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사막
김영희 지음 / 알마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어찌 됐든 시간은 흐르고 있다.

 

김영희 피디가 나가수를 성공적으로 연착륙시키지 못한 것은,

마음이 여려서다.

사람들이 김제동을 욕하곤 했지만,

가수 7명이 경연을 하고, 500명의 청중 평가단이 평점을 매겨 꼴찌가 탈락한다는 서바이벌은

제법 신선했고,

갈수록 경연에서 노래의 품질은 나아졌다.

다만, 처음 두 번의 노래를 하고 김건모가 나가야 했을 때는

좀 당황했을 법도 하다.

적어도 3회 정도는 봐줬어야 하는 거였나보다. 처음이었으니...

 

어수선한 방송 뒷수습을 하면서 그는 남미로 날아가 버리고,

나가수는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지만 온갖 잡음에 시달린다.

그 생경한 마음을 남미에 가서 푼 것은, 그곳의 자연과, 사람들과, 그림과 글이었다.


외로웠다.

그것이 좋았다.

외로워서 좋았다.

설레었다.

슬펐다.

하지만 괜찮았다.

뭐든지 괜찮았다.

다 괜찮았다.

외롭고 슬프고 설레고 기쁘고 즐거운 감정들이

하루에도 몇 번 씩 나를 넘나들며 심장을 건드렸다.

내 마음은 점점 말랑말랑한 마시멜로처럼 작고 가벼워졌다.

여행이 끝나가는 날, 거짓말같이 비가 내렸다.

실크처럼 보드러운 빗방울에 마음을 적셨다.

몸을 거두니 마음이 평안해졌다.

인생이 그런 거다.

 

프롤로그의 서술어 부분만을 모았다.

그러고 보니, 삶의 많은 부분을 설명해주는 서술어들이 가지런히 내려앉았다.

가볍지 않아 좋고,

때로 가벼워 좋았다.


달을 좋아해 달을 닮은 여인이 있습니다.

특히 그믐달을요.

그녀가 눈썹달이라고 부르던, 그 그믐달...

도대체 이 달이 아름다운 이유는 뭘까요?

달이 아름다운 건 변신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전부 드러내기도 하고

아주 조금만 보여주기도 하면서

우리를 홀립니다.

태양으로부터 빛을 받아 은은하게요.

강렬하지 않아서 오히려 질리지 않지요.

하지만 그녀가 진정 아름다운 건

변하지 않는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많이 보여주든, 조금만 보여주든

본래 마음은 언제나 동그랗게 속이 꽉 차 있죠.

한 달에 한 번만 보여주는 터질 듯한 그 동그라미가

태양을 향한 그녀의 본심입니다.

 

달을 좋아하는 여인을 가슴에 담고 쓴 듯한 글이다.

말도 예쁘고, 마음도 예쁘다.

그렇게 이 책은 예쁘다.

 

그의 사랑론은 간단한데 짜릿하다.


오래될수록 멋있는 거, 사랑!


누군가, 무엇인가 날 지켜주고 있다는 믿음,

그것이 사랑.


그리워하면 닮나봐.

 

사랑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렇지만 새로 시작한 사랑이 짜릿하고, 신선하겠지만,

오래될수록 멋있는 사랑, 생각할수록 멋지다.

누군가 무언가 지켜주고 있다는 든든한 믿음을 갖게 되는 마음.

그리고 그리워하며 닮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마음도...

아름답다. 말도... 마음도...

 

살면서 어려웠던 일을 돌아보면,

어려웠을 때는 상황이나 일이 어려웠다기보다,

자기를 지키지 못해 어려웠던 거다.

그래서, 지금, 지금 잘 살아야 한다.


변하지 않고 자기를 지키는 것, 살면서 가장 어려운 일.


인생에 ‘다시’라는 말은 없다.

지금은 지금 이 순간뿐이므로.

다시 한번 기회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지금도 이제는 지금이 아니다.


세월의 흔적만 남기고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은 지금도 흐르고 있다.


에머슨의 시는 사랑과 성공을 같이 이야기한다.

이런 성공이라면, 성공하고 싶다. ^^

 

이 땅에 잠시 머물다 감으로써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랄프 왈도 에머슨)


정말 괜찮은 인연을 만난다면,

인생이 힘들지만은 않다.

그걸 아는 사람, 많지 않고,

그걸 소중히 여기는 사람, 더 많지 않다.

그걸 아는 사람을 만나는 일만으로도 즐겁다.

 

우리 인생에 가끔 괜찮은 선택도 있는 법.

지금 당신과 함께하는 그 사람!


후회하고 후회하고 또 후회하고

그러다 죽는다는 것을

언제쯤 알게 될까?


有緣千里來相會 인연이 있으면 천리를 떨어져 있어도 만나게 되고,

有心能相守一生  마음이 있으면 서로 평생을 지킬 수 있다!


인생을 즐겁게 사는 법.

시간을 늘여서 사는 법.

역시 결론은 하나다.

사랑!

 

시간을 잠시 멈출 수 있는 방법.

사랑하는 것!

숨이 멎을 만큼 사랑하는 것.

숨이 멎을 듯이 사랑한다면 시간도 잠시 멎지 않을까?

마음을 다해서 사랑하는 것.

그래서 사랑하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남지 않는 것.

시간마저도 없어져 버리는 것.

사람을 사랑하고, 삶을 사랑하고, 그래서 함부로 살지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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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3 15: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4-13 16: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장자 교양강의 돌베개 동양고전강의 6
푸페이룽 지음, 심의용 옮김 / 돌베개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장자를 읽어주는 사람은 많지만,

보통 장자에 실린 이야기를 한편 들려주고,

그 이야기의 함의를 읽어주는 식이 많다.

그러다보면, 전체를 바라보는 눈을 잃게 되기 쉬운데,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장자라는 텍스트를 높은 데서 내려다보는 강의 텍스트일 수 있다.

단점이라면, 세세한 이야기의 함의를 읽지 못한다는 것인데,

그래서 다른 책과 함께 읽으면 도움이 되겠다.

 

논어에 문질빈빈이란 말이 있다.

 

질박함이 꾸밈을 이기면 조야하고, 質勝文卽野

꾸밈이 질박함을 이기면 겉만 번지르르하다. 文勝質卽史

꾸밈과 질박함이 고르게 조화를 이룬 뒤라야 군자라 할 수 있다. 文質彬彬 然後 君子(논어, 옹야편)

 

진리란 것은 진실하 면모 전체를 바라보기도 어렵고,

언어로 적절하게 묘사해 낼 수도 없는 것이다.

그래서 장자는 이야기라는 방식을 통하여 진리를 드러내 보여주려 한다.

 

장자는 굳이 꾸미는 쪽보다는 질박한 쪽을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역시 그쪽을 굳이 강조하는 것은 세상이 상대편으로 지나치게 쏠려있음을 의식한 질박함이어서,

조화를 이루려는 의도가 강하다고 볼 수도 있다.

 

공자와 노자의 이상은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정하는 대업'이었지만,

장자의 이상은 <사람의 생명의 안녕을 추구하고 호소>하는 것이었다.

어던 상황에 처하더라도 그 속에서 자유자재할 수 있는 <소요유>할 수 있는 능력을 내세우는 것.

 

장자를 푸페이룽 선생은 <우주 비행사>에 비유한다.

정말 높은 곳에서 구만리 장공을 내려다볼 수 있는 존재, 곤과 붕의 상상과 초록별에 대한 조감은,

정말 우주 비행사의 시점 정도나 되어야 할 법 하다.

 

인간은 매일 살아가는 순간의 파도에 감성이 휩쓸리기 쉽다.

그러나, 세상은 바다와 같은 '전체'를 바라볼 수 있어야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환공의 독서 비유를 통하여 '지혜'를 생각해 보게 한다.

책에 들어있는 지식은 모두 죽은 것이며, 의발을 전해줄 수 없는 것 뿐이다.

자기가 직접 체험하여 얻어낼 수 있는 것만이, 제대로 된 지혜인 바,

得手應心(득수응심) 하려면, 통찰력이 뛰어나야 한다.

세상을 전체로 응시하고, 미묘한 변화도 관찰하는 통찰력을 가지려면, <시의적절함>과 <타이밍>이 필요한데,

지혜로운 자는 그것을 적절하게 응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볼 만 하다.

 

거기서 여유로운 낙관이 나오고, 사랑이 너그럽게 나온다는 이야기는 읽어도 흐뭇하다.

비범한 잠재력으로 가득한 책, 장자.

어떤 가능성도 열려있으며,

상상 밖의 거리감이 아름다움으로 화하는 책.

장자를 읽는 법과 장자에서 다루는 이야기들의 의미를 굳이 이야기 디테일에 얽매이지 않고 풀어주는 교양 강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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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2-04-13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이 책은 장자도 아니다라는 논지의 평을 읽고 리뷰 작성에 대한 의지를 꺾을 뻔한 적이 있었습니다. 전 꽤 재미있게 읽었는데 말입니다. 교양으로 읽기에 충분한 책이죠.

글샘 2012-04-13 14:22   좋아요 0 | URL
이 책은 장자가 아니죠. ^^ 장자 강의니깐요. 장자를 읽기 위해 한번쯤 읽어볼 법한 책이지, 장자는 아니죠. ㅎㅎㅎ

saint236 2012-04-14 14:18   좋아요 0 | URL
헉.....
 
울고 있니, 너? - 테마 1 : 자아 정체성 청소년을 위한 소설심리클럽 1
이경혜 외 지음 / 우리학교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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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남자가 8년마다 여자가 7년마다 온몸의 세포가 바뀌게 된다고 한다.

남자는 16살부터, 여자는 14살부터 성호르몬이 나오는 사춘기를 겪게 되는데,

이 시기는 정신적으로 불안이 극에 달하고, 성적인 관심이 지극히 커지며,

자아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삶에 가득 들어차게 되는 시기란 것이 심리학적, 의학적 설명이다.

 

유전자의 움직임이든, 성호르몬의 작용이든 아이들이 혼란에 빠지기 쉬운 시기임은 분명한데,

한국 사회의 청소년들은 또다른 억압에 적응해야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소설집에서는 자아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아이,

부담스러운 기대감을 담은 이름때문에 힘들어하는 아이,

가슴이 작아서 살이 쪄서 고민에 죽을 거 같은 아이들,

아빠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가장의 자리에 서게된 아이,

공부에 대한 강박관념에 휩싸여 아이를 학대하는 엄마와 사는 아이,

사춘기를 시술로 없애야 할 것처럼 여기는 자들에 대한 판타지...

 

이런 이야기들을 싣고 있다.

짧은 이야기들이지만, 청소년들이 읽고 토론하기 좋은 주제들을 가득 담고 있다.

 

성, 스러운 그녀, 의 성에 대한 담론들과 함께,

청소년들의 자유로운 토론 문화를 이끌어가는 소재로 활용하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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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지아 쿠피 - 폭력의 역사를 뚫고 스스로 태양이 된 여인
파지아 쿠피 지음, 나선숙 옮김 / 애플북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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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의 현대사는 한국의 그것보다 더 폭력적인 것으로 점철되어 왔다.

특히 여성에게 있어 탈레반의 폭력은 극에 달했다.

이 폭력을 뚫고 스스로 태양이 된 여성 정치가 파지아 쿠피의 이야기이다.

 

죽음의 문턱을 네 번이나 넘나들면서도 아직도 아프간의 미래에 희망을 가진 정치가.

그는 아프간 사람들의 사랑을 가득 받는 살아있는 희망이다.

그들의 현대사는 늘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의 역사였다.

그것을 이렇게 적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언제나 받아들이기 힘들다.

상실감이 너무나 크고 부재가 남긴 구멍이 영원히 채워지지 않을 것 같다.

그를 다시 보지 못하리라는 고통이 늘 충치처럼 욱신거린다.

하지만 그 고통을 완화시켜 줄 진통제는 없다.

 

나는 이제 사랑하는 사람을 인사도 없이 떠나보내는 것이 익숙해질 지경이었다.

하지만 왜냐고 물어봤자 소용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시절에는 그게 우리 삶의 방식이었을 뿐이다.

 

이런 구절을 읽는 일은 가슴아픈 일이다.

이것이 삶일까? 과연 이런 곳에서 사는 일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건 살면서 가장 견디기 힘든 일 중 하나야.

집을 잃는 것도 끔찍한 일이야.

하지만 어쩌면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일은 바로 자신을 잃어버리는 일일 거야.

자신이 누군지 잊어버리고 꿈을 잃는 것은 가장 슬픈 일 중 하나가 아닐까 싶어.(두 딸에게 주는 편지에서)

 

상실만을 요구하는 국가에서, 자신을 잃는 일이 가장 슬프다는 언술 자체가 슬프다.

 

어느 가난한 마을에서 7년 새 다섯 아이와 여섯째를 임신한 병든 한 여성을 만난다.

그녀에게 병원에 갈 것을 이야기하자,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날 병원에 데려가려면 염소나 양을 팔아서 치료비를 마련해야 해요.

남편이 가겠다고 하지 않을 거예요.

게다가 우리가 거기까지 어떻게 걸어서 가겠어요.

우린 나귀나 말이 없기때문에 사흘이나 걸어야 해요.

 

내가 죽으면 남편은 다른 여자랑 결혼할 수 있어요.

가족은 염소젖과 양고기를 먹을 수 있고요.

하지만 염소나 양이 없어지면 이 가족을 무엇으로 먹여 살리겠어요?

어디서 먹을 것을 구하겠어요?

 

비유적으로 '희생'적 삶이 아니라, 이 여인의 삶은 날것 그대로 '희생'이 아닌가?

 

후진적 아프간 족벌 정치 시스템을 비꼬는 말이 있다.

 

"난 믿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 내 사촌/조카/집안의 오랜 친구보다 더 나은 사람이 누구겠어?"

뭐, 우리 나라랑 비슷하다. ㅎㅎ

 

파지아 쿠피는 아프가니스탄에서 '교육과 안정'이 밝은 미래를 불러올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오늘도 죽음을 무릅쓰고 정치에 뛰어든단다.

김구 선생이 죽음을 염두에 두고 두 아들에게 '백범 일지'를 남겼듯이,

그도 늘 죽음이 함께 하는 삶을 살기에, 이 책을 남긴다고 하니, 참 삶과 죽음이 맞붙는 아이러니를 읽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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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란1 2012-04-15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파지아 쿠피는 아프간 여성 중에서는 축복받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 굶주림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었고, 말이나 차를 이용해서 피난을 할 정도의 재력을 가진 집안에서 태어났으니 말입니다. 더구나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었고요. 제가 알고 있는 아프간에 대한 지식이 단편적이긴 하지만 [천개의 찬란한 태양]에서 본 아프간 여성들의 비참함에 오금이 저릴 정도였거든요.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이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글샘 2012-04-15 14:59   좋아요 0 | URL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시죠? ^^
탈레반 집권 이후, 여성들의 인권은 땅에 떨어졌다더군요.
휴 =3=3 저런 상대적 비교를 통해서나... 감사해야 하는 나라지만... 정말 끔찍한 건 맞아요.
 
슬로우 - 무한경쟁 시대를 넘어서기 위하여
플로리안 오피츠 지음, 박병화 옮김 / 로도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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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태스킹이란 게 있다.

한꺼번에 여러 가지의 작업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인데,

컴퓨터에서 몇 군데의 포털 사이트에 도착하는 메일을 확인하며,

몇 가지의 메신저가 알려주는 메시지를 확인하여 업무를 수행하고,

수시로 울려퍼지는 휴대 전화와 내선 전화를 받으면서 직장 동료 내지 영업상 알게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잠시 틈이 나면, 컴퓨터 화면을 응시하면서 웹 서핑을 하고...

 

한번에 여러 가지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작업표시줄에 프로그램을 늘어놓는 일을 넘어서,

한 화면에 여러가지 탭을 붙여서 일할 수 있도록 작업 환경이 진화되고 있다.

 

환경은 날이 갈수록 '스피드'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진화되고 있는 셈인데,

이런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은 행복해지기보다 <탈진 증후군 burn-out syndrome>에 시달린다고 한다.

 

내가 겪어봐서 안다.

burn-out syndrome.

종일 누군가가 나를 찾는다는 강박 관념에 시달리면서,

근무하는 동안 계속 '틈'이라곤 없다.

일을 미뤄두는 동안, 책을 읽는데, 책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고 계속 일이 빙글빙글 돈다.

책의 내용 역시 일에 적용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서 엉뚱한 초점을 짚기도 한다.

퇴근해 누우면 즉시, 잠에 빠져든다. 나른할~ 틈이 없다.

그러다, 갑자기 정신 나간 사람처럼,

새벽 한 시든, 두 시든 퍼뜩 일어난다.

갑자기 컴퓨터로 달려가 전원을 켜고 머릿속에 떠오른 기안문이 사라지기 전에 부랴부랴 컴퓨터에 입력을 한다.

일은 예사로 해가 밝아올 때까지 이어지곤 한다.

다음 날은 종일 피곤하고 지치지만, 또 종일 사람을 만나고 회의하고 정리하는 강박에 시달린다.

쉬는 시간은... 불행하게도 수업에 들어갔을 때 뿐이었다.

머릿 속에선 늘 <이곳 아닌 다른 곳>이면 어디든 행복할 것이란 생각뿐이었다.

 

이게 내가 작년에 살아왔던 불행한 삶이었다.

불면증 이후로, 불안과 우울증이 찾아왔다.

어떤 일을 해도 즐겁지 않고, 졸리기만 하고, 심지어 삶 자체에 대하여 회의가 오기도 했던 거다.

사람들은 혼자서 그 많은 일을 어떻게 했느냐고, 비아냥인지 칭찬인지를 아직도 이야기하지만,

작년 내가 하는 일을 둘이서 떠맡아 허덕이는 사람들을 보면서 마음이 아프다.

 

잘못된 사회에서는 올바른 삶을 기대할 수 없다.

 

아도르노의 말이다.

도대체 학교에서 속도가 무슨 필요란 말인가?

그러나 잘못된 사회 한국에서 교사는 올바른 삶을 기대할 수 없고,

몇 사람은 정해진 배드-빙의 삶에 얽매여야 한다. 내가 거기 끼었던 거다.

 

나 자신이 문제였지만, 추월차선을 달리는 삶은 원래 질이 형편없다는 진리를 잊고 있었던 것이다.

속도를 늦추기 위해 일을 서두르는 사람도 있다.

엄청난 부를 소유했던 노스페이스 대표가 남미의 오지에 가서 국립공원을 만든다고 한다.

부탄에는 국민 총행복 지수가 있고, 국민총행복부 장관이 있다.

 

저자는 행복으로 가는 길을 걷기 위해 우리가 알아야 할 것으로 '시간'을 꼽는다.

미하엘 엔데의 '모모'에서 회색도시에서 추적하는 시간에 대한 이야기다.

 

행복으로 향하는 길은 자기 자신의 시간에 대한 통제권을 다시 확보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진정 중요한 일을 하는 것입니다.(227)

 

이걸 모르는 사람도 있나?

그렇지만, 잘못된 사회에서...

올바른 삶을 살기 위해서 개인적으로 투쟁해 나가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래서 독일처럼 <조건없는 기본 소득, 성인 200만원, 아동 100만원> 같은 개념이 논의 중인 것이다.

 

탈진 증후군에 고민하는 저자에게 들려준 의사의 이야기는 전혀 의미심장하지도 않다.

 

스트레스를 주는 대상과 거리를 두라.

한계를 분명히 하라.

일상을 파괴하는 중독성 있는 습관을 한동안 끊어라.

 

스마트폰을 사줬더니 거의 24시간 그걸 끼고 카톡을 하는 아이들의 세대에

이런 이야기가 가당키나 한 건지... 그것도 분간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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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2-04-13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우울증에 대한 책을 읽고 있어요. 우울증에 걸려 본 저자가 쓴 책인데
내용이 흥미로워요.(조만간 페이퍼로 올릴 예정임)
컴퓨터, 스마트폰 등 기계에 지나치게 친숙한 요즘 청소년들을 생각하면 정신건강이 걱정이 됩니다.
안 그래도 입시에 몰려 경쟁심으로 가득차 정서 메마르게 보내는 청소년시기에 가장 많이 보내는
시간이 기계로 보내는 시간 같아서...

"스트레스를 주는 대상과 거리를 두라." - 이것, 명언 같아요.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글샘 2012-04-13 16:45   좋아요 0 | URL
스마트폰이 문젠거 같아요. 휴대폰은 그저 문자나 보내고, 간단한 게임이나 했는데,
이제 동영상에, 음악에, 인터넷에... 무제한 뚫려버리는 거잖아요.
학교가 안 그래도 재미 없는데... 문제가 있지만,
아이들이 스스로 그것과 거리를 두게 하기는 불가능해요. 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