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하와 얼굴들 - 1집 별일 없이 산다
장기하와 얼굴들 노래 / 붕가붕가 레코드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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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마침 어제 인터넷에서 무슨 상을 받은 장기하가 울면서 소감말하는 사진을 봤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싸구려 커피...는 딱 오늘같은 날 듣는 노래다. 

비가 부슬부슬 오는 날.
발바닥이 쩍 달라붙는 싸구려 장판지의 찝찝함과, 슥- 지나가는 바퀴벌레... 
그렇게 없는 사람들이 싸구려로 사는 삶.
가면 갈수록 싸구려로 살 수밖에 없는 세상. 

나더러, 싸구려로 살라고, 세상은 다 명품을 부르짖으니, 너희는 싸구려로 살라고 말한다.
그래서 70년대의 가난과 적당히 촌스러운 바니걸스 풍의 원더걸스가 인기인 걸까? 

엉거주춤을 추는 장기하,
그 옆의 미미시스터즈는 영락없는 70년대 백코러스다.
요즘 원장님들이 생산한 미녀와는 거리가 먼... 70년대 길거리에서 만났던 멋쟁이 수준이랄까. 

너희는 차근차근 빼앗아갈 척박한 세상에서,
우리는 한꺼번에 되찾으리라던 공산주의의 아름다운 이상도 사라져버린 폐허에서,
가진 자들이 '니들은 어떻게 사냐? 븅신들아...'하고 우리를 비웃고,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구인가를 말해준다며,
70평짜리 아파트, 또는 무슨 팰리스에 사는 것으로 우리들과 지네들을 구획지으려 하지만...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산다.
아, 장기하의 엉거주춤이 사랑스러운 이유는 이걸까? 

싸구려 커피라도 한 잔 마시고 한 번 씩, 웃자.
뉴스는 보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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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파람 반장 카르페디엠 13
시게마츠 기요시 지음, 김은진 옮김 / 양철북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어린 시절...
누구나 어린 시절에 그 조붓한 가슴 속에도 사랑과 질투와 시기심과 우정이 싹텄던 추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 것들을 잊고 살기도 하고, 옛날 동창회를 통해 새록새록 떠올려 보기도 하지만...
이미 지나가버린 어린 시절과 그 때 친구들을 되돌릴 수는 없는 것. 

어느 날.
머리를 말꼬리처럼 묶은 마코토가 전학을 온다.
마코토는 주인공 츠요시의 아버지 친구의 딸이다.
이런저런 사연으로 츠요시와 마코토는 친해지지만,
마코토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 어른스럽고 당당한 '그녀'였다. 

할머니의 요양으로 마코토와 헤어진 걸 끝으로 그와의 인연의 실은 풀어져 버리는데... 

이 소설은 학생들이 읽는다면, 성장소설로... 보일 법하다. 초등학교 고학년 내지 중학생 정도면 충분히 소화해 낼 수 있는 이야기로, 저학년들도 재미있어할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마코토의 활약은 껌딱지단 6학년을 통쾌하게 혼내주는 활극으로 살아 숨쉬고 있으며,
츠요시와 마코토의 아련한 우정은 벚꽃잎 흩날리는 봄날처럼... 반짝이고... 쉽게 진다.
마코토가 직접 만든 발렌타인 데이 초콜릿을 받고
"벚꽃잎 같은 하트 그림을 보면서 오물오물 입을 움직이고 있으려니, 내 가슴 속에도 분홍 벚꽃이 활짝 피어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커다란 벚꽃잎이, 내 빰에 살짝 달라붙었다."
이런 구절은 초중학생 정도면 충분히 공감할 애정의 농도 정도가 아닐까 한다. 
어느 날, 우련 환하게 피어나는 벚꽃잎처럼 마코토가 남긴 추억의 향기는 이토록 진한데, 사쿠라가 지고 사랑도 지듯, 마코토와의 인연은 가뭇없이 사라져 버려 아쉬움을 가득 남긴다.  

아파트에서 살면서 학원엘 뺑뺑이 치는 요즘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어린 시절의 추억 몇 편 남기지 못할까 아쉬운 마음 큰데... 글쎄, 요즘 아이들이 이런 책을 읽으면 어떤 마음을 불러올는지... 몹시 궁금하다.

시게마츠 기요시의 이야기를 '양철북 출판사' 덕에 접하게 되었다.
기회가 된다면, 다른 책도 더 볼 수 있으면 한다.
양철북의 조희정님께 감사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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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에 미치다 - 현대한국의 주거사회학
전상인 지음 / 이숲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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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언제부턴가 한국의 산등성이에서 우러나는 정서를 대신하게 된 풍경이 아파트의 고도다.
스카이라인이랄 것도 없이 획일적인 아파트, 그러나 거기 사는 사람들은 20평 아파트냐 70평 아파트냐를 따진다. 물론 70평 아파트의 주차장은 주차공간이 더 넓고, 거긴 외제차가 수두룩하다.  

발레리 줄레조가 2004년 한국의 아파트 경관을 조사한 연구가 실시된 이후, 전상인의 이 책은 한국인의 삶을 자세히 분석해 보고 있다.
아파트에 비추어진 한국인의 자화상을 낱낱이 살피면서 미래까지 조심스레 짚어 준다. 

한국의 아파트는 '부'의 축적 수단으로 기능했고, 이젠 '신분'을 드러내는 수단으로까지 되었다.
사회공동체를 분해해버렸고, 어떤 아파트에 사는가가 당신을 말해주는... 이데올로기로 작용한다.  

초창기의 아파트가 토건국가와 건설자본의 입장에서 기능했다면,
최근의 중상층 이상의 <과시형> 아파트는 실용적인 면적을 훨씬 초과한다.(71) 

아파트의 이름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미 낮은 신분'이 되어버린다.
언어의 이데올로기.
특권층의 <더 프레스티지>, 오르고 또 오르는 <더 샾 #>
왕족이나 귀족 거주지란 <팰리스, 하임, 스위트, 카운티, 캐슬>
웰빙과 자연, 건강을 강조한 <상떼, 파크, 리버, 그린, 힐>
신분 상승을 꿈꾸는 <캐슬, 팰리스, 경희궁>
지식정보 사회를 나타내는 <자이, e, I>
가정의 행복을 뜻하는 <훼미리, 네스트, 마더빌...> 
결국 아파트 브랜드만으로도 상류사회의 지향점, 목표를, 그 얄팍함을 읽으면서 씁쓸하다.(81) 

과도한 이웃 사촌의 간섭과 지나친 친근함을, 그리고 셋방살이에서 겪는 주인집의 설움덩어리를 현관문 하나로 '콱' 닫아버릴 수 있는 아파트.
한국 사람의 깊은 심중에는 더러 '섬처럼 살고 싶다'는 욕구가 내재되었을지도 모른다.
나 혼자만의 삶, 혹은 가족 단위의 공간적 프라이버시에 대한 내적 갈망의 오랜 누적이 폐쇄적인 아파트를 차라리 선호하게 된 것인지 모른다는 분석엔 꽤 수긍하게 한다.(96) 

아파트 거실에서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벽걸이형 티비>로부터 소파, 에어컨 등으로 드러나는 생활인의 삶은 <한국 경제발전의 주역이자 가장 큰 수혜자인 중간계급의 일반적 주거공간>으로서 아파트를 규정한다.(줄레조, 131)
그래서 내가 근무했던 실업계 학교에는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도 별로 없었던 거다.
어쩜 그렇게 빌라에 사는 아이도 적은지... 역시 아파트는 계급 재생산에 기여하는 모양. 

전세마저도, 임대주택마저도 자력으로 입주하기 어려운,
소득을 통해 주택을 소유하는 일은 보통사람들에게는 너무도 먼 꿈인데...(178)
결혼할 때 아파트 전세 하나라도 얻어줘야하는 풍조는 평생을 아파트에 목매달고 사는 인종으로 만들고 만다. 결국 아파트는 자산으로서의 가치가 거주지로서의 가치보다 훨씬 큰 것인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절반을 넘고, 그것도 중상류층은 대부분 아파트에 사는 특이한 나라.
그 사람들을 관찰한 줄레조에 이은 전상인의 책을 읽는 일은 '장기하 노래'처럼 싸구려 커피를 마시는 씁쓸함과 '그렇지, 그랬어'하는 동감을 던져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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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패러독스 1
피에르 바야르 지음, 김병욱 옮김 / 여름언덕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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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읽은 적 없는 책에 대하여 말하는 법...이란 제목이 이 책은, 독특하게도 '비독서'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보통 책을 쓰는 이들은 특이하게도 책에 대하여 삘이 꽂힌 이들이기 쉽다. 책냄새가 사랑스럽다든지, 책의 디자인부터 행간까지 아름답다고 칭찬하는 게 상례다. 

이 책에선, 읽지 않거나, 읽고 잊었거나, 읽었는지도 모를 책들에 대하여,
그리고, 작가의 앞에서나 다양한 상황에 대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나는 고교 1년 수업을 딱 1년 했기때문에, 교과서에 나오는 '삼대'를 가르칠 일이 없었다.(실업계 고교는 얄궂은 단원은 건너 뛴다.) 그렇지만, 아직 염상섭의 삼대를 제대로 다 읽어본 일이 없다. 구운몽도 읽고, 장마도 여러 번 읽었지만, 삼대는 1/3 정도 읽다가는 팽개쳐버렸다. 

도대체 이런 소설을 왜 아이들에게 가르친다는 말인가. 아무리 남한의 1930년대 작가들의 층위가 약하다 하더라도, 왜 염상섭인지... 웃기는 짜장이다.  

그리고 분명히 읽었던 이광수의 '무정'을 요즘 수업하고 있지만, 24년 전 대학교 1학년때 읽었던 무정의 주인공조차 내 머릿속엔 남아있지 않다. 문학개론 수업의 과제로 무정을 읽었고, 서울서 이사할 때 그 책을 버린 기억은 남아있는데 말이다. 

그렇지만, 작가 피에르 바야르는 책을 다 읽지 못한 것에 대하여, 또는 잊어버린 것에 대하여 부끄럽게 생각할 것 없다고, 당당하게 말하라고 한다.
자기 생각을 당당하게 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리뷰쓰기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책을 비평하듯이 서너 번 읽고 리뷰를 쓰는 일은 전혀 없다.
나름대로 좋은 책이라 생각하는 것은, 연습장에 맘에 드는 구절들을 메모해 두었다가 리뷰를 작성할 때 참고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읽고 나서는 나의 '인상'을 비평 형식으로 몇 자 끄적거릴 따름이다. 

머리가 그닥 썩지 않아서 아직 읽은 책을 두 번 읽은 책은 한 권밖에 없지만, 같은 책을 세 번 샀다는 어느 선생님처럼... 나도 내 머리를 믿지 못할 날이 곧 올 것이다.
읽은 적 없는 책... 그 범위에 드는 다양한 비독서에 대하여, 이제 좀더 뻔뻔스러워져야 하겠다.
어차피 모조리 기억할 수 없을 바에야... 지나친 부채감을 가질 필요야 없지 않겠냐. 

이 책을 읽지 않았지만, 이 글을 읽는 이들이라도 즐겁게 자기 생각들을 쓸 수 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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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작가를 위한 창작 노트 아동청소년문학도서관 5
손연자 외 지음, 신형건 엮음 / 푸른책들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동화, 동시, 청소년 소설 등을 쓰는 작가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들의 글과 인터뷰를 통하여, 글을 쓰는 일은 어떤 것인지를 상세히 담고 있어서 작가 지망생들에게 반가운 책이 될 듯 싶다. 

이 책에서 내가 가장 기쁘게 읽었던 것은...
작가들이 서로의 책에 비평을 가하면서 편지글을 주고 받은 부분이다.
편지를 쓰고 부친 다음, 답장이 오기를 기다리던 우리의 마음은 이제 어디로 가버린 것인지... 

그 섬세한 작가들의 감성이 묻어나는 편지글을 읽는 일은,
마치 연애 편지라도 받아서 조용한 벤치라도 찾아 읽는 일처럼 즐거운 마음이 드는 일이었다.
김하늬에게 보낸 한정기의 편지글은 몇 번 읽어도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드는 글이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동화읽는 가족에 실렸던 것들을 편집하여 책으로 낸 것인데... 작가를 꿈꾸는 청소년이나 성인들, 특히 아이들에게 읽을 거리를 제공하려는 동화 작가, 동시 작가들에게는 더할 나위없이 반가운 책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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