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고서들의 반란 - 한 인문학자의 섭치 정탐기
장유승 지음 / 글항아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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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에 서점에 가면 그렇게 행복했다.

4월이면

'눈이 부시네 저기, 난만히 멧등 마다,

 그날 스러져간 젊음같은 꽃사태가,

 연련히 꿈도 설워라 여울여울 붉었네'

이영도 시인의 '진달래'를 노래했고,

5월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던 광주의 추억 속에

'꽃잎처럼 금남로에 뿌려진 너의 붉은 피,

두부처럼 잘리워진 어여쁜 너의 젖가슴,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 우리 가슴에 붉은 피 솟네.'처럼

오월의 노래 속에서 아카시아 짙은 내음새에 묻은 최루탄 내음으로 봄을 지냈다.

 

비루한 삶을 안고 책방에 가면,

새책에 박힌 문자들의 세례로 내 마음은 황홀했다.

그 책들도 이제 쓰레기 분리배출때 내놓는 애물단지들이 되었지만...

 

일제 강점기 출판 시장 이전의 고서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그 책들의 가치는 글쎄, 작가의 말대로 쓰레기 수준이다.

 

그러나, 그 안에는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내음새가 가득 담겨있다.

종이로 보면 쓰레기지만, 문자속을 들여다보는 필자의 마음이 향기롭다.

오랜만에 책에서 향기가 나는 사람을 만났다.

문자향 서권기라고나 할까...

쓰레기같은 책들에 대한 변명이지만,

가히 그 고서들이 반란을 일으킬 정도로 용맹스러울지 피식, 웃음이 나지만,

그 책사랑과 공부의 깊이, 넓이가 넉넉하고 향그럽다.

 

섭치(여러 물건 중 변변하지 아니하고 너절한 것)라고 부를 책들.

이 책들은 너덜너덜하게 튿어진 것들 천지고,

멋대로 안팎을 뒤집에 쓰고, 배접을 하고 했다.

그러나, 그 문자향을 지울 수는 없다.

문자향 서권기는 향수처럼 '자동사'로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눈을 감고 은은히 그 향을 '타동사'로 찾을 수 있어야 감득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런 경지를 보여주어 흐뭇하다.

 

'백미고사'라는 고사성어집에서 '반듯한 사람 조광봉은 옥계척이라 불렀다'는 구절을 이야기하면서,

 

자는 곧고 딱딱해야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정확한 기준이 될 수 없습니다.

믿음직한 남자는 답답한 면이 있고, 애교가 많은 여자는 쉽게 토라지는 법입니다.

믿음직하면서 답답하지 않은 남자나 애교만 많고 토라지지 않는 여자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하지만 조광봉은 그렇지 않았나봅니다.

옥은 단단하면서도 질감과 빛깔이 부드러운 느낌을 줍니다.

희귀한 성품의 소유자이니 사전에 실렸겠지요.(27)

 

이야기를 풀어놓는 품이 예사롭지 않다.

뭉글뭉글 의뭉스럽게 다른 이야기를 펼치면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잇닿도록 한다.

쓰레기 같은 책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이야기가 찰지고 맛나다.

 

평화로운 부부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면

어떤 경우에도 상대를 무시하는 발언을 해서는 안됩니다.

'국문과 졸업하고서 그것도 모르냐'고 핀잔을 준다거나

'손 없는 날에 일손이 없으면 차 없는 날은 커피가 없겠군' 하고 빈정대서도 안 됩니다.(37)

 

옥룡자 답산가..에서 '손 없는 날' 이야기로 튀었다가 이사 이야기가 나온 부분인데,

스스로 '손재수'를 재물 손해보는 운...으로 잘못알았다 사전 찾아본 이야기가 나온다.

'손'이라는 것은 '날짜에 따라 방향을 달리하여 따라다녀서 사람의 일을 방해하는 귀신'임을 사전에서 배웠음을 실토한다.

잘난 체 하지 않으면서도, 이야기를 엮는 솜씨는 일품이다.

 

드라마의 결말은 대체로 시청자의 기대를 따르는 법입니다.

드라마 전개가 조금이라도 이상하게 나간다는 낌새가 있으면

인터넷 드라마 게시판이 애원과 원망으로 가득차지요.

시청자의 뒤통수를 치는 드라마는 살아남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사람들은 보고싶은 것만 보고, 보고 싶지 않은 것은 보지않으려 하는 법입니다.

우리 고전소설의 결말이 비슷비슷한 이유도 여기 있다고 생각합니다.(209)

 

고전 소설을 이야기하면서도 쉽게 현실 속의 이야기로 접근하니

낡은 책의 먼지 냄새가 좀 덜 느껴진다.


인문학은 취업을 시켜주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바른 길'을 알려준다는 이야기도 아닙니다.

다만 인간과 사회를 나름대로 설명하고 예측하는 능력이 인문학의 최전선에 선 대학생들이 반드시 갖춰야 할 무기이고,

그들을 최전선으로 내보내는 사람들은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264)

 

인문학 도서들이 팔리고, '힐링'이 대세라곤 하지만,

인문 대학들은 망가지거나 바꾸는 것이 보통이다.

인문학 중에서도 가장 고루해 보이는 한문학, 고전문학의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인문학의 힘에 대하여 강조하는 것이 당연하다 싶지만,

인문학이 어떤 태도로 삶을 지탱하는 것일지를... 이 책 전체가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의 이야기를 읽어 나가다 보면,

그가 소개하는 책들의 틈속에 담긴 한자들에도,

그 휘갈겨진 초서에서조차도 다사로운 애정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인문학을 가르치는 사람은 득도한 도사가 아닙니다.

학생과 똑같이 고민하고 방황하는 인생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인문학이란 정답이 없는 학문입니다.

배우는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가르치는 사람도 답이 없습니다.

따라서 인문학 교육은 수평적인 관계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가르치는 사람은 배우는 사람이 여러 각도에서 볼 수 있게 하고,

배우는 사람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점을 일깨워줄 뿐입니다.

인문학 강의에서 끊임없이 묻고 답하는 대화가 필요한 이유입니다.(277)

 

소크라테스를 비롯하여, 논어, 맹자 등의 많은 책들이 다 '대화'로 이루어진 이유를 이야기하면서,

인문학의 위상까지 다룬다.

그렇다.

강신주가 장거리에 철학을 들고 나와 팔고 있으면, 사람들은 자꾸 묻는다.

정답을 원한다. '상담'은 원래 상담원이 답을 갖고 있지 않다.

내담자가 자기 문제를 잘 살펴볼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 상담원이고,

삶에 정답이란 애초에 있지 않다.

강신주가 '선생' 자리를 박차고 다상담을 그만둔 이유도 같은 것이겠다.

 

책 안에 적은 낙서 구절도 재미있는 살필거리다.

 

아내를 얻는데 중매가 없다고 한탄하지 마라.     娶妻莫恨無媒人

책 속에 옥같은 용모의 여인이 있으니...            書中女有顔如玉 (294)

 

고문진보에 실린 권학가라고 한다.

서경의 하은주 3대에 대한 풀이도 읽을만 하다.

 

이상사회는 완전한 사회입니다.

그렇지만 인간은 불완전합니다.

불완전한 인간이 완전한 사회를 만들 수는 없습니다.

결국 이상사회는 꿈에 불과합니다.

그렇다면 하,은,주 삼대가 이상사회로 여겨지는 이유는

그 시대가 완벽했던 사회였기 때문이 아니라

이상사회의 꿈을 잃지 않은 시대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삼대의 역사는 아무런 희망도 미래도 찾기 힘든 상황에서

그 짧은 꿈같은 시절로 회귀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의 의지와 노력으로 일궈졌습니다.

이상사회를 향한 비현실적인 꿈을 꾸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사회,

그것이 현실적인 이상사회의 모습이 아닐까요.(301)

 

인문학이 필요함을 이렇게 강조하는 일도 쉽지 않다.

사서 삼경이라는 고루해 보이는 책들 안에서, 이런 뜻을 읽어 낸다면, 그야말로 온고이지신...이 아니랴.

쓰레기같은 '옛것'들에서 청출어람의 혁명을 얻는 것이 인문학의 정신이 아니랴.

 

필자도 한때 스스로를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존심이 하늘을 찌르는 사람이라도 몇 번 실패를 겪고 보면

자기도 이 세상에 넘쳐나는 평범한 존재 중 하나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기 마련.

저 방구석에 쌓여있는 쓰레기 고서처럼,

필자 역시 평범하기 그지없는 존재임을 자각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에필로그)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는 '인생의 회전목마'라는 곡이 등장한다.

인생은... 글쎄. 빠른 박자로 진행될 때도 있고, 평범한 속도로 흐를 때도 있다.

회전목마처럼 뱅글뱅글 도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무심하게 보면 쓰레기처럼 보이는 것들,

그것들도 애정담긴 눈으로 보면 반짝반짝 빛내며 손길을 기다리는 존재일지 모른다.

그 손길에서 향기와 기운이 생동하게 되는 것이라면,

필자의 문자향 서권기의 작업은 이만하면 성공이다.

 

꼼꼼히 살피진 않았지만, 한자도 틀린 곳이 거의 없다.

요즘 이렇게 편집 상태가 좋은 책 만나기 쉽지 않다.

이런 사람도 있어 주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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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판미동입니다.

한국 최고의 명상 교육 강사 유하진님 x 회사원이 공감하는 작가 감자도리님이 만나 완성된

회사원을 위한 베스트 명상호흡 도서!「숨만 쉬어도 셀프힐링」서평단 이벤트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숨만 쉬어도 셀프힐링

- 방황하는 워커홀릭을 위한 1분 명상호흡


이해인 수녀∙이시형 박사∙신치용 감독 추천

“성과주의 ‘피로사회’에서 방황하는 워커홀릭,

자기 주도적인 ‘실전 힐링’으로 저녁이 있는 삶을 되찾아라!”


숨 쉬는 것 자체가 셀프힐링’이라는 책 제목이 시사해 주듯, 우리는 조금만 더 노력하면 몸과 마음의 치유, 진정한 삶의 기쁨을 스스로 선물할 수 있습니다. 단 한 번뿐인 삶의 여정에서 수련생인 우리에게, 저자는 특유의 체험과 설득력 있는 표현으로 이를 알기 쉽게 설명해 줍니다. 순간순간 삶을 받아들이고 자신을 돌아보며 깨어 사는 지혜, 명상을 통해 쉬어 가는 여유, 몸과 마음을 제대로 다스리는 방법을 이 책에서 배울 수 있습니다. 또 중간마다 곁들인 재미있는 만화는 책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바쁜 일상에 지친 이들이 이 책을 보고 자신을 사랑하는 여유를 지녀 좀 더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길 바랍니다.

― 이해인 수녀∙시인


명상은 뇌를 단련하는 일입니다. 우리 뇌를 잘 훈련시킨다면 충동과 우울함을 다스릴 수 있고, 결단력과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실전 명상법이라 유익할 뿐만 아니라 직장인의 상황을 풀어낸 카툰이 재미있으면서도 짠합니다. 명상에 관심 없는 사람이라도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필요한 책입니다.

- 이시형 박사∙정신과 전문의


배구에서는 개인 능력과 팀워크 못지않게 마인드 컨트롤이 중요합니다. 마인드가 무너지면 이길 수 있는 경기도 그르치기 마련입니다. 삼성화재 배구단 선수들도 유하진 강사에게 명상 수업을 들으며 승부처에서 꼭 필요한 집중력을 향상시켰습니다. 삶이란 경기장에서도 흔들림 없는 멋진 선수가 되기를 바랍니다.

- 신치용 삼성화재 배구단 감독


숨만 쉬어도 셀프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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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 기간: 2014.03.31~2014.04.10 (11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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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학교의 힘 - 아이의 학력, 인성, 재능을 키워주는
박찬영 지음 / 시공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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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한국 학교는 아이들을 살리는 곳이 아니다.

다만, 아이들이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을 뿐.

이 책에선 작은 학교가 거대 학교에 비해 어떤 점이 좋은지를 고민하고 있다.

 

작은 학교는 보통 시골 학교이다.

시골 학교에서 몇몇 아이들이 대도시 아이들을 꺾고 큰 대회에서 상을 휩쓰는 사례를 보고,

작은 학교가 거대 학교보다 낫다고 판단하는 것은 성급한 일반화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작은 학교의 장점들을 충분히 많이 나열하고 있다.

 

나도 이전에는 한 학년이 10학급~15학급인 대도시 학교에 근무했다.

같은 학년을 데리고 올라가지 않는 한, 아이들 이름 외우는 일은 언감생심, 무망한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 한 학년 5학급의 소규모 학교로 오니,

아이들 얼굴과 이름이 쉽게 외워지는 장점도 있다.

 

학력 면이나, 인성 면이나, 작은 규모의 학교가 인간적인 교육을 할 수 있다.

저자는 자연과 환경이 어우러진 학교까지 욕심을 내지만,

그건 힘들더라도, 일단 대도시 거대 학교부터 작은 학교로 나누는 일이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점이 많다고 역설해도, 교육부가 내는 정책은 '고육'지책일 경우가 많으니...

이론은 이론일 뿐이겠지만...

 

교육은 학생의 발전을 도모하는 일이다.

발전 속도가 빠른 아이들을 위한 커리큘럼 만들기는 쉽다.

지금한국은 이 속도전에만 불을 켜고 있다.

 

교육부가 뒤늦게 뒷북으로, 성취평가제나 선행학습 금지라고 외쳐봐도,

그걸 듣는 학부모는 없다.

기다려주는 교육을 하자는 것인데,

이미 이 사회는 '경쟁' 일변도의 사회임에랴...

 

학교 폭력과

학원에서의 사교육과,

경쟁의 억압에서 시달리는 학생들을 구하는 길은...

찾자고 들면 많다.

 

그러나,

내 새끼 입에 따순 밥 들어가기만 바라는 이기심으로는,

아무리 좋은 해결책도 내팽개치게 된다.

 

예수님께서 그러셨다.

귀가 있는 사람은 알아 들으라고...

 

자식을 시골학교로 전학보내는 일도 해결책은 아니다.

초등학교, 중학교는 어찌어찌 홈스쿨링이든, 대안학교든 별차이 없을 수 있으나,

고등학교와 대학 진학 문제는 아이의 진로와 밀접한 관련을 짓게 되니 말이다.

 

작은 학교는 힘이 있다.

큰 학교는 힘이 없다.

그러나... 교육부는 정작 '교육력 제고'에는 무관심하다.

아이들만 '디태치먼트(무관심)'에 버려진 게 아니다.

이미... 일반계 고등학교들도... 디태치먼트의 혼란 속에 빠진 지 오래다.

그 무섭다는 중학생 역시 마찬가지...

 

이런 책을 읽고 힘이 나야하는데, 더 기운이 빠지니... 나도 늙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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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24 19: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14-03-25 0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찻잔, 찻종지, 찻주전자... 웃기죠?
사이시옷을 받쳐 썼다는 것은, 둘 중의 하나는 우리말이라는 의미인데...
잔(盞)은 한자임이 분명하니...
차를 우리말로 '생각했음'이 또한 분명하네요. 한자로는 '다도, 다기' 등으로 쓰고,
우리말로 찻물, 찻집 등으로 쓴다고 생각한 거 같습니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 대사전에도 茶盞이라고 한자로 병기한 걸로 보아, 좀 애매한 규정이긴 하지요.
전셋방도 웃기는 짬뽕이긴 매한가지이구요. ㅋㅋ

2014-03-24 23: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25 17: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봄에 나는 없었다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 1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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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메리 웨스트매콧...

애거서 크리스티의 다른 필명이란다.

 

애거서 크리스티를 추리소설 작가로 알고 있는 나는,

주인공 조앤이 낯선 곳에서 머물게 되었을 때,

어떤 피비린내나는 공포스러운 상황에 닥치게 될 것을 기대하고 있었으나...

 

이 책에선 피 한 방울 흐르지 않고,

누구도 죽지 않는다.

 

왜 이 책을 필명으로 냈는지 이해가 간다.

나처럼 애거서 크리스티란 이름을 듣고 산 사람은 필연코 당황했으리라...

 

길비 교장의 목소리는 오케스트라 같다.

부드러운 첼로 음에서 시작해서

악센트가 있는 플루트의 음으로 칭찬을 하고,

소리가 깊어지면서 바순의 음으로 경고를 했다.

그런 다음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에게 금관악기의 음으로 간곡한 권고를 쏟아냈다.

가정적 여학생들에게는 아내와 어머니의 의무를 바이올린의 낮고 부드러운 음으로 타일렀다.

훈화의 마지막 대목에서야 교장은 피치카토로 말했다.

"인생은 얼렁뚱땅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야 한다. 자기만족에 빠지면 안돼."

그런 다음 대규모 오케스타라가 클라이맥스로 치닫는 소리로 말을 이었다.

"인생은 지속적인 진행이어야 한단다. 고통과 괴로움이 닥칠 거야.

그것을 모른다면 네 길이 진정한 길에서 멀리 벗어났다는 이야기야."(115)

 

이 부분은 주제를 함축하고 있지만,

음악에 비유된 표현 자체가 아름답다.

이 부분을 몇 번이고 되읽어도 아름다움은 줄지 않는다.

 

학교에서 가장 순종적이고 모범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세상은 온통 혼란스러운 것들 투성이다.

이 책의 주인공이 그렇다.

 

스스로 아주 우아한 여성인 체 하며 살아온 시간들에 맞닥트려

자신을 만나는 순간,

삶의 여러가지 모습들이 자신을 가르친다.

 

"무슨 일이 벌어지든 엄마는 늘 차분하고 지각 있으시니까."(167)

 

자녀들은 이렇게 엄마의 세계를 괄호 안에 넣어 버린다.

남편 역시 우아한 세계에서 살아가는 아내와는 다른 세계에서 고통받으며 죽어간 친구의 편임을 깨닫는다.

그 친구 레슬리는 조앤과 완전히 상반된 쪽에서 묘사된다.

 

극심한 통증에 시달린... 그런데 씩씩했던...

병색이 짙고 꼬챙이처럼 마르긴했어도, 전과 똑같이 웃고 농담하고 그런...

셔스턴 부인은 슬픈인생을 살았지요.

감히 말하자면 그나마 죽어서 고생에서 벗어난...

유서에는 "내가 그곳에서 아주 행복했기 때문"이라고 쓴...(193)

 

이렇게 자신을 돌아보는 조앤은 남편과 레슬리의 삶의 거리를 고찰한다.

 

고통과 가슴 타는 갈망.

두 사람은 1미터 남짓 떨어져 앉았다.

1미터 남짓이었던 건

그보다 가까우면 안전하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레슬리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아는 게 분명했다.

혼란스러웠던 로드니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우리 사이에는 전기장처럼 갈망이 흐르고 있구나.

그때 그녀에게 사랑한다고 말했어야 했어.

하지만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레슬리가 이렇게 한 번 중얼거렸을 뿐.

그대의 영원한 여름은 퇴색하지 않으리.

쿠션은 색이 바랬다. 레슬리의 얼굴도 그랬다.(255)

 

사랑하는 마음은,

나이가 들고, 얼굴이 바래고, 쿠션의 푸른 빛이 바래더라도 퇴색하지 않는다.

반면,

뜨거운 갈망 없는 봄날...

조앤은 그 봄날을 회상하며 이 구절을 읊는다.

 

그 봄 이후... 우리가 처음 만나 사랑한 봄 이후...

나는 쉬운 삶, 나태한 사고 방식, 자기만족, 고통도 감당할 수 있는 것만 골라서 두려워했어.

내가 그대에게서 떠나 있던 때는 봄이었노라.(219)

자신의 자리를 지킬 뿐,

그 봄에... 자기 자리에 그녀는 없었다.

 

여성으로서의 삶에 지나치게 속박되어 살아온 이들에게

이 소설은 굉장한 혁명적 울림을 들려주는 책일 수도 있었을 것 같다.

고요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일이 아주 우아한 삶이라고 착각하며 살던 피동적 인물들에게,

곧 닥쳐올 피비린내나는 전쟁과 역동적 삶으로 가득한 현대가 다가섬을 깨우치던 시절에,

마치 오케스트라의 클라이맥스를 상상하듯,

작가는 뜨거운 삶에 대한 조언을 던진다.

 

거기, 너는 있냐고... 물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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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교회 잔혹사
옥성호 지음 / 박하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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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죽거리 잔혹사라는 유명한 영화가 있다.

한국 고등학교 조까라고 그래~! 하면서 학교문을 나서는 권상우.

그치만 그는 다시 재수학원을 다닌다.

 

이 소설은

한국 대형교회 조까라고 그래~!하는 발언의 허구다.

그러나... 잔혹사로 치기엔 스토리가 너무 착하다.

 

대형 교회의 구조는 성역이고 금기다.

누구도 그 자금력과 인맥에 대하여 치고들어오지 않는다.

 

가끔 용기있는 목사님께서 많은 재산과 여자 문제로 왈가왈부 되기도 하지만,

한국 대형교회의 속내들은 오리무중이다.

 

이 책에선 그런, 성역이어서 감히 그림자도 밟을 수 없는

목사님의 이야기에 대하여 쓴다.

 

스토리가 인간 중심으로 흥미진진하게 진행되면서

더 박진감 넘치고 위기감이 가미된다면,

풍자소설로 더 재미있을지도 모르는데,

작가가 넘 착하다.

 

영어로 예배를 인도하겠다는 둥,

립씽크 영어 예배나, 책을 파는 등의 부조리는 작금의 대형교회가 벌이는,

정치적 편향이나 성의 속에 대한 개입 등에 비하면... 귀여운 일인데 말이다.

 

물질을 초월함으로써,

물질을 하나님께 바침으로써~  

예수님처럼 살 수 있습니다. (236)

 

다른 나라 교회도 이렇게 돈을 밝히는지, 거대 교회를 세우는지 궁금하다.

 

물론 하나님께 돈은 필요 없습니다.

그래도 그걸 아셔야 해요.

하나님은 여러분을 '통해서' 일하고 싶어하시거든요.(222)

 

이런 억지도 귀엽지만, 거기 아멘~ 하고 따라붙은 종자들도 개념없긴 마찬가지다.

 

청년부 목사 장목사는 참 소심하다.

제 모가지 떠러질까 덜덜 떨다가 소신이고 뭐고 다 버리는 존재다.

그런 약한 존재... 나는 거기서 얼마나 더 나아갔나를 돌아보면, 부끄럽다.

 

청년부 회원 대다수는 이런 보도도 모르고 있어요.

알고 있어도 대다수는 그게 뭐가 문제인데? 정도로 생각하고 있고요.

사실 지금은 다들 취업이다 뭐다 해서 정신이 없죠.(157)

 

교회만 그럴까.

작은 부조리를 눈감으면 속 편하다.

내 앞길이나 건사하자... 이런 보신주의가 젊은이들의 청춘속에 가득 녹슨 심장을 가둬두지 않던가.

 

아무튼,

이 땅에서 지나치게 성역화된 비루한 교회에 대한 통찰이어서

풍자의 서글서글함을 느끼며 읽었다.

 

 

--- 고칠 곳 하나.

73. 2만2천...이면... 22 thousand라야 된다. 22 hundred는 2,200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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