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재구성 - 제28회 신동엽창작상 수상작 창비시선 306
안현미 지음 / 창비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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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만약 옛사람 되어 한지에 시를 적는다면 오늘밤 내

리는 가을비를 정갈히 받아두었다가 이듬해 황홀하게 국

화가 피어나는 밤 해를 묵힌 가을비로 오래오래 먹먹토록

먹을 갈아 훗날의 그대에게 연서를 쓰리

 

   '국화는 가을비를 이해하고 가을비는 지난해 다녀갔다'

 

   허면, 훗날의 그대는 가을비 내리는 밤 국화 옆에서 옛

날을 들여다보며 홀로 국화술에 취하리(와유(臥䢟), 전문)

 

이 시집에서 오래오래 여러 번 읽어보던 시다.

분위기가 오늘 날씨와 맞춤해서인지,

내가 전생에 한지에 시 좀 적고, 국화주 좀 마셔서인지, 이런 것이 좋다.

 

어제 아내가 뜬금없이 "르노와르는 가난하지 않게, 풍족하게 살았을 거 같애.

그림들이 참 따스해~"라는 말을  했다.

그래서 검색에 들어가 보니, 역시 그랬다.

다른 인상파 화가들과 달리 그는 궁핍에 시달리지 않고 일찍부터 넉넉한 생활을 했다 한다.

작품에는 그 사람의 '궁기'가 드러난다.

'근기'가 다 반영된다.

이 사람 글 역시 르노와르보다는 뚤루즈 로트렉 류에 가까울 것인데...

 

당신이 내 절망의 이유이던 때가 있었다

당신이 내 희망의 전부이던 때가 있었다

그 이전 이전엔 당신이 내 아무것도 아니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그 이전 이전에도 당신은 당신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 이후에도 당신은 당신일 것이다

 

시시해서 미치겠는 사랑!(모계, 부분)

 

아무리 뜨거웠던 사랑도,

이전 이전에는 아무 것도 아닌,

그저 당신일 뿐인 때도 있었다.

그러나 한때는 희망의 전부자 절망의 이유였던... 그러나 이제는 거울앞에 서... 시시해서 미치겠는 것이

삶이고 사랑인가...

 

인간 이전에 안현미는 천상 여자다.

 

아마존 사람들은 하루종일 내리는 비를 여자비라고 한다

여자들만이 그렇게 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울지 마 울지 마 하면서

우는 아이보다 더 길게 울던 소리

오래전 동냥젖을 빌어먹던 여자에게서 나던 소리

 

울지 마 울지 마 하면서

젖 먹는 아이보다 더 길게 우는 소리

오래전 동냥젖을 빌어먹던 여자의 목 메이는 소리(여자비, 전문)

 

인간의 생에 대한 본능은 여자가 더 지극하다.

아마도 몸 속에 아이집을 가지고 있어 그런지도 모르겠다.

아이를 탯줄로 먹인 기억이,

그리고 피부를 통해 흘러나오는 천연 자양분인 젖을 먹인 기억이

여자를 삶의 투사로 만든다.

 

여자비

멋진 시다.

 

  어떤 사람들은 어느날 느닷없이 왼손을 잘리고 남은 생

을 오른손잡이로 살아가야 하는 왼손잡이처럼, 자신의 뿌

리를 잘리고 남은 생을 자신의 뿌리 바깥에서만 살아가야

한다(뉴타운 천국, 부분)

 

용산일 것이다. 뉴타운은...

용산 그 땅을 허물고 새집 지으려던 명단에도 <삼성>이 있었다.

당연히 메르스 병원 이름을 감추던 배경에도 그들이 있었다.

불교에서 '반달과 별 셋'은 마음심(心)을 파자한 것인데,

그렇게 소중한 마음 짓밟고 들어선 곳은, 과연 새로운 마을일까?

 

어안렌즈

   호랑이의 줄무늬는 밖에 있고 인간의 줄무늬는 안에 있다

 

 

나무처럼 거울 하나 서 있다

그 거울 속엔 거울을 닮은 연못 하나 있다

그 연못 속엔 거울처럼 서 있는 나무 하나 있다

그나무 늙은 가지 하나 거울 속으로 뻗고 있다

그 나무 질긴 뿌리 하나 연못 바닥에 이르고 있다

거울 속에도 연못 속에도 나무 속에도 여자는 없는데

여자가 쌓아둔 오래된 미래가

수생식물처럼 자라고 있다

수생식물처럼 부유하고 있다

 

거울처럼 거울이 있다

나무처럼 나무가 있다

연못처럼 연못이 있다

거울 속에도 연못 속에도 나무 속에도 없는 여자가

시간을, 물고기를 , 사각지대를 기르고 있다

수생식물처럼 자라고 있다

수생식물처럼 부유하고 있다

 

 

한 사람은 한 세계다.

그 사람 안에 또 한 세계가 자란다.

거울 저편에서는 방향이 반대인 채로,

연못 저 아래서는 거꾸로 선 채로,

인간의 세계는 자라난다.

 

질기고 단단하게

그러나 부유하면서...

흔들리면서 살아 간다.

 

시집을 읽노라면,

맘에 쏙 드는 시도 있고, 그저 그런 시들도 있다.

그렇지만 나는 시집을 자주 사는 편이다.

 

삶 역시 그러하듯,

맘에 꼭 드는 날도 사람도 있고,

별로인 날도 사람도 있게 마련이니까.

 

꼭 드는 사람을 만난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여겨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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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 2015-06-15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 안현미 시집을 사서 읽어보고 싶어요..원래 시집은 안사야지 했는데..늘 한개의 시를 보고 샀다가...끝까지 못 읽고 버려 둔 게 부지기수이거든요...물론 그건 제 마음이 시를 받아들이기에...너무 성급하기 때문이란 걸 알지만....^^;

글샘 2015-06-16 14:06   좋아요 1 | URL
저는 소설은 안 사도 시집은 사서 봅니다. 시집 한 권에서 한 편만 건져도 ㅋ 성공이지만요. 말을 벼리고 벼려서 시집을 내는 일에 용기를 주는 일 같아서 사게 됩니다.
 
곰곰 문예중앙시선 8
안현미 지음 / 문예중앙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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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자 곰같다. ㅋ

하긴 우린 웅녀의 후손이니, 모두 곰의 유전자를 한톨만큼씩은 갖고 있겠지.

 

저질러라, 닥치면 겪는다, 긍게 긍갑다...

이런 것이 좌우명이라면... 그 삶이 가난에서 시작해서 무대뽀로 진행되다 고독으로 눈물짓고 있는 것인 줄 알리라.

 

시는 곧 그의 삶인데, 어떤 해설가가...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안현미의 시세계가 탐색하고자 하는 것은

이성중심주의적인 근대적 주체의 관념 속으로 환원될 수 없는,

의식으로부터 배제되어 추방된 우리 정신의 또 다른 영역이라는 것이다.(132)

 

이런 시답잖은 씨월렁을 '정확하게 말하자면' 까지 넣은 글을 덧붙인 것은, 이 책의 실수다.

거짓말쟁이가 늘 입에 '이거 진짜야'를 붙이고 산다.

 

마지막의 '자전적 산문'은 좋았다.

 

인문계 커트라인보다 높은 성적의 우울하고 못생긴 친구들...(119)

 

로 살았던 열 아홉 청춘.

그들에게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둥의 서울대 교수의 지껄임은 구역질 나는 것일지도...

 

시집의 제목부터 그렇지만...

안현미는 우리말을 '곰곰' 응시한다.

그러다가 우리말은 무슨 말이든 두번 겹치는 '첩어'로 만들면, 새로운 의미가 퐁퐁 샘솟는다는 것을 알아챈다.

 

그의 시는 그리하여 분홍분홍~하지는 않지만,

곰곰... 자분자분하다.

 

그렇다면 시인,

집도 절도 없는 마음 불 꺼도 설움은 꺼지지 않더이다.

 

그렇다면 시인,

빌어먹을 슬픔의 삼투압은 발광의 광합성과 어떤 관계가 있단 말이오.

 

그렇다면 시인,

문 밖이 곧 저승이라고 하더니, 왜 나는 문 안쪽에서도 관에 누워있는 것 같단 말이오.(그렇다면 시인, 부분)

 

시인이 된 '시인 현미'

곰곰 바라보면 텔레비전의 사람들은 모두 가짜임을 알게 된다.

곧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은 지나간 것이고,

지나고 있는 것이고, 아까 저 거시기 문학평론가의 말마따나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모든 것은 지나갈 것이다.

 

케이블티비에서 일 년 전에 죽은 사내가

죽음의 미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내의 전생이었다(가령, 부분)

 

'도에 관심있으십니까' 류의 생각을 하다가

이런 시를 만난다.

 

도란

도란

뜰 앞의 잣나무!(나 vs 잣나무, 부분)

 

도란도란 속삭거리는 잣나무이기도 하고,

도란 무엇인가 하는 정의 형식이기도 하고,

중의적이기도 하고, 중첩이기도 하고, ㅋㅋ

도가도 비상도 명가명 비상명이기도 하다.

 

 

실패엔 나와 발음이 뭉개진 사내와 어린 창녀 아이의

엉킨 실타래 같은 꿈이 감긴다.

색색깔의 실패!(실패라는 실패)

 

실꾸러미를 실패라고 불렀는데,

요즘엔 뭘 꿰맬 일이 없으니 실패를 만날 일이 드물다.

그러니 실패에 좌절하는지도 모른다.

 

#1

2층 통유리 찻집 '파우'

여자는 사선으로 쓰러지는 비를 바라본다

 

#5

'파우'는 무덤 속

아니,

나의 전생 같다

 

#0

여자는

발굴되지 못한

빗살무늬토기다(빗살무늬토기, 부분)

 

비와

빗살무늬

사선으로 쓰러지는 비와

사선으로 그어진 빗살무늬

그들을 사랑하는 여자의 마음 속엔 가득한 빗살무늬

속은 텅텅 빈...

 

한계와 임계 사이에 언어가 있다

언어는 우울한 물고기 이름이다

이를테면 제대로 실패한 자만이 실패를 싱싱하게 맛볼 수 있다(언어물회, 부분)

 

한계는 막다른 길이다. 더이상 갈 수 없는 곳이다.

임계는 두 영역의 경계선, 가장자리이다.

한계는 임계와 겹칠 때도 있지만, 간혹 한계는 외롭기도 하다.

임계는 늘 둘이지만,

한계는 둘이다가 혼자이기도 하다.

그 사이를 언어가 유영한다.

고독한 언어... 그는 제대로 실패할 수밖에 없음을 아는 이에게 포획된다.

곰곰 살피는 이이게...

 

나 오독한다

오! 독한 나(갈대밭에서 읽다, 부분)

 

이런 말도 신선하다.

이 시를 타이핑하다가 실수로 '오덕한다'로 쳤다. ㅋ

오타쿠처럼 뭔가에 몰두하는 일을 '오덕한다'고 가볍게 말한다.

그는 스스로를 '독하다'고 응시하기까지

스스로를 오덕질 한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경계와

부글거리는 상태가 변화하는 임계와

더이상 나아갈 곳이 없는 한계까지를

오덕질 하다보면,

모든 일이 부질없는 '오독'임을 찾는다.

 

시인 현미다.

 

슬픔은 팡이 팡이 피어오르는 곰팡이꽃러럼 습관적으로 습한 곳만 더듬거렸다

습관적으로 희망하고 반복적으로 절망하는 날들이 지나갔지만

아무도 여자가 어디로갔는지 묻지 않았다.

물음이란 본디 목마른 여름날 오후의 햇살들처럼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는 게

이 별책 부록 같은 골목의 불문율이었다(그 해 여름, 부분)

 

팡이 팡이 피어오른다는 말을 찾을 정도로 그는 곰곰하다.

 

고아는 아니었지만 고아 같았다(거짓말을 타전하다, 부분)

 

이런 영혼이 담아낸 시들은

고아하지는 않지만

삶의 냄새가 물씬 풍기고

치열하다기보다는

익숙하다.

 

당황스럽게 친숙한 시들...

잘 아는 사람처럼 보이는 시인 현미.

 

 

 

26쪽. 육교... ㅋㅋ 사람다니는 육교가 아니다. 거시기한 육교다. 그런데 '50촉 백열등'이 나온다. 아마 30촉의 착각일 듯.

 

접힌 부분 펼치기 ▼

 

http://www.daejonilbo.com/news/newsitem.asp?pk_no=1126372

 

백열전구를 30, 60촉이라고 불렀는데 60촉은 비싸서 서민들은 30촉을 주로 사용하였다. W(와트)보다 더 친숙하게 사용한 단위인 ''은 촛불 하나의 밝기를 표시하는 것으로 30촉만 해도 예전에는 충분하였다. 우리 삶의 애환이 30촉 백열전구에 담겨졌다. 김종해 시인의 '봄은 느닷없이 온다'라는 시에서 '봄은 화안하다/ 봄이 와서 화안한 까닭을 나는 알고 있다/ 하느님이 하늘에다 전기 스위치를 꽂기 때문이다/ 30촉 밝기의 전구보다 더 밝은 꽃들이/ 이 세상에 일시에 피는 것을 보면~'이라고 노래하고 있다. 따뜻한 추억을 우리들 가슴에 남기고 사라지는 백열전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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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흔들리지 않고 살 것인가 판미동 영성 클래식 시리즈
크리스 프렌티스 지음, 김지영 옮김 / 판미동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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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부제는 '선과 행복의 기술'이다.

선이 행복하기 위한 기술일까? 행복하다는 것 역시 마음의 움직임인데...

그리고 선은 '흔들리지 않고 사는 것'이 아니다.

삶은 흔들리게 마련이다.

가지 끝에서 흔들리는

무명의 어둠에 밤새 우는 것이 '존재'의 운명인 셈이다.

 

띠지에는 '내면의 중심을 잡는 최고의 공부'라고도 적었다.

최고를 찾으면 그건 '선'과 거리가 먼 것이 아닐까?

 

당신이 가능하다고 믿든

불가능하다고 믿든

당신의 생각이 옳다.(79)

 

그렇게 마음 먹은대로 세상은 흘러간다는 것.

 

긁힌 차 덕분에 우주가 얼마나 멋진 곳인지 깨달았고, 그래서 그 흠집이 마음에 든다고 했습니다.

차를 긁은 것이 정말 잘한 일이라고 말한 순간,

남자의 기뻐하는 모습을 본것 만으로도 정말 의미있는 손해였으니까요.

지금 생각해도 여전히 그 일은 나를 행복하게 합니다.(119)

 

우울하게 하는 일들은 많다.

하지만, 그 것으로 우울해하는 것은 나 자신이다.

그 일은 일어났을 뿐이지 내가 우울해야할 필요는 없다...

이런 면에서 '선'불교가 현실 도피란 소리도 듣는 것이다.

 

고난 속에서 행복할 수 있다면

그때 바로 마음의 진정한 능력을 보게 될 것(홍자성, 129)

 

그게 선 수련의 힘이다.

어떤 고난이 와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것.

아니, 마음이 흔들리는 것을 보고, 마음더러... 얘야, 흔들리고 있구나...

하고 바라볼 수 있는 '정'과 '혜'

 

삶에 어떤 장애물이 있든 그 이유는 당신을 성장시키고 강하게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쇠사슬의 강도는 가장 약한 고리 하나에 달렸다고 합니다.(151)

 

프로이트가 어린 시절의 상처를 통해 심리를 읽는 이유도 그것이다.

가장 약한 고리, 그 기억이 성장을 멈추게 하니까.

 

어떤 일이 닥쳐도

나에게 초대한 이득을 가져다주는 일만 일어난다.(182)

 

그렇게 초긍정 마인드로 살 수 있다면,

어떤 일이 닥칠지라도,

어차피 우리 삶은 상영되는 영화관에 불쑥, 들어온 거나 마찬가지니
이득을 가져다주는 일만 생각하란 말도 좋다.

 

'선'을 공부하는 스님이 읽는다면 뭐라 하실지 모르지만,

둘러가도 그 마음의 본연은 잘 찾아가고 있는 듯 싶다.

 

왜,

왜 나에게 삶은 이렇게 가혹할까...를 고민하는 이에게 권하고 싶은 책.

 

 

 

58. 16대 선사가 말했다. 바람도 아니고 깃발도 아니다. 움직이는 것은 바로 그대들의 마음이니라... 서양인들에게는 '6조 혜능'이 낯설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편집자도... 16대 선사라니... 심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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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동포 아줌마, 또 북한에 가다 - 내 생애 가장 아름답고도 행복한 여행
신은미 지음 / 네잎클로바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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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평가원 모의고사일이다.

메르스로 휴교하는 지역 아이들은 어쩌고 있나 걱정이다.

 

감독을 하고 나오는데 한 녀석이 지나가다가,

'이 책은 북한 체제를 찬양하는 책이라던데요~ 읽어도 돼요?' 한다.

아주 똑똑한 녀석이고 머리좋은 녀석이다. 그러니 그런 소리도 듣고 기억을 해 둔다.

 

책을 읽지도 않은 상태에서 <북한 체제를 찬양하는 책>이라고 날조된 현실.

그것은 가보지도 않고 <비인간적인 공산당이 민중을 착취하는 전쟁에 혈안된 공포 국가> 북한을 아주 잘 아는 것처럼 생각하는 통념과 흡사하다.

 

아줌마는 아줌마다.

1권에서 만난 수양딸을 만나러 다시 북한으로 가다니...

수양딸 설경이를 만나러 갔다가 불시에 고위 관료를 만난다.

긴장한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굉장한 선물.

바로 만날 수 없는 수양딸을 만나게 해주고, 정 선생의 소망인 계순희 선수도 만나게 해준 것이다.

무뚝뚝한 관료들이 주는 이런 폭탄 선물은 말 그대로 감동이다.

 

신 선생님 책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런데 일부 내용이 잘못돼 있긴 하지만 조국에 대해 잘 모르고

또 외부이 시선으로 보아 그런 게니 리해합니다.

진정한 동포애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91)

 

유홍준의 답사기를 읽을 때는, 미리 계획된 것도 바뀌고 하는 것때문에 갑갑한 면도 있었으나,

그 당시가 얼마나 유화 국면이었던가를 알게 한다.

금강산 여행도 가고 하던 평화롭던 시대가 있었거늘...

 

아무런 권한도 능력도 없으면서 북의 원점을 파괴하겠다고 공갈치는 남한 관료의 말도,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어버리겠다고 협박하는 북한 대표의 말도 모두 다 알맹이 없는 수사나 호기에 불과할 뿐이고,

하루하루를 허덕이며 살기 바쁜 국민들을 인질삼아

작금의 현실을 정치적으로 이용만 할 뿐이다.

그들은 막상 전쟁에 자신들의 목숨을 담보로 할 만한 의지도 없는 허풍쟁이들이며,

그럴 만한 배짱도 없는 졸장부들이다.(113)

 

김대중 전 대통령의 당선에 가장 크게 기여한 사람은 이회창의 군대 안 간 큰 아들이다.

그 사건만 아니었으면 150% 이회창이 당선되었을 것이다.

그만큼 남한에서 군대 문제는 민감한데,

메르스 와중에도 총리 후보의 군대 면제 문제는 민감한 부분을 건드린다.

피부병이라고 확진나기도 전에 면제라니.. ㅋㅋ <허풍쟁이>고 <졸장부들>임에 분명하다.

 

좌빨, 수꼴, 종북, 반북 같은 논할 가치도 없는 무개념 단어들을 남발하지 말자.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는 마음으로 통일은 논하자.(132)

 

이런 용어는 어떻게 보면 정부에서 나온 통일 교육 개념서같지 않은가?

그러나... 현실에서는 친일파가 그대로 둔갑한 자유당의 후예들이

자신들의 치부를 감추기 위하여 빨갱이, 종북을 울궈먹는 것이 이 땅의 비극이다.

 

시절만 잘 만났으면, 중고생 권장 도서 목록 1번에 들었어야 할 책이다.

음악을 한 평범한 아줌마 치고는 글솜씨도 빼어나고 표현력도 뛰어나다.

북한은 그저 '찬양'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관찰한 것이다.

 

네덜란드 관광객과의 대화

네덜 : "북한 사람들이 이렇게 희희낙락할 수 있다니 믿을 수 없어요.

사진에서 북한 사람이 웃고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요.

내가 북한에 오기 전 매스컴에서 본 북한은 커다란 광장에서 군사 퍼레이드나 하고

비참한 어린이들이 진흙탕 위에서 구걸이나 하는 모습이었어요."

남편 : "당신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에요.

나도 내 북부 조국에 처음 오기 전까지는 그런 장면들만 봐 왔어요.

우리가 농촌을 지나면서 본 대로 

이 나라는 분명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게 사실이에요.

그렇지만 이 사람들 보면 그런대로 괜찮아 보이지 않아요?

서방에 의해 악마화된 북한의 모습에 이들이 잘못 알려져 있는 것 같아요.

네덜 : "맞아요. 지중해 연안의 호화 별장에서 흥청망청하며 잔뜩 놀고 나선 자살을 하기도 하지요."(210)

 

삶의 기준을 '가진 것'으로 따진다면 분명 북한은 못가진 나라 편이다.

그러나, <소유>가 아닌 <존재>의 가치를 따진다면, 결코 북녘 조국 역시 가볍지 않음을 이 책은 보여준다.

 

이번 여행에서 이 아줌, 또 하나의 수양딸을 얻었다.

오지랖도 넓지만, 그게 동포 사랑의 증표 아니겠는가.

 

북한에서 제일 보기 싫어하는 장면을 많이 봤다.

여성이 무거운 짐을 등에 짊어지거나 두 손 가득 들고, 남성은 유유자적 걸어가는 모습이다.

한번은 부인이 땀을 뻘뻘 흘리며 짐을 잔뜩 실은 리어카를 끌고 가는데 남편은 한가하게 뒤에서 담배피우며 걸어가는 모습도 보았다.

이런 현상은 평양보다 지방으로 갈수록 더 심한 것 같다.

말끝마다 '봉건의 잔재'를 들먹이다가도,

남성에게 편할라 치면 슬그머니 '아름다운 우리의 풍습'이라며 덮어버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241)

 

날카롭다. 1권보다 더 깊은 곳이 보이는 느낌이다.

1권보다 감동이 무뎌진 부분도 있지만,

그거야 감격이 회를 거듭할수록 옅어지는 건 당연지사고,

새로운 경험에 눈뜰때마다 작가는 생각을 깊이 한다.

훌륭한 학습자다. 원래 자신의 사상을 품고 있던 사람보다 더 유능한 학습자이고 철학자다.

 

52일간

3만 5천명

군 인구의 4분의 1

남자 1만 9천 149명

여자 1만 6천 234명

 

신천박물관에 갔다 오는 날은 밥 못 먹습니다.

밥이 넘어가면 기게 조선사람이 아니지요.(263)

 

곳곳에 항일 유적지고, 특히 신천박물관은 미국의 학살에 의한 사망자를 추념하는 곳이다.

2달도 안 되는 기간에 3만 5천을 학살했다니...

한국 전쟁은 <소문없는 전쟁>이었다더니, 누구도 취재하지 않은 뒷자리에 이런 어둠이 있었다.

미군은 제주도에서도 수만 명의 학살을 자행했다. 비록 그 기념일 지정조차 미미한 가엾은 나라지만...

 

어서 조국이 통일되어야 할텐데...

한 5,6년 전까지만 해도 남조선에서 많은 동포들이 왔었습니다.

아아, 정말이지 그때는 곧 통일이 되는 줄 알았어요.(288)

 

아마 조만간 다시 금강산이나 어떻게든 관광길이 열릴 것이다.

그때는 미루지 말고 서둘러서 다녀 오리라.

역사는 반드시 밝은 쪽으로만 흘러가지는 않는 법이니까.

 

연평도 포격, 천안함 사태, 금강산 관광객 피살... 에 대하여도 이야기를 나눈다.

북한 사람의 생각이 오히려 합리적으로 들리는 것은, 내가 '빨갱이'여서일까?

 

수양딸 수향이는 만삭의 오마니가 되어 있고,

새로 맺은 수양딸 설향이는 눈물바람으로 이별한다.

 

오마니, 지난 열흘간 정말 행복했습니다.

외국인 관광 안내원을 시작한 뒤

처음으로 외국인 아닌 우리 동포를 안내했어요.

함께 지내는 내내 민족이란, 동포란 이런 것이구나, 하고 느꼈습니다.(291)

 

여우의 신포도처럼,

북녘의 가엾은 동포들은 세뇌되어서 저런다.

툭하면 조국이고 수령님이어서 믿을 수 없다.

남북의 간극을 결코 좁힐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외국인도 만나서 이야기 한두 마디면 금세 친해지는 것을 누구나 겪었다.

남북의 사상과 이념 차이로 인하여 우리는 하나가 될 수 없다는 분열 세력의 호도에 끌려다닐 순 없다.

 

유엔마저 폐지를 권고한다는 국가보안법.

거기 관심을 갖고 찾아보던 유튜브 영상에서,

"이 법안이 잘 돼야 인민공화국이 되지 않고 자손 만대 자유국가를 물려줄 수 있다"는 궤변을 늘어놓는 사람을 본다.

그자가 신은미의 할아버지였단다.

 

국가보안법으로 인해 얼마나 무고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고초를 겪는지...

우리는 수도없이 보아왔다.

그러나, 언론의 호도로 어리석은 민주당 역시 <국가보안법 철폐>에 반대하는 의원으로 가득하지 않았던가.

 

눈앞의 이익을 좇느라

대의를 놓치며 살아온 가엾은 나라의 백성들.

이제 좀 가슴 펴고

대한국민임이 자랑스럽게 살 때도 되지 않았을까?

 

남쪽 조국과 북쪽 조국이 평화롭게 살아도 되지 않을까?

 

그나저나 낙타고기 먹었다는 그 여자는,

고열에 시달렸다는 그 여자는,

메르스를 안고 미국으로 갈 것인가?

가서 THAAD 체제를 옹호하며,

제 밥그릇을 위해 또다시 흥부의 밥그릇을 걷어차는 놀부 심보를 발휘할 것인가?

 

이런 책을 <국가보안법>으로 건다는 것이 참으로 해괴망측하지만,

뭐, 이 나라의 탄생 자체가 식민지 - 미군정 - 자유당 - 군사독재의 공화당 - 민정당 - 민자당 - 한나라당 - 빨갱이 새누리당으로(이때부터 빨갱이란 말은 안 쓰고 종북이란 말만 쓴다.)...  해괴망측이었으니...

참으로 통일로 가는 앞날이 멀고 먼 길이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런 책은 더 나와야 한다.

우리는 북녘을 갈 수 없으니,

재미동포들이 더욱 가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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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심 2015-06-09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균형된 시각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참 힘든 세상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이런 글을 읽을 수 있게 되어 즐겁습니다. 건강 챙기시고 계속 좋은 글을 쓰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보기만 했지 답글을 단다는 게 조금 어색하고 맞춤법에 민감함(^^)을 느끼지만 답글을 쓰지 않을 수 없었네요...

글샘 2015-06-09 16:36   좋아요 0 | URL
이런 글들도 전혀 균형잡힌 시각이 아니지요. 가려지고 오도된 탓에 진실이 무엇인지에 접근하기는 불가능이 아닌가 싶습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는 금강산 구경도 다녔듯이, 자유로이 오갈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랄 뿐입니다.

2015-06-09 17: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15-06-12 08:17   좋아요 0 | URL
네. 균형이란 이름으로 소수자를 억압하고, 중립이란 이름으로 강자의 논리를 주입하는 꼴을 우린 많이 봐 왔죠. 불가능은 불가능이어서 아름다울는지도 모릅니다.
 
좋아 보이는 것들의 비밀, 캘리그래피 좋아 보이는 것들의 비밀 7
왕은실 캘리그라피 지음 / 길벗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동양에는 붓이라는 특이한 필기도구를 사용한 전통의 결과로 '서예'나 '서도'가 확립되었다.

특히 한문은 뜻글자여서, 몇 글자만으로도 함축적인 의미를 담기때문에

어지간한 사무실에는 멋진 글씨 한 점씩 걸어 놓곤 했다.

 

그러던 것이 컴퓨터 시대가 되면서 규격화 되었고,

아이들도 예쁜 글씨 쓰기에는 관심이 없어졌지만,

다시 손글씨, 캘리그래피가 감성에 호소하는 글씨로 시대는 돌고 돈다.

 

이 책의 제목,

좋아 보이는 것들의 비밀...은 이 책의 내용을 함축하지 못한 듯 싶다.

오히려 영어 'The key to make everything look better'가 낫다.

더 나아보이는 것들의 비밀... 정도랄까~

 

글씨를 더 나아 보이게 만들려면,

결국 여러 번 써 보아야 한다.

그래서 제일 나아 보이는 것을 고르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명필에는 왕도가 없는 법.

 

이 책에서는 붓을 이용한 방법, 전각을 이용한 방법, 그리고 컴퓨터를 활용한 방법까지

다양한 글씨체와 그림과 어울리는 조화까지 설명하려 노력했다.

 

이 책을 보면서 나도

마침 가지고 있는 폰이 '노트'라서

펜을 꺼내서 몇 자 휘갈겨 보았다.

글씨를 쓰지 않던 손이 녹이 슨 느낌이랄까...

 

손끝이 만드는 선과 면들이 조화를 이루는 글씨의 미,

캘리그래피...

직업이라면 고통스러운 작업일 수도 있고,

마음에 안 드는 결과를 얻을 수도 있지만,

내가 고르기에도 제일 나아보이는 것들이 채택된 사례가 많다.

 

캘리그래피도 멋지지만,

여기저기에서 따온 아름다운 구절들이 인상적이었던 책.

 

역시 글씨가 우아한 것도 좋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도 글씨와 어우러져 감동을 자아내는 것임을 배우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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