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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허벅지 ㅣ 다나베 세이코 에세이 선집 1
다나베 세이코 지음, 조찬희 옮김 / 바다출판사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의 작가로 알려진 다나베 세이코씨가
주간문춘에 연재했던 글이라 한다.
이 글들은 3~40년 전에 쓰여진 것인데,
성을 소재로 쓴 글들 치고는 끈적하지 않고 바삭한 느낌이 든다.
당연히 신선하지는 않지만 ㅋ
시원시원하게 감추는 부분들을 드러냄으로써
남성 중심으로 인식되는 '성'의식이나 일반인의 편견에 일타를 가한다.
쉽게 풀어내기 힘든 이야기에
오사카 사투리나 유머라는 밀가루를 입히고,
그 밀가루를 털어낸 곳에 입히는 지성이라는 튀김옷과,
가모카 아저씨와의 화학 작용을 동반한 세이코의 이야기는,
음담패설이 머금고 있는 수분을
고온에서 튀겨내는 것으로 적절히 빼내고 촉감을 바삭하게 만들었고,
입에서 곱씹어보면 소재가 가진 탄력과 끈기를 과연 제대로 맛볼 수 있다.
요리에 손이 멈추지 않는다.
그녀는 요리 장인이다.(308-9)
간추리면 이렇게 평을 해 두었다.
과연 그러하다고 할 부분도 있다.
일본과 한국의 성에 대한 의식은 차이가 많이 나는 듯 싶다.
한국에는 간혹 아직도 '순결 교육'이라는 정체불명의 집단이 강연을 하고
순결 서약이라는 것을 받고 다닌다.
순결이란 단어를 옛날 그대로
이성과 관계를 갖지 않다, 성을 비밀스럽게 숨기다란 의미로 쓰는 건 맞지 않다.
현대적 의미는 이성과 어떻게 관계를 가질 것인가,
바람직한 사용법은 무엇인가...아닐까?(279)
나도 이런 의견에 동의한다.
결혼 사용법이라는 매뉴얼을 만들고 싶다.
부록으로 '성 사용법'도 만들고.
혹시 누군가가 주례를 부탁한다면... 매뉴얼을 주례사로 갈음하고 싶은 것이다.
여자는 텅 비어야 좋다는 둥,
침소 사퇴식 같은 것이 좋다고 말하는 가모카 아저씨의 순진함도 재미있다.
섹스란 상대를 필요로 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함께한 상대를 배제하고서는 아무리 자랑해봤자
아무 의미도 없다.(223)
이런 담론을 자연스럽게 주고받을 수 있는 사회가 오기를 바란다.
성매매가 가장 공공연히 쉽게 일어나는 나라의 사람들이,
가장 답답한 성 의식을 가지고 있는 현실이니 말이다.
유명한 일본 소설 '겐지 모노가타리'에 등장하는 이야기가 있다.
겐지는 어린아이였던 무라사키노우에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성적 감정을 포함한 애정을 쏟아 부었다.(79)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충분히 가능한 설정이 아닐까?
괴테의 시 '미뇽'에서도 그렇고,
변태 엽기 소설로 회자되는 '롤리타' 역시 그러한 남성 중심의 사고가 반영된 소설이다.
남자의 성욕은 한순간 발산하면 그것으로 끝이 나지만,
여자의 그것은 느리고 느긋하고 지긋하고 길고 천천히 피어난다.
남편을 두고, 아이를 낳아 키워 세상에 내보내는 그 모든 행위가 성욕인 것이다.(37)
이런 이야기는 옛날 가정 교과서에서도 다루었음직한 이야기다.
다만, 남자들은 그런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는다는 데에도 문제가 있다.
남성의 성은 순간적 쾌락과 가까이 있지만,
여성의 성은 아무래도 임신, 출산, 육아의 기나긴 여정과 관련이 있으니...
청마 유치환이 부산에서 어느 여고 교장을 할 때
'겨레의 밭'이라는 시를 썼다.
그 여고 교정에는 지금도 그 비석이 서있다.

어찌 들으면 여성은 모성에서만 가치가 있으며,
그것을 자각하고 자랑스레 여기자는 말 같다.
인근 여고의 교훈은 <겨레의 참된 어머니가 되자>이다.
시대착오적인 교훈을 아직도 잘 간직하고 살 것이다.
여성은 부속적인 성이 아니다.
독립된 인간이어야 하고, 그렇게 길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한국 문화는 더 환한 쪽에서 열려야한다.
나의 의견은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