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운명 : 이상, 김수영 - 사주명리로 다가간 작가의 생애 운명 활용서
박민재 지음 / 봄꽃여름숲가을열매겨울뿌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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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작가 이상, 김수영의 사주를 중심으로,

그들의 인생을 돌아본다.

사주를 푸는 방식을 공부할 수 있는 책인데,

보통 사주를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보는 반면,

이 책은 일어난 일들을 통해 설명하기때문에 좀더 이해가 쉽다.

 

보석같은 신금의 이상,

그의 시에 거울과 같은 비유가 등장하고,

또는 미쓰꼬시 옥상에서 회탁의 거리를 관조하는 장면은 그의 사주를 떠올리기 쉽게 한다.

 

갑목의 김수영.

그의 시집이 '거대한 뿌리'인 것을 생각하면 오소소 소름이 돋는다.

 

육친과 함께,

대운까지 살피고 있는데,

재미있는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사주명리에 대하여

원론적인 설명에 충실한 책도 많이 나오지만,

이렇게 실제와 연관된 책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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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맛 한겨레 동시나무 1
이정록 시, 오윤화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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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록 시인의 어머니의 말투를 닮은 사유를 써내려서

멋진 시 세계를 품은 것도 멋지지만,

이렇게 그 시들을 동시로 풀어내는 것도 멋진 일이다.

 

'지구의 맛'을 핥아보고 알려주겠다는 주인공은 '달팽이'이다.

결국 지구를 핥는 일은 사는 일이고,

살아본 이가 들려주는 이야기란 말이겠다.

 

생각이 많아 자동차 밑으로 들어간 고양이가

내 복잡한 생각을 조금씩 떼어 간다.(골목, 부분)

 

이 시집에서 이 구절이 젤 좋다.

생각이 많아 자동차 밑으로 들어간 고양이.

시를 쓰는 이는 늘상 생각을 해야하겠지만,

누구나 생각은 하므로,

생각은 하고 싶어 하는 게 아니라,

외부의 감각되는 세상에 대하여 자신의 느낌을 갖게되는 것이 모두 생각이므로,

생각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일에 부지런한 사람이렷다.

 

골목은

내 생각을 생각하려고

가로등을 환하게 밝힌다.

 

생각을 생각하는 일.

필요하다.

지나친 생각은 해가 되지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 반은 한 명만 빼고 다 바보야."

천천히 전교 일등에게 눈길이 쏠린다.

담임 샘은 자기라고 가슴을 토닥인다.

 

"우리 반은 정말 바보가 한 명 있다니까."

아이들이 빙긋이 선생님을 바라본다.

담임 샘을 뚫어지게 쳐다본다.(바보, 부분)

 

서름서름하지 않아 좋다.

담임 샘과 이런 나눔을 할 수 있다면, 좋은 교실이다.

적어도 억압은 없는 교실.

 

딸기 상자를 열면

위층엔 굵고 실한 넘이 있지만,

아래층엔 시답잖은 것이 들어있어 화날 법도 하건만,

시인의 눈은 그들을 안쓰러이 바라본다.

 

어린 막내가

형과 누나를 업고

먼 길 왔구나.

 

너무 작은

 1층 딸기들

 

문드러지고 멍든

코흘리개 꼬맹이들(딸기 상자, 부분)

 

상인의 부도덕한 상술을

비판적으로 꼬인 눈으로 보지 않고,

그 꼬임을 다시 반대쪽으로 꼬아서,

풀리게 하는 마음도 읽힌다.

 

옥수수 수염의 구수한 맛이 그득한 동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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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0
파트릭 모디아노 지음, 김화영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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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없는 소설이다.

뒤표지에서 은희경은 '매혹적인 소설'이라고 했는데, 아마 십중팔구 구라일 듯 싶다.

 

나는 아무 것도 아니다.

그날 저녁 어느 카페의 테라스에서 나는 한낱 환한 실루엣에 지나지 않았다.(9)

 

주제는 몹시 프랑스스럽다.

흥신소에서 남의 뒤를 캐는 일을 하는 주인공 '기'는 자신의 과거를 모른다.

그래서 자신의 과거를 찾아 다니는데,

갈수록 오리무중이다.

 

흥미로운 주제를 재미없게 전개한 소설인지,

이정서 말마따나 번역가의 흐릿한 번역 때문인지 알 수 없으나,

일단 제목만 봐도 좀 멍청하다.

'Rue des boutiques obscures'는 '~~가'나 '~~로'의 명칭이다.

파리에 가면 길거리에 숱하게 붙은 간판이 다 저렇게 생겼다.

그걸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라고 붙여 놓으니, 마치 그 거리에서 일어난 일인 양 착각하게 한다.

그냥 거리 이름일 뿐인데...

물론, 한국 영화 '밀양'은 도시 밀양이기도 하지만,

숨을 밀, 글자에 담긴 의미도 중의적으로 읽어야 하듯,

어두운 기성복 거리라는 의미에 담긴 중의도 음미할 필요는 있다.

 

그렇지만 부띠끄를 그냥 '상점'이라고 한 것도 못마땅하다.

상점도 되지만 특히 '기성복점'도 되니,

인생은 다 거기서 거기인 기성품 같은 것들...

이런 함의를 담아야 하지 않았나 싶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모두 '해변의 사나이'들이며

모래는 우리들 발자국을 기껏해야 몇 초 동안밖에 간직하지 않는다...(76)

 

흥신소 사장 위트의 말이다.

그래. 인생 짧다.

색즉시공이고 공즉시색이다.

그래서 우리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들이다. '공'한 존재들.

그렇지만, 늘 변화해가는 우리를... 사진을 봐도 자신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힘든 자신을...

찾는 일의 무의미함을 이렇게 지루하게 읽어야 하나 싶어 좀 떫다.

 

188쪽에서는 지미페드로에 대해 기록한 부분이 있다.

주소 : 부티크 옵스퀴르 가...

직업 : 양재사

이렇게 적혀 있다.

 

그러니, '부티크 옵스퀴르 가'는 양재사들이 옷을 만들어 팔던 거리인 셈이고,

이탈리아의 북부지방은 유럽의 유명한 옷감들이 아케이드 거리에서 유통되던 곳임을 생각한다면,

굳이 뜻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 의역을 '주소'에 들이밀 이유가 있었을까 싶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보다 더 낯선 소설이다.

 

그나저나, 인생 짧은데,

몇 초 동안 간직하는 모래밭의 사람들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할는지,

쉬지 않고 변해가는 자신의 존재에 대하여

어떤 태도를 가지고 현존해야 하는지... 잠시 돌아볼 기회를 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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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의다락방 2016-08-19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거의 끝장까지 읽어가다 도무지 몰입이 되지 않아 몇장남겨두고 포기했어요. ㅜ

글샘 2016-08-23 16:36   좋아요 0 | URL
ㅋ 맞아요. 그래서 재미없는 소설이다~ 라고 했죠.
 
성난 군중으로부터 멀리
토머스 하디 지음, 서정아.우진하 옮김, 이현우 / 나무의철학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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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와 여자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돈이 먼저냐, 사랑이 먼저냐... 뭣이 중헌디?

이런 이야기는 동서고금에 흔하지만, 또한 흥미롭다.

남자와 여자가 친구처럼 지내지만 그 사이에서 애정이 싹트기도 하고,

권력과 돈은 사랑과 뒤섞여 불협화음을 내기도 한다.

하디의 그런 또 하나의 이야기.

 

그들의 애정은 우연히 첫 만남을 가진 이후

거친 성격을 아는 것부터 출발하여

엄하고 단조로운 현실 틈바구니에서 피어나 자란 것이기에,

 아주 나중에야 겨우 알게 되는 견고한 애정이었다.

공동의 것을 함께 추구할 때 발생하는 이 우의(친구애)가 남녀 간의 사랑에 더해지는 일은 드물다.

남자와 여자는 일반적으로 노동이 아닌 쾌락을 통해 서로 엮이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행복한 환경이 마련됨으로써 관계가 진전될 때,

이렇게 여러 가지가 뒤섞인 감정은 죽음만큼 강한 유일한 사람임을 스스로 증명한다.

그 뜨거운 사랑은 아무리 많은 양의 물로도 끌 수 없고,

홍수로도 삼킬 수 없다.

이것과 비교하면 흔히 애정이라 불리는 정열은 사라지는 수증기만큼 덧없는 것이다.(639)

 

이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 참 많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영국 남부의 넓은 전원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모두 '전형적'인 인물들이다.

 

부유한 가문을 대표하고 아름답고 독립적인 여성, 밧세바 에버딘...

 

이 인물을 멋지게 표현하기 위해 등장하는 배경이 세 명의 남자인데,

이 소설은 좀 도식적이다.

'전형'이 충분히 무르익지 않으면 '도식'이 되고 만다.

 

양치기 가브리엘 오크, 그는 신실한 우정의 대명사이고,

부유한 농장주 윌리엄 볼드우드, 그는 청교도적이랄지... 다소 심한 집착을 보이며,

잘생겼지만 난폭한 프랭크 트로이, 그는 나쁜 남자의 매력을 가진 사람이다.

 

삼장법사가 오공, 팔계, 오정을 데리고 여행하는 '서유기'가

'진리'를 찾기 위해, '탐욕, 성냄, 어리석음'을 다스리는 과정을 상징한다고 하던데,

양치기 오크와의 사랑을 맺어주기 위해,

집착의 볼드우드와, 성냄과 난폭의 트로이, 그리고 허영심으로 가득한 밧세바를 놓은 것 같기도 하다.

 

만나자 마자,

살아있는 동안 한 가지 일은,

반드시 한 가지 일은 할 겁니다.

당신을 사랑하고 그리워하며 죽을 때까지 계속 갈망하겠다는 것.(61)

 

낭만적이긴 한데, 좀 뻔한 대사다.

 

토마스 하디는 역시 '테스'다.

 

“가슴 위에 꽂힌 장미를 순진하게 내려다보고 있는 테스는

그 마약 같은 푸른 연기 뒤에 그녀 일생의 비극적인 재난이 서려 있음을,

그녀의 젊은 인생의 스펙트럼에서 핏빛 붉은 광선이 될 사람이 도사리고 있음을 예측하지 못했다.”

 

갑갑한 시대를 잘 표현하는 것도 그렇고,

인물이 오래 가슴에 남게 하는 것도 그렇다.

 

이 책에서 가장 이해되지 않는 것은 '제목'의 번역이다.

'매딩 크라우드'를 '성난 군중'으로 번역한 것은 우습다.

프랑스 혁명의 시기라도 배경이라면 몰라도...

 

속세, 홍진... 이런 말이고,

거기서 멀리... 가 제목이라면, 고답적인 삶... 비슷한 분위기가 풍기는 말을 제목으로 삼을 수 있었으련만...

작품에서 '제목'은 가장 중요하다.

그냥 '오크와 밧세바'가 낫다. 저렇게 주제도 함축하지 못하면서

중심 소재와도 거리가 있는 단어를 제목으로 붙일 바에는...

 

속세의 일과는 멀리 떨어진 어떤 실험의 순수한 공간에서,

네 사람의 삶이 겪는 이야기인데,

'뒤버빌 가의 테스 : 순수한 여인'이 테스의 원제목임을 볼 때,

하디가 추구하는 바가 어떤 그런 고고하고 순수, 순결한 정신 세계에 놓였다고 생각한다면,

'성난 군중' 운운하는 제목이 얼마나 웃긴지 생각해 볼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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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 문학에서 찾은 사랑해야 하는 이유 아우름 2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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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영원한 주제는 '사랑'이다.

짝짓기와 비슷하지만,

보통 '사랑'이라고 하면, 낭만주의 시대 이후의 '로망'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장영희도 '폭풍의 언덕'을 최고의 사랑으로 꼽는데,

논어에 나온 '애지욕기생'과는 전혀 류가 다른 급수다.

논어의 사랑이 <그 사람이 살게끔 하는 것>이라면,

남녀간의 불같은 정열의 사랑은 죽음의 경지와 넘나드는 불꽃이다.

 

내가 바로 히스클리프야.

그는 언제나, 언제까지나 내 마음속에 있어.

바로 나 자신으로 내 마음 속에 있는 거야.(101)

이 세상에 그녀와 연관되지 않은 것이 뭐가 있길래.

그녀 생각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단 말이야.

바로 지금 땅바닥을 내려다보기만 해도 깔려있는 돌마다 그녀 모습이 떠올라.

온세상이 그녀가 존재했고 내가 그녀를 잃었다는 끔찍한 기억을 모아놓은 진열장이란 말야.(102)

 

시인들의 연애편지 속에 담긴 열정도 낭만주의 시대의 '로망스'를 넘지 않는다.

 

사랑이란 느릿느릿 들어와 어느덧 마음 한가운데 떡하니 버티고 앉아

눈치없이 아무때나 불쑥불쑥 튀어나오고,

힘들고 거추장스러우니 제발 나가달라고 부탁해도

바보같이 못 알아듣고 꿈쩍도 않습니다.(15)

 

사랑이란 눈치없는 녀석에 대해 참 이쁘게 다뤄 주었다.

 

피츠제럴드의 개츠비에게 '위대한'이란 수식어를 갖다 붙인 이유를 밝힙니다.

그것은 아무리 암담한 현실 속에서도 아무리 미미해도

삶속의 희망을 감지할 수 있는 능력,

사랑에 실패해도 다시 사랑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능력,

그리고 삶의 경이로움을 느낄 줄 아는 능력이라고...(120)

 

아버지의 사랑도 심금을 둥~ 울린다.

 

 

아버지란
기분이 좋을 때 헛기침을 하고
겁이 날 때 너털웃음을 웃는 사람이다

아버지란
자기가 기대한 만큼 자녀의
성적이 좋지 않을때 겉으로는
'괜찮아,괜찮아'라고 하지만
속으로는 몹시 화가 나는 사람이다

아버지의 마음은
먹칠을 한 유리로 되어 있다
그래서 잘 깨지지만 속은
잘보이지 않는다

아버지란
울 장소가 없기에 슬픈 사람이다

아버지가 아침 식탁에서
성급하게 일어나서 나가는 장소는

즐거운 일만 기다리고
있는 곳은 아니다

아버지는
머리가 셋 달린 용과 싸우러 나간다

그것은 피로와 끝없는 일과
직장 상사에게서 받는 스트레스이다

아버지란
내가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하고 있나?
하는 자책을 날마다 하는 사람이다

아버지란
자식을 결혼 시킬때
속으론 한없이 울면서도
얼굴에는 웃음을 나타내는 사람이다

아들딸이 밤늦게까지 돌아오지 않을때
어머니는 열번 걱정하는 말을 하지만
아버지는 열 번 현관을 쳐다본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참회록,

루소의 '고백록',

괴테의 '시와 진실' 등과 함께 안데르센의 자서전 '내 삶의 이야기' 이야기가 나온다.

그의 역경에 대한 이야기도 멋지다.

 

내 인생은 멋진 이야기다.

그 어떤 착한 요정이 나를 지켜주고 안내했다 하더라도

지금보다 더 좋은 삶을 살지는 못했을 것이다.(133)

 

가엾은 어머니를 위해 '성냥팔이 소녀'를 썼던 그가 자신의 인생에 남긴 말은,

인생을 돌아보게 한다.

 

남은 날들에 대하여,

장영희 선생이 주는 화두가 아닐까?

네 인생을 멋진 이야기로 만드는 건 바로 '당신'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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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17 2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