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브
우르줄라 포츠난스키 지음, 안상임 옮김 / 민음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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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꼭 해야 할 일을 소홀히 하는 것은

위험에게 전권을 부여하는 일이다.(셰익스피어, 399)

 

오스트리아 작가의 소설.

유럽 작가들의 소설은 미국 작가들과 상당히 다르다.

친환경적 주제, 또는 여성들의 삶, 그리고 고전에 대한 애정 같은 것들이 많이 묻어난달까...

 

이 소설은 신선하다.

제목 파이브는 독일어로 퓐프(5)를 영어로 그대로 번역한 건데,

다섯 군데의 좌표를 '지오캐싱'이라는 게임을 통해서 범죄와 엮어 놓는 스릴러다.

 

처음엔 상당히 신선하게 시작한다.

그러나, 소설의 두께를 고려할 때,  지루한 부분도 많다.

 

괴테나 셰익스피어의 문장을 암호처럼 메시지로 보내는 범죄자라니...

좀 치밀하고 지적인 범죄자다.

 

현대 문명의 이기를 접목시킨 점도 돋보이고,

지적인 스릴러를 구성하려는 노력도 높게 쳐주겠지만,

전체적인 구성이 좀더 조밀하게 짜여져 있으면 좋겠다.

 

흥미를 돋우기 위하여 주인공 여형사 위주의 서술 사이사이에

범죄의 현장을 간단히 끼워 넣었는데, 그런 것들이 긴밀하게 긴장감을 유지하지 못하는 건 조금 아쉽다.

그리고 살인의 동기가 밝혀질 때,

독자의 가슴에서 싸~하게 일어나는 공감이 스릴러의 생명이라면,

글쎄, 그런 것이 좀 약해 보인다.

 

베아트리체와 플로린의 애정 전선도 좀더 짜릿한 교감을 보여주면 좋겠는데,

베아의 팍팍한 가정사를 상쇄해줄 만한 사랑이 그려지지 않은 점은 아쉽다.

이래저래 유럽의 스릴러는 아직 익숙하지 않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99. 아힘은 머리를 흔들며 눈알을 굴렸다... 이런 말은 좀 어색하다. 눈길을 돌린 것이나 뭐 그런 편이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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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비 사회를 넘어서 - 계획적 진부화라는 광기에 관한 보고서
세르주 라투슈 지음, 정기헌 옮김 / 민음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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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팟의 배터리 수명을 의도적으로 18개월에 맞추어 생산한 애플사를 상대로 한 고소...

재판이 아니라 한발 물러선 합의로 결론.<영화, 전구 음모 이론>(93)

 

이 책을 읽노라니,

휴대폰은 산지 1년이 넘으면 배터리가 심각하게 급격히 기능이 저하됨을 실감한다.

약정기간 2년이 문제가 아니라, 2년이 되면 충전하기 짜증나서 새로 장만하게 되는 셈이다.

 

예를 들어 평생에 걸쳐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 아직도 남아 있느냐는 질문에

소비자 단체에서 활동하는 브래디 부인은 '단 하나뿐, 피아노!'라고 대답(93)

 

난 지금 타는 차를 13년째 잘 몰고 다니고 있는데, 아직도 멀쩡하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2~3년만 되면 디자인이 구리다면서 차를 바꾼다.

세상에~ 하긴, 요즘 자동차는 기계가 아니다. 전자제품이나 마찬가지.

나사나 부품 하나를 바꾸는 게 아니라, 조금 고장나면 키트를 몇 만원 주고 바꿔야 하는 판국이다.

 

요즘 '엄마의 밥상'이란 프로그램은 아내가 잘 찾아 본다.

곁눈질로 보노라니, 시골의 투박한 할머니 밥상을 그야말로 가감없이 보여준다.

시골 할머니들은 언제부터 써왔는지도 모르는 돌확에 콩 같은 것을 갈고,

절구나 시루를 자리잡게 하도록 브이자 형 나무받침대를 받치는데,

손때묻은 그 도구들은 백 년도 넘게 이어져오는 물건들이다.

누가 만들어 파는 것도 아니고, 그저 대물림되어 오는 그런 것들.

 

'계획적 진부화'라는 무서운 말은 얼마나 참담한지...

계획적 진부화 - 인위적으로 수명을 단축하거나 결함을 삽입하는 방식(34)

 

인간은 '욕구'를 충족하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존재다.

갈수록 '욕망'을 부추기는 상업 광고는 잔인하게 인간의 심리를 파고 든다.

욕구는 제한이 있지만, 갈수록 커지는 욕망과의 갭은 벌어질 수밖에 없다.

그 차이를 '요구'라고 하는데 요구심이 커질수록 삶은 불만으로 가득차게 된다.

 

광고는 '고의적 기술적 결함을 삽입'하기 전과 똑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처럼 홍보를 한다.

 

이런 식으로 일회용품의 영역이 무한정 확대되다 보면

머지않아 결혼, 시민권, 그밖의 개인적, 사회적 관계들도 일회용으로 간주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전 지구적 차원에서 보면 심지어 국가간 관계조차도 그렇게 될지 모른다.

이미 아시아 대륙 전체가 티슈 한 장 처럼 쓰고 버리는 존재로 취급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제 인간이 진부화 되는 일만 남은 셈인가.(74)

 

낭비 사회.

낭비를 조장하는 사회.

아니, 낭비라는 부조리를 계획적으로 조장하는 자본의 사회.

 

결국, 마르크스가 얼마나 지혜로웠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자본에 의한 인간의 소외 현상은 갈수록 심화될 것이다.

 

만국의 노동자는 단결해야 하는데...

선진국에 의한 후진국의 착취는... 세계화란 이름 하에

글로벌 차원의 '갑'을 만들어버리고...

만국의 노동자는, 자국의 자본가라는 '갑'을 뛰어넘어

세계의 자본이라는 '슈퍼 갑'을 만나게 되니... 갈수록 글로벌 지구는 지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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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일주일 심리학 3부작
박진영 지음 / 시공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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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보는 나, 착각하는 너>의 작가 박진영의 신작.

 

심리학은 재미있다.

많은 학생들이 심리학을 공부하고 싶어한다.

심리학의 연구 대상이 인간의 마음이기 때문인데, 과연 인간의 마음은 있기나 한 걸까?

그렇게 묘하니까 더 재미가 있다.

 

이 책은 요일의 특성에 맞게,

월요병 타파 - 자기통제력

화나지 않는 화욜 살기 - 효율적 동기 부여

중간 수욜 - 왔던 길 돌아보기, 목표 점검

불안한 목욜 - 슬럼프 극복

금욜 - 건강한 자존감

토욜 - 행복

일욜 - 행복 만들기

 

이런 식으로 컨텐츠를 구성하였다.

이야기도 재미있다.

다만, 실생활에서 이 마법이 얼마나 통할는지는 개인이 몫이다.

 

일주일은 워어어어얼 화아아아아 수우우우 모오옥 금 퇼

이런 속도로 지나간다는 우스개도 있듯,

물리적 시간이야 같겠지만, 힘든 일이 있을수록 시간이 지루하고 많은 기억을 남겨 피곤하다.

즐거운 시간은 쏜살같이 빨리 흐르게 마련이고.

 

개인이 정체성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나 억압이 출발선을 들쭉날쭉하게 만들 수 있다.(41)

 

인종 차별, 민족 차별, 지역 차별, 학벌 차별, 성 차별 등... 각종 차별이

정체성을 억압하고 부정적으로 규정한다.

한국의 결혼과 출산율이 지옥인 이유는 이것이다.

결혼하고 출산하면, 여성은 정체성이 '당당한 한 개인'에서 '아내, 엄마'로 돌아서기 때문이다.

이런 것을 안다고 해서 사회가 바뀌진 않는다.

그렇지만, 이런 것을 알아야, 정체성이 흔들리는 일을 줄일 수 있다.

 

사람들은 똑같은 초콜릿인데도, '마지막 초콜릿'이라고 불린 초콜릿을 더 맛있어 했다.

마지막이라는 정보가 주어지는 순간,

'이제 더이상은 없어'라는 동기수준이 확 높아지기 때문.(72)

 

그래서 메멘토 모리, 죽음을 생각하라... 에 대한 이야기는 많다.

 

완벽주의는 대체로 이롭기보다 해로운 편이다.

발전 및 훌륭함을 추구하는 것과

완벽을 추구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완벽주의는 아무리 노력해도 좌절의 쓴맛을 볼 수밖에 없다.(96)

 

긍정적 사고는 우리로 하여금 '기회를 맞이할 준비'를,

부정적 사고는 '위험을 막을 준비'를 하게 하며,

결과적으로 둘다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게 해준다.(116)

 

자신을 한번쯤 돌아보게 만드는 말들이다.

매사에 긍정적 사고만을 주입할 필요도 없고, 완벽을 기할 필요도 없다.

다만, 스스로 반성하고 돌아보는 일은 중요하다.

 

행복을 이야기하면서, <고도를 기다리며>를 예를 든다.

 

고도가 대체 누군지,

실존인물이기나 한지,

왜 기다리는지 전혀 알지 못한 채, 그를 기다리며 아무 의미없는 말들을 주고받는 것.(166)

 

인생의 의미나 행복을 기다리는 일은 이렇게 무의미해 보인다.

삶 자체가 부조리하다.

 

자존감이란 사람들의 '실제 가치'를 반영한 엄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라기보다

내가 나 자신에게 내리는 지극히 주관적인 평가.(171)

 

삶에서 객관적으로 의미있는 일은 없다.

삶은 늘 어중간한 곳에 있고, 부조리한 사이에서 주관적으로 표류한다.

그래서 삶이 어려운 것이다.

 

삶을 잘 산다는 것은 죽음을 피하는 것과 다르다.

즐거움은 단지 고통이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지적으로 뛰어난 것 역시 멍청하지 않음이 아니다.

빛은 단지 어둠이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210)

 

삶의 목적은 누구나 같다.

최고의 행복과 기쁨을 누리며 살고 싶어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렇지만, '죽지 않고 최소한 살아는 있다'가 '잘 사는 것'은 아니듯,

최고의 삶과 최악의 삶 사이에 인간은 떠다니는 존재인 것이다.

 

돈만이 나를 구원해줄 수 있어.

그러기 위해서 우리 아이는 좋은 대학을 가고, 좋은 스펙을 쌓아야 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도구로서의 물질주의(278)

 

한국에는 이런 것이 만연해 있다.

정부가 앞장서서 돈벌이에 혈안이 되어 '민영화'에 앞장서다 보니,

막상 정부로서 해야할 일엔 뒷전이 되고 말았고, 결국 살릴 수 있는 기회가 있는 아이들마저 죽이고 말았다.

 

언딘과 해경이 국방부 잠수사를 막았다.

이런 뉴스를 발표하는 것이 '정부'다.

과연 이렇게 언딘을 디스하면... 정부는 책임을 면하는가? 바보들이다.

 

거짓은 거짓을 낳게 마련이다. 꼬리에 꼬리를 문다.

천안함 사태때는, 모든 주도권을 군에서 잡고 있었다.

도망친 선장은 승진했고, 졸지에 숨진 수병들은 뜻모를 영웅이 되었다.

모든 의혹은 통제되고 감추어졌으나...

 

<천안함은 좌초입니다, 신상철, 책보세, 2012>

 

이렇게 진실은 밝혀지게 마련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독 물질주의 지표가 높다는 것은 다른나라 사람들보다 위협을 많이 느끼기 때문일까?

(미국 5.5, 물질이 간절히 필요한 짐바브웨 5.8, 한국 7.2 / 10점 만점)

왜 그럴까?

힌트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느끼는 타인이나 사회(시스템)에 대한 신뢰에서 찾아볼 수 있다.

 

타인에 대한 신뢰, 사회적 지지 : 내가 위험할 때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가?

시스템에 대한 신뢰 : 내가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이 사회의 룰은 공정한가?

 

결국 낮은 수준의 사회적 지지도와 높은 수준의 부패, 인간으로서 존중받지 못한다는 느낌,

불안 등이 모두 한국인들의 행복 수준을 낮추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들이다.(278-9)

 

사회적 불안이 높아 텔레비전만 틀면, 보험 들라고 난리다.

손범수, 김명민, 이순재 씨들... 보험 좀 드셨나?

시스템... 총체적으로 썩은 걸 이번에 잘 보여주고 있다.

 

요즘 두 사람만 모이면, 국가를 질타한다.

정부를 질타하지만, 결국 그 정부의 수준은 국민의 수준을 반영하는 것일 뿐.

수준 높은 정보 기관의 조작으로 선거와 방송이 점령되었고,

수준 높은 경찰 기관의 폭력으로 집회,결사의 자유가 유린되었다.

 

총체적 난관의 반복된 결정판이 이번 세월호 침몰이다.

자, 심리적 분석은 이렇다면...

심리적 치유는... 과연 가능하기나 한 것인지... 의문이다.

매일매일이 회의적인 나날이다.

 

하늘마저 매일매일 비를 뿌린다. 잿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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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역적의 아들 정조

 

역린, 이해를 돕는 역사책.

 

'비극 3대' 시리즈 1권. 누구보다 고독했지만 백성을 가장 사랑한 애민의 군주, 비극 3대, 인간 정조를 말한다. 영화 [역린]을 백배 더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설민석의 역사책이다.

 

2. 소소한 행복

 

우리 시대 영원한 청년작가 박범신이 '갈망 3부작', '자본주의 폭력성을 비판한 3부작' 이후 '논산집' 호숫가를 쓸쓸히 배회하며 완성한 장편소설 <소소한 풍경>으로 돌아왔다. <소소한 풍경>은 소설의 주인공이자 스승인 소설가 '나'의 제자인 ㄱ이 스승에게 간만에 전화를 걸어 난데없이 "시멘트로 뜬 데스마스크"를 이야기하는 대목에서 시작한다.

주인공 ㄱ은 어렸을 때 오빠와 부모를 차례로 잃었으며, 한때 작가를 지망했고 결혼에 실패한 여자로 지금은 '소소'시에 내려와 살고 있다. 남자인 ㄴ 또한 어렸을 때 형과 아버지가 모두 1980년 5월, 광주에서 살해당하고 어머니가 요양소에 가 있으며, 그 자신은 평생 떠돌이로 살아왔다.

또 다른 여자 ㄷ은 간신히 국경을 넘어온 탈북자 처녀로, 그녀의 아버지는 국경을 넘다가 죽고 어머니는 그녀가 증오하는 짐승 같은 남자와 함께 살고 있으며, 그녀 자신은 조선족 처녀로 위장해 어머니에게 돈을 부쳐야 하는 고된 삶을 살다가 소소까지 찾아들었다. 이처럼 삶과 죽음의 경계를 가파르게 넘어온 자들이 소소에 머무르게 된다. 저마다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의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소소한 풍경>에서 펼쳐진다.

 

3. 스님, 계십니까

 

사찰과 암자 25곳을 일러스트와 함께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참된 휴식을 취하고 재충전하기 좋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고, 자연이 있고, 의미가 깊은 25곳의 사찰과 암자와 옛 절터를 골랐다. 늘 사람에 치이며 살지만 외로운 도시 사람들에게, 인적 없는 산중에서 오히려 더 진정한 사람의 내음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4. 저지대

 


  줌파 라이히는...

 

  다 읽고

 

  리뷰를 하나도 못쓰고 있다.

 

 

 

 

 

 

 

 

 

5. 음악의 기쁨

 

 

 

 

 

 

 

 

 

 

 

 

 

 

 

 

졸졸 흐르는 샘, 파도의 노래, 갈대를 스치는 바람 소리로 돌아가죠. 이 모든 소리에 젖어들고, 자연에 흠뻑 빠지는 것도 물론 기분 좋죠. 이 수동적인 즐거움을 라모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루트비히 반 베토벤과 클로드 드뷔시가 우리보다 앞서서, 우리와 마찬가지로 음미했었습니다. 그들은 그러한 즐거움을 느끼는 걸로 만족하지 않았지만요. 드뷔시는 “자연에 새겨진 음악을 해독해야 한다”고 했었죠. 땅과 하늘의 허다한 소리들을 해석하고 분명히 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 음악은 무엇으로 하는가?_ 우리는 왜 음악을 하는가?

 

6. 고병권, 괜찮은 책이 솔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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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일리치의 죽음 창비세계문학 7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강은 옮김 / 창비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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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일리치의 죽음>

 

이반 일리치는 세속적인 의미에서 제법 잘 나가던 판사였다.

그럭저럭 고위직을 잘 누리고 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병에 걸린다.

그러면서, 인생에서 '자기'에 대한 평가가 달라진다.

이전까지는 직위를 통하여 얻던 평가가 싸악 사라지고 이제는 불쾌한 병인으로 삶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톨스토이의 이 소설은 1886년 발표된 작품이니 작가가 환갑이 다되어 쓴 소설이다.

당시엔 인간의 죽음에 대하여 진지하게 통찰한 소설이 드물었을 것을 고려한다면,

발표 당시 톨스토이의 시선이 얼마나 통찰력있는 것이었을지 느끼게 된다.

 

사람은 죽음을 늘 남의 일로 여긴다.

손범수, 이순재가 보험의 앞잡이가 되어 외치듯이,

그래, 암은 내가 걸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암보험을 안 드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죽지 않는 사람은 없다.

죽음 앞에서 생각할 때, 내가 이제까지 누리던 행복과 자유의 근거가 얼마나 희박했던 그것이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내 노력이든, 내 재능, 내가 물려받은 물적, 심적 재산들이 한 순간 무가 될 것이 명백해질 때,

인간에게 남는 것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이반일리치의 삶은 자신이 생각하고 기대한대로

그렇게 별일없이 즐겁고 나름대로 품위있게 흘러가고 있었다.(36)

 

누구나 다들 이렇게 살고 있을 것이다. 나름대로 품위있고, 즐겁게...

 

그리고 몸은 피곤하지만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빼어나게 연주를 해낸 오케스트라의 제1바이올리니스트처럼

뿌듯한 마음으로 귀가하곤 했다.(46)

 

그래. 다들 이렇게 퇴근했을 것이다. 뿌듯해서.

 

그는 파멸의 끝자락에서 자신을 이해하며 마음 아파하는 사람 하나 없이

홀로 외롭게 살아가야만 했다.(62)

 

이 소설에서 톨스토이가 들려주고자 했던 이야기는 이런 것이다.

이반 일리치라는 형상화된 사람의 삶과 죽음을 통해,

너도 이반이지? 그런 어리석은 바보지?

이런 물음을 던지는 것이다.

 

이사야 벌린은 '고슴도치와 여우'라는 책에서 톨스토이를 '본래 여우였지만 스스로 고슴도치라고 믿었던 사람'으로 정리한다.

여우형 인간은 생각이 분산적이고 산만하지만 다양한 목표를 추구하며 다채로운 경험과 본질을 포착하는 사람이다.

고슴도치형 인간은 모든 것을 하나의 핵심적 비전, 즉 명료하고 일관된 하나의 시스템과 연관시키는 사람이다.(124)

 

이 책을 통하여 여우형 톨스토이는 직장 동료를 통하여, 가족을 통하여, 그리고 죽음을 맞는 당사자를 통하여,

삶이라는 단선적 형식을 다양한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준다.

그렇지만, 그는 또 고슴도치처럼, 삶의 진실성을 명료하게 느낄 수 있게 지원하기도 하는 것이다.

 

어제, 보지않던 jtbc 9시 뉴스를 보다가 엉엉 울었다.

아직 돌아오지 않는 아들을 기다리는 투박하게만 생긴 아버지의 울음에 전염되어서다.

그이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슴을 후벼팠다.

선실 안에서 죽음의 순간을 맞아야 했던 아이들의 가슴은 얼마나 막막했을까?

 

보통 죽음을 앞둔 환자의 마음을 5단계로 나누어 표현한다.

부인, 분노, 타협, 우울, 수용... 등으로...

죽음에 대한 인식을 차츰 수용하게되는 정상적 죽음에 대하여 할 수 있는 이론이다.

 

급박하게 닥쳐온 죽음 앞에서 떨었을 아이들을 생각하면 잠을 못 이룬다.

이 아이들은 한국에서 태어나서 죽은 것이다.

아프고, 그냥... 아프다.

 

150. 가장 중요한 연표의 출생 연도가 틀렸다. 1828년생을 1928년생으로 적었다.

 

러시아 이름은 아무리 봐도 헷갈린다. 주인공 이름도 한 페이지 넘기면 헷갈린다.

그런데, 창비는 등장인물 이름과 관계를 '책갈피'에 넣어 주었다. 멋진 아이디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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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4-04-29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멋진 아이디어네요.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읽을때 등장 인물들 이름 줄줄이 메모 해놓고 봤었던 기억이 ^^:::

글샘 2014-05-01 09:48   좋아요 0 | URL
네. 이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이 책갈피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