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 이상 단편선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16
이상 지음, 김주현 책임 편집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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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하다.

온 국민이 총체적 우울증에 걸린 듯...

갑갑하다.

그러나... 고3이 아이덴티티인 아이들은 공부를 해야하고, 나는 수업을 해야한다.

 

오늘은 이상의 '날개'

 

나는 미쓰꼬시(백화점) 옥상에 있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거의 대낮이었다.

나는 거기 아무 데나 주저앉아서 내 자라온 스물여섯 해를 회고하여 보았다.

몽롱한 기억 속에서는 아무 제목도 불거져 나오지 않았다.

나는 또 나 자신에게 물어보았다.

너는 인생에 무슨 욕심이 있느냐고,

그러나 있다고도 없다고도, 그런 대답은 하기가 싫었다.

나는 거의 나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기조차도 어려웠다.

 

일제 강점기, 식민지 지식인의 자아 성찰이다.

뭐, 지금인들 나으랴마는...

 

허리를 굽혀서 나는 그저 금붕어나 들여다보고 있었다.

금붕어들은 참 잘들도 생겼다.

작은 놈은 작은 놈대로, 큰 놈은 큰 놈대로 다 싱싱하니 보기 좋았다.

내리비치는 오월 햇살에 금붕어들은 그릇 바탕에 그림자를 내려뜨렸다.

지느러미는 하늘하늘 손수건을 흔드는 흉내를 낸다.

나는 이 지느러미 수효를 헤아려 보기도 하면서 굽힌 허리를 좀처럼 펴지 않았다. 등허리가 따뜻하다.

 

금붕어를 들여다보던 이 사람,

눈을 돌려 인간을 본다.

 

나는 또 회탁의 거리를 내려다보았다.

거기서는 피곤한 생활이 똑 금붕어 지느러미처럼 흐늑흐늑 허비적거렸다.

눈에 보이지 않는 끈적끈적한 줄에 엉켜서 헤어나지들을 못한다.

나는 피로와 공복때문에 무너져 들어가는 몸뚱이를 끌고

그 회탁의 거리 속으로 섞여 들어가지 않는 수도 없다 생각하였다.

나서서 나는 또 문득 생각하여 보았다. 이 발길이 지금 어디로 향하여 가는 것인가를...

 

인간들은 보이지도 않는 끈끈한 줄에 엉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본주의의 줄과 시스템의 줄은 정교하고 끈끈하다.

벗어나고 싶으나, 들어가지 않는 수도 없다.

그는 지금 옥상에 있다.

옥상에서 금붕어를 내려다보듯,

인간 삶을 내려다본다.

마치 새가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듯(조감 鳥瞰, 새조, 굽어볼 감)...

조감도...는 하느님이 불쌍한 인간을 내려다본 관점일까...

그래서 비틀어, 조감도는 넘 건방지니깐... 오감도라 부른 건지...

 

13인의 아해가 도로로 질주하오

(길은 막다른 골목길이 적당하오)

 

1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2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3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4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5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6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7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8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9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10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11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12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13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13인의 아해는 무서운 아해와 무서워하는 아해와 그렇게 뿐이 모였소.

(다른 사정은 없는 것이 차라리 나았소)

 

그중에 1인의 아해가 무서운 아해라도 좋소.

그중에 2인의 아해가 무서운 아해라도 좋소.

그중에 2인의 아해가 무서워하는 아해라도 좋소.

그중에 1인의 아해가 무서워하는 아해라도 좋소.

(길은 뚫린 골목이라도 적당하오.)

 

13인의 아해가 도로로 질주하지 아니 하여도 좋소.

 

 

나는 무섭다. 무서워하는 아해다.

그들은 무섭다. 무서운 아해다.

그런 그들이 도로를 질주한다. 왜 질주하는지,

어디를 행해 가는지 모르겠다.

질주하지 아니하여도 좋을 일이어늘...

 

우리들은 서로 오해하고 있느니라.

설마 아내가 아스피린 대신에 아달린 정량을 나에게 먹여왔을까?

나는 그것을 믿을 수가 없다.

아내가 대체 그럴 까닭이 없을 일이니

그러면 나는 날밤을 새면서 도적질을, 계집질을 하였나?  정말이지 아니다.

우리 부부는 숙명적으로 발이 맞지 않는 절름발이인 것이다.

내가 아내나 제 거동에 로직(논리, 이유)을 붙일 필요는 없다.

변해(변명, 해명)할 필요도 없다.

사실은 사실대로 오해는 오해대로

그저 끝없이 발을 절뚝거리면서 세상을 걸어가면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까?

 

천안함 때도, 이번에도,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

한국의 정치가들과 나는 숙명적으로 맞지 않는 절름발이처럼 느껴진다.

사실대로, 오해대로... 그렇게 절뚝이며 살아왔듯, 그렇게 살아 가야할까?

답답하게도...

너무나 답답하게도...

 

나는 불현듯이 겨드랑이가 가렵다.

아하, 그것은 내 인공의 날개가 돋았던 자국이다.

오늘은 없는 이 날개,

머릿속에서는 희망과 야심의 말소된 페이지가 딕셔너리 넘어가듯 번뜩였다.

나는 걷던 걸음을 멈추고 그리고 어디 한번 이렇게 외쳐 보고 싶었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이상, 날개...에서)

 

새가 인간 세상을 조감하듯,

어딘가로 질주하는 무서운 사람들...

이 어리석은 '매트릭스'에 갇히길 싫어한 사람들은 예전부터,

신선이 되고 싶어했다.

 

우화 이 등선(羽化而登仙, 날개가 돋아 신선 세계로 날아오름)이다.

 

희망과 야심이 모두 말소된 페이지가 다시 번뜩일 날이 오면...

날개가 돋아,

다시 날개가 돋아...

무의미한 질주를 멈추고,

푸른 창공을 너그럽게 활공하는 세상을 살아갈 날은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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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소금밭인데 오랜만에 도서관에 갔다
이명원 지음 / 새움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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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일이 때때로 팍팍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쓰린 마음에 소금이 뿌려져 그야말로 소금밭이 되는 일도 종종 있는 것이다.

그러나 소금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한 움큼의 투명한 소금이야말로 가혹한 비바람과 격렬한 태양 아래서 마술적으로 응결된 것, 아니 단련된 것.

사각형의 책들을 순례하면서, 나는 사는 일을 경쾌하게 긍정하는 연습을 했으며,

더 나은 삶에 대한 질문을 거듭 던졌다. _<저자의 말> 중에서

소금.

박지원은 '민옹전'에서 이런 말을 한다.

 

"옹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것을 보았소?"

"보았지. 달이 하현이 되어 조수가 빠지고 갯벌이 드러나면,

그 땅을 갈아 염전을 만들어 염분이 많은 흙을 굽는데,

알갱이가 굵은 것은 수정염이 되고

가는 것은 소금이 된다네.

온갖 음식 맛을 내는 데에 소금 없이 되겠는가?"

 

인간들은 왜 그렇게 얄팍하게도 '맛있는' 기름진 음식을 찾아 나서는가?

진실로 '맛'을 내는 데는 소금만 한 것이 없거늘.

그 소금의 생성 과정과, 소금의 용처를 생각한다면,

세계 미각으로 치는 푸아그라, 캐비어, 송로버섯을 우선 꼽는 세태에 망치를 휘두를 노릇이다.

 

마음이 소금밭인데, 오랜만에 도서관에 갔다.

서가에 꽂혀 있는 오래된 책을 보면 안심이 되기 때문이다.

오래된 책들에서 나는 서늘한 냄새가 그리웠기 때문이다.

 

책의 소용은 그런 것이다.

책을 들척이다보면, 마음이 안심된다.

그 속에서 서늘한 정신을 만나기 때문이다.

 

세상이 다들 미쳐서 남을 추월하고, 더 높이 오르려 다툼질이다.

텔레비전에서도, 축구가 야구가 다투고, 온갖 서바이벌로 다투고,

일박이일이 다투고, 시청률이 다툰다.

그 뜨거움 속에 사실은, 돈이 놓여 있다.

돈의 <매트릭스> 안에서 다들 정신줄 놓고 있다.

책의 서늘한 그늘 안에 들어서면, 정신을 조금 가다듬게 된다.

그런 책이 좋은 책이다. 이 책도 꽤 좋다.

 

삶은 아파하되 오래 견디는 것이며,

결핍이 오히려 희망의 꽃핀 자리라는 것을 확인하는 일이 아닐까요.

당신의 고뇌가 더욱 향기로워지기를...

아, 벌써 가을이 목젖까지 차오른 것 같군요.(37)

 

좀 오버하기도 하지만~

이 책은 십년 전에 나온 책이지만,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소재는 문학이지만, 문학이란 사물이 '저만치 혼자서 피어있는' 꽃은 아니다.

'꽃이 좋아 산에서 사는 새'에게는 저만치 피어있는 꽃을 통해,

삶의 희열을 맛볼 수도 있는 것.

 

팍팍한 삶에서 뻐근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면

삶은 존엄한 것임에 틀림없다.(53)

 

소설 속에서 누구나 무언가를 길어 올리지는 못한다.

그리고 이 책이 올해 다시 출간된 것은, 좀 의외다.

이 책에서 다룬 책들이 별로 새책 냄새가 풍기지 않고, 흥미롭지도 않은 것들이 많아서다.

그렇지만, 읽어가노라면, 세월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문제를 잘 짚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문학의 좌절에 대하여, 후일담 문학에 대하여,

시와 소설에 대하여, 번역에 대하여, 많은 이야기들을 하지만,

이 사람의 이야기는 참 일관성이 있다. 그런 점에서 공감을 많이 하게 된다.

 

눈물은 내려가고 숟가락은 올라간다.

인간은 빵이 산처럼 쌓였어도 죽음을 생각한다.(77)

 

삶은 그런 것이다.

아무리 눈물이 내려가도 숟가락은 올라가는 법.

산 사람은 살아야지, 끙~ 하면서 또 하루 사는 것.

 

사랑 안에서 우리가 기적적으로 이타적일 수 있는 것은,

명랑한 낮의 이성이 성숙한 밤의 포옹 앞에서 무력해 지기 때문.

그때, 사랑하는 '나'는 없다. '당신'이 있을 뿐.(83)

 

작가의 글들은 달콤하면서도 톡 쏘는 맛을 가졌다.

아예 엄두도 내지 못하는 사람들은 돌아보기도 싫어할 맛도 나지만,

한번 입맛을 들인 사람들은 환장을 하는 홍어 삼합의 맛처럼 감칠맛이 독특하다.

 

'총각 딱지 떼기'로 일관하는 '동정 없는 세상'을 '탈 근대적 성장소설'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비평적 사기일 수밖에 없다.(112)

 

참 돌직구를 서슴지 않는다.

그렇지만 어쩌랴.

그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에게는 '성장소설을 통한 성장'보다는,

자기들의 이야기에 열광할 따름인 것을....

영화도 비평가가 저질이라 까는 영화가 흥행에 성공할 확률이 높지 않던가.

영화 감독들은 평론가들의 극찬을 싫어한다지 않는가. ㅋㅋ

 

이문열과 복거일의 웃기는 짜장 이야기는 워낙 자주 등장하여 식상할 지경인데,

아무튼, 한국에서 이런 목소리를 내는 평론가도 드물다.

 

시인의 마음은 가장 낮고 어두운 곳에서,

자기 바깥의 슬픔에 기꺼이 동참하고 아파하며

기어이 큰 목소리로 꺼이꺼이 함께 어는 연민의 태도를 의미한다.

그렇다고는 해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존재일 수 있을까,

꽃처럼 아름다운 사람이라면 몰라도...(126)

 

정호승에 와서도 '달콤하고 미끈한 당위적 사랑'이라고 비꼰다.

 

잘 만들어진 고통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적어도 뼈아픈 고통은 아니다.

미끈한 잠언들은 고통을 휘발시킨다.

만들어진 시는 그래서 일급이 될 수 없다.(148)

 

정호승의 시를 이렇게 잘 표현한 구절을 만나긴 쉽지 않다.

 

십년도 더 전에 유행했던 '느낌표' 책에 대한 비평도 신랄하다.

이미 물건너간 시절이지만, 그렇게라도 대중적 독서 붐을 일으킨 일은 나름 신선했다.

역시 한두가지의 프로그램은 '시스템의 불구'를 극복할 수 없는 법이기는 하다.

 

불면의 밤은 실존을 밝히는 등불이다.(195)

 

이런 말을 만드는 걸 보면, 좀 잘난 체하는 구석이 있는 사람 같기도 하다. ㅋㅋ

그렇지만, 후일담 같은 것을 분석하는 그의 눈은 매섭다.

 

흔히 오해되듯 90년대는 80년대의 결여형으로서의 후일담의 시대가 아니다.

이 시기는 전통적인 소수자(약자겠지, 민중은 항상 다수였으니)로서의 민중의 존재와 함께,

새로운 일군의 소수자들 - 동성애자, 홈리스, 여성, 자발적 무위도식자, 반제도적 청소년들, 이주 노동자 등- 이

광범위하게 출현한 시기이다.

또는 이 시기는 이념적으로는 민중적인 것과 수구적인 것의 대립에,

신좌파와 신자유주의 대립이 더해져 사회적 갈등이 복수적으로 심화된 시기이기도 하다.(226)

 

그렇다.

포스트 모던~이라는 말로 뒤덮어버린 '문학 없음'의 현상을 그는 냉철하게 바라본다.

그가 지적한 '소수자들' 사이에는 '가정 파괴'로 인한 '집으로' 세대의 학교폭력도 들어가고,

컴퓨터에 몰입하는 히키코모리도 해당하고,

386이라던 80년대 사람들...이란 의식 역시 그렇다.

 

그런 시기가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을 배출했고,

또한 이명박, 박근혜를 양산했다.

 

번역문학에 대한 비평도 날이 서 있다.

 

번역문학은 기원의 측면에서 보자면 외국 문학이라 할 수 있으나,

한국의 문학장에서 차별없이 유통, 소비되고 있다는 점에서 비평의 적극적인 검토대상이 될 필요가 있다.

대학 바깥에서 '비평가의 생존'을 가능케 하는 시스템 구축도 적극적으로 강구될 필요가 있다.

대학이란 제도의 보수성은 비평이 집중해야 마땅할 '전복성'을 약화시킨다.

오늘날 대부분의 비평가는 대학이라는 시스템에 직,간접적으로 포섭되어있다.

혁명적이면서도 전복적인 비평이 출현하지 못하는 것은

탈제도적 비평을 불가능케 하는 열악한 생존 조건의 영향이 크다.(237)

 

요즘 '새움'판 '이방인' 번역을 두고 논란이 많다.

이명원의 논점으로 보자면, 이정서의 번역은 '전복적인 비평'의 일종으로 보아야 하지만,

제도권 내의 비평가들로서는 용납하지 못할 도전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이 책 역시 그 출판사 책이다.

 

80년 광주에서 벌어졌던 말도 안 되는 학살이 일어났던 시대에서 이제 35년 정도 떨어졌다.

많은 분야에서 민주화 되었고 개혁이 일어났다.

하지만, 아직도 이 땅에는 '인간 해방, 민중 해방'의 측면에서 보자면 '구속'이 지나치게 많다.

이명원의 비평은 '해방'의 방향을 추구하는 것들이다.

부디, 건필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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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4-04-17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십년전에 나왔던 책이 왜 갑자기 재출간을 하게되었는지 저도 좀 궁금했어요.

책 제목만큼 확 와닿는 구절이 별로 없어서 저도 별 네개였는데 ㅎㅎ
 
사람들 앞에 서면 나는 왜 작아질까 - 당당한 나를 위한 관계의 심리학
크리스토프 앙드레 & 파트릭 레제롱 지음, 유정애 옮김 / 민음인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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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였을까.

메일 주소라는 걸 처음 만들어야 했을 때,

난 왠지 내 특성을 대표하는 단어를 ID로 써야할 것 같은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ID는 그저 식별표시라는 뜻이었을 터인데, 나는 그걸 곧이곧대로 '정체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인 것.

내가 이런 인간이다.

그리하여 내 아이디에는 나의 개성을 가장 잘 함축하는 단어인 'shy'가 들어가게 되었다.

 

1973년... 벌써 40년도 더 전의 일이다.

초등학교 1학년 교실...

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 공간에 바글바글 모여있는 곳에 혼자서 떨어져본 일이 없었다.

남학생 41명, 여학생도 비슷한 숫자가 있었으리라.

1번부터 출석을 부르는데,

내 이름은 계속 나오지 않았다. 가나다 순서도 아니고, 생년월일 순서였음을 전혀 몰랐던 나는,

내 번호 41번이 나올 때까지 계속 내가 다른 교실에 잘못와있는 것이 아닐까 하면서 불안해 해야했다.

그런데 막상, 내 이름이 마지막으로 불렸을 때,

내 목소리는 입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입만 달싹이고 있는 얼굴 하얀 꼬마를 담임 교사는 몇 차례 호명했으나 결국 손을 드는 것으로 출석을 갈음했던가 그랬다.

 

충청도에서 언어를 배웠던 내가

억세빠진 부산 사투리 속에서 교우관계를 맺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내 기억 속의 첫 교우관계는 내가 아이들에게 안데르센 동화책을 거의 외워서 이야기해주던 장면이다.

그렇게 그렇게 성장한 나에게 대인관계란 아직도 숙제다.

 

이 책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이유로 '사회 공포증'을 경험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면서, 그것들의 가장 좋은 해결법은 '인지적 행동치료'라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인 수준의 지적인 해결 방안을 실천할 레벨이 되어야 하고, 누군가가 계속 상담을 해야한다.

그렇지 못한 환경에서 성장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그런 방안은 속수무책 아닐까?

 

사회 공포증은... 문화의 차이, 문화의 접근 등으로도 발생한다.

외국어를 못하는 사람들에게 영어 울렁증이 일종의 공포다.

지나치게 과잉행동을 하는 것도 질병으로 삼지만,

남자 아이들의 과잉행동은 사업가나 창의적 재능을 발휘하기에는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부끄러움, 불안한 마음 역시 그 사람의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보는 계기를 제공한다면,

발전의 축으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폭력적인 사회 환경은 모든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한국 현대사처럼 폭력적 역사를 공유한 사람들은 다들 어느 정도는 겁쟁이다.

공포 정치 하에서 사회불안을 겪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누구나 겪는 불안과 '공포증' 사이의 경계는 종종 불분명하다.(114)

 

그러므로 해결책 역시 다양하고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접근해야 한다.

 

수줍음과 관련된 장점은 꽤 많다.

수줍음을 타는 사람은 흔히 남의 말을 잘 들어주고 잘 공감해주는 사람으로 인정받는다.

뒤로 물러나 있는 성향이 자신과 타인을 잘 관찰하고

남에게 주의를 기울이는 사람이 되게 한다.

상대방의 짜증이나 긴장을 잘 알아채는 섬세함으로

그는 남의 심리 상태를 잘 읽어내는 훌륭한 독자가 된다.(125)

 

이렇게 나쁜 성격은 없음을,

잠시의 불안증도 잘 개발하면 장점으로 연결될 수 있음을 확산시키면 좋겠다.

 

남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욕망'과

그렇게 할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 사이에서 사회불안은 발생한다.(181)

 

결국 욕망이 커질수록,

두려움을 크게 만들수록,

사회불안은 증폭되어 나타난다.

 

그것이 병적인 수준이 아니라면,

그래서 도저히 약물이나 처방이 아니면 통제가 되지 않는 수준이 아니라면,

자신을 너무 작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이 책의 표지에 이런 말이 있다.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진짜 나를 보여 주라...

 

이런 말은 힘을주기보다는 또다른 두려움을 줄 수 있다.

'진짜 나'를 스스로 깨닫는 일이 소중하다.

보여줄 필요 따윈 세상에 없음을 알게 하는 일이 중요하다.

 

사람들 앞,이라는 두려운 상황,

타인이라는 지옥의 시선 앞에서 누구나 불안하다.

특히, 부끄러움을 타는 성향이 강한 사람들은 그 정도가 더하다.

 

배려하는 마음은, 단체로 무용을 하게 만들고,

남 앞에서 자랑하도록 공연을 만드는 일이 아니다.

자꾸 실수하더라도 그런 기회를 가질 경험을 주는 일이 필요하다.

심리적으로 지지하고,

미리 준비할 수 있는 마음을 주는 일이 필요하다.

 

세상은 너무 잘난 사람들의 오버로 뒤덮여 있기 때문이다.

 

대인공포, 사회공포가 심한 사람들도 나름대로 자신에게 알맞는 직업을 가질 수 있다.

다만, 격심한 공포 이전에 적절한 훈련과 상담이 가능한 사회분위기가 필요하다.

프랑스라면... 우리와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가장 정신과가 많다는 빠리~의 상담임을... 염두에 두고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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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만 쉬어도 셀프힐링 - 방황하는 워커홀릭을 위한 1분 명상호흡
유하진 지음, 감자도리(하랑) 그림 / 판미동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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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워커홀릭을 위한 1분 명상 호흡~

 

이런 부제로 만든 책이다.

 

화병.

한국에만 있다는 이 고독한 질병 앞에서,

노동 조건이 최악이라는 국가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힐링의 방법을 전수해 준다.

 

물론, 이렇게 해서 해결될 거라면,

진작 교회에서, 절에서, 성당에서 왜 못해줬겠는가 싶기도 하지만,

뚜껑이 열렸을 때,

이런 쓰바~~ 하고 박차고 나갈 수는 없는 일.

그렇게 사표 던지고 나면, 어디로 가란 말인가...

 

이런 책이라도 읽으면서 스스로 어두워지는 마음에

환한 햇살을 보낼 수 있어야 마음 건강을 지킬 수 있겠다.

 

 

 

감자도리의 삽화를 곁들여서,

직장인이라면 이 삽화를 감상하는 일만으로도 힐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척추를 움직일 기회를 가지란 말은 참 실천하기 힘들다.

부랴부랴 돌아다닐 일은 많지만, 몸을 가볍게라도 흔드는 일은 요원하다.

이런 그림을 보면, 신이 나서 척추를 움직여 줘야 할 듯 싶다.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는 일.

힘겨운 일을 많이 겪는 사람일수록,

마음에도 근육이 있어야 한다.

 

근육은 단련할수록 더 많은 근섬유가 발달하는 법이니까.

 

 

바닷가에서 돌멩이를 줍는 일은 주의해야 한다.

작은 돌멩이 하나라도, 요즘엔 보호의 대상이 되어있어서,

잘못 가져오다가는 낭패를 당할 수 있다.

 

요즘 힐링이 대세인 걸 보면,

삶이 팍팍해지긴 했나보다.

 

조용히 요가원 같은 델 갈 수도 없고,

셀프 힐링이라니...

 

쓸쓸하고 왠지 초라해보이기도 하지만,

어떠랴.

어차피 세상은 혼자서 살아가는 것임에랴.

 

혼자서 씩씩하게 살아가는 힘을 기르는 일은,

행복근을, 근사근을 심장 속에 길들여

마음을 튼튼하게 하는 일의 하나임을...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더 씩씩하게 스스로의 근육을 단련시키는 그 과정에 행복은 늘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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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 자매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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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렇지 않은 이야기를

모르는 누군가에게 보내고 싶은 날...

 

이런 날이 있다.

친구라고 해도, 가족이라고 해도...

어떤 이야기든 아무렇지 않게 할 수는 없는 법이다.

나는 정말 아무렇지 않게,

답답한 내 속을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후련할 것인데,

내가 그 이야길 누군가에게 한다면, 그가 걱정할지 모른다.

그래서 이야기하지 못하게 된다.

 

돈코, 구리코...

돈구리는 도토리라는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본어 단어가 몇 있는데,

돈구리도 그중 하나다. 돔보~ 잠자리나, 꼬모레비~ 잎사귀 사이로 비치는 빛... 같은 단어도 예쁘다.

그리고 그림자... 카게~도 예쁜데,

바나나가 '키친'에서 주인공을 '미카게'라고 불렀다.

그런 입맛이 같은 사람을 만난다는 일은... 묘한 흥분을 불러온다.

 

바나나의 소설은 애잔하다.

그러나 슬프지는 않다. 삶이 그러하듯이...

 

돈코의 활발한 모습이나 구리코의 조금 우울하고 침체된 모습은

인간에게라면 누구에게나 동전의 양면처럼 감추어진 모습들이다.

한국엘 와서 간장게장, 삼계탕 등에 열광하는 열정적인 언니의 모습도,

침참하면서 문득, 친구의 죽음을 예감하는 히키코모리 류의 동생의 모습도... 낯익은 풍경들이다.

 

어른으로 산다는 일은 참 쉽지만은 않은데,

그 중 하나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말을 어디에도 뱉기 힘든 일이다.

마음 속에 대숲 하나 기르고 싶은 것이 인간의 욕심이라면 욕심일 게다.

 

돈구리 자매가 대숲이 되어준다면...

그리고 그들이 부담없이 이야기를 들어 주고, 기약없이 메일을 보내주기라도 한다면...

사람들은 그런 이들에게 메일을 쓰고 싶어할 것 같다.

 

저 사람이 내 메일을 어떻게 여길까?

이런 걱정없이 메일을 쓸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이 소설은, 신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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