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뮈로부터 온 편지
이정서 지음 / 새움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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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서가 불어 전공도 아니면서 카뮈의 이방인을 번역하여 논쟁을 벌이게 된 내용이다.

소설처럼 적혀 있지만,

번역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 이방인을 새로 한 번 읽게 되는 셈이기도 하다.

난 인터넷으로 쪼그만 글씨를 읽기 싫어하는 성질이라,

인터넷으로 연재된 내용들을 보지 않았는데,

이렇게 책으로 정리를 하니 참 좋다.

 

전문 번역가 활동을 해온 김화영 교수에 비하자면,

전문가가 아닌 작가가 서툴게 번역한 것들은 아무래도 질이 떨어질 수 있겠으나,

이 책의 가치는 질이 문제가 아니다.

문제 의식이다.

 

이 책을 읽어 보면,

김화영의 이방인이 왜 혼란스러운지를 명쾌하게 알 수 있다.

카뮈의 원본이 얼마나 정교한 텍스트일 터인데,

그것을 스토리 중심으로 대충 두루뭉술 해석으로는 핵심에 닿을 수 없다는 것이다.

 

부디 문학계에 신선한 충고가 되면 좋겠다.

꼰대 기질부터 발동하지 말고, 잘못된 것은 선선히 수긍하고 고치면 좋겠다.

뭐, 별로 그렇게 반응하는 것 같지도 않지만...

 

김수영 교수 번역을 문제 삼을 실력이나 배짱이 있는 역자가 없어.

학계의 사제 카르텔이라는 게 얼마나 무서운 건지 네가 몰라서 그래.(48)

 

이런 게 문제다.

실력보다 카르텔이라는 것.

 

뭐, 한국 사회의 현단계를 보여주는 듯 하다.

벌거벗은 임금님을 섬기는 이들의 행태.

 

재미있다.

이정서의 반역이 번역에 큰 자극이 될 수도 있기를 바란다.

 

고칠 곳...

작가는 <단종애사>에 감명을 많이 받은 듯 싶은데... 단종을 내쫓은 세조의 폭거는 <계유정란>이 아니라 <정난>이 맞다. 우리가 보기에는 반란일 수도 있지만, 세조 입장에서는 어지러움을 안정시킨 업적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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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하는 작별 - 가족, 일상, 인생, 그리고 떠나보냄
룽잉타이 지음, 도희진 옮김 / 양철북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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룽잉타이의 첫 책이 아들과 나눈 편지글들이었고, 이번 책은 삶의 주변을 돌아보는 수필들이다.

가장 많은 내용은 나이들어가고,

머릿속에 지우개가 늘어 딸도 못알아보게 되는 부모님들과의 이야기들인데,

애써 가볍게 즐겁게 적고 있지만, 쓸쓸하고 안쓰런 맘이 곳곳에 가득 스며 있다.

 

'눈으로 하는 작별'을 '目送'이라 적었는데,

 부모자식 간이란 원래 서로 멀어지는 것을 번연히 알면서 바라보고 섰는 일이란 뜻이 담겼다.

 

나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이해해가고 있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 대해,

부머와 자식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점차 멀어지는 서로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며 이별하는 사이가 아닐까.

우리는 골목길 이쪽 끝에 서서

골목길 저쪽 끝으로 사라지는 그들의 뒷모습을 묵묵히 바라본다.

그 뒷모습이 당신에게 속삭인다.

이제 따라올 필요 없다고.(19)

 

안드레아에게 대충 음식을 해주니, 아들이 제대로 만들어 준다.

이제 잘 배웠으니 다음에 만들어 준다 하니 아들이 하는 말이 멋지다.

 

저에게 만들어 달라는 게 아니에요.

모르시겠어요?

나중에 혼자서도 이렇게 만들어 드시라고 가르쳐드린 거예요.(90)

 

치매가 걸린 엄마의 '집'에 대한 생각들...

 

엄마의 집은 공간이 아닌 시간 속에 있다.

그 시간 속에서는 어린아이가 숨바꼭질하며 웃고,

부엌에서는 생선 굽는 냄새가 진동하고,

남편이 등뒤에서 두 눈을 가리며 누군지 맞혀보라고 농을 건다.

엄마는 타임머신을 타고 이곳에 왔다가 돌아가는 차를 놓친 시간 여행자다.(99)

 

친구따라 라틴 댄스장에 간 작가.

 

댄스홀이 나에게는 '끝없이 지는 나뭇잎은 쓸쓸히 떨어지고'라는 두보의 시구를 연상시켰다고...(169)

 

좀 멋대가리 없는 삶이기도 하지 않은가?

타이완과 중국 사이에 '진먼 섬'이란 곳이 있단다.

그곳의 삶은 참 고통스러웠을 듯...

 

진먼 사람들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담담하게 털어놓았다.

이 섬의 아이들은 공놀이를 하지 못하고 자랐다.

행여 농구공 몇 개를 묶어 바다에 띄우고 공산당 편으로 넘어가기라도 할까봐.

공은 금지 품목이었다.

어두워지면 폭격의 목표가 될까 두려워 집집마다 두꺼운 담요로 창문을 가리고 목소리를 낮추었다.(183)

 

타이완 사람들의 삶도 참 신산한 것이었겠구나 싶다.

 

체제와 상관없이 지도자가 사람들을 움직이기란 너무나 쉽다.

밖에서 적들이 위협한다고 말하고 나서

전쟁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모조리 비애국자로 몰거나 조국을 위기에 빠뜨린다고 뒤집어씌우면 그만이다.(228)

 

아, 왜 이 정부가 밀어붙인 통진당 사태가 떠오르는 것일까.

그 애비에 그 딸이 한 짓은 모두 나치의 전범 '괴링'의 선동에서 배운 것인가?

 

어느 시간 어느 장소든 몸을 편히 두고 할 일을 하다 보면

결국은 바로 그것이 좋은 시절이고 멋진 낙원인 것이다.

이러든 저러든 시간은 흘러가게 마련이다.(261)

 

무엇인가 안 되어 가슴 졸이는 사람들에게 안심을 주는 반야심경을 그도 읊조린다.

조급해할 일 없다고 다독거리는 글, 반야심경.

그래, 시간은 흘러간다.

속 끓이지 말자.

 

오십 줄에 들어서 자식들이 장성해서 품을 떠나려 하고,

부모들도 연로하여 뒤돌아 보며 이별의 골목길을 나서려 하는 나이의 사람들이 읽어볼 만한

아련한 수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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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운
김애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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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의 반대는 '不행', '非행운'의 반대는 '행운'

 

삶에는 '기본'이라는 게 있다.

젊어서는 늘 '활력'이 넘치는 게 기본이고, 과음이나 등산 이후에 '피곤'이 잠시 느껴지지만,

나이가 들면 늘 피곤한 게 기본이고, 뜻밖의 좋은 일에 잠시 활력을 찾을 때도 있다.

대부분의 시간을 기본값으로 살다가 잠시 벗어날 수 있을 뿐이다.

 

언어에서도 man을 기본으로 하고, 거기에 자궁을 뜻하는 Wo(mb)를 붙여 woman을 만든다.

여자가 기본값인 날은 결혼 날 정도일까?

신부 bride가 기본값이고 신랑이 곁다리이니... bridegroom

 

김애란의 단편집은 <불행>에 대해 쓰지 않는다.

다만 삶의 기본값이 <非행운>일 뿐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근조근 한다.

삶이란 <불행>하거나 <행복>한 일이라 보기 힘들다.

태어나는 일과 삶을 모두 일컫는 <생>은, 주변의 가족, 친구, 사회, 상황과의 갈등의 연속이다.

더군다나 자본의 사회에서 윗선에 서지 못한 삶들의 <생>은 기본 조건 자체가 <非행운>의 나열일 게다.

 

김애란의 소설들은 쓰라리거나 시리지 않다.

덤덤하고 조금 아프지만 아릿한 정도다.

삶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의 <불행>은 거기 없다. 그래서 <非행운>이다.

이런 의도를 작가가 생각하고 붙인 제목이 아닐까?

아니면, 편집자님의 출중한 생각이시든지.

 

너는 자라 내가 되겠지, 겨우 내가 되겠지...(297, 서른)

 

이 소설에서 가장 아프게 다가선 구절이었다.

에밀 아자르가 <자기 앞의 생>에서 모모에게 던져준 삶의 조건 역시 그런 것 아닌가...

아름답던 15세 시절을 상상하지 못할 만큼 흉하게 늙은 65세 로자 아줌마(아, 이름은 장미건만...)는 죽는다.

그러나 모모의 앞에 놓여진 생은 역시 그 못지 않게 신산한 것일 듯...

그러나 모모는 말한다. <인간은 사랑해야 한다>고.

삶이 너무도 사랑하기 힘들 때, 의지로서 극복하려는 말이었다. ~~ 해야 한다.

 

신성하고 아름답게 흔들렸다(54, 벌레들)

 

잠시 아름답게 보이던 '장미 빌라'(아, 이름만 장미인, 폐허 속의 벌레들)에서 내려다보이는 나무는

아름다움을 잃고 쓰러져 간다.

 

참으로 길고 큰 울음이었다.(104, 물속 골리앗)

 

마치 노아의 방주를 연상시키는 스케일의 단편이다.

이 소설에서 가장 길고 큰 울음을 울게하는 장을 열어준 곳.

오히려 속이 시원하다.

물 속에 처박혀 대가리만 내민 골리앗들이 세상.

 

우린 모두 그걸 알고 있었다.(88, 물속 골리앗)

 

이 소설은 장편 서사시와 같다.

단편 소설이 가져야할 핍진성보다는,

시대를 관통하는 서사적 언술로 가득하다.

행갈이를 자주 한다면, 충분히 서사시적 문장들로 보일지 모른다.

 

삶의 조건 자체가 <비행운>이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지 않았나?

 

본디 이 세계의 가격은 욕망의 크기와 딱 맞게 매겨지지 않았다는 듯.

아직 젊고, 벌 날이 많다는 근거 없는 낙관으로

나는 늘 한 뼘 더 초과되는 쪽을 택했다.(214, 큐티클)

 

네일 케어를 받은 주인공은 자신을 알아봐주기 바라는 쪽에서는 무응답을 넘어선

젖은 겨드랑이의 비애를,

그리고 지나치고 싶은 카드 아줌마의 반응 뒤에서

또 젖은 겨드랑이의 슬픔과 경멸을 느낀다.

 

아, 모두 욕망의 문제이고,

그 욕망은 '가치'를 과대 상상한 간격에서 생기는 것이다.

 

어쩐지 우리가 떠나온 사람 떠나갈 사람이 아니라

멀리 쫓겨난 사람처럼 느껴졌다.(244)

 

언덕을 내려가는 우리 두 사람의 그림자를 따라

드르륵 드르륵-- 캐리어 바퀴 소리가 꼬리처럼 길게,

쉬지않고 따라왔다.(245, 큐티클)

 

김애란이 나이를 먹어가면서,

느끼는 것들을 조곤조곤 쓸 수 있어서 좋다.

그는 80년 생이니 아직 수십  년을 더 쓸 수 있을 터이니 말이다.

 

이십대에는 내가 뭘 하든 그게 다 과정인 것 같았는데,

이제는 모든 게 결과일 따름인 듯해 초조하네요.(293, 서른)

 

아, 그가 사십대가 되고 오십대가 되면 어떤 소설을 쓸까.

주변의 상황은 계속 <비행운>이 기본인 세상이겠지만,

세상을 향한 따스한 시선으로 묘사해주길 바란다.

 

그의 소설 속에서는 늘 '두근두근 내 인생'처럼,

약간의 희망이 묵직한 절망과 공존하는 역설이 느껴지니까...

아무리 신체나이 80세인 조로증 환자라도,

마음이 열일곱인 아름이로서는 '비행운'의 연속인 삶일지라도,

'두근두근' 거리며 기다리는 하루하루를 살아야 할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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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받은 집
줌파 라히리 지음, 서창렬 옮김 / 마음산책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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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 전에 읽었던 소설이었는데,

다시 읽어 보니 참 맛깔나는 작품들이 많다는 느낌이 되살아 난다.

 

미국으로 이민간 인도인들의 삶을,

그들의 세계에 어울리지 못하는 이물감과 함께,

고유의 문화와 새문화 사이에서 갈등하기도 하고 서로 보듬기도 하는 소설들이 따스하다.

 

그가 그 부부를 내다보고 있는 순간,

방 안의 불이 꺼졌고,

그는 몸을 돌렸다. 쇼바가 전원을 끈 것이었다.

그들은 이제 그들이 알게 된 것들에 대해서 함께 눈물을 흘렸다.(잠시 동안의 일, 50)

 

5일동안으로 예정된 정전이 예정보다 일찍 마치던 날,

그들은 스스로 전원을 끈다.

그리고 이해의 눈물을 흘린다.

그저 눈물을 흘렸다고 서술했으나, 그 이해의 눈물은 잠시 동안의 일이지만

그들의 남은 인생을 뒤바꾸었을 것이다.

몇 문장으로 소설의 맛을 바꾸는 능력은 오 헨리의 그것과도 비슷하다.

 

'섹시'라는 소설에서 그 의미가 새롭다.

 

그건 당신이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뜻이에요.(101)

 

단어의 의미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지기 힘든 사람들.

그것은 단어는 하나의 사물이나 상황에 붙는 것이 아닌,

문화에 묻어있는 향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생큐라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그 말이 자신의 고마운 마음을 표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피르자다 씨가 저녁 식사에 왔을 때, 222)

 

이방에서 너무도 외로운 센 아주머니의 집은 참 쓸쓸하다.

서른 살쯤 된 센 아주머니는 운전도 서툴고, 매사에 미국 생활이 익숙치 않다.

 

내가 지금 이 순간 힘껏 고함을 지른다면,

누군가 달려와 줄까?

집에서는 조금만 목소리를 높여 슬픔이나 기쁨을 표시하면

온 마을 사람들이 달려와 그 소식을 함께 나누었어.

또 필요하면 도와 주기도 하고.(235)

 

그러나 그녀는 혼자서 운전대를 잡기도 해야했다.

 

"모든 사람들이... 이 사람들... 자신들의 세상에서 너무 바빠."(244)

 

1866년생 103세 할머니 크로프트 부인의 이야기는

경박한 요나손의 '100세 노인'에 비하면 몹시 우아했고 다정했다.

요나손의 노인은 과잉행동 장애로 보일 정도로 정신없는 사람인 반면,

크로프트 부인은 관계의 향기를 추억하게 해주는 풍경이 된다.

찰싹 피아노 의자를 치는 자세 그대로 앉아...

 

 그의 소설들을 다 읽어 보았지만, 단편이 더 쌉쌀한 삶의 맛을 잘 표현하는 듯 싶다.

그의 문장들을 곱씹으며 잠자리에 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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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 - 정여울과 함께 읽는 생텍쥐페리의 아포리즘
정여울 지음 / 홍익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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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건 별이건 사막이건,

그것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야.

 

사람들이 모두 생 텍쥐페리만 같다면, 세상은 얼마나 평온할까.

이 책은 정여울이 읽은 그의 책들에서

멋진 구절을 적고 생각들을 적고 있는 책인데,

워낙 원작이 멋진 책들이어서 시시하거나 지루하지 않다.

 

어린 왕자만 해도 수도 없이 읽었을 터인데,

그 아름다운 이야기들에 다시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현실 세상의 이야기는

5.18 추모곡을 합창합네 제창합네 하는 저질들부터,

강남 역의 살인 사건 같은 미친 인종들로 해서,

<소년이 온다>의 작가의 맨부커상 수상으로 시끌거리는데,

오늘도 누군가는 태어나고 누군가는 눈을 감을 것이고,

많은 사람들은 오늘을 하루 겨우겨우 간신히 살아내고 잠시 휴식을 할 것이다.

 

마음의 친구란

다른 사람에게는 절대로 열지 않을 문을 당신에게 여는 사람으로,

그의 일부는 당신에게 속해있다.

그런 참된 친구는 언제나 진실만을 말한다.

그 사람 마음의 일부가 당신을 싫어한다 해도

여전히 그는 당신을 사랑한다.(성채 중, 27)

 

아, 말해 뭐해...다.

 

나무는 씨앗으로 자라나 가는 줄기로 자라고,
그런 뒤에 튼튼한 몸통으로 자라나 마지막에는 죽은 목재로 변해버리는 존재.

그 이상의 것이다.

나무는 하늘을 이기기 위해 뻗어가는 느리고 영원한 힘이다.

 

그의 '성채 The wisdom of the sands'에 나오는 대목이라는데, 이 책도 읽어보고 싶다.

 

나는 때로 세상의 비바람에 휘어지고 관계의 가뭄에 목이 마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늘로 하늘로 조금씩 끝내 뻗어가는 나무이고 싶다.(39)

 

정여울의 설명은 반복 같지만 공감이 가는 말들이 많다.

 

정말 제 아이가 '너무도 빛을 사랑한 나머지,

하늘 높이 올라가버린' 거라면, 별들의 순례자여.

하늘의 순례자여, 제 아이가 혹시 거기로 갔는지요.(어머니의 편지, 82)

 

편지쓰기를 정말 좋아했던 작가와 그의 아내, 어머니의 글들은 슬프면서도 진실하다.

 

목마름과 피로에 지쳐 잠들었으면서도

잠든 그 아이를 미소짓게 만드는 그 무엇까지도

그는 지켜주고 싶다.

우리 곁에도 이렇게 수많은 어린 왕자가 보석보다 더 빛나는 미소를 흘리며 잠들어 있다.

우리는 그 여린 존재들의 꿈과 미소와 희망을 지켜줄 의무가 있다.

그 의무를 잊는 순간 지상의 어린 왕자들은

갈 길을 잃고 미아가 되어버릴 것이다.(123)

 

어린 왕자의 이야기에는

죽음마저 추하거나 두렵지 않다.

삶도 반짝이며 빛나고,

죽음도 아련하지만 당연하게 스러짐으로 이어진다.

 

삶을 어린왕자의 그것처럼 유지하는 것,

보이지 않는 곳의 빛남을 바라볼 줄 아는 눈을 얻는 것,

이런 것을 위해 살아야 할 일이다.

 

안데스 산맥에 조난당한 조종사,

그는 '누군가 나를 구하러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반드시 살아 돌아가서 내 아내를,

나를 기다리다가 초주검이 된 사람들을 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137, 인간의 대지 중)

 

실종이 되면 4개월간 보험을 못 받으니,

잘 보이는 곳으로 가야 한다는 그 마음...

인간의 속에 숨어있는 빛나는 보석을 얻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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