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생각들>을 리뷰해주세요.
인류의 역사를 뒤바꾼 위대한 생각들 - 유가에서 실학, 사회주의까지 지식의 거장들은 세계를 어떻게 설계했을까?
황광우 지음 / 비아북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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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보통 <사상>이라고 하면, 서구에서 나온 자유주의, 민주주의, 공산주의 들을 일컫기 쉽다.
이 책의 작가는 여기에 동양의 무게를 얹는다. 노자, 장자와 유가의 사상, 법가의 사상도 그 무게에 있어 결코 가볍지 않다. 현대에 끼치고 있는 영향도 그렇다.
이런 동서양의 사상에 비해 우리에게 더욱 비중있게 다가오는 것이 한국의 사상이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정약용의 실학과 전봉준 등의 동학은 한국의 현대, 근세의 조선의 역사를 관통하고 있는 사상이지만, 늘 무시되던 것들이다. 

그의 이런 배치가 '생각'이란 것도 결국은 <나>를 중심으로 배치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서양의 르네상스를 비롯하여, 
종교전쟁 이후의 계몽주의, 자연주의, 신인문주의 등으로 일컬어지는 많은 사상의 역사들을 조금씩 읽노라면, 별것 아님에 깜짝 놀라게 된다.
무슨 주의란 것들이 그렇게 허섭한 것들인지...
역사적 상황에서 나온 대응들이지 그닥 주의라는 말을 붙일 것도 없다.
거기 비하자면 맑스의 공산주의 사상은 거대한 궁전의 모습을 보여 준다. 

동양의 공자라는 도그마는 훼손이 불가능한 것이었다.
수천 년을 각 나라에서 정착되면서 다른 모습으로 드러나긴 했지만, 그 절대적 비중에 비하자면 서양의 어떤 사상도 이에 이를 수 없다.
성경 아닌 어떤 책이 '논어'에 대한 <집주>를 그렇게도 많이 적도록 했던 적이 있었던가 생각하면, 서양 중심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상사의 흐름도 시큰둥해진다. 

이 책에서 좀 아쉬운 점이라면,
현실적인 사상들 외에도 불교와 크리스트교, 이슬람교 등의 종교적 사상에 이르기까지 살펴봤더라면 현대의 문명 지도를 이해하는 데 더 많은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것. 

쉬운 말로 풀이하고 있고, 인용을 하더라도 생경한 언어로 잘라붙이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소화한 말로 덧붙이는 것이어서 관심을 갖는 대학생 정도라면 충분히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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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교사 도전기 - 아이들이 꿈꾸는 희망 교육 Social Shift Series 6
웬디 콥 지음, 최유강 옮김 / 에이지21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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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미국의 TFA 라는 사회적 기업에 대한 이야기다.
열정으로 가득찬 이 책을 읽는 일은 내게 고통이었다.
이 책을 읽는 내 마음은 불신과 반신반의로 가득찼고,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으로 끓어 넘쳤다. 

도대체, 나는 어떤 교육의 현장에 서 있는 것일까? 

어떤 뉴스에서 '주민자치센터'(옛날엔 동사무소에서 하던 일이 상당히 전산화된 현재, 동사무소의 인원이 뭘하는지 나는 자세히 모른다.)의 공무원들이 지역의 소외된 청소년들을 가르친다는 이야기를 읽었다. 못된 내 속셈은, 글쎄... 였다. 

내가 대학 다니던 시절, 아직도 중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학생들이 많았고, 그들은 대부분 낮은 사회적 지위인 공돌이, 공순이로 근무하고 있었다. 그들의 졸업자격 검정고시를 돕기 위해 '야학'이란 임시학교들이 있었는데, 아마도 심훈의 상록수와 비슷한 역할을 한 것 같다.
자격고사를 위한 수업과 사회 돌아가는 이야기도 할 수 있었던 곳이었는데, 나는 인연이 닿지 않아 야학에 손을 담근 적은 없었지만, 친구들 몇이 야학에 들락날락 하고 있어 사정을 대략은 안다.  

그 당시의 대학생들은 '뜨거운 피, 열혈'이 아직 살아있었던 모양인데, 사회 구조적 모순으로 기인한 문제들을 제 한 몸 던져 조금이라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혁명적 혈기가 왕성했다. 
그러다... 내가 군대에서 시간을 때우고 있던(군대를 안 가본 사람들은 신성한 군대라고 할는지 몰라도...) 그 무렵부터 소련과 동구권이 몰락하고, 공상적 사회주의 내지는 공산주의가 지구상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영웅이 없는 시대는 불행하지만, 영웅을 필요로 하는 시대는 더욱 불행하다고 했던 브레히트의 '불행 비교론'이 그 이후의 시대를 대변하는 것 같다.
공산주의라는 마르크스의 사상을 '별'로 삼아 영웅 삼아 살았던 시대가 오히려 행복했던 시대였는가. 현실 사회주의의 몰락 이후로 영웅이 없어졌고, 세계화란 이름의 신제국주의가 지구를 들먹거렸으며, 이제 미국마저 흔들거리는 지구는 영웅을 필요로 하고 있는 거 아닌가... 싶다. 

시대가 변한 것인지, 작년에 전국이 촛불 집회로 들썩거릴 때에도 대학은 조용했다.
물론 많은 대학생들이 참여했지만, 그들은 개인의 자격이었고, 총학 깃발이 등장해도 그들은 소수였다. 그들의 열혈...은 싸늘한 이성의 갑옷 아래 '토익과 스펙'을 위한 노동에 집중되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사범대나 교육대를 가는 사람은 군대를 면제해 주는 대신에, 여학생이라면 발령을 내준다는 보장으로, 3년 정도의 인턴 기간을 학교에서 보내게 해 주는 건 어떨는지...
사회적 대체 복무가 정말 필요한 곳이 학교라고 말이다.
기독교 근본주의자들과 분단으로 떡고물을 만지는 이들은 '여호와의 증인'이란 이단에 대한 처벌로 감옥을 주장하지만, 그것은 가장 잘못된 방식의 대처다.
그들을 학교로 보내준다면, 학교에는 얼마나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인가. 

사회 변혁을 꿈꾸던 전교조의 판단은 '시대적 늪' 속에서 해체되어 버린 지 오래다.
신규 교사로 열혈이던 전교조 교사들은 이제 이미 더이상 피가 뜨겁지 않은 기성 세대가 되어버렸다. 학교에 정말 필요한 것은, 교사의 질이 아니다. 교사의 뜨거운 피다. 

신규 교사가 없는 학교, 학생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젊은 오빠, 언니같은 교사가 없는 학교는 불행하다. 

이명박 정부의 웃기는 작태로 우리 학교에도 젊은 인턴 교사가 한 분 오셨다.
전문상담 교사인데... 아주 의욕적이셔서, 4개월이지만 내가 힘을 받는다.
학교엔 이런 분들이 교육의 주축을 맡아야 한다.
너무 늙었다.
학생 수는 급격히 줄었는데, 교사 수는 그대로이니... 늙어갈 수밖에... 

비전 선언문에 나온 말,
언젠가, 모든 아이들이 훌륭한 교육을 받을 기회를 갖게 될 것...이란 사회적 기업을 대한민국에 만들기는 쉽다. 

다만, 그것은 사회적 기업의 분위기로는 어려울 것이고, 군대에서 유휴인력을 3년 정도 대체 복무하게 만드는 것은 정말 어렵지는 않을 것 아닌가... 싶다. 

꾸준함, 헌신, 성실함, 융통성, 의사소통능력, 열정, 민감, 자립심, 적극성, 타인과 함께하는 능력, 자기평가 능력, 주도적 능력, 지적 능력... 이런 것을 나 스스로 나에게 요구하기엔 난 너무도 늙었고, 낡았다. 

학교엔 좀더 열혈...로 끓는 피가 필요하다. 간,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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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9-09-28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체적으로 동감하면서도 그게 참....
요즘 젊은이들 중에 학교에 와서 열혈로 끓을 이들이 몇이나 될까 싶기도 하고요. 많지는 않지만 신규교사들을 보면 이건 뭐 세대차이랄까? 하여튼 확실히 다르긴 하더라구요. 근데 다른건 괜찮은데 열정이 보이는 사람이 별로 없는게 더 슬퍼요. 좀 실수하고 우왕좌왕하고 해도 속상하다고 울고불고할 열정이 보였으면 좋겠는데 이건 선배교사들보다 더 아이들과 거리를 확 긋는 이들이 많으니....

글샘 2009-09-28 11:33   좋아요 0 | URL
그게... 정말, 시험에 합격할 정도 되려면 완전 독종이라야 한다더라구요. ㅠㅜ 그래서 정말 공부만 잘하는 교사 말고... 덜렁이들도 학교에 들어와야 하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마냐 2009-09-29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다면 요즘 젊은이 중에서...학교가 아닌 다른 곳으로 간 이들은요?? 그리고 비슷한이야기를 저도 선배들에게 들었음에도 불구, 정말 다른것 같아요. 요즘 청춘들 말임다. 그나저나 글샘님 제안은 상당히 솔깃함다. 혹자는 넘쳐나는 대학의 비정규직 강사 일부를 중고교로 끌어들이면 어떻냐는 얘기도 하던걸요.

BRINY 2009-09-29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학교에도 과학실 보조 인턴교사가 왔다는데 전 얼굴 한번 본 적도 없네요. 1층 과학실에만 있는 모양입니다. 우리 학교에도 전문 상당교사가 왔으면....
 
<건축, 권력과 욕망을 말하다>를 리뷰해주세요.
건축, 권력과 욕망을 말하다 - 역사를 담은 건축, 인간을 품은 공간
서윤영 지음 / 궁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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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국처럼 문과, 이과 나누기 좋아하는 나라가 또 있을까?
7차 교육과정 이후로는 고등학생들이 아예 사회 싫어하는 넘은 사회 시간에 자고, 과학 싫어하는 넘들은 수학 시간에도 멍때린다. 

수업은 그모양으로 해 놓고, 후진 대학의 수학과엔 수학 (나) - 인문 수학, 친 넘들로 넘쳐나고, 물리학과엔 선택과목으로 지학 친 넘들이 가득하다. 

수학이 필요한 경제학과, 경영학과 아이들은 문과 수학만 배우고 갈 수 있고,
미적분 안 배운 아이들도 중상위권 국립대의 공대엔 진학가능하다. 

하긴, 고등학교에서 배우지 않은 과목이라 하더라도 필요하면 대학가서 몇 학점 배우면 되는 것이지만, 건축학과, 또는 건축 공학과 등은 이과로 분류되어 있다. 

집을 짓은 일을 단순한 <기술>로 치부하는 것이다.
집 안에 담긴 가족의 체온과 텔레비전 또는 서재가 차지하는 넓이와 비중이 사람들의 마음을 갈무리할 터인데 말이다. 

이 책의 작가는 문과 출신은 아니다.
수학을 7년간 공부했다고 하는데, 대학원을 건축 공부에 보냈다고 한다.
그런데, 건축에 관해서 다양한 인문학적 깊이와 넓이를 글로 잘 표현했다.
집이란 곳이 다만 사람이 살려고 지은 것을 넘어서서, 장사도 하고, 모이고 헤어지고, 이야기도 하는 곳이므로, 인간의 마음과 심리를 염두에 두고 지어야 할 것이다. 

그 근본이 되는 인문학적 재미를 이 책에선 톡톡이 누릴 수 있다. 

제목에선 권력과 욕망을 이야기했지만,
학교, 병원, 감옥 등의 통제 구역과 백화점, 뮤지엄, 아파트 등의 건축에 담긴 문화 양식도 재미있게 이끌어 낸다. 

2부에서는 마음, 감각, 권력, 빛, 불 등의 문화적 코드를 건축과 연관지어 이야기하고 있다.
내 편에선 역시 건축이 주가 된 1부가 훨씬 생생한 글로 느껴졌다.
2부는 문화적 관점이 주가 되어 건축 에세이보다는 문화 에세이에 가깝더라는...   

아무튼 인간의 관계, 그리고 그 건축학적 다양한 관점들이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전개된 좋은 읽을 거리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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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망나니에 의한 능지처참, 그것을 '참수'라고 하고, '효수'라 함은 그 머리를 장대에 꿰어 전시하는 행위를 뜻한다. 착오를 일으켰던 듯 하다. 
22쪽, 국궁을 허리를 숙인 상태...라고 했다면 한자 표기도 鞠躬으로 썼어야 옳다. 존경하는 뜻으로 허리를 굽힌다는 뜻이다. 國弓으로 적었으니, 올림픽 종목인 양궁의 상대어로 들린다. 

한자어 교육이 갈수록 약화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이런 부분은 편집자의 세심한 배려가 더욱 필요한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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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09-10-09 11: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실 저도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힘들겠지요. 그래도 불가능한 꿈을 꾸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현실은 바뀌지 않을까요? 한비야씨의 그건 사랑이었네를 보면서 더 그런 마음이 드네요. 그런 것들을 위해서 책을 읽고 생각을 가다듬는 것이 아닐까요? 오늘 하루도 행복하세요.

비로그인 2009-12-28 22: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책도 보시는군요...~ 꼭 사서 읽어보겠습니다~

글샘 2009-12-29 00:30   좋아요 1 | URL
ㅎㅎ 서평단에서 줘서 읽은 책이다. 요즘 애기때문에 잠이나 제대로 자는지 모르겠구나. 건축 관련 책은 나중에 내가 챙겨볼게. 새해 복 많이 받아라~~
 
<사기 교양강의>를 리뷰해주세요.
사기 교양강의 - 사마천의 탁월한 통찰을 오늘의 시각으로 읽는다 돌베개 동양고전강의 1
한자오치 지음, 이인호 옮김 / 돌베개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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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독사. 역사를 읽는다는 말이 있다. 讀史
역사는 이미 지나가 버린 일이므로 "과연 그것이 진실로 어떠하였는가"를 알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결국 역사학자는 구라쟁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구라쟁이라 하더라도, 이전의 기록들을 충실히 살펴(적어도 지금보다는 역사적 사실에서 가까웠을지도 모를) 종합적인 관점을 세우는 사람과,
자신의 주장과 이전의 자료들을 제멋대로 '날조'하는 사람 등 여러 종류가 있을 법 하다. 

사마천의 사기가 과연 어디까지 진실인가 하는 것을 말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사마천의 글들이 가진 묘미는 인물을 정말 실감나게 묘사해 내는 <역사 서술 방법>을 실천해 냈음에 있다. 그것이 역사 기록, 사기의 특장점이다. 

중국의 한자오치가 <사기>의 달인이라는데, 어쨌거나 이미 존재하는 '사기'란 책을 파먹고 사는 한 사람임에 불과하다. 문제작은 역시 <사기>이며, 문제아는 사마천이다. 

사기로 인해 <전기>와 <역사> 그리고 <소설>이 여기서 연유했을 것 같아 보이는 것이 동양의 문화고 중국의 문화다. 

'히스토리아'를 써서 역사의 아버지가 된 헤로도투스보다도 이전에 '사기'를 쓴 사마천.
그러나 히스토리아가 '연구'란 뜻이지만, 잡다한 일들의 기록에 불과하다는 비평을 받는 반면,
투키티데스는 인과론적 연구로 후세의 인정을 받기도 한다. 

사마천의 사기가 제왕의 전이든 제후나 인물의 전기나 가문에 대한 기술을 하는 다양한 종류의 글들에서 탁월한 인물 묘사를 보여주고 있으며, 그것에 그 시대의 역사를 읽는 한 방법임을 시사해 주는 책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나, 번역의 잘못인지, 원래 책의 문체가 조금 늘어지는지, 독서가의 눈망울을 빨아들일 듯이 흡인력 강한 책을 기대한 나는 조금 실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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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 - 절망을 이기는 용기를 가르쳐 준 감동과 기적의 글쓰기 수업
에린 그루웰 지음, 김태훈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다가... 전에 저장해두었던 영화를 보았다. 

책으로 읽을 때의 감동과는 또다른 두근거림을 영화에선 볼 수 있었고,
영화로는 읽을 수 없는 섬세한 감정의 변화들을 책에서는 만날 수 있었다. 

빈민가 아이들의 삶은 갱스터들의 삶과 중복되고, 부모들의 많은 수가 알콜 중독이거나, 경제적 파산자인 경우가 많았다. 그들의 피부색은 주로 검은 색이었고, 그들의 관심사는 그날그날을 어떻게 즐길 것인가에 한정되어 있었다. 

그들에게 나타는 백인 선생님의 의욕은 그들에게 가소롭게 보였지만, 
선생님의 끈질긴 설득과 진심이 아이들에게 전달되고 나서는,
가장 골치아프던 학급의 학생들이 그 학교에서 준거집단이 되어버린다. 

폭력에 저항하는 마인드를 갖게 되고,
나치의 폭력과 갱단의 폭력을 관조할 수 있는 시선을 기르며,
전쟁이라는 거대한 폭력에 인간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를 공부하면서,
멀리서 자기들을 위해 증언하기 위해 달려와준 이들의 존재에 감동을 받아 삶의 길에 환한 가로등을 켜게 된다. 

학교에서는 물론 교사의 노력에 부합하는 격려를 제공하지 않는다.
경력도 없는 새파란 교사가 의욕 하나로 아이들과 온몸으로 부딪쳐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래봤자 곧 지쳐 떨어질 걸... 하고 기다렸겠지만, 
아이들의 변화를 보면서 교육의 질이 변화했음을 시인하기도 한다. 

자, 교사란 아이들에게 무엇인가.
억압의 틀을 제공하는 '제도권의 사신'일까,
아이들의 마음 속에 희망의 불꽃을 피워올리는 '천사'일까.
이도저도 아닌 밥벌이의 직업일 따름인가. 

교사들이 '초임때 가장 좋은 교육을 한다.'는 말을 하곤 한다.
지나놓고 보면, 발령받아 처음 10년간은 아이들과 활발한 소통을 통해 다양한 활동을 했던 것 같다. 학급 문집도 만들고, 학급 잔치도 하고 했던 것 같다.
한 10년이 지나면서 온갖 일더미에 휩쓸려 다니면서는 아이들과 면대면의 활동보다는 서류상으로 교육활동을 하는 짓을 일삼았다는 생각이 든다.
연구학교를 하거나 부서의 기획을 맡으면 온갖 공문 처리의 달인이 되고, 교무기획이라도 할 때면, 수업을 제쳐두고 공문서 처리에 눈썹을 휘날릴 때도 숱한 것이 내 삶이었다. 

생활지도부를 맡을 때는 아이들과 끝도없는 힘겨루기가 온몸을 녹초강산으로 만든다.
아이들의 잔잔한 비행과 위반에 휘슬을 불며 뛰어다니는 심판 노릇을 하다 보면, 이런 건 교칙으로 제어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들이 숱하게 많다는 부정적인 생각만 가득 들곤 한다. 

발령받은 지 20년 하고도 반이 지난 시점에서(이제 퇴직이 20년도 안 남았다.)
가르친다는 일은 무엇인지를 깊이 돌아보는 계기를 이 책은 주었다. 

아이들과 수업 내용으로 만나고 싶은 욕구를 언제나 충족시킬 수 있을 건지...
아니면 영원히 준비가 가득한 수업을 맛보지 못하고 끝나버릴 것인지... 

갈수록 '교육'적이지 못한 공간으로 변해가는 학교를 그냥 바라만 보고 있는 것이 마음아프지만, 전교조가 인간화 교육으로 저항한 지 20년이 지난 지금도 더욱 질곡의 늪은 깊어만 가는 것 같다. 

부장으로서 상담 인턴 선생님이 학생들을 상담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주는 정도...
학생부장으로서 학생들에게 지나치도록 억압적이지 않게 생활지도하자고 선생님들과 의논하는 정도... 

아이들과 전인격적인 만남을 통하여 생각을 일깨우고 삶의 방향을 더듬어나갈 수 있는 교사가 되기를 이런 책을 만나는 것으로 만이라도 경험해보는 즐거움을 느끼는 게 나의 한계가 아닐까... 하기도 하면서,
회의와 출장과 시험 감독, 가기 싫은 회식, 학교 평가 등으로 내 시간은 없는 오늘...
틈틈이 수업을 하는 나는... 과연 교사를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한다.  

흐린 아침...
빗방울 허공에 가득해도,
제 그릇에 따라 물방울 담길 뿐.
아이들 학교에 가득하지만,
내 좁은 그릇에 모인 아이들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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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9-25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저음 들려 글을 남기게 되네요~

한때 노암 촘스키의 책과 함께 도서관에서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또한 영화 "위험한 아이들", "코러스" 도 생각이 나는데요. 그 책들을 읽고 영화를 보면서 공교육제도라는 피해갈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과연 나는 무엇을 줄 수 있는가 하는 물음을 던져 보곤 했습니다.

그 물음끝에 미친 결론은 흔한 말인 "수업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어서지 못한다" 였는데요. 이 말은 꼭 "수업" 에만 해당하는 말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함께 하게 되네요..


글샘 2009-09-28 11:36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 써클님...
교사의 질...을 이야기하면, 문제가 많다는 건 누구나 인정하죠.
그렇지만... 교사의 질은, 결국 학교 행정의 질이 과도하게 높이 평가되기때문에 수업의 질이 뚝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학원이 학교보다 나은 건, 교무연구학생정보부 같은 건 직원이 하구요. 수업에만 열중하도록 하는데, 인원도 훨 적고 평등원칙 같은 건 필요없지요.
학교에 바라는 건, 애들이랑 잘 놀고 수업 대충 따라 하고, 그런 거라야 하는데, 우리나라 학교엔 지나치게 공문도 많고, 할 일도 많아요. 투입은... 전무하면서 말입니다. 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