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가 세월호였다 - 세월호 추모시집
고은 외 지음 / 실천문학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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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은 눈물이고,

세월은 정지였다.

모두 천벌 받으리,

뭘 해야 할까.

 

미안하다.

우리가 잘못했다.

 

우리는 개새끼였고,

닭대가리였다.

 

모두 수장되었다.

저들은 무릎꿇고 표를 구걸하였고,

저들의 세상으로 돌아가는 듯,

세상은 냉랭하였으며,

노란 리본조차 불온시되는 세상이 되었다.

 

그 수치와

그 사랑의 눈물 위로

돈으로 칠갑된 군화가 철거덕거렸다.

 

이건 나라가 아니다

이건 명백한 살인이다

이렇게 쓰고 외쳤건만,

 

두고두고 앞으로도,

일곱시간의 진실이 밝혀지고,

400톤 철근의 진실이 밝혀지고,

진도 관제센터와 해경 녹취록이 밝혀지고,

그들이 해경아파트에서 감추려했던 초라한 거짓들이 밝혀져도,

 

천팔백구십사년 우금치에서 동학교도들을 학살한 왕궁의 음탕처럼,

이조 오백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바람아

먼지야

우린 얼마나 작으냐

나는 또 얼마나 작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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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6-06-25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볼때마다 마음이 아프고 너무 슬퍼요 ㅠ

2016-06-26 0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문의 여자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오후세시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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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편의 단편 소설이 있다.

그 열 편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인물은 이토이 미유키.

 

중고차 대리점에서부터 마작하는 홀 서빙,

요리배우는 센터와 세컨드가 되는 미유키 등

미유키를 등장시키는 소설들은 점차 미유키의 삶에 대하여 전체 밑그림을 그려나가게 된다.

 

현대 일본의 피카레스크 로망의 걸작(도쿄신문, 403)

 

이렇게 칭찬할 만하다.

 

조직이 하는 일에 의문을 품지 않는 게 출세의 지름길이다.(322)

 

일본도 참 독특한 나라이다.

한국도 유례가 없을 만큼 유니크한 나라지만, 일본도 그 못지않다.

두 나라는 유사한 점도 있으나, 전혀 다른 세상이다.

 

장래에 대한 희망이 사라지면

인간은 나쁜 짓이 아무렇지도 않게 된다.

이 세상이 불공평한 것이니까

자잘한 일쯤은 당연히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189)

 

미유키는 나쁜 여자다.

살인자이고,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 나쁜 사람도 삶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오쿠다히데오의 글은

슬프고 어두운 세상의 모습에서 톤을 다운시킨다.

한 톤 다운된 세상은 우습고 재미있어 보이기도 한다.

 

그런 것이 문학의 힘이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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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보겠습니다
황정은 지음 / 창비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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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와 애자, 그리고 소라와 나나,

순자와 나기,

삯이라는 가게.

 

황정은스러운 이름들이다.

문체가 딱 황정은인데, 그의 말투도 딱 그러하던데,

그것이 정겹고 좋다.

 

모두가 공평하게 하나뿐이니까

하나뿐으로 사라질 뿐이다.

그뿐.

너도 나도 결국은 이렇게 하나뿐이라는 부족으로 멸종하고 엎어지는...(207)

 

고독하다.

그렇지만 무겁지도 않고

짓눌리지도 않지만,

묵직한 무게감은 남는다.

 

그럼 길게 망해가자.

망해야 돼?

그렇게 금방 망하지는 않겠다는 얘기야.(222)

 

인생이라는 것에 지지 않겠다는 오기다.

그 오기가 '나'를 가장 강하게 하는 것이 '나나'이고,

작지만 나를 지키려는 힘이 '소라'이다.

세상에 가장 힘든 것이 '나로 사는 것'이므로 그 소년은 '나기'

 

가슴이 미어진다는 것은 이런 말이었구나.

여러개의 매듭이 묶이는 느낌.

가슴이 묶이고 마는 느낌.(225)

 

나나는 숱한 태몽을 꾼다.

어미가 되는 느낌.

그것이 즐겁지만은 않고, 미어지면서 묶이는 느낌을 갖는다.

삶이란 그런 게다.

명치 끝에 매인 뭔가가 늘 가슴을 누르는 것.

 

아름답다고 나는 생각했지.

무섭다고 여겼던 것도 같은 풍경.

몹시 격렬하게 두드리고 있는데도 들리지는 않던 그의 드럼.

아무도 특별하게 여기지 않는 듯한 그 기묘한 발광.(211)

 

지난 주에 국카스텐 공연에 갔더랬는데,

드럼이 배우고 싶어졌다.

배운다면 드럼이다.

나이들어 뿡뿡거리며 색소폰 부는 건 별로다.

아름답고 무서운 것. 그것이 삶일까?

 

물방울 세 개를 찍었다.

그런데... 나기가 너무 조그맣다.

왜 이렇게 조그매.

제일 조그매.

맘에 안 든다는 둥 말하며 나기라는 물방울에 물방울을 보태고 보태다가 섞이고 말았다.

세개의 물방울이 뭉쳐 조금 더 큰 한개의 물방울이 되고 만 것이다.

에이, 죽었네.

죽은 게 아니야, 이건.

합체한 거야.(202)

 

그래.

삶의 작은 물방울은 합체할 때도 있다.

죽은 듯 보일 때 합체하게 된다.

그렇게 삶은

계속해보겠습니다...

하는 자세로 이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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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이나 다니더니

 

하는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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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북 만화로 읽는 불멸의 고전 5
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 지음, 류재화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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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어릴 때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정글북'을 여러 차례 봤다.

이번에 다시 영화가 나왔던데...

 

정글북은 키플링의 역작이다.

인도에서 살면서 영국인이라는 신분임을 깨달은 작가는

두 세계 사이의 연결과

두 세계의 차이를 문학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이 만화에서는 이야기들이 건너뛰어서

애니메이션이나 동화라도 읽고 나서 봐야

바기라나 발루의 역할에도 익숙해지지 싶다.

 

서로 다른 세계가 충돌하면서

상대를 배려하는 방식과

상대를 이용하고 파괴하려는 방식의 충돌은 언제나 두렵다.

 

야생꿀벌들에게 공손하게 말하는 법

한낮에 박쥐를 방해했을 때 해야할 말...

물속에 들어가기 전에 물뱀들에게 미리 알리는 법도 가르쳤습니다.(14)

 

모글리의 스승 발루가 가르친 것들이다.

우리가 자연 속에서 배워야할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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