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거인
프랑수아 플라스 글 그림, 윤정임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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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마지막 거인...이 주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인간의 발이 닿는 순간, 아름다움의 세계는 운명을 다하고 쓰러진다는 것. 

혹시나 어리숙한 지리학자에게 발견이라도 된 환상의 세계는... 소문내고 떠벌여지는 순간, 절멸에 가까운 나락으로 떨어진다. 

발견...이란 미명하에 파괴되어간 문명이 얼마나 많았는지... 

인간이란 추한 종족에 대한 문명사적 동화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환경에 순응하며 살지 못하고 억지로 세상을 직선으로 길을 내는 방식으로 살려는 이들의 욕심에 들려주는 이야기인데,
과연, 그 욕심들이 닫아버린 귀 안에 이 메시지가 들어갈 수나 있을는지... 

침묵을 지켜줄 수는 없었던 건지... 너무도 아쉽지만,
거인의 피부에 새겨진 아름다운 문양들에게서 울려나오는 환상적인 음성들을 새겨들으면서
인간의 오만이 얼마나 우스운 것인지...
운동장에 피어나는 새싹 하나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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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에 티하나. 

82쪽에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기 어려운 암각화...란 구절이 있다.
   유사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는 말은 <유례>라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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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에 속지 마라>를 리뷰해주세요.
지구온난화에 속지 마라 - 과학과 역사를 통해 파헤친 1,500년 기후 변동주기론
프레드 싱거.데니스 에이버리 지음, 김민정 옮김 / 동아시아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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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판 제목이 이상하게 붙었다. 멈출 수 없는 지구 온난화...란 제목이 속지 마라...로 변했다.
앞의 것은 과학적 관찰 결과인 이 책의 내용을 대변할 수 있지만,
뒤의 것은 마치 지구 온난화를 온실효과 탓으로 돌리는 이들에게 속지마라... 이런 주자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지구가 점차 따뜻해지고 있다고 한다. 빙하가 녹아 내리고 태평양의 어떤 섬들은 점차 표고가 해저로 가라앉는다고 한다.
그 이유를 온실 효과에 따른 지구 온난화라고 쉽게 이야기한다.
그러나... 

지구의 오랜 역사에 비추어 보면, 이산화 탄소 배출에 따른 온실 효과가 과연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에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는 그 의문을 제기하고,
온실 효과와 지구 온난화에 직선을 긋는 일은 참으로 순진한 일이라고 이야기한다.
오랜 시간의 관찰을 통해 1500년마다 주기적으로 기후 변동을 가져오는 것이 지구의 순환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뭐, 크게 흥분할 것은 없어보이는데...
하긴, 이런 이론을 이용해서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고 지구 파괴를 더욱 치열하게 전개할 악마들을 염두에 둔다면 이 이론은 환경에 별로 도움이 될 이론은 아닐 성 싶다. 

그렇다고 이런 이론을 펼치는 학자를 매도하는 일 또한 위험한 일이 아닌가 싶다.
온실 효과가 지구 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은 주기적 기후변동에 비하자면 너무도 미미한 것일 수도 있다. 

과학자가 객관적 위치에 선다는 일은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안 그래도 교토 의정서에 따라 '개발'보다는 '환경'을 우선하는 협약에 가입하지 않는 강대국도 있는 판에, 이런 이론은 그런 강대국의 논지를 강화시켜 줄 수 있는 위험이 충분히 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더욱 신빙성이 있어 보이는 이론을 거시적으로 펼치는 일이 파렴치한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마치 핵폭탄을 연구한 학자들이 '핵은 지구에 평화를 가져올 것'이란 순수한 생각을 했지만,
현실적으론 돌이키지 못할 과오를 일본에 저지른 것과 같다.
온실효과와 지구 온난화보다는 더욱 스케일이 큰 이론이 다양한 근거의 뒷받침으로 논리를 펼치려 하지만, 현실적으로 악한 의도로 쓰인다면 그 이론이 치명적인 약점을 갖게 될 수도 있음과 유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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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김대중 1, 2>를 리뷰해주세요.
만화 김대중 1
백무현 글 그림 / 시대의창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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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노벨상을 안겨준 대통령이지만, 그는 평생 색깔론의 뒤안길에서 질시를 받으며 살았다. 

2009년 전임 대통령의 사고사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에 부딪혀 슬픈 눈물을 흘리던 그이가 결국 올해를 넘기지 못하고 숨지고 말았다. 

올해는 안중근 의사의 의거가 일어난 지 100주년 되는 해이다. 10월 26일이라 한다. 그때그새끼가 총맞아 뒤진 날과 같은 날이다. 

알라딘에서 서평단 도서로 두 권을 받아 읽었는데... 

역사적 배경을 상세하게 읽을 수 있어 좋다.
인물을 읽는 것은, 그 인물이 한 일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인물이 살아온 시대에 따라 같은 일도 의미가 전혀 달라지는 것이다. 

김대중의 삶은 '콜럼부스의 달걀'과도 같은 것이었다.
죽음과 삶의 경계선을 넘나들면서, 빨갱이와 대통령병 든 이로 치부되기도 했지만,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
되도 않은 언론들은 모두 인동초(겨우살이)의 삶이라며 용비어천가를 불러대지 않았던가. 

자유당으로 나와서 역사상 가장 어린 나이에 국회의원이 된 김영삼이란 호구의 삶이 사이비일 수밖에 없었던 것도 역사를 읽으면 알 수 있다.
왜 민자당이란 더러운 개구멍으로 김영삼이가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지를...
정말 대통령병 걸렸던 더러운 늙은이가 바로 김땡삼이였음을...
역사를 읽으면 알 수 있다. 

기회가 되면 5권까지 읽어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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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에 티로 보이는 한 대목... 

2권의 159쪽에서 "그래도 빈곤을 추방하려고 ... 박통이 열심히 일해서... 수출도 100억을 넘는 나라가 됐고..." 하는 구절이 나온다.
이 시대가 유신이 일어나기 직전인 것으로 그려져 있는데...
한국이 경제적으로 일어서기 시작한 것은, 수출이 100억불이 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중반이 넘어선 때로 기억한다.(내 기억으론 1976년 경이었지 싶다.)
60년대 후반에서 70년대 초반까지의 시점에서 저런 대사가 나오는 것은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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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 - 살아있는 동안 꼭 생각해야 할 34가지 질문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 지음, 백종유 옮김 / 21세기북스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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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읽히려는 의도는 많지만, 철학은 참 재미있게 이야기하기 어렵다.
학생용으로 철학 통조림같은 책들이 나온 걸 봤는데, 별로 재미 없었다. 

Wer bin ich, und wenn ja, wie viel?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만약 그렇다면, 얼마나 많이?
이런 제목인데...
철학 개론치고는 아주 멋드러진 철학 개론서다. 

철학이란 것이 인간의 '인식'에서 시작하는데, 요즘엔 생각, 과 사랑까지도 뇌과학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찌릿거리는 뇌파의 움직임이 <존재>를 규정하는 것으로까지 연구되는 바, 이 책에서도 다양한 재미있는 읽을거리들을 제공한다. 

재미있게 이야기를 만들려고 억지로 스토리를 짜는 것은 재미없다. 

이 책의 장점은 많은 삽화(에피소드)들을 끌어들여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과 마주 놓을 때,
독자의 머릿속에 번득, 스쳐가는 유추의 향연을 누리도록 글을 쓴다는 것에 있다. 

인류의 기원을 이야기하면서 '루시 인더 스카이 윗 다이아몬드'란 노래와 '루시'의 탄생을 이야기하는 그런 것. 

니체의 약력을 연대기적으로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니체의 삶에서 분출되었던 다양한 사고력들이 그의 인생과 가지는 연관성 같은 것들을 이야기해 줘서, 고리타분한 철학 개론서보다는 독서의 맛을 흠뻑 음미할 수 있는 구성을 가지고 있다. 

물론, 철학은 '금속 공학'의 유의어이므로, 결코 그 뻣뻣함을 버릴 수 없다.
그렇지만, 작가가 34가지 꼭지로 정리한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인간은 무엇이며,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 고민하게 되고, 낙태, 안락사, 육식 등에 대한 철학적 고찰까지 이르게 된다. 

철학의 강물 속에 머리를 묻어두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의 소제목들을 벽에 적어 두고 곰곰 느껴보는 것도 좋은 일이리라. 

무의식을 다루는 절에서 <내가 살고 있는 집에 주인이 따로 있다니>란 제목을 붙인 걸 보고 그의 통찰에 깜짝 놀란다.  

그가 인용한 많은 실험들 중 가장 놀라운 것은 원숭이의 '조립' 실험이다.
원숭이의 각 신체 부위를 절단하여 봉합했더니 모든 곳에서 거부반응이 일어났는데, 뇌에서는 어떤 거부반응도 관찰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것은 곧 뇌의 이식에 대한 연구로 이어질 것이고, 뇌를 이식한다는 것은, 곧 몸을 바꾼다는 뜻도 된다. 몸을 바꾸는 일은 '나'가 '나' 아닌 존재로 되는 일이며, '아'와 '비아'의 역설적 통합이 되는 것인데... 과연 철학은 이런 경계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부분부분을 잘라서 읽어도 좋은 글들이 많다.
그가 주워 섬기는 많은 삽화들이 엮이어 이루는 매트릭스 속에는 철학이 다루는 온갖 대상들이 부유한다.  

결국 '나'에 대해 얼마나 아는지,
그러나 '인간'에 대해 아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환원론적으로
'인간의 특성'에 대해 꼼꼼하게 따져보는 일은 또 얼마나 가치있는 일인지...
인간의 특성들을 합쳐서 36.5도로 유지하고 원심분리기라도 돌리고 전극이라도 연결하면 '인간'이 된다는 것인지... 따져보는 기회가 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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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사람들의 눈물 - 조선의 만시 이야기
전송열 지음 / 글항아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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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시 挽詩 또는 輓詩는 상여를 당기고 끎에 부치는 시라는 뜻이다.(당길 만, 끌 만)
만장과 같은 것이다. 

죽음의 앞에서 절절한 노래가 없을 수 없겠지만,
상상 밖으로 특이한 상황에서 쓴 만시들도 제법 있다. 

가장 애절한 것으로는 곡자, 자식의 죽음을 애닯아하는 것이다. 

특이한 것으로는 종의 죽음을 애닯아한 것들이 있고, 스스로 죽음에 앞서 자만시를 쓴 사람도 있다. 

내 나이 육십이요, 네 나이 삼십인데
부자간의 깊은 인연이 여기서 끝이라니
아직도 산사에 책 읽으러 간 것 같은데
한 줌 흙이 어째서 네 눈 속에 있단 말이냐.(이덕수) 

아이를 먼저 보낸 아비의 타는 가슴이 그대로 드러나있다. 

팔 년 간을 일곱 해로 앓았으니
돌아가 누운 넌 응당 편하리라
다만 가여운 건, 오늘처럼 눈 내리는 밤인데도
어미와 헤어져서 추운 줄도 모른다는 것.(남씨 부인) 

평생을 앓다 간 손녀의 죽음에 참담해하는 할머니의 애절함 

아이는 어려서 곡을 할 줄 몰라서
곡성이 글 읽는 소리와도 같다가
갑자기 엉엉울며 멈추지 않더니
하염없는 눈물만 구슬같이 흘렀소.(이건창) 

죽은 아내를 슬퍼하는 노래 

내가 오래 살았음이 한스러운 것이 아니라
내게 귀가 있다는 것이 한스러울 뿐이네
저 수많은 산 비바람 몰아칠 때에
천재 시인 죽었단 소리 내 귀에 들리다니... (이안눌) 

권필의 죽음에 통절함을 드러낸 시
내게 귀가 있고 눈이 있다는 것이 한스럽다는 표현이 마음을 스친다. 

보배를 다른 곳에 맡겨놓으면
하룻밤도 지체 않고 되찾는데
다행히 주인이 잊어버리는 바람에
오십삼 년 동안을 빌려 썼구려 

자네는 일찍이 날 위해 말했었지
"처세는 길가는 나그네처럼 하다가
일 끝나면 곧바로 돌아가야 하오."라고 했는데
자네 만시를 쓰며 자네가 한 말을 쓰는구려.(이용휴) 

유서오의 죽음을 슬퍼한 시.
길가는 나그네처럼 처세하다가, 일 끝나면 곧바로 돌아가라...
천상병의 '귀천'을 떠올리게 하는 구절이다.
자네가 한 말을 만시에 쓴다는 말이 더욱 생생하다. 

불현듯 사라져버린 정희량이 마지막 남긴 시의 여운... 

해 저무는 저 푸른 물가에
날씨는 차고 파도가 이네
외론 배 일찍 정박해야겠거니
풍랑은 밤되면 더욱 거세질테니... 

어디로 일찍 정박하러 간 것일까?
사화의 피바람이 일렁이던 조선조에 몸을 숨긴 은일사가 되기보다는
장자의 쓸모없음의 散人 산인으로 돌아간 정희량... 

삶과 죽음의 경계를 애석해 하며
죽음을 애도하는 悼亡의 시들이 신선하고도 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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