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전
김규항 지음 / 돌베개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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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항이 본격적으로 쓴 책으론 처음이란다.
하긴, 전에 나온 책들을 읽으면서, 김규항이 여기저기서 적었던 글들을 짜깁기해서 편 책이어서 좀 실망하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에는, 전적으로 만족이다. 

성경을 읽은 것이 언젠지 모르나, 김규항처럼 눈을 뜨고 읽었던 기억은 없다.
성경에서 예수가 반말을 하는 한국은 예수가 오해되기 가장 좋은 조건을 갖춘 사회(14)라는 말은 신선하게 다가온다. 요즘 예수팔아 먹고 사는 사탄들이 워낙 많아 예수님이 눈물흘리실 판국이지만, 그의 예수전은... 가장 초창기 복음서인 마르코 복음을 통한 예수의 모습을 읽고 풀이한 책이다. 

평화란, 온 세상이 잃어버린 조화를 회복하는 것이다.
억압과 착취와 불평등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유지되는 조용하고 온순한 상태는 평화가 아니라, 
오히려 가장 악랄한 형태의 폭력이다.(66) 

예수가 살았던 시대는 평화로운 시대가 아니었다. 제국과 유랑하는 민족의 갈등이 지극히 심하던 시대. 저항운동이 극에 달한 시대였다. 해석하는 이의 맘대로 평화를 푸는 것은 아전인수의 목적이 있으렷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대다수의 인민들이 자신의 삶이나 계급적 처지에 걸맞은 정당한 의식을 가지고 있다면 세상은 당장 뒤집힐 것. 그래서 지배체제는 언제나 제 가치관을 인민들에게 주입한다. (97) 홍세화 선생 말대로, 계급을 배신하는 의식을 갖도록 의식화시키는 것.
한국 사회의 예수가, 반공 정신만이 전쟁 후의 목숨을 부지하던 시절에 목숨을 부지하는 한 요소로, 예수 믿는 사람은 공산주의자가 아니라는 희한한 등식으로 이땅에 벌겋게 불지핀 것도, 예수의 계급에 걸맞지 않는 의식에 기여하게 된 일말의 스토리가 있다. 
예수는 억압의 사회체제가 피억압자들의 비굴과 무기력에 힘입어 유지된다는 사실을 폭로한다.
인민들은, "저것은 더 이상 성전이 아니다.", "하느님은 저곳에 거하시지 않는다."고 말해야 한다.
천재 감독 이창동은 말했다. <밀양>에서...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사회적 모순이 존재하는 한, 다들 세상이 좋아지고 달라졌다고 해도 어느 한 귀퉁이엔가 인간으로서 위엄을 잃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예수를 좇는 사람은 지배체제와 불화할 수밖에 없다. (256) 지배체제와 불화하지 않으면서, 아무런 오해와 곤경에 처하지 않으면서, 이쪽에서도 칭찬받고 저쪽에서도 존경받으면서, 예수를 좇고 있다 말하는 건 가소로운 일이다... 아, 한반도의 예수님이 교회에서 가가대소를 금치 못하실 노릇이다. 나도 가소롭게 사는 인간의 하나일 뿐이고... 

불의한 사회 현실 속에서 분노와 용서는 늘 균형을 잃곤 한다.
현실에 분노하고 싸우는 사람들은 대개 용서를 모른다.
그래서 많은 경우 증오와 보복의 악순환으로 빠져들어간다.
한편 용서를 말하는 사람들은 분노를 모른다.
그들의 분노없는 용서, 진실과 정의를 가리지 않는 무작정 용서는 불의한 현실을 덮고 그 현실에서 영화를 누리는 세력에게 봉사하게 된다.
예수는 분명히 분노하여 진실과 정의를 가리지만,
끝내 용서함으로써 증오와 보복의 고리를 끊어낸다.(189)
예수를 좇음으로써 삶의 지혜를 얻겠다는 내 얄팍한 생각도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리라. 

봉건 사회에 비하면, 자본주의 사회는 능력과 노력이 사람의 삶을 결정하므로 정당하다고 이야기하기 쉽다. 아니, 한국의 가진자들이 이런 논리를 늘 편다.
그러나, 문제는... 한국의 자본주의가 그런가... 하는 것이다. 평범한 노동자 한 명이 재벌 총수만큼 벌려면 한푼도 안 쓰고 50만년을 모아야 하는... 이것은 능력과 노력의 차이가 아니라 뜯어 고쳐야 할 <악의 구조>다.(161)... 그가 예수를 공부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세상의 구조가 뜯어 고쳐야 할만큼 고장났을 때, 누군가가 혁명가 역할을 맡아야 하는데,
그 혁명가의 모범을 예수에게서 찾고 있는 것이다.
그 혁명가의 생각이란 얼마나 어려운 것이 아니라,
정의를 위하여 분노할 줄 알아야 하고,
승리한 후엔 용서함으로써 보복하지 않을 줄 아는 사랑. 

예수믿고 천국갑시다.
그들을 단지 타락한 교회라고 말하는 건 잘못이다.
그들은 교회의 탈을 스고 하느님 나라와 대적하는 순수한 사탄들이다.(164) ... 더 덧붙일 말이 없다.
그 교회들은 이미 '교회'가 아니라 교회를 가장한 상점, 혹은 기업이라면,
그것은 비판과 개혁의 대상이 아니라 부인의 대상일 뿐이다.
예수가 '그래도 성전인데' 하며 침묵하던 사람들 앞에서 <강도들의 소굴>이라고 외쳤듯,
우리는 '그래도 교회인데'하며 침묵하는 사람들 앞에서 <강도들의 소굴>이라고 외쳐야 한다.(180) 

대개 자유 민주주의로 자본주의를 착각하고, 예수적인 체제로 여기며,
사회주의는 예수와 반대로 생각한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예수의 이웃사랑과 적대적인 사회체제이며,
그 자본주의 체제를 넘어서려는 사회주의의 기본 정신이 예수의 이웃 사랑에 닿아 있는 것.
예수의 이웃 사랑은 '사회주의를 반대하는 어떤 것'이 아닌,
사회주의를 넘어서는 어떤 것이며,
진정한 기독교인은 '선량한 자본주의자'가 아닌, <특별한 사회주의자>여야 한다는 것이 김규항이 이 책을 쓴 소론의 결말이다. (204) 

"선생님, 보십시오. 얼마나 멋진 돌이며 얼마나 멋진 건물입니까!"
"당신은 저 웅장한 건물을 보고 있지요?
그러나 돌 위에 돌 하나도 여기에 남아 있지 않고 허물어질 것입니다."(13:1-2)
성전은 하느님의 거처도 만민이 기도하는 집도 아니며 외세와 결탁해 인민을 억압하고 벗겨 먹는 강도들의 소굴일 뿐이며, 많은 인민들이 그 휘황함에 현혹되어 있기에 예수는 더욱 단호할 수밖에 없다.(212) 아, 더 많은 믿는 자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슬프더라도, 슬픔 속에서 극복해야 할 것을 직시할 수 있도록... 

하느님이 가진 게 많은 사람, 큰 부와 명예 혹은 권력을 가진 사람에게 주목하여 그들을 축복한다는 생각은 인간의 욕망과 그 욕망으로 짜인 세상의 구조와 가치관을 하느님이란 가상의 대상에 <투사>했을 뿐이란 그의 말은 몸서리치게 삶의 정수리를 찌른다.(225) 

꽃들을 보면, 대여섯 장의 꽃잎의 특정한 꽃잎에 특정한 점들이 쿡쿡 찍혀있다. (컴터 사정상 그림이 안 들어가는데, 한번 철쭉 이미지를 찾아 보시라.)
그 점들을 <허니 가이드>라고 하는데, 그 점들은 대개 수술의 위쪽(햇볕이 비치는 쪽) 꽃잎에 자리잡고 있다.
곤충들이 보기에, 허니 가이드는 자외선의 영향으로 번쩍번쩍 빛을 내게 되어있다고 한다.
그래서 꽃들이 한창 에너지를 붉은 빛깔에 쓰고 있을 때, 곤충들이 허니 가이드를 따라 날갯짓을 하면서 꿀을 빨아들이는 동작에 따라 그의 날개와 다리들에 수술에서 꽃가루가 묻어 암술머리에 붙게 된다고 한다. 꽃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수술과 암술들은 한결같이 허니 가이드를 따라 휘영청 구부려져 있다. 

이런 것이 하느님의 섭리일 것이다.
꽃송이 하나도 최선을 다해서 살아나가려는 모습을 보이는 그런 것.
자신의 에너지를 최고로 끌어올려 빛깔에 쓰다가, 일단 가루받이가 끝나면 시들한 색깔로 퇴색되어버리고 씨앗의 성장에 에너지를 모두 쓰는 그런 것. 

인간이 조금 더 가졌다고 뽐내는 것.
조금 부족하다고 얕잡아보는 것.
건강하게 오래 살자고, 가까운 사람들부터 주워 섬기는 것.
<아군>과 <적군>으로 나눠서 아군의 피해가 없기를 바라고, 적군의 멸망을 바라는 그런 것.
이런 것이 자본주의적인 삶이라면,
자본주의야 말로 반자연적인 것이고, 반생태적인 것이고, 반인간적인 것이고, 반하느님적인 것이다. 

예수님의 말씀을, 김규항의 허니 가이드에 따라 그 번득이는 가르침에 따라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꽃가루받이도 일어날 노릇이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씨앗이 영글어 가기도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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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9-05-06 0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규항씨가 본격적으로 쓴 책이 처음이라니 의외네요. 그러고 보니 제가 본 책도 모두 여기저기에 썼던 글들을 모아놨던 것이네요.
부디 한국의 기독교인들이 이런 책을 좀 많이 봐주기를 바라는건 욕심이겠죠?

글샘 2009-05-06 02:44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기독교가 비판의 눈을 감고 있음을, 예수님의 뜻에 어긋나게 살고 있음을 보여주는 책이 이런 책인데요... 별로 안 좋아할 할 듯...
 
<기타노 다케시의 위험한 일본학>을 리뷰해주세요.
기타노 다케시의 위험한 일본학
기타노 다케시 지음, 김영희 옮김 / 씨네21북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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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피와 뼈, 하나비 등으로 한국에서도 제법 봤을 법한 기타오 다케시란 배우가 제멋대로 생각을 펼친다. 

좋았던 시절...
김대중과 노무현은 제일 흔해빠진 개그 성대 모사 대상이었다.
맞습니다. 맞고요... 는 참 따라하기 쉬웠고, 에, 에, 그리고 말임니다이~~ 하는 허스키 보이스도 그럭저럭 시사 만평에 잘 들어가곤 했다. 

다시 쌩~~한 시절이 돌아오고,
쥐와 연관된 모든 개그는 사라지고, 개그에서 정치 풍자는 금지된 모양이다.
세상은 돌고 돈다더니, 참 더러운 시대다.
촛불을 밝힌 지 1주년 되는 행사를 경찰이란 이름의 군홧발로 짓밟고 다시 폭력의 시대를 만나게 한다. 

기타노 다케시의 이야기들은 읽기 불편하다.
그러나... 그는 일본의 우익이고, 우익은 마초 기질이 다분한 보수니까, 그의 이야기가 불편하지만 틀린 것은 아니다. 

일본의 국익을 위하여, 일본은 당당한 국가로 일어서야 하고, 미국에게서 짓눌렸던 과거사를 회복해야 하고, 또 남자 중심의 세상을 희망한다. 뭐, 그런 것이 철학적으로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적어도, 국익이 뭔지는 안다는 점에서, 한국의 어정쩡한 민주당이나 노무현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자국민을 향하여 이명박보다 더한 군홧발을 휘둘렀던 노무현 정권,
국익 운운하면서 이라크 파병을 쉽게도 결정했고, 한미 FTA를 해치우던 정권,
작금의 구속 운운 하는 사태야 힘겨루기의 피해자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나는 국가보안법도 없애지 못하고, 전경제도를 참으로 잘 이용해먹었던 그놈의 참여 정부를 정말 사랑할 수 없다.
그렇게 국회의 전권을 휘두를 수 있도록 국민이 힘을 실어줬건만... 그들이 남겨준 것은...
준비안된 정권의 무기력함을 보여준 것 뿐이었다.
결국, 그들보단 나을 거란 막연한 생각으로... 지금의 후안무치, 안하무인 정권이 탄생하게한 것은 국민이지만, 이명박을 만든 것은 노무현 정권의 무력감이다. 

박정희라는 독재자가 가진 힘이 바로 이런 것이다.
독재자가 필연코 부패의 길을 가야 하지만, 그는 늘 가난한 농부의 아들 이미지를 뒤집어쓰고 막걸리를 마시는 사진을 대한 늬우스에 띄운다. 뭐, 씨바쓰 리갈을 마시다 뒈졌단 소문도 있지만,
아무 것도 아닌... 박공주를 사랑하는 인종들이 바라는 것이 위험한 한국학!이다.
박정희가 몰아붙인 것처럼, 전쟁 이후의 어수선함을 일소하고, 모든 것을 군바리 정신으로 획을 긋는 것. 양아치라는 이름의 재건단을 만들고, 반대 의견은 모조리 학살하는 질서.
그리고, 부수적으로 뒤따랐던 경제 개발과 전두환 시대의 호황... 

한국에서 가장 극우 보수로 치부되는 박근혜를 미는 사람들은 박근혜와 그의 그림자 박통이 <민족적 파시즘>의 모습으로, 다시 말해 적어도 국익은 아는 사람들로... 착각한다. 이휘소를 들여와 핵무기까지 개발하려다 미국의 지령에 의해 제거된 위인으로... 박근혜가 만들어줄 미래가 그런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우리 눈앞에 있는 것은 언제나 다양한 얼굴을 한 '불행'이며, '행복'은 언제나 아주 먼 과거에만 있는 것.(9) 

북한에 대한 그의 생각은 참 간결하다. 그런 나라는 아예 무시하는 것이 최고. (33) 

중국인을 철저하게 바보로 만들어 버리자...(36) 헐~ 

탈선해서 칼도 쥐어 보자. 그러면 전 세계가 경계심을 갖게 될 거다. ... 헌법 9조 개정안... 역시, 우익은 군사력, 핵무장을 좋아하는군... 

여자와 학생의 선거권 박탈, 징병제 실시, 매춘방지 철폐, 도박 허가, 중학교 이상은 사립화, 지방자치 폐지... 소득세는 0... 이거 뭐, 허경영인가? ㅎㅎㅎ 

이 나라에 밝은 미래가 없습니다. 일본국 해산합시다. 캬, 죽인다. (59) 

토양개선 전에 잡초제거부터... 못된 짓 하는 아이들을 감방에 보내잔 이야기다. 뭐, 이런 이야기도 필요하다. 한국 학교처럼, 무조건 학교로... 돌려보내면... 이건 뭐, 쓰레기장이 금세 되어버린다. 

일교조의 교육과 방송, 인스턴트식품이 지금 세대의 문제를 집대성한 것(122)... 뭐, 전교조를 싫어하는 건 여전하군. ㅎㅎ 

이 책의 좋은 점... 글쎄, 제멋대로 떠드는 자유를 허락하는 것. 작금의 개그에 정치 이야기가 전혀 들어가지 못하고, 시사 뉴스도 모두 사라져 버린 것을 생각하면, 자유로운 의사 표현이 좋다. 

이 책과 함께 읽으면 좋을 책... 피와 뼈, 하나비 같은 영화를 함께 보면, 기타노 다케시를 이해하기 좋을 듯...  

이 책을 권하고 싶은 사람... 일본 문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 그리고 국익에 관심이 없는 보수우익도착증 환자들... 자기들이 옳다고 주장하는 뉴롸이트 또라이들...

이 책에서 가장 멋진 구절... 일본과 한국, 대만에서 아시아리그를 만들자. 한국과 대만정도면 규슈나 홋카이도에 원정가는 것과 별 차이 없다. 메이저리그 이동에 비하면 전혀 큰일도 아니다. 응원열기도 오르고, 흥행에도 성공할 것... 이런 생각은 멋지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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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철학, 소소한 일상에게 말을 걸다>를 리뷰해주세요.
유쾌한 철학, 소소한 일상에게 말을 걸다 - 일상에서 찾는 28가지 개념철학
황상윤 지음 / 지성사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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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에서 온 ~~학이란 학문의 앞에는 늘 학문의 대상이 있어왔다.
심리학의 대상은 심리고, 금속공학의 대상은 금속이다.
근데... 철학의 대상은? 역시 철 Fe인가?
농담삼아, 인문대 금속공학과라고도 하지만... 역시 철학은 정의부터 만만하지 않다. 

철학이 다루는 범주를 가지고 대충 철학의 뜻을 두드려 맞추려 하기 십상이지만, 뭐, 지혜에 대한 사랑 어쩌고는 웃기는 짜장으로 뒤범벅이 되기 쉽다. 

내게 칸트가 멋진 이유는... 그가 쓴 책의 제목으로 철학이 다루는 것들을 대략 짐작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결벽증이어서 총각으로 살았다는 대목은 참 밥맛이지만서도... 인간의 인식이 하는 것과, 인간의 실천과, 인간의 판단에 따른 선택까지를 다루는 것이 철학이라면... 나는 만족이다. 

이 책은 철학을 쉽게 접근하려는 시도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가 싶은 구석이 있는데,
뒷부분으로 가면서, 초심을 잃고 어려운 말이 마구 튀어나오는가 하다가, 역사철학에 가서는 좀 억지스런 부분까지도 보이는 것 같아서 별점을 좀 깎게 된다. 

아무래도 좀더 철학에 다가가기 쉬운 면모를 보여주는 이로는 <김용석>교수 같은 분이 한수 위라 생각한다. 작가도 김용석 교수를 좋아하겠지만, 생활 속의 철학, 생활 속의 발견 같은 책이 바로 올바른 철학 에세이가 아닐까 한다. 

이 책의 좋은 점은... 철학을 쉽게 접근하게 해 주는 점이고,
이 책을 권하고 싶은 대상은... 평소에 철학이란 너무 어렵다고 생각했던 사람들, 대학 1학년 1학기에 되도 않은 대학 교수에게서 철학 개론을 졸라 재미없게 배운 사람들... 그리고, 386 세대처럼 철학보다 실천이 앞섰던 사람들... 그래서 철학 하면 헤겔, 마르크스밖에 들어본 게 없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이 책과 함께 읽기를 권하는 책은 아무래도 김용석 선생님의 책, 또는 서경석 선생과 김상봉 선생의 책들처럼 철학과 삶을 넘나드는 책이 좋겠다. 

이 책에서 가장 멋진 대목은... 인간에게 도덕이 있어서 반드시 강요해야 할 '선'이 있다면 그것은 '타인의 삶에 대한 인정'이다. 그리고 반드시 금지해야 할 '악'이 있다면 그것은 '타인의 삶에 대한 인정을 거부하는 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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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족을 소개합니다 - 조금은 달라도 행복한 나의 가족 이야기
이윤진 지음, 하의정 그림 / 초록우체통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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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의 8시 드라마는 9시 뉴스와 연속성때문에 아주 중요하다.
그런데... 그 드라마들의 공통점은... 한결같은 대가족 제도란 건데... 
뭐, 방송사들이 영세한 구멍가게 수준이다 보니, 많은 세트장을 꾸며두고 촬영할 수도 없고,
날마다 세트를 꾸미고 뜯는 노가다 수준이란 건데...
그렇다고, 요즘 존재하지도 않는 할아버지, 할머니, 어머니와 아버지와 아들, 딸, 그리고 삼촌이나 고모까지... 이건 좀 심한 컨셉트가 아닌가 할 때가 많다. 

70년대까지는 그런 가족이 일반적인 가정의 형태였는지 몰라도,
21세기들어 한국형 가족이라고 하면, 부모와 자식 한두 명의 형태가 일반형이고,
이혼으로 인한 한부모 가정은 이제 10%를 넘는 비율을 차지할 것이다. 

아이들은 부모들의 이혼과 재혼으로 상처를 입기도 하지만, 어쨌든 나날이 자라고 있다.
갈등을 모르고 자라기만 하기에도 에너지가 부족할 아이들에게, 뭔가 다르다는 건 삶의 에너지를 고갈시킬 지경까지 아이를 몰아붙이기도 한다. 

이 책에선 한부모 가정과 조부모 가정, 입양 가정과 다문화 가정 등의 문제를 아이들 이야기 속에 잘 녹여 내고 있다. 

특히 시골에선 가난한 조부모와 자라는 아이들의 문제가 복잡한 것이 지난 10년간 한국 사회의 모습인데... 아이들의 마음 속을 잘도 짚어 주었고, 아이들에게 더 많은 관계를 불편하지 않게 바라보게 하는 좋은 시도란 생각이 들었다. 

내일은 어린이 날인데, 이런 책은 좋은 선물이 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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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05 1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09-05-05 23:00   좋아요 0 | URL
네, 책읽는 가족에도 올렸습니다.
 
비포 아담 잭 런던 걸작선 1
잭 런던 지음, 이성은 옮김 / 궁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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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가 인간의 심리분석을 위하여 무의식을 설명할 때 활용하는 개념들은 심하게 자극적이다. 리비도라는 성적 에너지에서부터 이드라는 본능 등...
이런 자극적인 상징들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낸 프로이트는 한 세기의 획을 그은 창조자로 불리운다. 그러나... 아무래도... 그의 상징들은 일반적으로 쓰기에는 지나치게 원색적이어서 융 등은 집단무의식 등의 개념을 발전시키기도 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작대기 끝에 털달린 데 물컹한 젤리를 묻혀서 잇사이를 비벼대곤 하는,
꽃향내가 풀풀 풍기는 거품기를 손에 비벼서 얼굴을 씻고, 머리도 감는,
열풍기를 켜서 머리털을 말리고는, 가죽같은 옷을 입고, 가마같은 자동차를 타고 도로를 내달리는 우리들도... 잠자리에선, 머나먼 예전, 고향으로 돌아가곤 하지 않는가. 

잭 런던의 이 소설은 인간의 원시를 기가 막히게 그리고 있다.
19세기 중엽 진화론이 한참 논쟁거리가 된 시대임을 생각한다면, 19세기 중엽에 태어난 잭런던이 이런 소설을 쓴 것도 진화론의 세례 덕이라 할 만하다. 

현대인들도 꿈을 꾸다 보면, 공통적으로 꾸는 꿈이 있다.
바로 어딘가로 뚝,
떨어지는 느낌에 발짓을 움찔,
해대는 순간.
어디 도서관이나 지하철에서라도 했다가는 좀 민망한 그 몸짓을,
잭 런던은 선사시대 이전, 원시 부족이던 조상들의 추락에서 물려받은 유전자라는 신선한 발상을 한다. 

잔인하기도 하고, 징그럽기도 하지만,
뭐, 동물의 왕국 보듯 읽으면 된다. 

동물의 왕국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김정만 아저씨의 설명보다는 잭 런던의 비포 아담 쪽이 훨씬 야생의 냄새가 풀풀 풍기리라. 

옛날 이야기는 옛날 이야기로만 읽어선 안 된다.
옛날 이야기는 지금 읽으면 우습기 짝이 없다.
그러나... 그 옛날 이야기가 함의한 것은, 반드시 미래에 바라본 현대의 모습이다.
우리가 동물의 왕국 바라보듯 읽는 유인원의 삶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미래에, 잭 런던이 강철 군화에서 그리듯, 형제인류애시대의 700년 뒤 인류가 21세기 초반을 살고있는 옛날 이야기를 한다면, 얼마나 우습기 짝이없는 노릇을 다람쥐 쳇바퀴 돌듯 살고 있는 것인지... 

날마다 센이 되어 치히로란 자신의 이름을 잊고(하쿠가 그렇게 네 이름을 잊지 말라고 했건만) 목욕통만 닦으려 뺑뱅이치는 자기자신의 행방불명이나,
날마다 무의미한 돌덩이를 산정으로 굴려올리는 시지프스의 허무한 신화처럼...
부조리한 일상을 벗어나는 순간을 갖지 못한다면,
허무한뎌... 하지 않을 것인가. 

김영랑의 시처럼... 독을 차고, 한 세상 모지라지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독을 차고 살 일인가.
아니면, 그저 텅 비우고, 독을 차는 일 같은 거, 허무한뎌... 하고 살 일인가. 

아담 이전으로 움찔,
떨어지는 나락을 경험하게 해준 잭런던에게 감사.
그리고 이 책을 읽게 보내주신 어글리더클링님께도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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