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한강 지음 / 창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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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맨부커상을 탔다고, 그래서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고 한다.

내가 한강을 많이 읽은 것은 아니지만,

'그대의 차가운 손'과 '소년이 온다'를 읽었는데,

그 두 작품의 거리감은 컸다.

 

채식주의자(2004~5)를 읽으면서 '그대의 차가운 손(2002)'에서

그녀는 별로 자라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아니, '소년이 온다(2014)'를 보면 좀 성장했구나 하는 생각도...

 

'소년~'은 한국 소설이고, '채식~'은 그냥 소설이다.

몽고반점을 가진 그녀,

그가 채식주의자가 되고 거식증이 되고,

스스로 나무가 되고 싶어하는 그 세계를 그린 것에 대하여,

나는 독자에게 이해시키지 못하는 작품은 성공하지 못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의 나무들은 모두 형제 같아'

 

너무 막연하다.

그대는 차가운 손보다는 개연성이 늘어 잘 읽히는 편이었으나,

이 소설이 상을 받았다고 나까지 칭찬하고 싶은 생각은 안 든다.

작가 후기에서 쓴 것처럼,

그저 쓰고 싶은 것들을 썼을 뿐...

 

그의 나무가 한국이라는 토양에서,

눈물들의 이유를 더 찾고, 더 처절하게 뿌리박힌 삶들을 그려내도록 성장하기를 바란다.

더 많은 소년과 형제, 어머니들의 눈물을

나무가 먹고 이야기들려주면 좋겠다.

 

그의 나무가, 그런 의미로 성장한다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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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는 잘해요 죄 3부작
이기호 지음 / 현대문학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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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뺨을 맞고 나뒹굴어 보았고,

오뚝이처럼 다시 서서 나뒹굴도록 맞아 보았다.

엎드린 채로 각목에 내 허벅지를 유린당했고,

칠판에 기댄 채 종아리에 수십 대를 맞기도 했다.

원인은 모두 사소한 것들이었다.

군대에서도 허벅지 근육 사이를 쥐어박히고, 숱하게 얻어 터졌다.

 

그러면서 내가 습득한 것은 꼰대 의식 같은 것이었나보다.

학생부 교사를 하면서 아이들을 때렸고,

반항하는 아이들을 더 때리거나 혼냈고,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매를 안겼다.

이제 생각하니, 사랑의 매는... 없다는 말이 맞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복지원'은 특수한 시설이다.

그렇지만, 그곳은 이 나라 어디에나 있다.

복지원에서는 폭력, 폭언, 인권 유린, 살해까지가 공공연히 일어난다.

이 사회 역시 그렇다.

 

성폭행 피해자가 신고를 하면, 철없다고 비웃는다.

오히려 가해자 가족들이 탄원을 하는 현실이다.

 

죄는 원래 있던 것이 아니다.

죄는 가르치는 것이고,

맞다 보면 죄가 생겨나는 것이다.

 

양반에게 맞고, 식민지에서 맞고,

미군에게 맞고, 포로가 되어 맞던 그 비겁함이

김수영 말대로 이제 '정서'가 되어버린 걸까...

 

사과는 잘 한다.

 

비겁하게도...

 

이기호 소설은 재미있고 코믹한 면을 보자면 성석제를 잇는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성석제의 시선이 결코 갈 수 없는 깊은 곳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기호가 더 큰 소설가 같다.

 

이기호가 더더더 자랐으면 좋겠다.

무럭무럭 자라서 한국 문학의 거대한 뿌리가 되고 밑거름이 되면 좋겠다.

 

아니, 그가 이 세상의 얻어맞고 우는 존재들 이야기를

이렇게 찰지게 더 들려주기를 바란다.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 김수영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20원을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情緖)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14야전병원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스들과 스펀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펀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에 지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 있다 절정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 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 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 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20원 때문에 10원 때문에 1월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1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작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작으냐

정말 얼마큼 작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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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13 1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차남들의 세계사 - 2014년 제47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죄 3부작
이기호 지음 / 민음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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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옥의 '염소는 힘이 세다'에서 배운 걸까?

이 책은 '들어 보아라' 같은 구절을 맨 앞에 배치하고 한 권의 소설을 끌고 간다.

아무튼,

들어본 결과,

'범죄와 폭력의 느와르'의 대명사 '그분'으로 시작되는 이야기인데,

이 소설은 말도 안 되는 개그로 일관하는 코믹한 소설이지만,

또 이 소설이 담고 있는 배경 이야기는 말도 안 되던 시절이 있었던 '검은 noir' 어둡던 시절의 이야기다.

 

광주의 폭동을 진압한 전두환 가카의 취임과 미국의 움직임에 반하여 부산에서 미문화원에 방화가 일어난다.

방화를 일으큰 자들이 기댄 곳은 지학순 주교가 있던 원주 교구의 한 성당.

이런 이야기를 배경으로 삼아,

재미있는 곁가지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데,

그 재미 속에는 당시의 말도 안 되는 폭력적 고문의 야만이 그대로 묻어 있다.

 

21세기의 대한민국에 드리워진 그림자는 참 여러 겹을 가지고 있다.

아직도 극복되지 못한 <양반 - 상놈>의 구도는 여전히 '자네 본관은 어디인가?'라는 질문을 하게 하고,

심지어 그것을 뿌리찾기 교육이랍시고 학교에서 행한다.

그 <양반>들이 일제 강점기의 <친일>을 하고, 해방 후에도 <권력>을 독점했다.

거기에 <독재>와 <재벌>의 세력이 지배 구도를 유지하고 있어서,

그 이권 다툼 속에서 특이하게 '교육열'이 발생하였고,

속도와 양을 중시하지 방향이나 질에는 관심없는 상황이 이어졌다.

그래서 온갖 조사에서 질적으로 최하위권이고, 양적으로만 부풀어보이는 저질 국가에 살고 있다.

 

미래는 암울한데,

사람들은 '편견'을 '상식이나 통념'이라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고,

불합리한 양반식 가정 구도를 미풍양속이라 착각하여

고부갈등이 특이하게 불거지는 그런 나라가 되었다.

성적으로 문란하면서도 여성에게 처녀성을 요구하는 변태성욕자가 그득하고,

퀴어 축제에는 기독교를 참칭하는 아줌마들이 북을 두드리며 나타나는 현실이다.

 

그 밑바탕에 이 소설의 '검은' 스토리가 잠겨 있다.

 

내가 많이 미안하고 미안합니다.

내가 지금 쓸 수 있는 말은 이게 전부입니다.(130)

 

보통 이런 말의 포인트는 '미안'에 놓이지만,

이기호는 '쓸 수 있는'을 볼 줄 아는 사람이다.

성석제를 뛰어넘을 수 있는 작가를 만난 기분이랄까?

성석제는 시대를 의식하지 않으려는 작가라면,

이기호는 시대를 온몸으로 끌어안으려는 작가여서 더 애정이 간다.

 

온몸에선 땀이,

마치 모든 땀구멍이 한꺼번에 열리기라도 한 듯,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면 동시에 죄가,

없던 죄마저도, 기어이 생겨버리고 마는 것이었다.(140)

 

아~

내가 중학교 때 수업료 밀린다고 얻어 맞고,

고등학교 때 이런 저런 이유로 얻어 맞고,(단추가 떨어졌거나, 배지가 떨어졌거나, 조금 지각을 하거나 간에)

군대 가서도 기가 눌려 얻어 맞던 기억이 난다.

대학 시절도 경찰서 잡혀가면 무던히 많이 맞았다.

그것은 없던 죄를 만드는 기제였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린 모두 형제들이고,

이 세상은 두려운 한 명의 형과(카인)

두려움에 떠는 수만은 동생들로, 차남들로(아벨) 이뤄진 것이라고,

그것이 바로 신의 뜻이라는 말씀.

더 큰 문제는 우리 차남들 스스로가 형을 두려워하다가

숭배마저 하게 된 상황,

신보다 형을 더 믿게 된 현실을 개탄(279)

 

이 부분에 가서야 소설의 제목에 대해서 이해하게 되었다.

왜 '차남'이 아니라 '차남들'이어야 했는지,

그리고 '세계'가 아니라 '세계사'여야 했는지...

 

어찌하여 독재자는 국민을 두려움에 떨게 하고,

국민은 독재자를 숭배하게 되었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기형도의 '홀린 사람'이 떠오른다.

나복만은 홀린 사람들 틈에서 스러져간 한 인물인 것이다.

 

사회자가 외쳤다.

여기 일생 동안 이웃을 위해 산 분이 계시다.

이웃의 슬픔은 이분의 슬픔이었고

이분의 슬픔은 이글거리는 빛이었다.

사회자는 하늘을 걸고 맹세했다.

이분은 자신을 위해 푸성귀 하나 심지 않았다.

눈물 한 방울도 자신을 위해 흘리지 않았다.

사회자는 흐느꼈다.

보라, 이분은 당신들을 위해 청춘을 버렸다.

당신들을 위해 죽을 수도 있다.

그분은 일어서서 흐느끼는 사회자를 제지했다.

군중들은 일제히 그분에게 박수를 쳤다.

사내들은 울먹였고 감동한 여인들은 실신했다.

그때 누군가 그분에게 물었다, 당신은 신인가

그분은 목소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당신은 유령인가, 목소리가 물었다.

저 미치광이를 끌어내, 사회자가 소리쳤다.

사내들은 달려갔고 분노한 여인들은 날뛰었다.

그분은 성난 사회자를 제지했다.

군중들은 일제히 그분에게 박수를 쳤다.

사내들은 울먹였고 감동한 여인들은 실신했다.

그분의 답변은 군중들의 아우성 때문에 들리지 않았다.(기형도, 홀린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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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잡이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19
이청준 지음 / 민음사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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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준의 세계 속에는

잃어버린 '장인의 세상'을 찾아가는 여정이 흔하다.

 

서편제의 판소리 명창이 있고,

매잡이의 매잡이꾼이 있고,

줄의 줄타기 명인이 있다.

 

그들은 자본으로 평준화된 현대에는

아무런 돈벌이도 안 되는 전문적 기예를 가지고 있다.

한 때는 그들의 기예가 음악이고 예능이던 시절이 있었으나,

급변하는 사회에서 그들의 설 자리는 급격히 좁아졌다.

 

매잡이의 매가 이웃마을로 날아가고,

장터로 매를 가져온 다른 마을의 매잡이.

매값을 빌려서 온 곽서방에게 친구는 거저 매를 돌려주고 술값도 치른다.

 

그럼 내 자네 마을로 가서 며칠 이놈을 부려주기라도 해야 할 텐데...

하하하... 자넨 그래서 부럽단 말야. 속편한 세상을 혼자 다 살고 있거든.

 

아.. 이런 염치가 있던 세상이었다.

 

잃어버린 것들 중에서

참 아쉬운 것들이 있고,

잊혀지지 말았어야 할 것들이 있다.

이청준은 그런 것들을 꾸준히 파던 사람이었는데,

이미 그의 소설들도 그런 대접을 받는 듯 하여 아쉽다.

 

그의 마음 불편하게 하는 소설 중 '눈길'이 있다.

모친을 노인이라고 부르는 사람의 마음.

 

장지문 밖 마당가에

작은 치자나무 한 그루가

한낮의 땡볕을 견디고 서 있었다.

 

이런 말로 자신의 마음을 불편하게 드러낸 사람.

세상에는 땡볕을 견디고 선 한 그루 치자나무 같은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견뎌야 할 시절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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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6-06-09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만에 보는 이청준의 매잡이 인지 반가와서 그냥 못지나가겠네요.
대학 입학해서 교양국어 시간에서야 처음 이청준의 소설을 알게 되고 한동안 푹 빠져서 이청준 소설이라면 다 찾아 읽는다고 읽는데 은근히 얼마나 많던지...
<눈길>이 바로 저희 교양국어책에 나온 단편이었어요.

글샘 2016-06-10 16:06   좋아요 0 | URL
반갑지요. ^^
옛날 친구를 만난 듯... 한 시대가 가고 있나 봅니다.
 
생명연습 - 김승옥 대표중단편선 문학동네 한국문학 전집 1
김승옥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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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에는 좋은 작품들이 등장한다.

만약 내가 전국의 아이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소설을 꼽는다면, 어떤 걸로 낼까...

이런 생각을 하다 김승옥의 '무진 기행'이 떠올랐다.

 

무진에 명산물이 없는 게 아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것은 안개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면, 밤 사이에 진주해 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삥 둘러싸고 있는 것이었다.

무진을 둘러싸고 있던 산들도 안개의 의하여 보이지 않는 먼 곳으로 유배당해 버리고 없었다.

안개는 마치 이승에 한이 있어서 매일 밤 찾아오는 여귀가 뿜어 내놓은 입김과 같았다.

해가 떠오르고, 바람이 바다 쪽에서 방향을 바꾸어 불어오기 전에는 사람들의 힘으로써는 그것을 헤쳐 버릴 수가 없었다.

손으로 잡을 수 없으면서도 그것은 뚜렷이 존재했고 사람들을 둘러쌌고 먼 곳에 있는 것으로부터 사람들을 떼어 놓았다.

안개, 무진의 안개, 무진의 아침에 사람들이 만나는 안개,

사람들로 하여금 해를, 바람을 간절히 부르게 하는 무진의 안개,

그것이 무진의 명산물이 아닐 수 있을까!

 

좋은 책은

읽을 때마다 다른 부분에서 신선한 감흥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

 

아침의 백사장을 거니는 산보에서 느끼는 시간의 지루함과

낮잠에서 깨어나서 식은땀이 줄줄 흐르는 이마를 손바닥으로 닦으며 느끼는 허전함과

깊은 밤에 악몽으로부터 깨어나서 쿵쿵 소리를 내며 급하게 뛰고 있는 심장을 한 손으로 누르며 밤바다의 그 애처로운 울음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을 때의 안타까움,

그런 것들이 굴 껍데기처럼 다닥다닥 붙어서 떨어질 줄 모르는 나의 생활을 나는 '쓸쓸하다'라는,

지금 생각하면 허깨비 같은 단어 하나로 대신시켰던 것이다.

 

무진 기행은 '여기'와 '거기', 그리고 '지금'과 '그 때'를 대조하는 공간과 시간을 제공한다.

이 소설을 읽을 때는 누구나

자신의 거기를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마음 속의 하인숙과 자살과 광기를 만나게도 된다.

안개 속에서...

그 안개 속에서 해를, 바람을 간절히 부르던 자신의 시절을...

 

나는 사물의 틈에 끼어서가 아니라

사물을 멀리 두고 바라보게 됩니다. 안 그렇습니까?

 

서울 1964년 겨울이라는 명작에서

대학원생 안이 김에게 하는 말이다.

사물을 멀리서 바라보게 된다는 이 작가의 그 당시 나이는 24세 남짓...

사물의 틈에 끼어있을 때는 멀리 두고 바라보는 시선을 놓치게 마련이다.

 

여관에 들어서자 우리는 모든 프로가 끝나버린 극장에서 나오는 때처럼

어찌할 바를 모르고 거북스럽기만 했다.

여관에 비한다면 거리가 우리에게는 더 좁았던 셈이었다.

 

아, 세상을 이렇게 바라볼 줄 아는 눈을 이십 대에 가진 사람,

그가 광주의 학살을 바라보고 입을 닫은 것은 슬픈 일이다.

내 삶의 무진을 정면으로 응시한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무진 기행을

'없을 무'자 스물 한 번 등장하는 반야심경 사경하듯,

곰곰 베껴써볼 염을 내는 것은 그런 이유다.

 

염소는 힘이 세다.

염소는 죽어서도 힘이 세다.

가마솥 속에서 끓여지는 염소도 힘이 세다.

 

소설에서 반복되는 구절인데,

재미있다.

 

그의 '야행'을 읽어 보면,

오십 년 전의 여성에 대한 관념이 얼마나 관념에 불과한 것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

성폭행과 성의 야릇함을 구별할 줄 모르는 작가라니...

야동이 없던 시대의 폐해러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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