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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삼촌
현기영 지음 / 창비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제주도 사람들은 가까운 친척을 남녀 구분하지 않고 삼촌으로 부른단다.
이 소설의 제목 '순이 삼촌'은 너무도 평범한, 그래서 이름조차 순이인... 어느 한 인물을 조망한다.
1988년이던가.
실천문학에 특집으로 한라산이란 시가 나왔다.
24만명 가량의 제주 도민 중, 8만 정도를 학살했다는 제주 4.3을 문학으로 먼저 만난 것이다.
그 불타는 살 냄새가 가득한 줄글들 사이에선,
그간 숨쉬지도 못했던 제주 도민들의 숨소리가 포옥, 나오는 듯 했다.
현기영은 제주 사람이다.
그의 먼 친척 할머니 순이 삼촌은 4.3의 학살에서 두 아이를 잃고 혼자 살아남는다.
그렇지만 그의 정신이 온전할 리가 없다.
그의 옴팡밭에선 30년이 넘도록 계속 뼛조각과 탄피가 출토된다.
결국 서울로 도망와서 살아보려 하지만 환청과 경찰공포에 시달리고, 제주로 돌아간 지 두 달만에 영원한 그의 땅으로 돌아갔다. 두 아이들이 잠든 그 곁으로...
아, 친일파의 후손들은 다시 제주 4.3을 묻으려 한다.
정통성을 인정받지 못한 대한민국 이승만 정부는 5월 총선을 앞두고 대학살을 저지른다.
그것이 제주 4.3 항쟁이다.
동포를 죽일 수 없다고 일어선 사람들이 여수, 순천 반란 사건이었다.
이승만에게 4.3은 전두환에게 광주와 같은 비중인 것이다.
그러니, 이씨 조선의 후예 누군가는 이승만 각하의 이름에 똥칠갑하는 그 사건을 눙치고 넘어가고 싶었으리라. 정통성없는 이승만에게 자꾸 남북 통일을 들이대는 김구는 눈엣가시처럼 여겨졌으리라. 그리하여 1949년 6월 26일 미군첩보부대 소속 안두희는 김구를 저격한다. 그후 안두희난 국가가 보호해 주며 잘 살다가 1997년인가에 '정의봉'을 든 택시 기사 박기서가 때려 죽인다.
아, 어찌 이 땅의 역사는 이토록 배우지 못하는 후손을 뒀는고...
몽고에게 온 나라를 침탈당한 고려는 몽고군과 힘을 합쳐 '삼별초의 저항'을 토벌한다.
마치, 이승만이가 자기 대통령자리 차지하려고 친일파 경찰들과 미군을 앞세워 제주도민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했던 역사와 같다.
제주도에 있는 '항몽 유적지'는 삼별초가 단순히 몽고군에게만 짓밟힌 곳이 아니었던 거다.
몽고군 + 고려군에게 삼별초는 몰살당하고... 결국 제주도는 100여년간 몽고의 식민지가 되었다.
그래서 제주도의 풍습은 유목민족의 그것과 닮은 것이 많다.
아이들을 구덕(바구니)에 넣어 그리고, 시어미와 며느리가 같이 살아도 정지(부엌)를 따로 쓰는 것이나, 말을 기르는 등의 유목 풍습... 그리고 뭍과는 사뭇 다른 언어 등...
제주의 거친 현무암 만큼이나 제주의 역사는 슬프다.
그 슬픈 역사가 교과서에서 사라질 때에도... 문학은 남아서 두루뭉술한 삶의 흔적들을 더듬어 준다.
거친 일반화의 뼈다귀들만 가득한 역사 서술 쯤이야 사라진다 하더라도,
풍부한 형상화로 부활한 제주 비바리들, 어멍, 아방, 아즈방, 하르방, 할망들이 그 푸른 갈매빛 바당 앞에서 이어도 사나~ 아아~ 아아아 으쌰의쌰... 오돌또기를 부르면서 합죽이 웃는 순이 삼촌으로 살아났으니, 그 역사는 몇 줄 지워지더라도, 다시 되살릴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을 학살하고 '정권'을 잡은 권력자의 목숨만을 부지하는 정부는 없느니만 못하다.
동학 농민군의 죽창을 말살시킨 우금치 전투에서 관군은 일본군과 배를 맞췄고,
일제시대 잔혹하던 순사들은 이승만 아래서 충성을 바치는 경찰로 소생했으며,
그 경찰들은 한국 전쟁을 거치면서 빨갱이 사냥에 앞장서는 존재로 '애국자' 반열에 들게 된다.
박정희 전두환 군사 독재 시절의 '군인'들은 뻑하면 내지른 <계엄군>이 되어 국민에게 총을 들이댔고, 아직도 '전투 경찰'이란 불법 집단으로 남아 국민을 무찌른다.
광주에서 대검을 착검하고 시신을 난자하던 약에 취한 공수부대원들을 움직일 수 있었던 힘은, 군인들 사이에서 밀약이 맺어진 <하나회>가 배후에 있었기 때문이지만,
그 후 문민 정부, 국민 정부, 참여 정부에서도 국민 축에도 들지 않는 노동자들의 집회를 진압하거나, 미군의 앞잡이 노릇을 해야하는 평택 황새울 진공 작전 같은 데서는 <군인 신분이면서 국방부 소속이 아닌> 전투 경찰들이 앞장을 섰다. 전경으로도 모자라는 부분은... 돈 주고 사서 쓴다. 정치 깡패, 그 이름도 찬란한 '용역'
제주의 4.3은 현재 진행형이다.
오늘 지친 싸움 끝에 농성을 풀긴 했지만, 쌍용자동차의 노동자들은 고무총탄이나 테이저 건, 온갖 쇠파이프와 쇠도리깨 같은 무기로 줘패도 되는 '국민'이었다.
결국 원래 400명 정도를 구제하려던 안이 이번 협상으로 300명 정도의 구제로 결론이 났다.
세계 뉴스에 다시 한국 경찰의 위상을 높인 8월 5일 토끼몰이식 구타의 아름다운 동영상들이 세계의 뉴스를 빛내 주었다.
역사책에 빗금을 긋고 싶은 부분이 있더라도 절대 그어서는 안 된다.
나중에... 조선 왕조 실록에 남았듯이, 역사는 누구누구가 빗금을 긋고 괄호를 치는 짓거리를 했더라... 하는 기록까지 남길 것이기 때문이다.
제주 4.3을 잘 모르는 이들이 온 국민의 99%쯤 될 것이다.
여수 순천 반란 사건과 대구 폭동, 제주 4.3 항쟁 같은 사건들을 강준만의 <현대사 산책>같은 책으로 체계적인 자료를 통하여 읽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뻣뻣한 자료를 싫어하는 이라면, 현기영의 순이 삼촌을 일독하기 바란다.
그리고 강준만의 <현대사 산책>의 해방 이후 공간도 되도록 찾아 읽는 착한 어린이들이 많아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