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보장 - 5천만 결정장애 국민들의 속 시원한 고민 해결 상담소
송은이.김숙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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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다니던 시절,

학교에 다니기도 싫고, 그렇다고 무슨 특별한 사업에 골몰한 것도 아닌데,

세상에 무심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내가 몹시 걱정되었던지 함께 살던 선배가 같이 밥을 먹으면서 물었다.

무슨 고민 있냐고...

지금 생각하니, 모든 것이 고민이었는데, 막상... 그때는 그걸 고민이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고민이란 그런 것이다.

 

나는 지금도 고민이란 것의 정체를 잘 모르겠다.

모든 것이 뭉뚱그려져서 그것이 고민이지,

무엇 하나를 해결하고 싶은 고민은 없다.

 

직업에 대한 고민, 결혼에 대한 고민,

이런 것들은 없었다.

대학을 갔고, 직업을 갖고 있었고, 나이가 들어 결혼도 했으니까.

그런데, 생각해 보면, 그렇게 살아버린 나의 삶 자체가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던 시절 자체가 고민이었던 셈인가...

 

전에 김어준의 상담소도,

강신주의 다상담도,

그리고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도 다 재미있다.

 

삶이 재미난 건, 모두 비슷한 데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불행하다고 여기는 것은,

안나 카레니나를 빌리지 않더라도, 참 사소한 것 하나로 슬퍼지는 것이 인간의 얇음이다.

행복하단 감정이 들려면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평범함을 가장한 비범함이 필요하고...

 

이 사람들의 최대 장점은,

자신들이 어쭙잖은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자신들의 인력 풀에서 최대한의 손님과 통화를 해서 쇼부를 본다.

그러다 보니 재미도 있고 허무하기도 하다.

원래 상담은 그런 거다.

 

먹는 걸로 고민 상담한 친구의 경우, 이국주를 부른다.

 

어차피 우리가 딱 첫눈에 반할 외모가 아니라면

매력적인 여자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성격으로 보여줘야죠.(80)

 

송은이, 김숙의 콤비도 정말 잘 맞고,

농담인듯 진담어린 이야기들도 만담을 듣듯 재미있는데,

국제 결혼에 대해서 고민하는 이에게는

BMK를 불렀다.

 

일반적으로 자기네 나라 사람이랑 결혼하면

서로 이해관계가 똑같으니까

이 사람이 왜 저러나, 이렇게 생각하지 그 사람 자체를 이해하려고는 안 하거든.

근데 국제 커플이니

그 사람 자체를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아, 문화가 달라서 저런가 보다.(133)

 

비슷한 것만 장점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이런 이면의 슬픔은 스쳐 지나지만... 쓸쓸하다.

 

단점은... 대화가 똑같아, 늘...(133)

 

아, 심플하다고 표현했지만,

모국어가 통하지 않는 사이의 소통이란 참 어렵겠다.

 

그의 남편이 리액션만 늘어서

톨게이트 지나갈 때도, '감사합니다~ 전화할게' 이런단다.

전화할게가 인사인 줄 알고. '

백화점에서 영수증 받고도,

'아~ 예, 감사합니다. 네~ 수고하세요~ 전화할게~'(134)

 

모든 상담은 해결책을 염두에 두는 것이 아니라,

상담 과정에서 스스로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이 두 사람, 아니 영자씨(ㅋㅋ 유미씨)까지 합세한 토크는 시원하면서도 경쾌하다.

 

그들의 수다에 얹혀

이 장중한 한국 문화가 조금 더 경쾌해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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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현실 세계 편 (반양장) - 역사,경제,정치,사회,윤리 편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1
채사장 지음 / 한빛비즈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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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초입에

세렝게티 초원의 사자가 나온다.

사자가 말을 하게 된다면, 의사소통이 가능할까? 하고...

인사말 하고 나면... 공통점이 하나도 없을 수도 있겠다.

 

한국어 화자인데도,

삶의 바탕이 다른 사람들과는 이야기가 안 된다.

청와대에서만 수십 년을 살아 외계어를 구사하는 박 언니는 차치하고라도,

제주도 여행가다 사고난 걸 왜 난리냐고 이야기하거나,

강남 역 출구 앞에 엉뚱한 주장을 걸어두는 일베들을 보면,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만 사고방식과 철학은 무척이나 다르다.

 

지적 대화.

지적이라는 것은, '올바른' 생각을 뜻하는 것일 터인데,

전쟁 이후 한국에서는 '올바른'이 '라이트'로 쓰이면서 '극우'의 전유물이 되었다.

('올바른 한국사'가 보여주는 그림자)

 

생존해 있는 인간의 삶은 언제나 치열하다.

그렇지만, 세상은 늘 가진자들의 더 가지기 위한 투쟁으로 가열차게 돌아왔고,

현대는 제국주의 전쟁으로 그 욕심이 극대화된다.

 

지적이라는 것은 아름다운 이름이지만,

지적이고 나면, 삶은 달라져야만 한다.

이 방송이 기여하는 바가 그러한 것이다.

 

왜 정치, 경제부터 시작하느냐는 답이 그런 것일 터이다.

 

한국은 민주주의 사회이고 대중은 주인으로서 선거를 통해 보수와 진보를 선택할 권한을 가졌다.

모든 책임은 대중에게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지적인 대화가 필요하다.(285)

 

그런데, 대중을 몽매하게 몰고간 것은 이런 얕은 지식으로는 불식되지 않을 듯 싶다.

악한 자들은 섬세하다.

세밀하고 치밀한 작전으로 대중을 울궈먹게 마련이다.

 

한국이 민주주의 사회라는 것에도 나는 동의할 수 없다.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하는 사태를 눈뜨고 보았으면서 민주주의를 이야기한다면, 어불성설이다.

 

사회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에 관심이 없던 사람이라면

팟 캐스트를 듣는 것이 훨씬 유익하지 싶다.

이 책은 그 내용을 흘리기 아까워 정리한 것이다.

이 책은 사전처럼 유용하지만 내용파악이 재미없다.

 

어떻게 행동해야 사회 정의가 실현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여기에 정답은 없다.

당신의 윤리관이 당신의 행동을 결정할 것이다.(387)

 

그렇지 않다.

정답은 있다.

 

깨어있는 시민들의 적극적 관심만이 세상을 덜 부패하게 만들 것이다.

그들이 노무현을 죽인 이유다.

새삼, 노무현의 존재가 아쉬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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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거대한 차이 속에 살고 있다 - 작가 위화가 보고 겪은 격변의 중국
위화 지음, 이욱연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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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라는 거대한 모순 속에서 '허삼관 매혈기'와 '형제'를 쓴 작가 위화,

그의 산문집이다.

 

그는 '치료법을 찾는 환자'같은 심정으로 소설을 쓴다고 했다지만,

산문집은 아무래도 산문집이다.

가볍게 읽을 수도 있지만, 가벼운 게 싫을 수도 있다.

 

세상에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으면

세상 끝에 떨어져 있어도 가깝다.(104)

 

중국과 알바니아의 사이를 비유한 말인데,

사람도 그렇다.

가장 견디기 힘든 사람은 곁에 있는 동료 직원일 수 있고,

소설 속에서든 마음으로 진심으로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면,

아무리 멀다 해도 멀지 않다.

 

스트린드베리의 '빨간 방'을 읽으면서 든 생각.

 

달콤하고도 우울했다.

지나간 삶은 한 번 가면 다시 오지 않지만

지나간 독서는 세월이 지나면 더욱 새롭다.(112)

 

작가론에서

작가는 다른 작가의 영향을 받지만, 또한 자신의 방식으로 성장한다는 말도 멋진 비유를 들어 표현했다.

 

한 작가의 창작이 다른 작가의 창작에 영향을 주는 것은

식물이 태양의 빛을 받아들여 성장할 때 결코 태양의 방식으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식물 자신의 방식으로 성장한다는 것.(118)

 

삶은 언제나 다른 삶에서 영향을 받을 수 있으나,

자신의 삶이 아닌 것을 살 수는 없는 것.

 

힘든 시절의 작가가 밀고 온 삶의 이야기는,

그 작가가 성공하여 부유한 삶을 누릴 때 조차도 작가의 이름에 그림자로 드리워져 있다.

그래서 위화가 형상화한 척박한 인생들과 전혀 다른

월드컵 경기나 미국 농구를 구경다니는 일기들을 보면 생뚱맞게 여겨지기도 한다.

 

마이매미의 바닷물은 햇볕 아래서 그 단계가 분명하다.

먼 곳은 신비한 검은 색이고 가까운 곳은 친근한 녹색이며

모래사장에 부딪치는 것은 흰색 파도다.

타오르는 불길 때문에 우리는 붉은색을 열정적인 색이라 생각하고,

겨울의 쌓인 눈 때문에 흰색을 냉정한 색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열정으로 솟구치는 파도를 보면

이것은 바다의 영원히 쉬지 않는 맥박이고,

흰색도 마찬가지로 열정적이라는 것을 느낀다.

내가 해안에서 본 것은 솟구치는 흰색 불꽃이었다.(199)

 

이 책의 제목이 그러하듯,

중국은 과거의 중국과 많이 다르고,

같은 시대의 중국이라 해도, 지역마다 사람마다 차이가 크다.

농담삼아 하듯, 역시 '차이 나는 차이나'다.

 

사람에게 자기 고유의 것이란 없다.

자신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 이외에는(202)

 

인간은 자기 기억이 옳다고 믿으며 사는 개체다.

옳다고 믿는 것 외에, 자기 고유의 것을 찾는 일처럼 허망한 일도 없을 것이다.

'중국 고유의 것'의 냄새가 이 책에서 많이 가신 것도 그런 연유일 것이다.

파트릭 모디아노의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를 읽고 싶다.

'나는 아무 것도 아니다'로 시작하는 이야기를...

 

 

생의 한 단락이 이제 끝났다.

완전히 다른 단락의 생이 이제 시작될 것이다.

기나긴 인생을 사람들은 왜 짧다고 느끼는 것일까?

아름다운 생은 하나하나 작은 단락일 뿐이기 때문이다.(204)

 

야구의 시즌이 끝나거나, 학교의 한 학기가 마칠 때,

졸업식장이나 연극이 끝난 무대에서, 단락은 나뉜다.

생은 짧은 단락의 적분체다.

 

국가의 모순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도,

이제 잡초처럼 가볍게 이야기한다.

 

미국인은 반부패를 위해 노력하지만

미국의 부패는 잡초처럼 무성하다.

중국에서 반부패는 검찰의 특권이 된 것 같다.

그래서 중국의 작은 부패는 들꽃처럼 만발하고,

큰 부패는 수풀 속에서 웃는다.(206)

 

웃을 일이 아니다.

내가 사는 땅의 부패 역시 들꽃으로 지천이다.

 

이 책은 홍운탁월의 기법 중에서 '구름'의 이야기들이다.

烘雲托月이란 구름을 물들여 달을 표현하는 방법이다.

이를 가지고 서사 언어의 역할을 설명할 수 있다.

달을 그릴 때는 구름만을 채색하고 달은 그리지 않지만,

사람들이 보는 것은 달 뿐이고 구름은 없다.(228)

 

나는 소설가가 쓰는 산문집 같은 것에 점수를 낮게 주는 편인데,

달을 보고 싶어하는 조급함때문인 듯 싶다.

달을 보고 싶어하는데,

거기 달은 안 보이고 구름들을 그리는 이야기만 가득하니 조급증이 난다.

 

위화의 달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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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무빙 - 소설가 김중혁의 몸 에세이
김중혁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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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가 소설 말고 잡문집을 많이 내는 시대다.

워낙 소설의 무게가 가벼워지는 시대의 탓도 있고,

하루키나 이런 사람들의 영향도 있으리라.

작품의 판매를 위한 편집자들의 부추김도 클 것이고...

 

김중혁이 영화 이야기를 한다.

영화들을 이야기하는 데, 되는대로 마구 튀어나오는 것 보다는

뭐, 어떤 꼭지를 따라 가는 게 좋지 않나~ 싶었는지,

몸의 부분들을 이럭저럭 엮어 넣었다.

그 구성은 별반 감동이 없다.

 

빨간 책방에서의 김중혁도 그렇다.

별반 감흥없이 실없는 소리를 잘 하는 구멍 같다가도,

간혹 날카로운 혜안을 들이 밀거나,

상황에 적확한 묘사나 이야기를 갖고 온다.

 

인간이란

사회적, 문화적 , 역사적 층위가 차곡차곡 쌓인 비밀스럽고 불가해하며 신성한 장소(5)

 

그래서 인간의 몸을 탐구한다는 식인데, 뭐, 어쨌든,

몸을 움직이는 무빙이든, 영화의 무빙이든,

재미있는 말들을 제법 주웠다.

 

인간을 결국 시간 속에서 소멸해 가는,

스스로를 상실해가는 존재들.

우리의 몸은 소멸의 징후를 그대로 보여주는 좋은 전광판.(41)

 

존재를 부재로 설명하게 되는 역설이라니...

이 말은 나이 들어보면 안다.

그도 마흔 중반을 넘으니 알 것이다.

 

공자가 귀가 순해진다는 말을 했는데, 역시 귀와 관계 있을리라.

 

춤이란 서로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고,

서로의 존재를 확인해주는 것이다.(125)

 

춤을 추며 살고 싶다는 그는 페터 회를 또 인용했다.

나는 페터 회가 더 맘에 든다.

 

누구와도 춤을 추려고 하지 않는 모든 이들을 사랑한다.(126)

 

상대방의 재능을 부러워하면서 결핍을 눈여겨 보지 않을 때 불필요한 질투가 생겨나고,

결핍을 비난하면서 재능을 애써 무시하려할 때 무시무시한 편견이 시작된다.(140)

 

이런 멋진 말을 김중혁은 가끔 한다. ㅋ

재능있는 사람에겐 질투하게 마련이다.

이때 중요한 건, 결핍을 눈여겨 보지 않아 그렇다는 것.

인간에게 결핍이 없을 수 없으니.

남을 비난할 때 역시 그러하다.

 

그가 팩차기를 거론했는데,

내가 기억하는 팩차기는 88년에 시작되었다.

87년 여름까지는 도서관 주변이 매일 집회의 열기로 시끌벅적했으니,

한가로이 젊음의 모서리를 닳게 하는 놀이 문화는 없었으리라.

87년의 시절이 가고, 그 겨울 패배의 경험 이후,

도서관 주변에서는 팩차기가 시작되었다.

 

청춘의 모서리가 천천히 닳고 있다는 느낌으로,

속이 텅 빈 채 누군가에게 얻어맞는다는 기분으로

하염없이 팩을 주고 받았다.(161)

 

서로 만난 적이 있거나 썸을 탔거나

끌렸지만 갑작스러운 사정때문에 연락이 끊긴 남녀가 메시지를 남길 때,

남자들은 '찾습니다'를,

여자들은 '당신이 그리워요'를 애용한다.(181)

 

남녀는 역시 화성과 금성만큼 다르다.

 

인간의 걸음을 생각하다가 '엘 콘도르 파사'를 끌어온다.

 

인간은 땅에 묶여 살면서

가장 슬픈 소리를 내뱉지요.

나는 길보다는 숲이 되고 싶어요.

하염없이 걸어야 하는 인간의 몸은 슬프다.(234)

 

영화 속이든, 현실에서든,

인간의 몸을 움직이는 일은 삐걱거리게 마련이고,

중력의 영향으로 처지게 마련이다.

 

나이에 따라 처지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수술을 하거나

지나치게 운동에 몰두하는 일을 보면,

참 헛되다.

슬픈 동물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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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30 09: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30 1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금요일엔 돌아오렴 - 240일간의 세월호 유가족 육성기록
416 세월호 참사 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엮음 / 창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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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고, 아프고, 가슴저리면서 답답하고, 원통하다. ˝개새끼들, 잊지 않고 원수 갚을 거야.˝ 이렇게 울부짖는 유족들의 울림을 결코 잊지 않고 살겠다. 아니, 잊을 수 없다. 그날 이후, 짐승같은 것들의 낯짝을 나는 결코 잊을 수 없다. 평범한 목소리들의 위대함을 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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