다. 

엄마가 된다는 것... 그 성스럽고 소중한 경험을... 버림받은 고통 속에서 겪어야 하는 아직은 어린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리틀맘의 당당한 세상살이를 이 책에선 잘 보여주고 있다. 

아직 이 나라가 깨어야 할 의식이 얼마나 많은지를 이 책은 짚어내고 있다고나 할까... 

수년 전에 <세계의 여성>이란 티비 프로그램에서 핀란드 고딩이 혼자서 아이를 기르는 걸 본 일이 있다. 고딩이 아이를 낳으면, 당연히 엄마 아래 출생 신고가 되고, (이넘의 대한민국에선 호주제가 작년에 폐지되었는데, 아직도 그걸 아는 인종이 얼마나 될는지...) 고딩이니깐 수입이 없을 게 뻔하므로 육아 수당, 우윳값... 등등의 복지 비용이 지출되었다.
학교에 가야 하므로, 당연히 갓난아기 보육 시설이 제공되며, 그 비용까지 모조리 제공된다.
고딩이 가방 메고, 기저귀 가방도 메고, 탁아소에를 웃으며 드나드는 아름다운 모습...
아, 화장실에서 자기 아이를 유기하다가 범죄자가 되는 이 땅의 어린 아이들의 모습과 너무도 극명한 대조를 보여... 두려웠던 기억이 난다. 

리틀맘도 엄연한 엄마란 것을, 이 나라가 세계 몇 위의 경제력을 맨날 씨월거리면서도, 아직 세계 몇 위의 아기 수출국이란 것을... 반성하게 하는 책이다. 

청소년에겐, 순결교육을 시킬 것이 아니라, 임신과 책임 교육을 시켜야 할 노릇이다.
교육이란 당연히 그렇게 철학적으로 접근해야 할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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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3-04 0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가 된다는 것~~ 정말 행복한 두려움이죠.
최은영씨가 제법 깊이 있게 그렸나 봐요?
 
경청 - 마음을 얻는 지혜 위즈덤하우스 한국형 자기계발 시리즈 2
조신영.박현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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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독서는 질적으로 문제가 있음에 많은이가 공감할 것인데, 이 나라의 출판에 '자기 계발' 영역이 큰 돈벌이가 된다는 건 웃기고도 남을 짜장인데... 그런 책들은 주로 ~~하우스(이거, 무슨 도박장도 아니고...)에서 낸다는 것이 또 웃기는 짬뽕이라, 이런 책들을 읽긴 하지만 감동적이지 않은 경우가 흔하디 흔한데... 이 책은 예외였다. 

학생 부장을 맡게 되어 생각만 많은 요즘...
아직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상태라... 사람들의 욕도 한 마디 들은 적 없지만...
다들 떼밀려 맡은 자리를 두고, 고생 많을 거라 위로의 말들을 한다.
고생 많을 자리에 왜 떠민 거삼? 쳇. 

이 책을 읽으면서 눈물을 두 번 흘렸다.
한번은 작은 카스테라를 목으로 삼키다 가루가 기도로 들어가 켁켁거린다고 눈물이 쏙 빠졌고,
눈물을 흘리던 끝이라 그런지... 이토벤의 바이올린을 동료들이 완성해 주는 대목에서 눈물이 흘렀다. 

이 책이 전하려는 경청의 지혜는 단 하나다.
남의 이야기를 들으려면, 자신을 텅 비워야 한다.
이야기를 듣는 것이 지혜이고, 말하는 것은 지식의 한계이며, 경청은 발견하고 공감하고 상생하는 유일한 길임을 전해 주려는 것이다. 

모든 것은 그 이름이 있을 뿐이요. 그 이름은 본질을 드러내지 못한다는 금강경의 이야기나,
도를 도라 말하면 제대로 도를 아는 게 아니라고 말하는 노자의 이야기나,
귀를 왕처럼 크게 하고, 눈을 열 배로 크게 뜨고, 전심전력하여 하는 행동이 들을 청(聽)이란 글자고,
질병 중에 입으로 할 말이 산더미처럼 쌓였을 때 걸리는 병을 암(癌)이라 한다는 이야기도 기억해 둘만 하다. 

잘 하려고 하면, 덧난다.
학생부장을 의욕적으로 시작하려 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는데,
아이들을 열라 단속하는 일은 내 일이 아니다.
각 학년에서 지도하도록 독려하고, 원칙을 세워 주고, 진행을 시키는 일이 내 일일 따름이다.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심을 다해서 들어주는 일이 한 해를 잘 넘기는 일일 것이다. 

한자를 파자(破字)하는 걸 보면서, 느낄 감(感)자도 새로운 의미를 가진 거 아닐까 싶다.
느낌은 할 말(口)을 병장기(戈)로 가둬버리고, 전심을 다하는(一心) 태도를 일컫는 말이 아닌가 하는... 

마음이 쏠려있을 때, 도움이 되는 책을 얻게 된다.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은 경청이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내게 다가온 책.
이 책이 도움이 되는 것은, 이 책이 좋아서가 아니다.
이 책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이 책은 좋은 책이 될 것이므로... 

얼마 전, 중앙대 총장이란 작자가 딴나라당에서 무시기 강연을 하면서(그 색긔들은 맨날 술집에서 기생들 엉덩짝이나 주무르던 시절이 그리운지, 풍류를 알면 정치를 잘한다는 주제를 씨월렁거렸단다. 퉷, 이다.) 판소리하는 제자를 가리켜 '감칠맛이 있다'는 용어를 썼다고 한다. 물론 앞뒤 판단해 볼 때, 야한 소리를 하려던 것은 아닐 수도 있겠지만, 진중권이 '^^ㅣ바, 넌 맛이 갔다!'고 항의할 정도로 또라이같은 소리임엔 변함이 없다. 이렇게 생긴 토종이 애도 잘 낳고 살림도 잘한다고 했단다. 주둥아리에서 나온다고 다 말이 아니다. 지금의 가진자들, 정권을 잡은 자들... 주둥아리에서 산더미처럼 튀어나온 말말말들이 조만간 '암'이 되어 자멸의 길을 가게 할 것이다. 

왕처럼 듣고, 말을 할 때는 굽히고 또 굽힐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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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3-01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6년 저자인 조신영씨와 인연이 있었죠. 디와이학습법(오차원이라 불리는..)배울 때 이분이 우리팀 매니저였어요. 당시에 인생그래프를 그렸는데 이분은 그때 그린 대로 살고 있고, 나도 조금은 흉내내며 산다고 봐야죠.^^
때 바이올린을 배우고 싶다고 했는데 경청을 보니 바이올린을 좀 아는거 같죠?^^

글샘 2009-03-02 01:35   좋아요 0 | URL
아, 순오기 님의 마당발은... ㅎㅎㅎ
인생 그래프... 같은 걸 그려 두고 사는 것도 멋지겠지요.
저는 한치 앞도 모르고, 하루하루 살고 있답니다. ㅠㅜ
그러게요. 바이올린 공부 많이 하신 것 같더군요.
저도 바이올린도 배우고 싶어졌습니다. ^^

바람돌이 2009-03-02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왕처럼 듣고, 말을 할때는 굽히고 또 굽힐 일이다. 인상적이네요. 근데 보통은 잘 안되죠? 잘 듣는거 그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 듣는건 어느만큼의 수련이 있어야 가능할까요?

글샘 2009-03-02 01:36   좋아요 0 | URL
ㅋㅋ 선생은 들을 청, 보다 암 암자에 가까운 삶을 살고 있죠.
그야말로 웰빙 반대인, 밷빙입니다. ㅠㅜ
수련보다는... 마음이 남들을 향해 활짝 열려 있어야... 저절로 될 거 같애요. 신경질 내지 말고...
 
열일곱 살의 털 사계절 1318 문고 50
김해원 지음 / 사계절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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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오늘, 참 귀중한 연수를 들었다.
봄방학이라 쉴 수도 있지만, 좋은 공부를 할 때면 쉬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다.
그야말로 학이시습지 불역열호였다. 
수능 주관처인 교육과정평가원에서 수능출제 팀장님들이 어려운 시간을 내서 부산으로 발걸음을 했다. 교사의 전문성 신장을 위하여 문항 출제를 위한 다양한 시각과 팁을 듣고, 실습까지 하게 된 시간을 통하여 교사들이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막무가내로 출제를 하고 있는 현실을 반성하게 되었다. 

그러던 이야기 중, 수능 때 우리나라 교수들은 길게 40여 일 합숙을 하는데, 물론 교수 섭외가 쉽지는 않지만 대체로 쉽게 승낙을 하는 반면, 외국인들은 그런 합숙을 견디지 못한단다. 영어 듣기 평가에 원어민이 참가해야 하기때문에 그들이 함께 합숙을 하고 갇혀 지내야 하는데, 자유로운 영혼들에게 감옥같은 생활을 제시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란다. 군대도 가지 않은 그들에게... 

씁쓸했다.
한국인으로 살아간다는 일은,
지금 용산에서 아직 3천 여명의 시민들이 '용산참사 범국민 시민대회'를 열고 있고, 그 주위를 수만의 경찰 병력이 바퀴벌레 등딱지같은 헬멧을 쓰고 둘러싸고 있는 상태에서,
자기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자유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보리밭에서 종달새가 날아 오르듯 그렇게 쉽지만은 않은 것이다. 

민중의 반란은 철저하게 응징청의 대상이 되었던 시민혁명이 성공하지 못했던 이 비극적인 땅에서 아직도 자라나는 학생들은 자기들도 모르게 <복종>이 체화되고 있는 중이다.  

학교엘 가면 우선 군복 대신 교복을 입어야 하고, 머리카락을 잘라야 한다.
남학생이 머리를 길러 묶고 다니거나 얼굴이 좁아 보이게 기르는 일은 불가능하다.
여학생도 생머리를 풀고 다닐 수는 없다. 핑계는 학생 보호다.
교사인 나로서는 한편 동의하는 면도 있지만, 거부감도 많다.
그리고 정해진 50분 정도의 시간에 천여 명이 식사를 마쳐야 하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운동장 내지 체육관에서 군인들의 사열과 같은 전체조회를 하고, 그때마다 일제시대의 동방요배와 같은 순서의 식이 진행된다. 지긋지긋하다. 

생활지도란 이름으로 학생들을 사소한 잘못으로 질책하는 것이 습관화되었다.
넥타이가 없다거나 등교 시간을 1,2분 넘겼다는 이유로 기합을 받고, 머리가 길면 간혹 가위질을 당하기도 한다. 물론 상습적으로 규범을 어기는 학생들은 더욱 강한 제재를 당하기도 한다.
흡연을 했다거나 거짓말을 했을 경우 각목으로 구타를 하는 일도 있고, 증거 확보를 위해 흡연자 적발을 위한 흡연치수측정기도 있고, 으슥한 곳에는 cctv도 설치하고 있다. 

갈수록 아이들의 비행이 심각해지고 있으며, 범죄의식이 약해지는 문제가 있는 것은 나도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아이들을 수십 년 전과 같은 방식으로 단속하는 것은 실효가 없어 보인다. 

어른들은 늘 아이들을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이 소설은 그런 소설이다.
아이들은 늘 불안하게 자라는 중이다. 열일곱 살의 털은 아이들의 자존심이자, 아이들이 자라고 있다는 증거다.
그들의 머리에 별을 그려주는 멋쟁이 할아버지가, 세입자들의 철거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는 이야기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언제든 바뀔 수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물론 그리 쉽게 바뀌지야 않겠지만... 

학생들의 '털'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학생부장 역할을 맡게된 나에게 온 '열일곱 살의 털'은 나를 더 고민스럽게 만든다. 과연 진로상담을 앞에 내세워 아이들을 덜 억압할 수 있을까?
아이들이 자신의 미래를 위해 치열하게 살아줬으면... 하는 것이 어른들의 바람이지만,
아이들이 밝지만은 않은 미래를 위하여 치열하게 노력하는 일은 결코 쉽지만은 않은 일임을 또한 아는 내가 아이들의 '털'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화두를 던져주는 책이었다. 

지금 고등학생 안단테가 시민대회에 참여했다가 연행될 뻔한 것을 시민들이 겨우 빼냈다고 한다.
작년에 자유로운 영혼의 대명사 강의석 군이 십여 년만에 대로에 나선 탱크 앞에 나섰다가 논란을 제공한 일이 있다. 
아직도 한국에서는 '자유'가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강한 의지로 '지향'해야할 것으로 '저만치' 떨어져 있다.  

창백한 이론서로서의 교육학과 먼지구덩이 교실 안에서의 행위 사이의 간극은, 별을 스치는 바람과 나의 상념 사이만큼이나 멀고 아득하다. 그래도, 이런 책을 읽으며 생각한다. 열일곱 살의 털을 이유없이 깎이는 학생부장은 되지 말아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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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3-01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아들이 리뷰대회에 요 책으로 우수리뷰 뽑혔지요.
중학교 2학년때 학교 담도 넘어다녔다고 썼더라고요~ 허걱, 아들의 재발견!ㅋㅋ

글샘 2009-03-02 01:38   좋아요 0 | URL
아이들은 늘 재발견의 대상이죠. 자기들도 자신을 모를테니깐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