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머무는 도시 그 깊은 이야기>를 리뷰해주세요.
시간이 머무는 도시 그 깊은 이야기 - 역사도시, 이희수 교수의 세계 도시 견문록
이희수 지음 / 바다출판사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9.11 이후로 유명해진 이희수 교수.
9.11을 우사(USA)인들은 비극이라 할지 몰라도, 세계 문명사에서 본다면, 이슬람 문화를 널리 알리게 된 계기가 아니었나 싶다. 한국에서도 그 이후 이슬람에 대한 서적들이 봇물 터졌으니 말이다. 

이 책의 표지엔 아름다운 돔들과 사막과 아라베스크 문양들이 가득차 있다.
비쩍 마른 낙타 한 녀석이 '그 깊은'과 '이야기'의 날줄, 씨줄 사이를 유유히 걷고 있다.
이 녀석은 마치 시간의 흐름을 입체적으로 드리운 동심원처럼 보이는 사막의 모래 물결 위를 멀미도 하지 않는 것처럼 슬몃 타고 오른다. 멋지다. 

이 책을 기행문으로 점수를 매기라면, 글쎄, 별로다.
기행문은 여행자가 느낀 감상을 주로 드러내 줘야 감칠맛이 나는데, 이희수는 그런 수다쟁이 여행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감칠맛나는 수다를 기대하는 이라면, 바람의 딸이란 여자를 찾기 바란다.
이희수는 바람의 친구다.
이희수의 이야기는 정감보다는 주지적이다.
고딩 시절, 시가 주지적이니 주정적이니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더랬는데,
딱, 이희수의 기행문이 주지적이다. 써야할 것들을 또박또박 쓰고 있지만, 헤프게 자기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역사면 역사, 문화면 문화가 있어야 할 자리에 꼬박꼬박 있다. 그렇다고 도판이 후지거나 조잡스럽지도 않다. 그렇지만... 내가 별을 하나 뺀 데는 심심한 이유가 있다.
그 심심함은 깊고 깊은이 아닌... 그냥 심심해서 ㅎㅎ
역사 도시들이 너무 낱낱이 따로 놀아서, 책 전체가 하나로 묶이지 않는 아쉬움이 나의 심심함이다. 

전체적으로 이슬람의 문화를 보여주는 그룹들이 많아서 개인적으로 반가웠다.
그리고, 그의 여행지들이 현대의 제1세계, 부유한 그룹들을 슬쩍 벗어난, 그렇다고 한참 개발에 목줄을 매는 그런 곳도 아닌, 수천 년의 역사의 침전물들을 그대로 안고 있으면서도 왠지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그런 곳들을 소개해 주는 그의 글들이 한편한편 아름답고 빛난다. 그런 면에서 반갑다. 어찌 보면, 그의 소개는 류시화 처럼, 반편만 보여주는 등신인지도 모르겠다.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하는 민족은 그 역사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160)
아우슈비츠에서 읽은 이 글귀를... 마음 아프게 새긴다.
이 민족은 수천 년의 역사에서 수천 번의 침략을 당했다.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한 민족의 비애 아닐까... 되풀이되는 아픔을... 

그 아픔은... 아직도 멕시코 인으로 불리길 싫어하는 마야인들과, 금방이라도 굴러떨어질 것 같은 쿠쿨칸 피라미드를 보면서, 전통 민속 공연을 팔아 먹고 사는 잉카를 보면서... 그들의 역사도 오버랩되어 슬픔이 밀물진다. 

한 손에는 코란, 한 손에는 칼... 이라고 선전하던 이슬람을... <관용과 다문화 공존의 정신>으로 보여주는 이란의 이스파한... 예전에 읽은 베니스의 개성 상인에 등장하던 도시 이스파한... 거기 한 번 꼭 가 보고 싶단 생각이 든다. 128쪽같은 아름다운 입체로 천장을 꾸밀 줄 아는 예술가들이 살았던 도시라면... 꼭 보고 싶다. 

터키의 '세마'라는 회전춤도 기억에 남는다. 내가 좋아하는 잘랄루딘 루미의 이야기를 터키를 통해 듣는 일도 즐거운 일이었다. 

모스크, 아라베스크... 알함브라... 이런 단어들을 슬몃슬몃 듣고 지나가는 일들만으로도 이 책을 읽는 일은 즐거운 일이었다. 물론 이희수가 들려주는 이슬람의 역사에 대한 애틋함을 깊이 새기면서 읽는 나였기에 좀더 아련하게 들리는 이야깃소리 사이로 짙은 피비린내를 맡곤 하면서 책갈피를 넘기는 시간들이 두렵기도 하긴 했지만... 

유명짜한 도시에 대한 여행 정보들을 얻기 위한 기행문을 기대하신 분이라면, 아쉽게도 별것 아닌 문화 정보에 한탄을 내뱉을 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알라딘에서 서평단 도서로 받은 것인데... (마음이 머무는 도시, 그 매혹 이야기, 문화 도시 -랑 함께 보내주지 않은 점 조금 아쉽다.) 

이 책의 좋은 점은 위에 많이 적었다. 

이 책을 권해주고 싶은 이... 이슬람 문화, 아라베스크의 아름다움을 흠뻑 느끼고 싶은 사람. 기행문을 좋아하는 이. 중세의 이슬람을 읽고 싶은 사람들... 

이 책과 함께 읽으면 좋을 책... 이희수의 이슬람 문화...  

이 책에서 좋은 대목도 위에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상의 발견 - 철학자 김용석의 유쾌한 세상 관찰
김용석 지음 / 푸른숲 / 2002년 7월
평점 :
품절


김용석의 글들을 참 좋아하는데, 그의 글에선 가식이 묻어나지 않아 그런 듯 싶다.
이 책을 옆에 놓아두고, 다른 책을 뒤적거리고 있는데(사실은 어젯밤에 더 중요한 일이 있었지만, 맘 속으로만 계속 공그르고 있으면서 다른 책들을 읽었다. 나의 더러운 독서 습관이다. ㅠㅜ)
아들이 이 책 표지를 보더니,
"어, 저 아저씨, 이명박 닮았다." 그랬다. ㅍㅎㅎㅎ
김용석 선생님, 지성합미다. ㅠㅜ 

이 책은 이미 나온 지 꽤 된 것이었다. 7년 전.
그런데, 일상 속에서 발견한 것들이, 그가 로마에서 살다 온 신선한 눈으로 본 것들이어서인지 꽤나 의미심장하다.
짧은 글들을 통해서 한국인들의 내면을 한국인 아닌 시각으로 객관적인 메스를 들이대는 해부학적 재미가 있고,
그렇지만 외피만을 훑어대는 미녀들의 수다 식이 아니라, 한국인들의 역사에서 우러나온 혈액 속의 전통까지 꿰뚫는 생리학적 재미까지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글들이 짧으니 오랜 시간 걸려 읽을 것도 없어 즐겁고,
짧은 글들 속에서 그야말로 철학의 정수(뭐, 철학이 별건가,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실천이성비판, 판단력비판만 외우면 철학이지 ㅋㅋ 뭘 어떻게 생각하고, 실제로 어떻게 사는지, 그리고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활자도 크게 ㅋㅋ 강조해 두었기 때문에 재미있고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시간이 없어서 미치겠는 사람은, 후루룩 넘기다가 11포인트 속의 13포인트 글자를 찾아 읽으면 될 것이다. ㅎㅎㅎ  

폰맨과 건맨은 사납다. ㅋㅋ

문명의 시대에도 인간이 야성을 유지해야 할 부분은 바로 오관이다. 오관이 야성적 민감함을 유지해야 인생이 즐겁다.(43)  

지혜의 진정한 가치는 문제의 해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예방에...
청진기... 이걸로 인간성 검사부터 해 볼까?
회전문... 맨날 닫혀있다. 열림, 환대는 없이 인간을 박대하는 넘.  

관심이 있어야 관찰이 따라온다. 즉 마음을 열어두고 있어야 성실하게 살펴보게 된다.(97) 

안전불감증? 피로회복제? 부패공화국?... 불안전 불감증, 활력 회복제, 양심 공화국이라야지. 

수명 연장의 시대... 150까지 살게 될 두려움을 느낌은 나와 같다. 나는 꼭 70만 살면 좋겠다.
재수 없어 100까지 산다면... 우씨... 맨날 아프면서 오래 사는 거 나도 싫다.  

여성 단독 앵커... 여권 신장 운동은 전략적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찌든 때를 무턱대고 문지른다고 벗겨지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처럼 기득권이란 것이 사회의 문신처럼 한번 새겨지면 끝장인 곳에서 타파 전략을 말하는 것 자체가 비아냥거림의 대상이 될는지도... (131)  선생님, 선생님이 그러시면... ㅠㅜ 

안티는 단절이 아니다. 능숙한 사회관계를 위한 시도이며, 앙심품고 증오를 폭발시키는 행위가 아니라 성숙한 문화의 형태다. (171)... 개콘의 왕비호... 쥐박아, 너 개콘 보냐? 왕비호, 얼마나 이쁘냐. 대놓고 풍자하는 것. 증오가 아니라, 현실을 그대로 말하는 것. 그게 안티처럼 보이지만,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 웃음도 나오고 발전도 있잖겠냐.  

획일성의 억압보다는 차라리 다양성의 복잡함이 낫다. 억압의 폭력보다는 복잡의 혼란이 낫다.(179)... 글쎄, 한국인들이 여기 동의하려면... 얼마나 지나야 할까. 내가 일개 학생부장으로서 획일성의 억압을 얼마나 누그러뜨릴 수 있을지... 휴  =3=3=3(179) 

고층 아파트와 대형 매장이 굵은 뼈라면 가게가 있는 동네와 노천 시장은 물렁뼈와 같다. 물렁뼈가 없으면 굵은 뼈도 원활하게 기능할 수 없다.(214) 아, 참신한 표현이다. 굵은 뼈와 물렁뼈... 근데, ㅋㅋ 단단한 뼈와 물렁뼈가 상대어가 아닐는지요.  

무한 경쟁의 시대를 사는 이 땅의 아들딸들에게 밥이 생존의 얼굴이라면 술은 실존의 가면이다.(229) 아, 술은 실존의 가면이라... 젠장. 맥주 한 잔 땡기는 발언이군.

문화에 공짜는 없다. 문화를 위한 세심한 배려가 문화를 키운다. (246)
그렇다. 황순원의 죽음은 뉴스 맨 끄트머리에 조그맣게... 이건희가 죽는다면... 된장! 버럭! 뷁#$%
엊그제 점심 시간에 오카리나 연주단을 숲속에 불러 숲속 음악회를 열어 준 우리 연구부장 샘은 참 대단한 분이다. 그 30분을 위하여 노력하신 며칠간 없는 머리칼 더 빠졌으리라...  

훌륭한 정치인에게 정치를 맡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를 지속적으로 감시하는 것. 칼 포퍼... 개개인이 정치 현상을 주시하는 것은 자신의 삶을 위해 필수적이다. 그것은 정치 권력이 폭력으로 전환할 가능성을 줄이는 일이다.(262) 육시럴... 그래서 미디어법이란 걸 만들려는 넘들을 지속적으로 감시하는, 정치 현상을 주시하는, 그래서 폭력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엄청 많음을 알리려는... 일이 중요하다고... 휴=3=3 

이 책엔 좋은 말들이 참으로 많아서, 내 말보담은, 옮겨 둠이 정석이다.
좋은 책엔 한심한 리뷰가 최고의 리뷰다. ㅎㅎㅎ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돌이 2009-04-13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옮겨온 글들을 읽으며 읽고싶다는 생각을 절로 들게 하셨으니 훌륭한 리뷰지요. ^^

글샘 2009-04-13 00:57   좋아요 0 | URL
저는 님의 글에 댓글달고. ㅎㅎㅎ
음... 훌륭한 리뷰라... ㅋㅋ
역시 한심한 리뷰가 최고의 리뷰다. ㅎㅎ

근데, 김용석 리뷰엔 아프님이 맨 먼저 낚여야 순선데. ㅋㅋ

바람돌이 2009-04-13 01:06   좋아요 0 | URL
아프님 주무시나봐요. 오늘 안보이시네요. ㅎㅎ
아님 주무시다 좀 있다 깨실려나? ^^
 
옛 소설에 빠지다 - 금오신화에서 호질까지 맛있게 읽기
조혜란 지음 / 마음산책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고전 소설은 모름지기... 이렇게 읽어야 한다. 

그런데,
유치원 시절엔 열 페이지 정도로 얄팍한 줄거리만 추린 <어린이용 동화>로 고전을 만나고,
초딩 시절엔 또 원문과 거리가 먼 고전을 접한다.
그러다가 중학교 입학하면서부터,
구어체로 되어있긴 하지만, 옛말이 살아 있어서 알아먹지도 못할 고전 소설들을 교과서에 실어 두고는, 그걸 가르친다.  

쳇, 고전 소설 입맛 버릴 수밖에... 

그러다가, 웬걸, 고딩 교과서 정도 되면, 내가 젤 싫어하는 정철의 관동 별곡 같은 거나 기미독립선언서 같은 거 실어 두고 심술을 부린다. 

고전을 실으려면, 적어도 이렇게,
야, 한 번 읽어 봐.
고전이 얼마나 맛있는 건지 알기나 해?
맛을 보려면, 일단 이걸 읽고, 담에 자세히 읽어 보렴~ 

이런 투로 꾀는 단계가 필요한 것이다. 

이 책의 열 두편의 소설들은 그닥 익숙한 것들은 아니다.
일반 독자들에게 익숙한 소설들은 '춘향전, 심청전, 흥부전, 토끼전' 등의 판소리계 소설이거나, 장화홍련전, 콩쥐팥쥐 등의 이야기 정도일텐데...
여기 나오는 윤지경전, 김영철전, 오유란전 등은 문제집에서나 가끔 만날 수 있는 것들이다. 

독서 평설이란 좋은 책이 있다.
이 책은 그야말로 고등학생이상, 일반인들에게도 다이제스트 독서를 제공하는 훌륭한 책이다.
이 책을 읽고 아, 읽고 싶다... 하는 책들이 있어서 읽어보게 된다면,
그 사람을 독서의 길로 제대로 안내하는 책이 될 수도 있다. 

나는 독서 평설을 아이들에게 외치고 다니다가, 올해는 급기야 수업에 써먹기로 했다.
고2 학생들에게 독서 평설 읽는 수업을 접목시키는 것은 그야말로 훌륭한 선생님 되는 지름길인 것인데... 사실은, 바쁘다는 핑계로 아직 1번밖에 못하고 말았다. 그것도 엉뚱한 기회에...
5월부텀은 아이들에게 좋은 자료를 가득 주는 훌륭한 선생님이 될 것을, 이 책을 읽으며 다짐, 또 다짐한다. 

소설의 줄거리를 최대한 자세하게 현대어로 살려 적어 둔 다음,
필자의 해설(천천히 읽기)이 잇따른다.
해설까지 읽고 나면, 소설읽은 맛이 촘촘하게 느껴지는데,
한 장면을 떼어 내서 원문과 현대역으로 맛보게 한다. (깊이 보기)
이 대목은 그야말로 찐빵의 '앙꼬(팥소)'에 해당한다. 
그리고... 더 읽어보고 싶은 책을 소개해 주는데(넓게 읽기) 그저 제목만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책의 대강에 대해서도 찬찬히 집어주는 성실함을 보여 준다.  

이왕, 고딩들을 위하여, 또는 일반인을 위하여 이 책을 집필하시는 김에, 조금 더 인심을 쓰셨다면... ㅋ 시중에 출판된 책들에 대해서도 좀 소개를 해두는 건 어땠을까 하는 욕심이 나긴 하지만... 뭐, 이 정도면 별 다섯 개 듬뿍 주는데 전혀 부끄럽지 않다. 

독서 평설에 실린 이런 글들을 차근차근 정리하여 책으로 알리는 작업도 훌륭한 독서 교육의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한다.  

전공과도 얽혀 재미있고 유익하게 읽었다.
고등학생 정도가 시험 마치고 또는 방학을 이용하여 하루 한 편 정도씩 읽는 일도 좋겠다.
아, 동아리 활동 같은 것이 있으면 그럴 때 읽어도 좋겠고...
역사나 사회란 것은 이런 책들로 하여금 깊이있게 공부할 수 있는 것이니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라지지 않는 노래 푸른도서관 30
배봉기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부활절날(이스터 섬은 부활절에서 나온 이름이다.), 이스터 섬을 읽다. 

푸르름이 지쳐버릴 듯한 남태평양의 이스터 섬.
거기 서있는 슬픈 눈의 거인들의 상은 상상력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작가 배봉기는 거석 문화 속에 숨은 슬픈 역사를 상상 속에서 활짝 펼쳐 두었다. 

왜 모아이들의 슬픈 거석들은 바다를 향하여 우울한, 또는 뭔가를 끊임없이 기다리는 표정으로 거기 서 있었는지를... 그저 불가사의... 넉 자로 내버려 두지 않기 위하여 작가의 마음 속에 푸른 상상력을 펼쳤다. 

분노와 증오는 무너뜨리는 힘이지, 세우지 못한다. (181)

모아이의 슬픈 표정 속에서 작가가 읽어낸 것은 이런 것 아닐까? 

평화롭던 작은 섬에서, 서로를 무너뜨리기 위하여 지배를 표상하기 위하여 세웠던 석상과, 그것을 쓰러뜨리려던 노력의 아쉬운 말미... 

청소년들에게 이 좁은 땅을 벗어난 시원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새로움을 맛볼 수 있는 책이다.
그리고, 남을 짓밟고 올라 서 보겠가는 하찮은 욕심이 얼마나 무서운 결말을 빚는지, 곱씹어 보게 하는 책. 

초등 고학년부터 중학생 정도라면 재미있게 읽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디어 모노폴리
벤 H. 바그디키언 지음, 정연구.송정은 옮김 / 프로메테우스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미디어 모노폴리...는 원 제목이 새로운 미디어 모노폴리다.
모노폴리는 하나의 소리를 내는, 단성적인... 이런 용어인데, 미디어가 한 목소리만 내는 상황을 뜻한다.  

자, 이제 미디어법의 제정을 꿈꾸는 자들이 진정 원하는 세계는 어떤 세계인지를,
꼭 지옥을 가 봐야 그곳이 어떤 곳인지를 알겠다는 사람은, 한번 이 책을 읽어 보기 바란다.
아마도... 이 책을 다 읽지 않아도, 지옥의 조감도가 활활 떠오를 것이므로... 

아, 1부의 제목. 차이 많은 나라를 위한 차이 없는 미디어...란 제목을 보고,
캬, 어쩜 이렇게 멋진 제목을 붙였냐... 하고 감탄하다가,
곧, 우씨, 잘 사는 넘들이 더욱 잘 살기 위해서, 미디어를 정복하려는 추태를 눈앞에서 보고 있어야 하는 현실이 가슴 아프기만 하다. 

이 정권은 3권 분립을 해체해버렸다. 국회는 정부의 앞잡이이며, 사법부는 꼬붕이 되었다.
거의 기독교와 행정부의 일체화, 제정일치 시대를 방불케 한다.
이에 알맞는 미디어의 모습이라면, 당연히, 조중동이 중심이 된 방송 세계라야 한다.
그리고, 정연주를 내쫓은 한국방송, 피디를 구속한 엠비씨 작살, 와이티엔 구본홍 사수...
곧이어 미디어 법을 통한 조중동의 찬란한 방송 장악 씨나리오... 뭐, 광주 학살이라도 펼칠 거냐?  

1983년 미국 전역을 지배하는 미디어 회사가 50개였는데, 20년도 채 안 되는 동안 5개로 줄어들었다.
그 5대 기업이 뉴스, 라디오, 테비, 잡지, 도서, 영화를 모두 석권한다. 무서운 일이다. 

그 결과는 미국 정부가 행하는 온갖 악행이 가려진다.
국민들은 판단의 근거를 잃어버린다. 간혹 촘스키나 하워드 진같은 진보주의자의 목소리도 들리지만, 미디어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늘 미국의 정의 이야기이고, 이슬람에 대한 분노의 이야기다.
미국인들은 깜짝 놀란다. 9.11에 대하여...
"도대체, 그들은 왜 그러지?" 
"도대체 왜 우리를 미워하는 거야?"(150)

군산복합체 국가로서의 우사(USA)가 늘상 수행하는 추잡한 전쟁.
거기엔 피할 수 없는 거짓말과 속임수, 그리고 건망증을 위한 보도가 따른다. 무섭다.
하워드 진의 <미국 민중사>를 읽으며 몸서리치던 것이 새삼 떠오른다.
더욱 많은 이들이 미국 민중사를 읽어 보기 바란다.   

소수 힘 있는 글로벌 기업이 대중 정보를 통제하려고 하는 시도는 미디어가 자신의 이윤 극대화를 가로막을 수 있는 뉴스를 생략하게 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며 이를 통해 민주주의는 약화된다.
이것이 이 책의 주제다. 청와대에서 강호순 엽기 선정적 방송으로 용산 참사 방송을 막은 짓도 뭐, 유사한 행위라 볼 수 있다. 

문제는... 이런 미디어들의 통제에 의하여, 국민들은 알 기회를 놓치게 되고, 아니 오히려 정부가 저지르는 잘못에 대하여 잘하는 일로 착각하게 되며, 결국 투표를 엉터리로 하여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결과를 낳는 다는 데 있는 것이다. 무섭고 무서운 일이다. 

이 정권이 저지르는 막장 정부로서의 행태에 대하여, 무지한 국민이 뽑았으니, 당해도 싸다...는 의견을 내세워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국민들은 IMF 이후로 경제적 파산의 공포에 싸여 있었고, 이것을 이용한 언론플레이가 국민의 정부, 참여 정부의 역할을 축소시켜 버렸다. 결국 괴물 정권을 탄생시킨 것은 '국민의 손'이었고, 제 목에 칼을 들이대는 것도 바로 '제 손'이 되어버린 셈이다. 무지한 민주주의는 몽테뉴가 걱정했던 대로... <머리가 없이> 손발이 고생하는 결과를 낳게 되기도 하는 것이다. 이 무지함을 조장하는 것이 바로 <미디어 모노폴리>다. 

갈수록 광고주(대기업)의 부패는 포착이 어렵도록 미화되고 감추어진다.
모든 기업인은 선하며, 모든 다툼은 인간적이고, 기업인은 대단하다. 성직자는 완벽하며, 시가를 피우는 자들은 관대하고 우아하며 건강하고 젊다. 미디어에 비치는 미국인의 생활 방식은 비판의 여지가 없다.(328) 

새해가 왔건만 기류는 변하지 않았고, 봄은 왔건만 아직 날은 춥기만 하다.(이거 뭐, 낮엔 한여름인데...) 

용산에서의 참사에 대한 일언 반구 사과도 없이, 미디어법은 잠시 미루어졌을 뿐, 정부가 두려워하는 봄이 다시 돌아왔다. 잔인한 사월.
4.19의 총소리가 채 가시기도 전에,
4.13 호헌 선언으로 6월 항쟁을 촉발했던 87년의 봄이 떠오른다.
작년 4월도 찬연한 꽃들의 웃음 사이로, 잠좀 자자, 밥좀 먹자던 여중생, 여고생들의 귀여운 피켓으로 꽃무리졌더랬다. 

미디어 법의 미래가 진실로 궁금하실 양이면, 이 책을 반의 반의 반만 읽어 봐도 충분할 것이다. 

이 책은 프로메테우스의 편집자님께서 보내주신 책인데, 바쁘다는 핑계로 조금씩 읽다 이제서야 리뷰를 올리게 되었다. 좋은 책을 고맙게 읽었다. 

이 책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미국 민중사 1,2를 모두 읽어 보시면 좋겠고,
한홍구의 대한민국사와 이번에 나온 <특강>도 읽어 보시면 좋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pw0607 2009-09-22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저도 나중에 미국 민중사를 한번 읽어봐야겠군요. 참 많은 책을 참 열심히 읽어주시는 글샘님 같은 분 때문에 오늘도 즐거운 마음으로, 한편으론 두려운 마음으로 편집을 합니다. ^^

글샘 2009-09-22 13:11   좋아요 0 | URL
즐거워서 읽는걸... 뭐 두려워 하실 것 까지야... ^^ 좋은 책 많이 만들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