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군화 잭 런던 걸작선 3
잭 런던 지음, 곽영미 옮김 / 궁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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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대학을 졸업하고 발령을 받아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틈틈이 읽던 기억이 나는 책이다.
주인공 이름이 큰바위얼굴과 같은 어니스트였고... 공산주의 운동의 미래는 형제인류애시대이며... 예전의 도둑질 같은 것을 설명해야 하는 발전된 사회를 꿈꾸는 몽상적 사회주의자 잭런던의 소설. 

마흔 살에 스스로 목숨을 놓아버린 그를 생각하면, 역시 내가 살고있는 삶은 '부록'이다.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그 당시엔 놓쳐버린 것들이 심장을 찌른다.
과두지배계급의 행태는 너무도 정확한 예측이다.
과두지배계급의 이런 고차원적인 도덕적 정의감에 대해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것이 강철군화의 힘이었는데도 우리의 많은 동지들은 그것을 좀처럼 깨닫지 못하거나 깨닫기를 싫어했다.(312) 

과두지배계급이란... 산업과 정치와 자본이 똘똘뭉친 지금의 미국을 이끌어가는 '은밀한 세력'같은 이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소수의 가진자들이 미디어 등을 독점하여 자신들의 <정의>를 유포시키는 것. 

아, 9.11 일어나고, 그것이 자작극이란 필름을 보았을 때, 그들의 행태가 정말 두려운 것임을 느꼈는데, 이 소설은 1세기 뒤의 일들을 너무도 정확하게 그린다. 

이 과두지배계급을 움직이는 최고 추진력은 자신들이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믿음이다... 모든 것을 인정하라.(313)
요지는... 오늘날 과두 지배체제의 힘은 자기 자신이 옳다는 자기 만족적 이해에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들에게 복지란... 게으른 자들에게 적선해서 나쁜 버릇을 들이는 것일테고... 예산 삭감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님께서는 장애인 어린이가 불쌍해 죽을 지경일 것이다.  

전문직 종사자에 대한 그의 시선도 냉철하다.(172)
교수들, 전도사들, 편집자들도 하나같이 부호계급에 봉사함으로써 그 일자리를 붙들고 있고, 그들의 일은 부호계급에 해가 없거나 부호계급을 칭송하는 사상만을 선전하는 것. 여론을 조성하여 국가의 사고 폭을 정하는 곳이 언론, 종교계, 대학... 예술가들은 부호계급의 조악한 취미에나 영합할 뿐... 

그리고 자본주의의 잉여와 세계화의 구도를 그는 이미 100년 전에 짚어내고 있다.  자본주의의 끝은 늘 잉여와 더 작은 나라에 대한 위협... 의 연쇄 고리...

자선이란 궤양에다 습포를 대는 것이란 표현은 참 무섭지만 적확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208)
가진자들의 자선이란 것이 얼마나 악어의 눈물에 속하는 것인지... 상채기는 햇볕을 쬐어야 낫는 법이지, 거기 습포제를 붙이면 당장의 고통은 줄일지 몰라도... 상처를 덧내는 길이 되는 걸... 

화학적 혼합이 기계적 혼합보다 낫다.(249)는 어니스트의 말은...
작은 사건들이 누적적으로 일어나는 기계적 혼합보다는 혁명적 시기가 도래하는 것을 화학적 혼합으로 비유한 느낌이 많다. 그의 이야기들은 세계를 조금 낫게 하자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치유하자는, 변혁하자는 그것이기 때문이다. 

잭 런던의 강철 군화는 100여년 전의 시선으로 현대를 바라보는 냉철한 이성의 힘을 느끼게 하는 독서 경험을 제공한다. 물론, 그의 철학적 소회를 드러낸 이 소설이(정말 소설다운 것은 7세기 후의 상황을 상정한 것일 뿐, 그리고 그의 미래에 대한 무지막지한 낙관) 소설로서 흥미를 느끼게 할 수는 있어도, 성공적인 결말에 이르지는 못하고 있다는 것은 이 소설의 가장 큰 약점으로 보인다. 

홉스 봄이 20세기를 '폭력의 시대'라고 정의하면서, 강대국의 세계대전이 사라진 후에도 끝없는 내전으로 약소국들은 쫓겨다니며, 전투원들이 대부분 죽었던 1차대전에 비하면, 민간인의 사상을 60%까지 올린 2차대전, 그리고 현대의 전투는 90% 이상의 민간인을 해치는 무자비한 시대라고 하였다.  

잭 런던의 이야기는 무자비한 자본주의의 추악한 모습을 그리는 데도 형상화에 그닥 성공하고 있지 못하고, 시카고 코뮨 이후의 프롤레타리아들의 맹목적인 모습에서도 민중과 인류에 대한 믿음을 밝게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7세기를 건너뛰어 인류형제애시대가 도래했음을 이야기하는 것은 좀 당황스런 결말로 보인다. 

이 당황스런 결말을 채워주고 있는 책이 홉스 봄의 <폭력의 시대>가 아닐까 한다.
두고두고 고전으로 남을 잭 런던의 <강철 군화>를 자본주의의 횡포, 그리고 그 극복에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 권해 주고 싶다. 좀더 세밀한 미래에 대한 전망을 세우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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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책읽기 2009-04-22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쉬 글샘의 션한 글발 잘 읽고 감다. 홉의 봄의 <폭력의 시대>를 찾아봐야겠군요. 흠흠...샘의 독서 내공과 글쓰기 내공을 쫓다가 숨이 턱턱 막힐 듯하오이다.

글샘 2009-04-23 16:51   좋아요 0 | URL
뭐, 숨막히실 거야 없습니다. 요즘 시험기간이라 시간이 좀 날 따름이지요.
책을 읽으면서, 참 미래를 잘도 그리고 있단 생각을 했답니다.
 
<스타는 미쳤다>를 리뷰해주세요.
스타는 미쳤다 - 성격장애와 매력에 대한 정신분석 리포트
보르빈 반델로 지음, 엄양선 옮김 / 지안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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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땅을 치는 소리를 나는 참 좋아한다.
요즘 오랜동안 가뭄이었는데, <우리가 물이 되어 흐른다면...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를 가르친 보람이 있었는지, 오랜만에 봄비님께서 내리셨다.
그것도 땅바닥을 후리치는 소리를 들려 주시면서... 

이렇게 추적추적 비라도 우울히 내리는 날이면,
퇴근 시간 출출한 속을 빌미로 선수를 모집하게 마련이건만...
요즘엔 그런 일도 드물다.
그 이유는 1. 학교에 젊은 교사가 드물다. 2. 학교에 남교사가 드물다. 3. 학교에 술 마시는 사람이 드물다. 이런 모든 이유 때문이다. 결국 아이들에게 나쁜 학교가 되고 만다. 3번은 뭐, 아니지만... 

집에 와서 경건하게 쉬다가 땀좀 빼려고 반신욕을 하면서 집어든 책이 읽다만 이 책이었는데...
결국 맥주 캔 한 잔을 따라놓고, 거기다 조금 남은 잭 다니엘 한 잔을 부어 폭탄주를 혼자서 마시고 있다. (음, 이건 이 책에 따르면 경계성 성격장애의 기미가 보인다. ㅍㅎㅎㅎ) 

나도 잡스런 심리학적 서적도 좀 뒤적거린 사람이지만(직업상 심리학은 안 볼 수 없는 분야다.), 이 책은 뭔가, 중구남방... 정신없는 책이 아닌가 한다.
음, 이 책은 술을 당기게 하는 매력이 있는 게 아닌가 싶다. ㅠㅜ 

몇 개의 챕터로 나누어서, 경계성 성격장애와 그 사례를 재미있게 들고 있는 것까지는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데, 그 뒤의 이야기들은 챕터간의 차별성을 별로 느낄 수 없는 이야기로 이어진다.
이건 뭔가, 연예가 중계를 보고 있는 기분이랄까? 심리학적 소견이란 것은 아주 사소한 부분이고,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음, 전혀 전문가의 소견이 전적으로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쉽게 말하자면, 정신병 전문의의 소견은 순 구라일 수 있다는 것.
그렇지만... 에, 또, 순 구라라고 하긴 좀 그렇다면, 프로이트 선생 말마따나... 이드와 수퍼에고가 진짜 있다는 게 아니고설라무네... 뭐, 상징적인 그런 거라는 이야기로 넘어갈라치면... 좀 전문서적의 품격치곤 많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런데... 책의 가격을 볼 때, 어휴, 만오천원은 좀... 

각설...(음, 각설탕과는 전혀 관계없으며, 화제를 돌릴 때 쓰는 상투어임, 영어로 by the way)
경계성 성격장애란 것은... 학술적인 용어는 전혀 아니라고 하는데...
뭐, 정신병이라고 보기엔 그렇고, 그렇다고 사소한 심리적 문제로 보기엔 또 그렇고,
그래서 경계에 있다고 하는... 그러니깐, 정상과 이상의 경계에... 또 사회와 정신 병원의 경계에... 놓인 그런 거라고 하는데, 그게 그러니깐 참 거시기 한 것이다.
정치 이야기만 나오면 부르르 떨리는 나도 그렇게 본다면, 반식민지 상태의 독재국가에서 자란 우리 세대(386이란 희한한 이름으로 불리는)의 경계선에 놓여 있을 수도 있고,
아무리 생각해도 정상이 아니지만, 어쩔 수 없이 끼게 되는 술자리와, 술자리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도우미(?)를 겪게 되는 이 땅의 <군인 출신 남자들의 마초> 남성들과 살아가야 되는... 그러면서도 그걸 즐기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완전히 마다할 수도 없는... 이런 경계에 사는 인간으로서... 아, 이 책을 읽어야 할 사람들은 정말, 연예인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아무리 실패한 수업을 한다고 해도... 아이들이 나를 무시하고, 폄훼하는 말을 하진 않는다.
어떤 직장인이 실수를 해서 윗사람에게 꾸중을 듣는다손 치더라도, 두고두고 사무치게 되는 일은 흔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웬수같은 놈을 만나면, 지긋지긋하겠지만...
그러나, <인기>라는, <스타>라는 한갓 낙엽만도 못한 이름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은,
그 이름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은 엄청나게 많이 필요한 반면,
드라마 한 회를, 가벼운 한 코너를 마치고 나면,
온 인터넷이 달궈질 정도로 온갖 칭찬과 비난이 오고가는 현실을 생각한다면,
그리고, 더더군다나, 요즘 떠도는 루머처럼 구멍동서 일보 모 사장님같은 돈많고 매너 없는 짐승들을 만나게 되는 이쁘고 젊은 여인네들이라면...
거기다가 결혼 생활까지 걸린 문제라면...
이 특이한 사회(한반도 아랫녘의 이 나라는... 특이하게도 세계에서 가장 최근까지 '노예제'가 남았던 사회이며, 계급제-반상제-가 있었던 사회이고, 공산-자본제, 사회-자유제의 최신식 논쟁 버전이 불티나게 붙어먹던 사회다.) 에서 스---타가 되고 시퍼, 스타가 되고 싶으면, 연락해~~~ 가 유행하던 시절, 젊은 여배우들이 제 목숨을 초개처럼 버리던 그런 나라다.  
그렇다면... 이 책을 나처럼 가벼이 읽을 순 없었을 게다.
철철 눈물을 흘리며, 어떤 색긔한텐가는 저주의 칼날을 갈면서,
민소매처럼, 나, 이수근 지옥 보내고 나도 지옥가겠다는 발언을 선뜻 할지 모른다.
아니, 그 드라마는... 정말 이 시대를 버린 여배우들이 하고픈 말을 대신하고 있는지 모르겠단 생각을 나는 많이 한다.

아, 정말 궁금한 한 가지...
히피같던, 자유를 추구하던, 아니면... 어려서부터 숱하게 고통을 받아오던 이유로... 약물 중독과 자살 충동 등에 빠졌던 이들이... 이 책에 의하자면... 남자들이 더 많을 것으로 사료되오나...
왜 한국에서 자살한 연예인은... 설대나왔다는 뭐, 그이 말곤, 그이야 뭐 사채를 썼다든지... 그렇다더만... 왜 다른 연예인들은 사채도 안 썼는데... 자살들을 했는지... 그리고 한창 결과가 기다려지던 장자연 리스트는 왜 조선일보 앞에서 <조선일보 0사장과 스포츠 조선 0사장>의 구멍동서 사건으로 1인 시위를 하는 정도로 다뤄지면서, 구태의연하게 노무현 건들기 정도로 묻어버리려 하는 치사 빤쓰의 구태를 보이고 있는 것인지...  

아, 마릴린 먼로의 죽음도 모 대통령과 얽혔다는 설도 있다더만...
하기야, 부하의 총에 골로 간 20년 독재자(그넘의 딸년은 아직도 돈도 많아서 짱짱한 것이 난 정말 두렵지만... ㅠㅜ)가 당시 탱탱하던 모 탤런트와 최고 가수 심수봉을 대동하고 놀아나다가 디졌단 이야기야 새롤 것도 없다만... 

스타라서 미쳤을까? 미쳤으니 스타가 됐을까... 살펴보면, 반반이지 싶지만... 개인에 따라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만... 이 책은 아무리 생각해도 종이를 공급한 나무들에 미안한 책이라 생각한다. 

이 책의 좋은 점... 마릴린 먼로, 엘비스 프레슬리, 다이애너 왕세자비, 마이클 잭슨... 아... 최고의 스타들의 추문을 심리학적으로 듣는... 재미가 있다. 

이 책을 읽을 이... 연예가 중계를 빼놓지 않고 보는 분... 심리학 전공 학생들은 글쎄, 심심풀이로 보셈.(아래 댓글로 심리학과 다닌다고 달아주신다면... 보내드릴 수도 있음... 보증 없음) 

이 책과 같이 볼 책... 글쎄, 뭐, 플레이보이나 허슬러는 좀 그렇고... ㅋㅋ 썬데이 서울이랄까... 아무래도 책보다는 선정적인 내용이 많은 <연예가 중계> 쪽... 

이 책에서 재미있는 구절... 제법 있습니다.  

얼마 전부터 대중매체 사이에 붐을 일으키는 '미끼 전략'도 자아도취로 설명할 수 있다.(40)
여기서 미끼는 잘 바진 외모를 가진 여자들이다. 특별한 예술적 능력이나 직업적 성과는 없지만 능숙한 솜씨로 거칠게 남자들을 다루는 덕에 이목을 끌면서 텔레비전이나 언론에 끊임없이 등장한다.(아, 이런 걸 예능이라 하더만... ㅋㅋ 무한도전, 일박이일, 패떳... 이거 뭐, 끝도 없구만)
재주는 없어도 된다. 외모는 빼어나야 하지만 그것만으론 충분치 않다. 어느 정도 특별한 무엇, 성적 매력, 근사한 파티에서 근사한 사람들에 듸어야 하고, 반드시 노래하거나 춤을 추거나 연기를 잘할 필요 없지만, 그래도 텔레비전 쇼에서 돈을 잘 벌 수 있다.(음, 한국 티비는 이거 졸라 좋아해. ㅍㅎㅎㅎ) 

어렸을 때 폭행을 당한 사람들의 뇌를 분석했더니 해마가 작아진 것이 관찰됐다...(118)
(아, 아이들을 패면, 단기기억장치 해마가 파괴되는구나. 어려서 패면 머리가 나빠진다. 그리고 인생을 조진다... 초딩 패는 교사, 보호자는 반드시 사회가 처치해야 하는구나.) 

정답없는 치료제(124)... 시간 그 자체도 약이 된다. 자기 재능을 발견하고 예술적인 활동을 시도... 하는 것은 치유의 효과가 있다.(127)... 근데...(이게 뭐가 과학이지?) 

신체에서 분비되는 마약, 엔도르핀... 명상, 기도 , 요가, 춤, 신앙심... 종교는 아편인겨... 그렇지만... 불안장애, 우울증, 편두통 등은 엔돌핀 효과로 설명된다.(140) 

네버랜드의 마이클잭슨(201)... 최후의 만찬 복제화와... 나를 예수로 부르려는 건 아니다. 내가 겪고 있는 스트레스와 정신적 압박은 예수가 겪었던 것 못지 않다... 

아, 마이클잭슨의 이 한마디가 이 책을 대변한다.
고 최진실에게 이 책을 주고 싶다. 장자연이나 유니같은 가수들에게 이 책을 주고 싶다.
아니, 지금도 죽음을 꿈꾸는 청소년이나, 젊은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 책을 쓴 사람은... 나같은 사람에게 읽으라고 쓰진 않은 것 같다.
이 책을 읽을 사람들은... 정말 죽음에 관심이 많은... 엑스터시와 환멸의 세상에 관심이 많은... 강원도를 향하는 사람들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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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을 넘어 도망친 내시의 아내 국어시간에 고전읽기 (나라말) 102
진재교 지음, 김숙경.김혜리.이영림 그림 / 나라말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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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엔 열 편의 야담 속 이야기, 즉 소품문들이 들어 있다.
조선이란 나라는 근 백여 년에 걸쳐 '유교적 국가의 기틀'을 잡기 위해 온갖 힘을 쓴다.
우선 법적으로 질서를 잡아 <법치국가>가 되었고,
훈민정음이란 문자까지 개발하여 조선 건국의 정당성, 충성과 효도를 이념화하는 데 노력하였다.
(훈민정음으로 만든 최초의 책이 조선 건국 정당성을 이야기한 용비어천가이며,
널리 펼쳐낸 책이, 소학, 삼강행실도, 두시언해 등이다. 왜 이태백 시는 안 가르쳤는지 알 만하다.
아직도 세종이 '어리석은 백성을 불쌍히 여겨' 새로 스물 여덟 글자를 만들었다는 '선언'을 믿는 이는, 모 대통령이 '정치가는 공정하고 깨끗해야 한다.'고 한 말을 믿는 거나 같다.)
성리학을 정립하는 데 이황과 이이 등의 공도 컸다. 

조선 후기, 세계가 좁아 지면서 외국 문물이 들어오고, 자유로운 사상의 폭발이 일어날 즈음,
마치, 최만리가 훈민정음이란 '특이한 현상'을 한자라는 '일반적 사상'을 잣대로 반대했듯이,
소품문 또는 야담이라는 '충효에서 벗어난 이야기'들을 '유교'란 잣대로 폄훼하려 한 것이 정조의 문체반정 같은 사건들이다.
그러나... 인터넷 시대에 미디어법을 만들려는 작자들과 마찬가지로,
바가지로 벼락을 막는 노릇이었던 셈. 

이 책에 실린 열 편의 이야기는 대략 이렇다.
눈을 쓸면서 옥소선을 엿보다 - 평양 감사의 아들과 기생 옥소선의 사랑을 그린 이야기(소설)
그리운 임과 다시 만난 일타홍 - 정승 심희수와 아름다운 기생 일타홍의 사랑
담을 넘어 도망친 내시의 아내 - 내시의 아내와 스님이 맺은 인연
운명처럼 만난 소복입은 여인 - 한 선비가 불길한 운수를 앞에 두고 점을 쳐서 점쟁이가 시킨대로 처신하여 미인도 얻고 과거에도 급제한 이야기
우하형과 죽음까지도 함께한 여종 - 관청에서 종노릇을 하던 천한 신분의 여성이 합리적인 사고로 자기 인생을 치밀하게 설계하고 실천하여 자신이 원하는 남성을 택한 이야기
꽃다운 아내와 재복을 얻은 채생 - 역관 무역으로 부자가 된 김노인이 청상 과부가 된 자기 딸을 위해 몰락한 양반 가문의 채노인 자제 채생과 인연을 맺게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이야기
양반 가문의 청상과부와 인연을 맺은 권생 - 권생의 친구가 이야기를 꾸며 권진사에게 들려주는 방식으로 개가의 문제를 다룸
궁색한 참의 댁 아들, 암행어사 되다 - 몰락 양반 관상의 사건을 통해 관상을 잘 본 것은 아니란 이야기
남편을 스스로 택한 지혜로운 여종 - 대감의 여종이 마음에 드는 배우자를 직접 선택하여 부부가 되고, 마침내 요술 바가지를 얻어 부유하게 되며 신분도 상승한다는 이야기
기생에게 통쾌하게 복수한 갖바치 - 천민 신분으로 갖바치 신세이던 형제가 역관 집 출신으로 주점하는 여성에게 당한 수모를 앙갚음하는 이야기  

아, 이 책의 주인공들로 등장하는 이들은 대부분 여성이다.
그 여성들은 남성 선택에서 적극적이며, 아주 지혜로워서 재미를 주는데...
역시, 조선의 국가 정통성을 보장하는 '유교적 충효'의 질서에 맞지 않은 글들이므로, 주류가 되지 못한 이야기들이다. 그러나, 대통령님의 라디오 방송이 인기를 얻지 못하듯이, 백성에게 이황의 이기론이나 기대승의 사단칠정 같은 허황된 놀음이야 재미가 있겠는가.
기득권자들이 되도 않은 이야기로 취급하는 패러디와 변형들이 글자로 채록되는 것을 조선을 결코 막을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두고두고 전수되는 맛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21세기를 살고 있는 대한민국은 너무 도덕적!이다.(껍데기만 그렇다.)
교과서에선 아직도 충효를 가르치는 소학과, 삼강행실도는 그대로 실려있다.
문학 책엔 두시언해의 우국충정은 여전히 강조된다. 이태백의 개성과 자유로운 영혼은 아직도 치지도외... 창밖의 태백이다.
세상에서 가장 도덕적인 교과서를 가지고 있는 나라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일들은... 후아,
가장 멋진 섹스 산업을 자랑하는 강남의 룸싸롱들과 나이트들은 가히 세계적이지 않을까? 

고전 산문, 특히 소품문에 맛을 들인 바람돌이님이나, 그 책을 읽고 싶어하시는 순오기 님께 강력 추천하는 바이다. 조혜란의 '옛 소설에 빠지다'를 재밌게 읽은 분이라면, 이 책도 일독을 권한다. 

조선 여성들의 멋들어진 지혜를 '베니스의 상인' 이상으로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물론, 고전소설을 읽어야 할 고교생들이라도 읽으면 좋을 책이다.
특히, 아직도 '병신같이 아버지-남편-아들-손자'의 뒤를 따라 살다 죽는 '현모양처'가 삶의 목표인 멍청한 계집애들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

오류 발견 하나
103 설명에선 겉섶으로 잘 쓰고 있으나, 그림 설명에서 겉섭으로 되어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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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엽서 - 세계인의 상상력을 사로잡은 비밀고백 프로젝트 포스트시크릿 북 1
프랭크 워렌 지음, 신현림 옮김 / 크리에디트(Creedit)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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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난 아이디어를 묶어서 책이 되었다.
감추고 있는 비밀을 보여 줘~ 이런 의도로 엽서들을 모아서, 재미난 책이 나왔다.
뭐, 진지하게 삶을 스캔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자기에 대해서, 가족에 대해서, 배우자와 친구에 대해서,
직장 상사에 대해서, 학교와 직장에 대해서...
얼마나 많은 빠큐를 날리며 살고 있는지... 

자기가 가해자가 될 수도 있고, 피해자기 되기도 하지만,
그 비밀을 밝힌다고 해도 용서받지 못할 비밀은 그리 많지 않다.
성적인 것을 수치스럽다고 여겨 드러내놓고 말하지 않는 것도 있을 것이고,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자기도 잘 모르겠는 감정을 사랑한다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고... 

내가 저지른 일 때문에 그는 2년 동안 감옥에 있었다.
구년 더 남았다.
 

이건 정말 지켜져야 할 비밀이었다. 살인나겠다. 

청소년기에 베이비시터를 하던 아이가,
어른들이 집을 비우면 콘돔을 찾아 바늘로 찔렀다는 비밀.
그래서 그 아이는 몇 년 더 베이비시터로 일할 수 있었다고... ㅋ
 

졸업생 대표 연설문을 써달라고
F학점 학생에게 50달러를 지불했다.
내가 아무리 잘 썼어도 그가 쓴 연설문보단 훨씬 못했을 것.
 

현명한 사람이다.
자기보다 못해보이는 사람이라도, 자기보다 재능있는 게 있다면 과감하게 부탁할 줄 아는 사람.
아마, 그는 관리자로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관리자의 가장 큰 능력이, 잠재력을, 가능성을 믿어주는 것이고, 그걸 인정해 주는 거니깐. 

이웃집이 너무 시끄러워 음악 소리를 높였다.
그가 건너오더니 내 10대 아들을 혼냈다.
난 아들을 변호하지 않고 그냥서 있었다.
난 아들을 사랑한다.
그때 비겁했던 것이 미안하다.
이 글을 쓰면서도 눈물을 멈출 수가 없다.
 

이렇게 맘 속에 담아둔 것을 펼쳐내면, 카타르시스를 맛볼 수도 있겠다.
남의 엽서를 읽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시원한데...
나도 한번 엽서를 적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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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리터의 눈물
키토 아야 지음, 한성례 옮김 / 이덴슬리벨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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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수소뇌변성증...
작년 가을, 갑자기 알던 선생님이 휴직을 하셨는데, 비슷한 병을 앓고 계신다.
이제 퇴직 하시고 시골에서 자꾸 말을 안들어가는 몸을 추스르고 계신데... 

고등학교로 진급하는 아야는 꿈많은 여고생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자꾸 넘어지고, 비틀거리며, 급기야는 말도 못 하게 된다. 

건강한 몸을 가지고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야가 그토록 부러워하는 삶을 누리고 있음을 생각하게 해 주는 책이다.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힘들 것 같아하는 아이들에게 징징거리지 말라고 권해주고 싶은 책. 

아야가 눈물을 흘릴 때보다는, 오히려 아야가 용기를 내야지, 하는 대목에서
더 눈물이 흐르는 책이다. 

산다는 건, 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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